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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나무 열매, 세계 구할 식량으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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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나무 열매, 세계 구할 식량으로 주목
풍부한 열량과 높은 영양분 밀도, 기후 회복성을 갖춘 빵나무 열매는 지구온난화 현상에 대응할 수 없는 세계에서 더 보편적인 주요 재배 작물이 될 수 있다.
By Richard Schiffman, WIRED US

기온 상승 시 열대 지역에서는 농사를 짓기 더 어려워진다. 카리브해와 태평양 도서 국가의 식량 체계는 유독 취약하다. 폭염, 가뭄, 비계절성 강우가 결합한 각종 자연재해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열대지역 도서 국가의 기후변화 여파는 앞으로 10년간 극도로 심각해질 전망이다. 특히, 옥수수, 밀, 콩 등 가장 보편적인 주요 재배 작물을 재배하는 농부의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열에 노출되었을 때 재배가 유리하면서 날씨 변화의 영향이 적은 작물이 한 가지 존재한다. 바로 ‘빵나무 열매’이다. 현재 많은 이들이 빵나무와 빵나무 열매 모두 기후변화가 발생한 미래에도 대규모 재배를 바라는 태평양 도서 국가와 카리브해 원산지에서는 빵나무 열매가 조용히 부활 중이다.

코스탈캐롤라이나대학교(Coastal Carolina University) 지리학자인 러셀 필딩(Russell Fielding) 박사는 “빵나무 열매를 재배하기에 너무 더운 기후 조건은 없다”라고 말했다. 수확률이 가장 높은 열매 중 하나인 빵나무 열매는 다양한 음식을 화려하게 장식할 때 활용하는 울퉁불퉁한 열매가 풍부하게 열리는 잭후르츠(jackfruit)과의 거대한 이파리가 나는 초록색 열매이다.

빵나무 재배 기후 조건을 갖춘 지역은 세계 각지에서 서서히 확장되는 추세이다. 게다가 널리 확산된 뿌리 체계 덕분에 빵나무 열매는 사실상 파괴할 수 없다. 필딩 박사는 빵나무 열매가 허리케인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수면이 계속 상승하는 추세에서 염전이나 염수 근처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는 점은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빵나무는 가장 척박한 토양에서도 안정적으로 풍부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빵나무 열매의 식량화, 열대 지역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미국 일리노이주 기반 비영리단체 트리스댓피드재단(Trees That Feed Foundation)은 거대한 빵나무는 생장이 끝난 뒤 최대 1.3t 상당의 탄소를 고립시킬 수 있다는 계산 결과를 공개했다.

필딩 박사는 “빵나무 열매의 잠재력이 거대하다는 인식에 갈수록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빵나무는 재배 면적당 연간 열량 측면에서 생산성이 가장 뛰어나다. 빵나무 열매 하나로 한 가정에 필요한 열매 전체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바운티호의 반란(Mutiny on the Bounty)’을 본 적이 있다면, 빵나무 열매가 무엇인지 알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상업 선박의 운명적인 여정에서 빵나무 열매를 운송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러나 최근, 외딴 태평양 도서 지역이나 카리브해 국가를 방문한 적이 없다면, 부드러운 알맹이를 뾰족한 겉면으로 감싼 축구공 크기의 초록색 열매를 맛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빵나무 열매는 수확 후 유통 기한이 짧고, 열대지역을 벗어난 국가로는 수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태평양에서 재배가 시작되어 한때 타히티, 하와이, 자메이카 등에서도 재배된 빵나무 열매는 서서히 인류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태평양 도서 지역과 카리브해 국가의 식단은 가공식품과 포화지방, 정제 탄수화물 비율이 높은 서구화된 식단 표준화 추세로 대체되었다. 빵나무 열매는 특별한 맛이 없는 으깬 감자와 시큼한 반죽 빵 사이 맛이 난다. 열매가 익을 때는 벽지 풀처럼 부드럽고 끈적한 느낌이 계속 이어진다. 특별한 매력이 없는 특징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빵나무 열매를 차세대 슈퍼푸드로 본다.

다이앤 라곤(Diane Ragone)은 1980년대부터 빵나무 열매에 열렬한 관심을 보였다. 라곤은 하와이 카우아이섬 연구 및 옹호 단체인 빵나무 열매 연구소(Breadfruit Institute) 명예소장이다. 라곤 소장은 빵나무 열매가 쌀, 옥수수 등 다른 주류 재배 작물보다 영양분이 풍부하고, 미량 영양소, 비타민이 풍부하다. 단백질 함량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사모아의 빵나무 열매 일종인 마아팔라(Ma’afala)는 콩보다 단백질 함량이 더 높다.

