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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엠폭스 확산 추세, 이전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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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엠폭스 확산 추세, 이전과 다르다
세계 보건 긴급 상황의 이면에 있는 엠폭스 유형은 2022년 전 세계로 확산된 엠폭스보다 최대 10배 더 치명적이다.
By David Cox, WIRED US

2023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한때 원숭이두창(mokeypox)라는 이름으로 칭한 엠폭스(mpox) 공중 보건 비상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엠폭스 종결 1년이 조금 넘은 현재 WHO는 엠폭스 확산 현황을 다시 추적하기 시작했다. 2024년 재유행이 시작된 엠폭스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 널리 확산된 엠폭스 유형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 자료 기준 2024년 1월부터 아프리카 대륙 내 엠폭스 감염 건수는 1만 5,000건 이상, 사망 건수는 461건 보고되었다. 특히, 엠폭스 확산이 오랫동안 보고된 콩고민주공화국에서부터 르완다, 케냐, 브룬디, 우간다 등 과거 엠폭스 감염 사례 보고가 전혀 없었던 아프리카 13개국으로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엠폭스 발병 연구를 담당하는 에모리대학교 전염병학 교수 보구마 티탄지(Boghuma Titanji)를 포함한 일부 전문가는 2024년 재유행이 시작된 더 치명적인 엠폭스가 지난 대유행 당시 세계 보건 감시 기구에서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를 나타낸다고 본다.

엠폭스는 2022년 여름 처음으로 대유행 위험성이 경고되었다.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내에서 감염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엠폭스 바이러스가 갑자기 세계 여러 국가로 전파되기 시작한 후의 일이다. 2022년 초반부터 2023년 12월까지 116개국에서 엠폭스 감염 사례 9만 2,783건이, 사망 사례 171건이 보고되었다.

엠폭스 감염 건수가 많았으나 공중 보건 위협이라는 인식은 신속하게 줄어들었다. 티탄지 교수는 “2022년 대유행 당시 발생한 전염 사례 95%는 남성 간의 성관계에서 전염된 사례이며, 다른 감염자와 성적 접촉이나 매우 가까운 곳에서 접촉하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엠폭스 전염 사례에 철저히 집중하여 감염 고위험군 내 백신 접종을 우선순위로 삼았다”라고 설명했다.

부유한 선진국이 밀집한 북반구에서는 자국 내 엠폭스 대유행을 신속하게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티탄지 교수는 엠폭스 바이러스 확산 감시를 늘린 40여 년간 꾸준히 엠폭스 대응을 이어간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엠폭스 대응이 우선순위 목록에서 밀려난 탓에 더 심각한 문제가 되는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널리 확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엠폭스 바이러스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를 ‘클레이드 1(clade 1)’과 ‘클레이드 2(clade 2)’로 칭한다. 클레이드 1은 최고 10배 더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5세 이하 아동과 임신부, 면역 체계가 손상된 환자 등 면역력이 약하거나 형성 단계가 진행 중인 이들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클레이드 1은 2024년 재유행으로 널리 확산된 변이 바이러스 유형에 해당하여 전염병 전문가 사이에서 심각성을 경고하는 상황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HIV 환자 사이에서 발견된 엠폭스 전염 사례는 클레이드 2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피츠버그대학교 의학교수 겸 콩고 전염병 전문의 진 나체가(Jean Nachega)는 “2022년 전 세계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된 엠폭스 바이러스는 클레이드 2이며, 당시 사망률은 1% 미만이었다. 그러나 지금 확산 사례가 보고되는 바이러스 감염 시 사망률은 최고 10%에 이른다”라고 말했다.

2022년 엠폭스 감염 경로는 동성 간 성관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 새로이 등장한 엠폭스 변이바이러스는 초기 성적 관계가 이루어지는 집단 사이를 통해 전파되다가 감염자 가족도 전염되는 등 이전보다 더 널리 전파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7월, 나체가 교수는 다른 전문가와 함께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지역의 작은 광산 마을인 카미투가(Kamituga)에서 시작된 엠폭스 대규모 감염이 성매매업 종사자 사이에서 시작되다가 감염자가 가족을 만나러 고국으로 향하자 인근 국가인 르완다, 우간다, 브룬디 등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된 과정을 담은 연구 논문을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에 게재했다.

나체가 교수는 “카미투가는 광물과 채굴 현장이 밀집한 곳이다. 근로자 상당수는 인근 국가 출신이다. 근로자는 매달 말 급여를 받고는 휴식일 때는 매출부를 찾는다. 이후 본국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난다. 이 때문에 근로자의 고국에서도 엠폭스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라고 설명했다.

