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 1년 동안 예상치의 2배 가까운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됐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가 혁신 성장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전부처에 전담부서 설치를 추진하는 등 제도 내실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제99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규제 샌드박스 제도 시행 1년의 성과 평가와 향후 보완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현 정부에서 규제개혁 방안 중 하나로 지정하고 지난해 1월 17일부터 시행했던 것. 1년간 ICT 융합, 산업융합, 금융혁신, 지역혁신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시행됐으며 접수부터 심사까지 평균 50일이 소요됐다. 이는 평균 180일이 걸리는 영국, 일본 등과 비교해 훨씬 빠른 수치다.

정부는 당초 목표였던 100건 대비 2배에 가까운 195건의 양적 성과를 달성했고 규제신속확인은 총 180건을 처리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195건 중 58개 과제가 시장에 출시됐고 21개 기업이 2천 500억 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으며 20여 개 기업은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정부는 앞으로 연 200건 이상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 사례가 나오도록 여러 가지 보완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운영 중인 4개 분야별 전담기관 외에 별도의 민간 접수기구를 신설해 신청기업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증진하고 대한상공회의소 내에 '규제 샌드박스 지원센터'를 신설, 각 시·도에 안내·상담 창구를 마련하며 지역단위 기업지원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유사·동일과제에 대한 신속처리 제도를 보완해 접수부터 승인까지의 기간을 1개월 이내로 단축하고 규제부처에 조건 완화 권한을 부여해 규제특례심의위원회 재의결 없이도 사업자와 규제부처 협의를 통한 조건변경이 가능하도록 개선해 운영의 탄력성을 높이기로 했다.

'규제 샌드박스 전담부서'는 기존 4대 주관부처뿐 아니라 전 부처에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 국가기술표준원에서 '규제 샌드박스 융합신제품 인증기술개발 사업'을 신규 운영해 매년 10~15개 지원대상을 선정하고 신규기준 개발과 제품성능 개선을 지원한다.

법령이 개정되지 않아 사업이 중단되는 일도 없도록 할 계획이다. 신청사업이 임시허가로 승인받으면 조속한 법령정비를 추진해 일반사업자도 이른 시일 내에 동일한 혜택을 받도록 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지연되는 경우에는 특례를 연장해 사업중단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예정이다.

시장진출 촉진을 위한 지원제도 보강에도 나선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시제품 시범구매 사업의 대상제품을 선정할 때 규제 샌드박스 승인제품은 혁신성 평가를 면제하고 수의계약을 허용하기로 했다.

승인기업의 초기 사업자금 확보에도 차질이 없도록 자금과 세제지원을 확대, 금융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 전용 펀드를 4년간 3천억 원 규모로 조성하고 기업이 규제 샌드박스 제품 관련 사업으로 재편하면 자금·세제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첨예한 이해관계로 특례심의위원회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웠던 갈등과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갈등조정 프로세스를 운영, 이해관계자와 해당 분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소통과 공론의 장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밖에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이슈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규제·제도혁신 해커톤'과 연계하며, '선 적극행정 후 규제 샌드박스' 원칙을 적용해 즉시 개선되야 할 규제를 규제 샌드박스로 우회·회피하는 것을 방지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4대 분야 외에도 필요한 경우 규제 샌드박스 적용 분야를 확대해 전문적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며 "규제 소관 부처의 규제개선 노력이 실질적으로 평가받고 보상받는 체계를 확립하는 등 관련 제도도 함께 정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