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인공지능(AI)의 충격이 지난 산업혁명을 능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금까지의 AI는 단순히 인간의 인식을 모방하는 기술로만 여겨졌지만 앞으로는 인간이 미처 하지 못하는 비즈니스 분석과 연구개발 혁신을 이끌고 창작활동으로 경제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글로벌 패권 변화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ETRI가 정치 경제 기술 관점에서 AI가 만드는 4차 산업혁명의 파동을 분석해 발간한 ‘2020년 AI 7대 트렌드’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보고서의 부제는 '인식을 넘어서'다.
◆중국AI와 AI 내셔널리즘
ETRI는 중국이 정부 주도로 풍부한 데이터 가치사슬을 창출한 데 주목했다. 자신만의 AI 색채를 가진 새로운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봤다. AI 전략이 기술경쟁을 넘어 강대국 간 패권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내셔널리즘은 AI와 관련한 새로운 민족주의를 의미한다. AI 선도 기업과 서비스들은 무역 거래제한 조치, 조세 제도,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의해 국경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고서에는 AI 기술이 정치 질서와 맞물리며 국가 간 과학기술 격차는 물론 강력한 무기화 가능성을 지적한다.
◆증강 분석과 다크 데이터
증강 분석이란 AI를 사용해 데이터을 분석하는 기법이다. 증강 분석은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한다. 다크 데이터란 비즈니스 활동 과정에서 수집, 처리, 저장되는 비정형화된 정보 자산이나 분석기술의 한계로 지금까지 거의 활용되지 못한 데이터를 말한다.
ETRI는 AI가 기존어 없던 분석 기법을 통해 보유하고 있지만 활용하지 못했던 대다수 데이터 범위와 분석의 한계를 없애고 있다고 분석했다.
◆R&D 혁신지능과 창작지능의 진화
ETRI는 AI가 자율주행차, AI 의사 왓슨 등을 통해 산업을 혁신하고 있다고 봤다. AI 활용의 더 큰 가치는 연구자로서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 R&D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ETRI는 AI를 기반으로 한 창작지능이 진화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AI가 만든 그림, 소설, 영화 등 창작물은 AI가 창작까지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TRI는 AI가 창작을 할 때 단순히 인간의 작품을 모방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간을 넘어서는 설계, 전략 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AI 호문쿨루스와 새로운 컴퓨팅 폼팩터
AI 호문쿨루스란 특정 실체 부위를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넓이에 따라 인체 크기를 바꿔 만든 모형이다. 인간의 뇌는 감각 기관이 활동할 때 가장 많이 활성화된다. 인간의 지능도 신체의 형태, 기능과 연관을 맺으며 진화해왔다. ETRI는 AI 역시 기술력을 보다 발전시키고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동차, 드론, 로봇 팔 등 물리적 실체를 통한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컴퓨팅 폼팩터도 필요하다. AI는 GPU, ASIC 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ETRI는 새로운 전용 연산장치들이 어떠한 역할을 하며 시장 구도를 만들어나갈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ETRI 기술경제연구실 이승민 박사는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과 AI”라며 “AI 기술은 과거 세 차례의 산업혁명보다 더 큰 충격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