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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전 얼굴인식 기술의 감춰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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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전 얼굴인식 기술의 감춰진 역사
첩보기관과 계약으로 '얼굴인식' 업적 드러내지 못한 한 남자의 이야기

결제 애플리케이션, 공항 검색대, 휴대폰 잠금 해제, SNS 사진 자동 태깅 등 얼굴인식 기술은 우리 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다. 이 기술의 시초는 과연 언제부터일까? 

얼굴 인식이 어떻게 태동하게 되었는지 뿌리를 알고 싶다면 얼굴 인식 기술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우디 블레드소(Woody Bledsoe)가 누구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60년대 초, 오클라호마 주 메이즈빌에 사는 이 소작농의 아들은 '얼굴 인식 기술 분야의 토머스 에디슨'라 불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 인식에 대한 업구업적이나 기여도는 대부분 인정받지 못했다. 그에 대한 위키피디아 페이지는 그가 인공지능의 선구자이자 초기 패턴 인식 연구에 참여해 큰 공헌을 했다고 언급하고 있을 뿐 자세한 기술은 없다.

블레드소의 얼굴인식 기술에 대한 초기 연구는 특히 미국 정부와 CIA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는 첩보기관의 요구에 의한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대부분 기술은 지금도 보안으로 남겨져 있다. 블레드소의 업적이 배일에 가려진 이유다. 

젊은 시절, 세계 2차 대전 파병 후 산디아 사에 입사해 컴퓨팅과 처음 코딩을 접했으며 정부가 지원하는 핵무기 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얼굴인식과 기계 독해에 관심을 갖게 된 곳도 산디아에서 였다. 이는 컴퓨터에게 분류되지 않은 이미지를 인식하도록 머신런닝하는 과정이다. 그는 친구이자 동료인 이븐 브라우닝(Iben Browning)과 팀을 이뤄 함께 엔터플(n-tuple)이라고 알려진 개념을 만들었고, 이는 패턴인식 분야를 정의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는 이 엔터플 기법으로 기계가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연구가 본격적인 얼굴인식 기술 개발로 이어진 사례이다.
 

최초의 얼굴인식 기술은 약 50년 전 우디 블레드소(Woody Bledsoe)에 의해 발명되었다. [사진=Getty Images]
최초의 얼굴인식 기술은 약 50년 전 우디 블레드소(Woody Bledsoe)에 의해 발명되었다. [사진=Getty Images]

이후 그는 동료들과 함께 파노라믹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1960년대 초중반 당시 이들의 기술에 관심을 보인 기관은 미국 중앙정보부(CIA)가 유일했다. 그래서 파노라믹은 CIA의 유령 회사로부터 ‘부분적으로’ 지원을 받았다. 그 대가로 파노라믹은 1953~1964년 약물과 전기자극 등으로 인간 정신과 행동을 통제조종하려 했던 극비 프로젝트 ‘엠케이 울트라(MK ULTRA)’에 일부 참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CIA의 유령 회사인 킹헐리 리서치 그룹(King-Hurley Research Group)은 1962년 블레드소의 얼굴 인식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10장을 기초로 한 사람 얼굴의 각각 다른 단면을 보여준 후 기계가 이를 인식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연구 골자였다. 얼굴 단면은 개인의 노화, 얼굴 기울기와 각도 등을 모두 포함한다. 우디 블레드소는 컴퓨터가 얼굴 특징을 나눌 수 있도록 가르치고 난 뒤, 이 특징들 사이의 거리를 비교하도록 했다.

우디 블레드소의 논문은 CIA와의 계약으로 인해 외부 공개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후발 연구자들이 얼굴인식 연구를 이끈느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1960년대에 이미 얼굴인식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할 만큼 선지적 관점을 제시했다.

그로부터 약 50년이 지난 지금 우디 블레드소는 오스틴 텍사스 대학에서 얼굴인식 분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얼굴 인식 기술 사용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중국에서는 얼굴인식 기술이 치안 강화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걸쳐 대대적인 도입한 반면,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와 같은 미국 몇몇 도시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이 기술 자체를 금지 중이다. 

그는 분명 좋은 의도에서 시작돼 나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을 발명했다. 기술은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의해 용도가 달라지는 양면성을 지녔다. 이를 누가 어떻게 사용하고 통제하는가의 문제는 풀어야할 과제이다.


[참조기사 및 링크]

The Secret History of Facial Recognition

It's Hard to Ban Facial Recognition Tech in the iPhone Era

 

와이어드 코리아=문재호 기자 jmoon@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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