나체가 교수는 콩고민주공화국 광부의 행동 방식이 지난 몇 년간 엠폭스 변이 측면에서 유독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본다. 엠폭스 유행은 주로 야생동물에 물이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육류 소비, 엠폭스 바이러스 감염 야생 동물의 서식지와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시골 주민 간 접촉에 따른 대규모 확산 등과 같은 과정에서 확산된다. 그러나 엠폭스 바이러스는 성관계에 따른 전파 외에도 가족이나 감염자의 체액을 접촉한 이들에게도 전파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했다. 결국, 이전보다 훨씬 더 널리 확산되었다.

나체가 교수는 “엠폭스 바이러스는 신종 HIV가 되는 추세이다. 의학 대학 졸업 당시 HIV 대유행이 시작됐다. HIV에 이어 성관계를 통한 전파로 또 다른 대유행병이 발생하는 사례를 원하지 않는다. 지역 단위 클레이드 1 대유행이 전 세계 대유행병으로 이어졌던 2022년과 같은 수준으로 심각해지기 전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2024년 8월 15일(현지 시각), 스웨덴 당국은 클레이드 1 첫 번째 감염자를 공식 확인했다. 감염자는 아프리카 여행 당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엠폭스 추가 확산을 막으려면, 대규모 면역 캠페인 이후 접촉자 추적, 격리, 검사를 결합한 대규모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 기존 백신으로 바이러스 감염과 감염자의 바이러스 추가 확산을 모두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감염 대응은 운송, 재정적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

인구 대다수가 엠폭스에 감염된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지역 내 무장 갈등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브룬디를 포함한 일부 국가는 질병 대응에 필요한 감시 체계를 운영할 자원이 없다. 티탄지 교수는 “1만 5,00여 건에 이르는 감염 사례 중 실제 엠폭스 확진 검사를 받은 사례는 10~20%에 불과하다. 감염 사례가 발견된 국가 대부분 검사 장비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제약사 바바리안 노르딕(Bavarian Nordic)이 엠폭스 감염 예방 효과가 있는 백신을 제조했다. 하지만 엠폭스 위협 퇴치 과정에 백신을 대량 공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염 사례가 보고된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에는 물량당 70~300달러에 이르는 백신 가격 부담이 적지 않은 편이다. 2024년 8월, 바바리안 노르딕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긴급보건 대비 및 준비청(Health Emergency Preparedness and Response Authority)은 아프리카 대륙에 백신 21만 5,000회분을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나체가 교수는 유럽에서 기부하는 백신 물량은 실제 엠폭스 발병을 제대로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백신 물량의 극소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나체가 교수는 “고위험군 사이에서 엠폭스 발병을 막으려면, 콩고민주공화국은 백신 1,000만 회분을 확보해야 한다. 21만 5,000회분은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백신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리며, 백신 비용 부담 문제를 두고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아프리카 내 감염자는 정부 기관이나 자선 단체의 기부가 없다면, 백신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티탄지 교수는 지금까지 확인된 엠폭스 사망 건수와 관련하여 과학적으로 더 중요한 질문의 답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성관계가 바이러스 감염 경로 중 하나로 확인되었으나 바이러스가 지역 사회를 장악한 뒤에는 성관계가 아닌 신체 접촉만으로도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데이터 분석 결과, 엠폭스 감염 사례 70% 이상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보고되었으며, 사망자 85%는 15세 미만 아동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나체가 교수는 “면역력 발달이 진행 중인 아동의 엠폭스 사망률이 높다. 어릴수록 엠폭스 바이러스에 더 취약하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티탄지 교수는 클레이드 1 바이러스 자체가 초기 예상만큼 치명적인가 판단할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클레이드 1 감염자의 사망률이 더 높다는 사실은 클레이드 1 바이러스가 이전보다 더 광범위한 인구 집단에서 감염 사례가 발견되었으며, 보건 복지 시설과는 먼 시골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에게도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는 사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2024년 8월 15일(현지 시각) 기준 미국 내 엠폭스 감염 보고 사례는 없다. 티탄지 교수는 자원 다수가 지역 단위의 대응 노력에 투입된 2022년과 비교하여 선진국에서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엠폭스 확산 문제에 더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티탄지 교수는 “현재 세계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었다. 엠폭스 대유행이 미국에서도 시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is Mpox Outbreak Isn't Like the Last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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