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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운동선수의 뇌 조작으로 활동 시간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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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운동선수의 뇌 조작으로 활동 시간 늦춘다
야구부터 축구까지 조명을 활용한다면, 선수의 뇌 연결 상태를 재구성해 반응 시간을 향상하면서 경기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By CHRIS STOKEL-WALKER, WIRED UK

골키퍼 바클라프 흐라드키(Václav Hladký)는 잉글랜드 4부 리그격친 리그2 팀인 살포드 시티FC에 이적한 직후 처음 수 개월간 기록한 경기당 실점률은 1.29였다. 이후 살포드 시티가 흐라드키에게 뉴캐슬에 본사를 둔 스포츠 과학 스타트업 오쿠로(OKKULO)의 기술을 활용하도록 요청한 뒤 실점률이 향상됐다.

공의 이동 속도가 빠를수록 골키퍼가 공의 움직임에 반응하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공격수가 슈팅한 공의 이동 속도가 145mph라면, 공이 도착하기까지 마지막 8m 영역에서부터 공의 움직임에 반응할 수 없다. 뇌의 시각 체계가 공의 움직임을 해석하고는 근육으로 신호를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 때문이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소속 학자이자 오쿠로의 과학 자문위원인 앤드류 스톡맨(Andrew Stockman)은 “시각 체계와 뇌는 공의 이동 방향을 예측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오쿠로는 뇌의 연결 상태를 재구성해 더 빨리 판단하도록 한다. 또한, 더 빨리 예측한 정보에 대한 확신도 높인다. 처음에는 직관과는 달리 평소보다 더 느리게 판단하도록 한다.

선수가 거대한 텐트와 같은 공간에 서 있을 때, 축구공이 다양한 조명 조건과 다른 속도로 마구 발사돼, 선수가 더 빨리 반응하도록 한다. 조명 조건 변화는 나이트클럽의 전자 조명과 같이 공의 이동 속도에 따라 달라지면서 시각 체계와 뇌가 공의 이동을 판단하기 더 어렵도록 만든다. 그와 동시에 시각 체계와 뇌의 판단 속도를 200밀리초에서 250밀리초로 단축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선수가 어떠한 상황에서든 상태팀 선수가 슈팅할 때, 평소보다 공이 2m 더 먼 영역에서 움직이기 시작할 때부터 공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

오쿠로의 기술을 이용한 훈련 초기에는 반응할 수 없는 수준으로 이동하는 공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머리와 몸에 공을 맞게 된다. 흐라드키는 오쿠로의 기술로 처음 훈련을 받았을 때, 오쿠로 기술로 슈팅한 공을 몇 차례 목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신체가 오쿠로의 기술로 적용된 조건에 적응하면서 이전보다 더 빨리 공의 움직임을 판단하게 됐다. 스톡맨은 “끊임없이 뇌를 재측정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조도가 낮은 환경에서 뇌 연결 상태를 재구성하게 된다. 즉, 조도가 정상적일 때, 저조도 환경보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면서 뇌가 공의 이동 방향을 더 꼼꼼하게 계산한다는 의미이다. 오쿠로 창립자 멜 오코너(Mel O’Connor)는 “선수가 훈련 전보다 6피트 더 먼 곳에서 이동하는 공의 움직임을 예측하도록 한다”라고 말했다.

오코너는 2019년, 오쿠로 창립 전 20년간 TV 업계에서 근무한 뒤 저녁마다 과학 논문과 네이처(Nature) 논문을 읽던 중 처음 발견한 추측 사항을 입증할 시제품을 개발했다. 당시 오코너는 한창 영화 제작 중이었기 때문에 조도에 따라 시각 체계 반응이 지연될 수 있다고 주장한 뉴캐슬 지역 학자 린제이 샤프(Lindsay Sharpe)의 연구 논문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렌즈를 통한 빛의 움직임을 이해하고자 했다.

오코너는 “샤프의 연구 논문을 읽었을 당시 ‘시각 체계 반응이 지연된다면, 어떤 결과가 이어질까? 공의 움직임이 더 빨라질까 아니면 느려질까?’라는 궁금증을 품게 되었다”라며 회상했다. 이후 샤프의 개인 연락처를 알아내고, 조도가 다른 환경에서 공을 찰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질문했다. 당시 샤프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오코너에게 지역 크리켓팀과 인맥이 있는 더럼대학교의 동료와 함께 연구할 것을 제안했다.

훈련 시설의 창문 빛을 완벽히 차단하고 선수의 움직임을 밤에 테스트하면서 다른 조명 색상 조합과 함께 공이 이동할 때, 선수의 반응을 확인하는 기초 시스템은 초기 성공을 거두었다. 국내 크리켓 선수 8명이 오쿠로의 시스템으로 4시간 30분간 훈련받은 뒤 99mph 속도(기계가 던질 수 있는 공의 최대 속도 기준)의 공을 더 편하게 쳐 냈다. 훈련에 임한 선수 8명 모두 훈련 전에는 160kph 속도의 공을 종종 놓쳤다. 더럼 크리켓팀 코치인 그레엄 파울러(Graeme Fowler)가 오코너에게 연락했다. 오코너는 당시 파울러 코치가 “어떤 실험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선수 훈련을 도와달라”라고 말한 사실을 떠올렸다.
 

2019년, 오코너는 투자자를 확보한 채로 오쿠로를 공식 창업했다. 초기 자본 투자금 65만 파운드로 사업을 시작했다. 오쿠로는 살포드 시티 FC 선수 훈련은 물론이고,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연구·개발 기관과 함께 실험 중이며, 포함한 다수 프리미어리그 구단도 오쿠로의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오쿠로의 기술은 축구계를 넘어 다른 스포츠 분야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종합 격투기 선수와 야구 선수, 스키 선수 모두 오쿠로 시스템으로 훈련한 뒤 인식 능력이 향상됐다.

2021년 가을, 오코너는 사업차 오쿠로 기술을 홍보하고자 미국 MLB와 NFL 구단에서 시스템을 시연했다. 흐라드키는 2021년 5월, 6개월간 오쿠로의 텐트 시스템에서 훈련한 뒤 상대 팀 공격수가 더 많은 슈팅을 시도해도 경기당 실점률이 0.71로 향상됐다. 오코너는 “흐라드키는 오쿠로 기술의 이익을 누리면서 경기력이 향상됐다. 오쿠로는 기본적으로 공의 이동 시간이 더 느려지도록 한다. 흐라드키는 ‘이제는 어떠한 슈팅도 두렵지 않다’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is Tent Hacks Athletes’ Brains to Slow Down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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