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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배터리 경쟁, '안전성ㆍ친환경' 모두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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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배터리 경쟁, '안전성ㆍ친환경' 모두 잡아라
리튬이온 전지의 '반환경' 요소 제거, 리튬황 전지 '효율성' 극대화

배터리는 곧 전기코드로부터 자유로운 '무선'의 세계를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의 산물인 전기자동차와 스마트모빌리티, 드론, 로봇, 스마트폰, 노트북의 동력은 배터리이다. 배터리 수명은 이들 기술의 성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가장 많이 쓰이는 배터리가 이차 전지의 일종인 리튬이온(Lithium-ion battery)이다.

리튬이온 전지는 1970년대 빙엄턴 대학교의 스탠리 위팅엄 교수와 엑슨에 의해 개발됐다. 위팅엄 교수는 이황화티탄을 양극으로, 금속 리튬을 음극으로 사용했다. 이후 1980년에 라시드 야자미를 필두로 하는 그르노블 공과대학(INPG)과 프랑스 국립 과학 연구센터의 연구진에 의해 흑연 내에 삽입된 리튬 원소의 전기화학적 성질이 밝혀졌으며, 1985년 세계 첫 상용화에 성공했다.

◆ 리튬이온 전지의 '반환경'적 폐해

리튬이온 전지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리튬이온을 전해질로 쓰고 있는 배터리라고 할 수 있다. 방전 과정에서 리튬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한다. 충전 시에는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다시 이동해 제자리를 찾는 성질이 있다. 

빠른 충전 속도와 에너지 밀도가 뛰어나지만 안전성 확보와 환경오염 방지라는 숙제가 따라 다녔다. 독성이 있는 인화성 물질에 의존한다는 것은 작은 결함으로 인해 기계 장치가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양한 중금속과 유독 전해질이 들어있어 매립처리하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소각 시에 독성가스가 발생하므로 환경 보호 차원에서 반드시 회수 처리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배터리를 빼 놓고는 현대 기술문명을 설명할 수 없기에 관련 연구는 필수이다. 2019년 노벨화학상이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자에게 공동 수여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잘 말해 준다. 

리튬이온이 문명의 이기로 다가온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수 많은 스마트기기와 전기차에 사용된 배터리가 대규모로 쏟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재처리(Reuse / Recycle) 문제와 더불어 환경적으로 안전한 배터리 개발은 너무나 시급한 과제이다. 와이어드가 2010년대를 대표한 신기술로 선정한 테슬라 모델S는 2년 내 출시 10년을 맞이하면서 폐전지 처리 이슈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네이처지에 실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이화여대 과학교육학과,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의 공동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차 리튬이온전지는 2012년 전 세계 약 6억6000만개가 생산됐으며, 그 중 한국은 전체 생산 중 21%를 차지했다. 한국이 배터리 개발에 더 적극적인 이유는 ICT 분야 최전선에 선 기술기업들이 많으며, 삼성과 LG화학, SK이노베이션같은 우량 배터리 기업들도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적이면서도 안전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사진=GETTY IMAGES]
친환경적이면서도 안전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사진=GETTY IMAGES]

◆ 안전한 친환경 배터리 개발 경쟁 본격화

올해 유럽 환경기준 강화를 계기로 친환경배터리 개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존스 홉킨스 응용물리학 연구소(Johns Hopkins Applied Physics Laboratory, APL)의 물리학 연구팀과 메릴랜드 대학 연구원들은 더 안전한 배터리 개발을 위해 5년 전부터 충격이나 물에 강하고, 내화성을 갖춘 상업용 제품을 개발해 왔다.

이번 연구를 이끌고 있는 APL의 수석연구원 콘스탄티노스 게라소풀로스는 폭발하지 않는 배터리를 만드는 비결은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을 가르는 화학적인 전해액에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리튬 이온 전해질은 가연성 리튬 염과 독성 액체가 혼합된 것으로, APL 소재 과학 프로그램 매니저인 제프 마란치(Jeff Maranchi)는 "이는 오늘날의 리튬 이온 화학에서는 재앙을 던지는 비법이나 다름없다"고 그 폐해를 설명했다. 

음극과 양극을 구분하는 투과성 장벽이 무너지면 단락이 생기고 많은 열이 발생한다. 이 모든 열이 배터리의 산소가 풍부한 음극 옆에 있는 리튬이온 전해액과 같은 인화성 물질에 닿으면 화염과 함께 폭발에 이르게 된다. 

APL이 개발한 배터리는 물에 기반한 전해질을 사용했으며 불연성과 비독성 성질을 가지고 있다. APL 팀은 리튬염의 농도를 높이고 전해질을 매우 부드러운 플라스틱과 유사한 폴리머 소재와 혼합함으로써 상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버금가는 수준인 1.2V에서 4V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금까지 본적 없는 이 리튬이온 배터리는 콘택트렌즈처럼 투명하고, 유연하며, 독성이 없고, 불이 붙지 않는다. 또 케이스 없이 야외에서 제조하거나 작동할 수 있었다. 게다가 어떤 종류의 충격에도 견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심지어 유연성을 지녔기에 거의 모든 전자제품 곡면에 적용할 수 있으며, 의류용 섬유와 결합도 가능했다. 뛰어난 견고성 덕분에 자율 수중차량, 드론, 인공위성과 같은 다수의 군사 및 과학 응용 분야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재충전 사이클 수는 풀어야할 기술적 과제이다. 일반적인 스마트폰 배터리는 1000회 이상 재충전할 수 있지만 이 APL 배터리는 100회 주기만 지나면 효율이 떨어진다. 연구팀은 전해질을 미세 조정하는 것으로 그 해결책이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튬이온 전지의 한계 '리튬-황'에서 답 찾다

이러한 배터리 충전 효율과 용량 문제를 해결하는데 리튬-황 배터리가 한 몫 할 것으로 기대된다.  리튬-황 배터리는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전류량이 약 5배 높아 용량이 큰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아 왔다. 최근에는 이 리튬-황 배터리의 수명을 2배 이상 늘릴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으로, 이상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젤 형태의 고체 전해질에 주목했다. 그동안 리튬-황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리튬폴리설파이드라는 부산물이 발생한다. 이 물질이 배터리 음극 표면에 얇은 막을 만들어 배터리 수명이 낮추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간 전지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문제도 우려됐다. 연구팀은 전해질을 고체로 만들어 리튬폴리설파이드가 음극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막는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배터리 내부에 인화성 액체 전해질이 전해지지 않아 불이 붙거나 폭발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만든 리튬-황 배터리는 수명이 기존 방식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APL의 테스트와 같이 다양한 방향으로 여러 번 접거나 펴도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며, 전지에 불을 붙이거나 가위로 잘라도 안전성을 유지했다. 해당 연구 성과는 에너지 분야의 권위있는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 2019년 10월 24일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쟁은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두루 갖춘 제품이 될 것으로 보고 관련 연구는 이미 탄력을 받은 상태다.

 

<관련기사 및 링크>

Scientists Made a Nearly Invincible Lithium-Ion Battery

We Gotta Get a Better Battery. But How?

와이어드 코리아=유재형 기자 yjh@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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