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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개 DNA, 오래 전부터 인간 DNA와 관련성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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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개 DNA, 오래 전부터 인간 DNA와 관련성을 지니고 있었다?
선사시대 개의 유전적 물질을 통해 과거 인류의 이동 과정과 번식 과정, 그리고 개를 돌본 과정까지 확인할 수 있다.
By GRACE HUCKINS, WIRED US

수백 년간 인간의 선사시대 역사를 연구할 방법은 단 하나였다. 탐험가용 모자를 착용하고 아프리카나 중동의 사막에 가서 땅을 파고 유골과 공예품을 발굴한 뒤, 신체적 특징을 기반으로 추론하는 것이었다. 그 후, 현대 유전학이 등장했다. 살아있는 인간의 게놈 연구만으로도 인간의 선조가 지구에 정착한 과정을 추론할 수 있다. 가장 최근의 획기적인 연구는 불과 10년 전에 이루어졌다. 당시 과학자들은 선사시대 유골에서 선조의 퇴화한 DNA 추출 기법을 개선했다. 인류의 조상 게놈 연구를 차례로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수준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종간 교배를 한 사실과 오늘날 인간 대부분의 게놈에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어느 정도 내재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인간의 유골 연구만으로 선사시대 인류 문화에 대해 알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10월 30일,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을 작성한 유전학자와 진화 생물학자, 고고학자가 게재한 논문은 고대 개의 DNA라는 과거와는 다른 데이터를 사용했다. 개의 진화 역사뿐만 아니라 선사시대 인류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단서에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연구이다. 수천 년간 매우 밀접하게 이어진 인간과 개의 관계를 보여준다.

연구 논문의 제1 저자인 프란시스 크릭 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 소속 박사후 연구원 앤더스 베르그스트롬(Anders Bergström)은 “인간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인간의 DNA에서 자동으로 볼 수 없는 인간 사이의 역사적 과정을 발견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개는 생물학적 관점과 인류학적 관점에서의 연구에 흥미로운 부분을 차지한다. 개는 약 1만 5,000년~4만 년 전, 늑대에서부터 진화 과정에서 갈라졌지만, 인간이 길들인 개와 늑대, 딩고 모두 같은 종이다. 그후, 인간은 다른 품종과 유전적으로 구분하면서 개를 키우기 시작했다. 개의 게놈을 비교하면서 인간이 길들인 개의 품종을 정착시킨 과정을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고대 개의 게놈 연구로 먼 과거에는 어떤 과정이 이루어졌는지도 알 수 있다. 

고대 DNA 연구는 항상 여러 전문가가 함께 집단으로 실시한다. 이번 연구 논문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연구에는 56명의 저자가 참여했다. 연구 논문 저자 중에는 스페인과 시베리아 등 매우 먼 지역에서 개 27종의 유골을 발굴한 고고학자도 있다. 이번 연구에서 이들이 발굴한 유골을 자세히 연구했다. 모두 1만 1,000년~100년 전에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개의 유골이다. 또, 연구 논문 저자 중에는 고대 견본을 추출하고 유전적 물질의 순서를 밝혀내는 일을 열심히 하는 과학자도 있다. 또, 베르그스트롬 연구원과 같이 고대 개 27종과 오늘날의 개, 늑대 등의 진화 관계 증거를 찾기 위한 데이터 분석을 하는 이들도 있다.

