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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세포로 배양한 '살아있는 로봇'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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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세포로 배양한 '살아있는 로봇' 탄생
美 연구진, 인공지능 기술 적용한 유기체'제노봇' 세계 최초 개발

현미경으로 관찰 중인 시야에 바삐 움직이는 작은 얼룩들이 액체 위를 돌아다닌다. 앞으로 직진으로 움직이다가도 돌아서고, 때로는 원을 그리며 회전한다. 세포 파편을 떨어뜨리자 무리를 이루다가 흩어져 거북이처럼 그대로 누웠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살아 있는 기계’ 제노봇(xenobot)은 로봇이 단순한 기계 결합체라는 고정관념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영화 '터미네이터2'에 등장하는 T-1000 모델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물이기도 하다. 총탄을 맞아 구멍이 뚫린 제노봇이 재생 과정을 거치며 질주하는 광경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이오닉과 메카닉 중간 성질의 로봇 출현으로 윤리적 논쟁이 예상된다. [사진=ALYSSA FOOTE,  GETTY IMAGES]
바이오닉과 메카닉 중간 성질의 로봇 출현으로 윤리적 논쟁이 예상된다. [사진=ALYSSA FOOTE, GETTY IMAGES]

13일 미국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 회보는 미국 버몬트대학과 터프츠대학 공동 연구진들이 슈퍼컴퓨터의 진화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아 이른바 제노봇이라 불리는 1㎜ 크기의 초소형 유기체 로봇의 설계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먼저 연구진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특정 업무를 수행할 최고의 모델을 설계했다. 이 모델은 기본적으로 피부에 있는 ‘수동적’ 세포와 심장에 위치해 ‘수축과 이완 작용' 세포를 조합한 것이다. 수축과 이완하는 세포는 운동성을 가질 뿐 아니라 기계의 에너지원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같은 시뮬레이션 설계 과정을 통해 네 개의 뭉툭한 다리를 가진 형태와 세포 중앙에 빈 공간이 있어 특정 물체 운반이 가능한 모델을 개발했다. 이들은 개구리 심장 배아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자연적으로 수축하는 심장세포와 그렇지 않은 피부세포서 기원한 모델이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제노봇의 형체는 우주에서도 생존한다는 생명체인 물곰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것들은 쐐기 모양을 했으며, 다른 것은 아치형으로 생겼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터프츠 대학의 발달생리학자 마이클 레빈은 "우리의 관심사는 이들 세포가 어떻게 상호 작용해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게 만드는가 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들은 세포의 배열과 전반적인 형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들은 활동적이면서도 수동적인 세포와 결합해 조직을 이루고, 손상 후 재생이 가능했으며 또 개별적으로 직선 혹은 곡면 운동이 가능했다.

이 모든 데이터는 슈퍼컴퓨터로 보내져 다시 새로운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했다. 시뮬레이션에서 특정 작업을 잘하는 제노봇은 '적합한' 것으로 간주했고, 다른 우수 선택자와 함께 번식해 새로운 세대의 '진화 된' 제노봇'을 생성했다. 레빈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이들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제노봇은 세포로 만들어진 분명한 생물이며, 연구자들이 특정한 행동을 표현하도록 프로그램할 수 있는 기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 살아있는 로봇인 제노봇의 모습 [사진= 터프츠대학 연구진]
세계 최초 살아있는 로봇인 제노봇의 모습 [사진= 터프츠대학 연구진]

제노봇의 탄생은 로봇공학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접근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전형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부품의 집합체인 반면 제노봇은 유기질로 구성된 지능체이다. 연구진은 몸 속에서 살아가는 양서류의 세포를 넘어 공기 중에서 활동하는 포유류 세포에게도 이 개념을 확장시키고자 연구 중이다.

하지만 진화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생체 조직에서 로봇을 만드는 바이오닉과 메카닉 중간단계 실험은 11건에 지나지 않을 만큼 공유 중인 사례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관련 연구윤리 규정도 정립돼 있지 않은 상태다.

오슬로 대학 스 나이가르드(ønes Nygaard) 진화 로봇학 연구원은 "진화 기술을 사용한 로봇 개발은 실제 생물처럼 인간과 함께 살아가며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제노봇을 생명체로 볼 것인지 , 기계로 볼 것인지에 대한 윤리 규정은 피할 수 없는 논쟁이 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및 링크>

Meet Xenobot, an Eerie New Kind of Programmable Organism

Robot ‘Natural Selection’ Recombines Into Something Totally New

와이어드 코리아=유재형 기자 yjh@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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