빵나무 열매는 재배 속도가 빠른 데다가 확산 능력도 매우 강하며, 비료나 농약이 필요하지 않다. 빵나무 열매 자체에서 자극적인 맛이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식품과 함께 요리하여 먹기 좋다. 탄수화물이 풍부한 빵나무 열매는 수프, 국, 샐러드, 따말레스(tamales), 푸딩, 파이 등 다양한 음식에 추가하여 먹기 좋다. 빵나무 열매는 버진아일랜드 보드카, 자메이카 칩, 바베이도스 크래커, 카리브해식 튀김인 도미니카공화국 토스토네스(tostones) 등 시장에 판매되는 다양한 식품으로 생산되기도 한다.

라곤 소장은 “수십억 명이 기근에 시달린다. 그중 80%는 빵나무 열매가 번식하는 열대 지역 인구이다”라고 말했다. 매년 다시 씨앗을 뿌리면서 재배해야 하는 밭에서 재배하는 작물과 달리 빵나무는 한 번 심으면, 수십 년간 열매를 맺는다. 나무 한 그루당 400파운드(약 181.4kg)가 넘는 열매가 열린다. 빵나무 열매는 지구에서 수확량이 가장 많은 작물 중 하나이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빵나무 열매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재생이 가능하다. 라곤 소장은 바나나, 아보카도, 타로, 생강, 참마 등으로 가득한 하층 식물이 우거진 곳 위에 거대한 잎과 함께 자란 빵나무가 남태평양 언덕 전체를 뒤덮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처럼 혼농임업이 활성화된다면, 재배 식량이 거의 없던 척박한 언덕을 식량 공급을 책임지면서 수백 년 동안 유지가 가능한 울창한 정원으로 가꿀 수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영토 대부분이 삼림 파괴가 된 아이티에서 유망한 식량 재배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빵나무 재배로 언덕을 식량 재배 지역으로 변경하는 데 5~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빵나무 핵심 공급 단체인 트리스댓피드재단 창립자 겸 단장 마리 맥로린(Mary McLaughlin)도 라곤 소장의 견해에 동의한다. 맥로린 단장은 고국인 자메이카와 아이티에서 빵나무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빵나무 열매는 영화 ‘바운티호의 반란’ 속에서 반란을 지휘한 악명 높은 블라이 선장을 통해 카리브해에 도입된 후 아이티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블라이 선장은 생존 후 1793년, 두 번째 빵나무 운송 탐사 여정에 착수했다.) 당시 영국은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재배하여 노예 식량으로 공급할 작물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빵나무는 카리브해 일대에도 확산되었다. 그러나 빵나무 열매는 노예 식량으로 유명해진 탓에 결국에는 지역 주민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주민은 풍부한 식량이 나무에서 떨어져 지상에서 썩거나 돼지 먹이로 전달되도록 두었다.

맥로린 단장은 남편 마이크 맥로린(Mike McLaughlin)과 함께 서반구에서 가장 빈곤하면서도 기근이 극심한 아이티에서 영양분이 풍부한 빵나무 열매가 폐기되는 것을 보고는 탄식했다. 따라서 마이크는 태양 탈수기를 설계하여 빵나무 열매를 분쇄하여 밀가루를 생산했다. 트리스댓피드 재단과 농학자 피에르 모제 루이스(Pierre Moïse Louis)의 도움을 받아 아이티 서남부 항구도시 제레미 인근에 아이티 첫 번째 빵나무 열매 방앗간을 열었다. 이후 방앗간에 빵나무 열매를 공급할 지역 농업 조합이 형성되었다.

맥로린 단장은 “아이티에서의 빵나무 열매 공급 성공 사례는 매우 놀라운 사례이다. 빵나무 열매를 수확하고는 판매하는 현지 여성 공급자를 확보했다. 빵나무 열매는 그동안 생계유지 수단이 없었던 이들에게 소득을 창출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빵나무 74그루 재배 농가 운영자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52세 주민 오리에우스 진 줄스(Orieuse Jean Jules)와 같은 이들은 빵나무 열매로 꾸준히 소득을 창출한다. 줄스는 빵나무가 가족 전체의 생계를 책임지며, 여성으로서 자신의 권리 신장에도 도움이 된 데다가 자녀의 학교 진학에도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줄스는 “빵나무 덕분에 삶이 크게 바뀌었다”라고 전했다.