고대 DNA 연구에서는 일부 주요한 방법론적 어려움이 제기된다. DNA는 시간이 지나면서 퇴화하기 때문에 주어진 고대 게놈의 종류가 A나 C, T, G 중 무엇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따라서 베르그스트롬 연구원은 동료와 함께 F-통계(F-statistics)를 이용해 개의 게놈을 분석했다. 각기 다른 모든 게놈 표본을 서로 비교해 서로 더 가까운 관계가 있는 종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베르그스트롬 연구원은 “추측 내용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게놈 비교로 특정 종이 A종과 B종 중, 어느 종과 더 가까운 관계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역사적 과정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기본적인 관계는 알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후, 과학자들은 관계 데이터를 이용해 개의 족보가 어떤 형태로 구성됐는지 추론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법으로 고대 동아시아의 개가 놀랍게도 고대 중동의 개보다 고대 유럽의 개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개의 족보를 통해 다음과 같이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1만 1,000년 전, 수많은 인류 집단이 농업을 택하기 전부터 인간이 길들인 개는 이미 유전적으로 최소 5개 종으로 나누여졌다. 베르그스트롬 연구원은 “빙하시대 말, 인간이 다른 동물을 기르기 전부터 개는 이미 별도의 혈통으로 확대되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수많은 혈통이 오늘날의 개로 여전히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시베리안 허스키나 저먼 셰퍼드와 같은 종은 기원전 9000년경 완전히 분리된 고대 개의 후손이다. 베르그스트롬 연구원은 “공원에 있는 개를 보고 인류가 농사를 시작하기 전이나 다른 동물을 기르기 전부터 이미 존재한 개의 발전 과정의 결과를 알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진화적인 측면에서만 흥미로운 것이 아니다. 고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기 전부터 개와 얼마나 관계가 있었는지 입증할 단서도 제공한다. 뮌헨대학교 원시게놈학 교수인 로렌트 프란츠(Laurent Frantz) 교수는 논문의 다른 제1 저자와 함께 연구를 하면서 개의 진화 정보로 수렵 및 채집 활동을 하는 인간이 특별한 특성 때문에 의도적으로 개를 키웠을 가능성을 생각할 필요성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인위적인 이유로 개를 기르기로 택한 것이 이미 유력하다. 또, 인간이 하는 의식적 행위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1만 1,000년 전부터 분리된 개 혈통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선사시대 인류가 개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프란츠 교수와 베르그스트롬 연구원과 연구팀은 고대 인류와 개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단서를 추가로 찾기 위한 조사를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고대 인류의 DNA 족보를 그릴 때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개의 족보를 비교했다. 연구팀은 인류와 개의 전체 족보 구성과 매우 유사한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동아시아의 고대 인류가 중동보다는 유럽의 인류와 더 가깝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음의 사실은 처음 대략적으로 보았을 때, 그리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인간이 이주 과정에서 개를 데려갔다면, 개와 가장 가까운 관계를 형성한 인간 집단이 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또, 인간과 동물 간의 유사성은 인간이 이동 과정에서 개를 데리고 다닌 사실로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진화적인 부분에서 가장 오래된 형태에는 다음과 같은 중대한 문제가 존재한다. 인류 집단은 개를 기르기 한참 전인 약 4만 5,000년 전에 분리됐다.

베르그스트롬 연구원과 프란츠 박사는 개의 이동 형태가 수천 년 앞선 인간의 이동 형태와 비슷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가설을 세웠다. 바로 기후와 지리적 특성 때문에 기원전 4만 5,000년의 이동 경로가 움직이기 적합한 환경을 지닌 덕분에 3만 5,000년 후의 개와 다른 종의 이동에도 편리했을 것이다. 베르그스트롬 연구원은 “인간 DNA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개와 고대 인류 간 더욱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라고 말한다. 만약, 베르그스트롬 연구원과 프란츠 박사가 세운 가설이 사실이라면, 고대 개의 DNA가 동물을 기르는 행위 이외의 선사시대 인류 문화의 특성을 더욱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베르그스트롬 연구원과 프란츠 박사의 가설은 적어도 다른 고고학적 증거로 확인하기 전까지 추측에 불과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비교 유전학 교수인 케르스틴 린드블라드 토(Kerstin Lindblad-Toh)는 “타당한 가설이지만, 아프리카 기원설 (인간 대이동)과 개를 기르기 시작한 시기가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할 만하다고 본다”라고 말한다. 4만 5,000여 년 전 인간의 대이동의 원인이 된 지리적, 기후적 요소는 개를 기르게 된 시기에 크게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개를 기르게 된 후, 일부 종이 지속해서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이 제시한 결과에 따르면, 1만 1,000년 전, 개가 늑대에서 분리된 후 늑대는 개의 주요 품종에 다시 포함되지 않았다. (아마도 오늘날의 늑대개 열풍이 이어지기 전까지인 듯하다) 개와 늑대가 같은 종에 속하고, 완전히 건강한 새끼를 낳는다는 점에서 연구 논문의 저자들은 놀라움을 드러냈다.

