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5일 이상 살 수 있고 한 번 걸리면 폐가 손상돼 평생을 힘들게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인터넷과 카카오톡 채팅방에 부정확한 정보가 돌아다니는 걸 보고 팩트체크 사이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코로나19는 전염 속도만큼 관련 가짜뉴스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짜뉴스는 물론, 음모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괴담도 가득하다. 정보 전염병이라는 뜻의 '인포데믹(Infodemic)'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가짜뉴스 중에는 코로나19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한 잘못된 정보도 있어 사회에 혼란을 야기하거나 확산을 부추길 여지도 있다.

이에 코로나19 팩트체크 사이트를 만든 학생들이 있다. 바로 연세대 생명공학과 천건혁 씨와 의학과 신현호·유석현·김헌·서동현·이경배·안철우 씨, 간호학과 김지원 씨, 지속개발협력학과 김수민 씨, 식품영양학과 김우진 씨가 주축으로 설립한 '코로나QNA'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연세대 소모임 '사춤'에서 활동하던 천 씨는 소모임 멤버들과 함께 사이트를 만들었다. 
 

천 씨는 전문가 의견을 대중에 보다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어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는 걸 발견했다. 논문은 길고 내용이 어렵다보니 전문가 의견이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저와 사춤 멤버들이 각자 위치에서 어떻게 최선을 다할 수 있을지 찾아보다 사이트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코로나QNA의 첫 번째 목표는 정확한 정보 전달을 통해 무분별한 오해와 편견을 예방하는 것이다. 천 씨는 "논문과 방역당국의 발표 자료, 언론에 올라온 내용을 토대로 가짜뉴스를 검증하는 사이트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다 정확한 팩트체크를 위해 연세대 의과대학 학술모임 '암스(ARMS)'가 합류했다. 천 씨는 "저희가 볼 수 있는 논문보다 의과대학 학생들이 볼 수 있는 논문이 더 많았다"고 암스의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의과대학 교수들에게 직접 자문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신 씨는 "지도교수님들이 메일로 자문을 하시거나 도움을 많이 주셨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이들을 돕기 위해 현직 의사에게 배포된 진료 권고안 등의 자료를 코로나QNA 팀에 공유했다. 천 씨는 "교수님들이 준 자료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카드뉴스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코로나QNA는 각자의 사견을 전부 배제했다. 신 씨는 "어떻게 해야 사견을 배제하고 공신력 있는 정보만 전달할지 고민했다. 그 결과 개인의 사견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규칙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보원을 세계보건기구(WHO)나 정부 등 공신력 높은 곳으로 제한했고, 전문가 의견이라 하더라도 주장만 있고 근거는 없는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코로나QNA는 틈틈이 접속해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천 씨는 "어떨 때는 아침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운영에만 매달릴 때도 있다"며 "그런데도 사람들에게 질문이 오고 답변을 보내면 감사하다는 의견이 또 오고, 그런 게 좋아 하루종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이트를 운영하며 힘든 일도 있다. 천 씨는 "초반에는 너희가 전문의도 아니고 현장 진료도 못하는 데 왜 나서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오해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절대로 저희가 답을 지어내는 게 아니고 시민들이 물어보는 질문은 대부분 인터넷에 답이 있다. 우리는 시민들이 찾지 못하는 내용을 대신 찾아서 답변드릴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글을 작성할 때 저희 사견은 철저히 배제하고 공표된 자료들만 모으는 역할로 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계속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말 마약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천 씨는 "한 번은 대구에 사시는 분께 연락이 왔다. 코로나19 무증상자의 CT를 찍었더니 폐가 망가졌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을 주셨다"고 회상했다. 코로나QNA는 전문가 인터뷰와 논문 자료를 찾아 질문자에게 쉽게 풀어 설명했다. 천 씨는 "질문하신 분께서 처음에는 이해를 못하시다가 다시 설명하시니 이해하셨다"며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물어볼 사람도 없었는데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감사 인사를 들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코로나QNA는 한국을 넘어 해외 시민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천 씨는 "코로나19가 세계에 많이 퍼진 만큼 저희 사이트를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로 구축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