아이티는 카리브해의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식량 80% 이상은 수입에 의존한다. UN 아이티 자문위원 파브리스 르클러크(Fabrice Leclercq)는 빵나무 열매 밀가루가 아이티의 비싼 밀 수입품을 어느 정도 대체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빵나무 열매 밀가루가 글루텐 프리 빵, 제빵 식품 수요가 높아 수익성이 높은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기를 바란다.

르클러크의 도움으로 빵나무 열매 밀가루는 매달 아이티 공교육 현장에 대량 공급된다. 학교로 전달된 빵나무 열매 밀가루는 수프에도 활용된다. 건강한 간식류와 밀도가 높은 아이티식 스위트 번인 콘파레트(konparet) 등 제빵 식품을 조리할 때도 활용된다. 빵나무 열매는 식량 보급 시기에 아이티 여러 가정의 지속 가능한 식량 보급을 돕기도 했다. 루이스는 “2021년 대지진 이후 대형 창고에 비축한 빵나무 열매를 많은 이들의 식량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빵나무 열매는 아이티 외 다른 열대 지역 도서 국가에서도 경제 기회를 창출한다. 마리솔 비야로보스 리베라(Marisol Villalobos Rivera)는 푸에르토리코에서 남편과 함께 창업한 빵나무 열매 스타트업 아마사르(Amasar) CEO이다. 푸에르코리토에서는 빵나무 열매가 빵을 지칭하는 스페인어에서 유래된 단어이자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절친한 친구를 뜻하는 단어이기도 한 ‘파나(pana)’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다.

비야로보스 리베라는 “푸에르토리코인은 빵나무 열매의 선구자이다. 현재 도미니카공화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 빵나무 열매 섭취 방법과 다른 식품으로 가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라고 말했다. 현재 수상 영광을 누리고, 푸에르토리코에서 판매된 후 미국으로도 수출되는 팬케이크와 와플 믹스 조리법을 포함한 빵나무 열매 식품을 여럿 개발했다.

빵나무 열매는 푸에르토리코에서도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로 밭의 재배 작물 대부분 파괴되었을 당시 다수 이재민의 식량 공급을 책임졌다. 비야로보스 리베라는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지역 플랜테이션 작물로 빵나무를 재배하기 전부터 빵나무 열매를 먹었다. 빵나무는 적응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카리브해 전역이 빵나무로 우거진 미래를 꿈꾼다. 이제 푸에르토리코를 포함한 카리브해 국가가 식량 보안과 식량 주권을 책임질 때이다”라고 말했다.

2024년, 도미니카공화국 정부는 현지 농부에게 빵나무 50만 그루를 기부했다. 자메이카 산림청은 도시에서 식량 공급 자원으로 빵나무를 재배하는 프로그램을 출범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우간다가 농학자 에스파이네토 카미야(Espaineto Kamya)의 빵나무 삼림 플랜테이션 도입 지원과 함께 빵나무를 재배한다.

하와이대학교 마노아 캠퍼스 원시 작물 및 작물 체계 교수 노아 케쿠에와 링컨(Noa Kekuewa Lincoln) 교수는 빵나무 열매는 지난 몇 년간 하와이와 태평양 여러 도서 국가의 재배량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400종이 넘는 빵나무와 빵나무 종류별 다양한 기후 조건 반응을 추가로 연구하여 기후 변화에 따른 가장 이상적인 작물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링컨 교수는 빵나무 열매 재배가 기존 주요 재배 작물의 기후 적응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미국에서는 매년 옥수수 연구 비용으로 거액을 지출하여 기온 상승을 견뎌낼 능력을 높이려 한다. 반면, 빵나무 열매는 이미 기온 상승 적응 능력이 있으며, 같은 열매를 대량 재배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고대 하와이에서 한때 빵나무 열매를 중심으로 조성된 식량 삼림이 기근에 시달리는 남반구 전역의 식량 삼림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링컨 교수는 “빵나무 열매를 재배하면, 대규모 단일 재배 사회에서 벗어나 식품 생산 다양화와 본국 기반, 지역사회 기반 식량 생산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빵나무를 심기만 하면 된다. 빵나무를 심은 뒤 재배하면, 가족 구성원 전체를 먹여 살릴 식량을 사실상 별다른 노력 없이 확보할 수 있다. 링컨 교수는 “대다수 인구가 뒷마당에 식량을 재배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누구나 한 시간을 투자하여 빵나무를 심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Breadfruit Is Here to Save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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