연구팀은 일부 늑대가 고대 개와 오늘날의 개와 동일하게 관련이 있다는 관찰 내용으로 이번 연구 논문의 결과를 추론했다. 즉, 모든 개가 동일하게 늑대의 혈통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논리적으로 설명하자면, 늑대는 인간이 길들인 개의 유전자에 크게 기여하지 않았다. 대신, 연구팀은 늑대가 개와 계속 교배했다면, 모든 늑대는 족보에 늑대가 없는 견종보다 인간이 길들인 이후 조상 중 늑대가 포함된 일부 견종과 더욱 가까운 관계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늑대의 게놈을 살펴보았을 때, 연구팀의 예측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개가 일반적으로 일부 늑대와 더욱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즉, 개가 실제로 늑대 품종의 유전적 특성에 기여했다는 의미이다. 개와 늑대 간의 차이는 인간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린드블라드 토 교수는 “인간이 개를 기르면서 잘 보살피고, 늑대로 변하지 않도록 했다”라고 설명한다. 반면, 늑대에게는 인간과 같은 보호자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케임브리지대학교 유전학 박사후 연구원인 리사 루그(Liisa Loog)는 이번 연구 결과를 전체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는 연구 논문 저자의 주장이 고대 늑대가 오늘날의 늑대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와 같은 특정 추측에만 의존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모두 고대 늑대를 직접 연구해야만 확인이 가능한 추측이다. 그는 “연구 논문 저자들은 지금은 멸종돼, 샘플을 구하지 못한 늑대 종에 대해 가설을 세웠다. 또, 오늘날의 늑대 종과도 똑같이 관련이 있다. 맞는 내용일 수도 있고 틀린 내용일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가설과 함께 베르그스트롬 연구원과 프란츠 교수의 가설을 지지하는 지리, 기후적 지속성과 관련된 추측이 의미하는 바는 연구 결과와 가설을 확인하려면 고대 늑대 DNA 연구와 같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27개 견종의 게놈은 과거의 한정적인 부분만 보여준다. 그처럼 적은 양의 데이터를 연구할 때, 가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베르그스트롬 연구원은 “DNA는 DNA일 뿐이다. 더욱 광범위한 맥락의 해석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한다.

증거가 매우 드물다는 특성에 뛰어난 오래된 유골에서 훌륭한 품질의 DNA를 추출하기 어렵다는 문제까지 더해져, 고대 DNA 연구가 무모한 시도처럼 느껴진다. 오늘날의 개에게서 유전적 표본을 채취하고 족보를 확인하는 것은 어떤가? 그러나 고대 DNA에는 현대 DNA와 다른 이점이 있다. 특히, 개와 관련된 정보라면 고대 DNA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더욱더 많다. 오늘날의 개 대부분이 개를 기르는 행위가 유행한 빅토리아 시대의 개의 유전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빅토리아 시대 이전의 특성을 찾기는 어렵다. 루그 연구원은 오늘날의 개의 게놈에서 고대 개의 유전적 증거를 찾는 일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름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직접 고대 DNA를 연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루그 연구원은 “고대 DNA는 말 그대로 시간에 따른 과거의 유전적 자료를 제시한다”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개와 통해 선사시대의 개를 연구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고대 DNA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통찰력은 인간이 오늘날의 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맥락을 제공할 수 있다. 베르그스트롬 연구원은 “개는 포식 동물이자 육식 동물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또한, 수렵 및 채집을 하던 인류가 농사를 하기 전에 개를 길들였다. 또, 개는 대다수 집단에 빨리 퍼질 수 있었다. 개는 먼저 가축화 대상이 될 동물이 아니더라도 인류가 개를 동반자로 삼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좋은 일이다”라고 설명한다. 베르그스트롬 연구원과 함께 한 논문 저자들의 연구 결과가 맞는다면, 인간이 1만 1,000년 간 개와 함께 살고 번식하면서 개를 보호하면서 개를 유용한 수단뿐만 아니라 사회적 유대 및 정서적 지지의 원천으로 다루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농작물 재배법을 알아내기 전부터 개를 길들이는 법을 알았으며, 개들을 돌보고, 또 개의 보호를 받는 법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Ancient Dog DNA Reveals Their Enduring Connection With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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