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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현장의 적대적 건축, 다음 올림픽 개최지 모습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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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현장의 적대적 건축, 다음 올림픽 개최지 모습 예고
파리 다리 아래 구역의 마련된 노숙인 수용 공간이 레고와 같은 벽돌 수십 개로 대체되었다. 사회 운동가 단체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개최 지역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By Morgan Meaker, WIRED US

2024년 7월, 파리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파리의 벽화 낙서가 가득한 보행로에 이질적인 조형물이 등장했다. 바로 올림픽 경기 현장인 스타드 드 프랑스(Stade de France)와 파크 드 나치온(Parc des Nations)을 연결하는 오베르빌리에 북부 외곽 지역 다리인 퐁드 스탄스(Pont de Stains) 아래 일렬로 배치된 레고 형태의 거대한 시멘트 블록 40여 개이다.

조형물이 설치된 다리 아래는 노숙자 100여 명이 모인 노숙자 수용 공간이다. 노숙자 다수는 텐트에서 생활하는 이민자이다. 2024년 7월 17일, 파리 경찰이 다리 아래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모든 노숙자에게 퇴거 명령을 했다. 당국이 노숙자와 로마 지역사회 구성원, 이민자, 성매매 산업 종사자 등을 버스에 태워 보르도나 툴루즈 등 다른 도시로 이송한 도시 정화 작업의 일환이었다.

사회 운동가 단체는 당국이 파리의 노숙인 밀집 공간을 정돈하자 텐트가 설치된 자리에 고정된 콘크리트 블록이 대거 설치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노숙자 무리가 언젠가 다시 찾아올 노숙자 수용 공간이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사회 운동가는 노숙자 수용 시설에 새로 설치된 대형 블록을 가장 눈에 띄는 대도시와 기업 차원에서 노숙자가 쉬거나 잘 수 없도록 막을 의도로 설치된 건축물을 의미하는 ‘적대적 건축물’의 예시라고 말한다. 2024년 파리올림픽 개막 기간 소외 집단의 처우 인식 제기 사회 운동 단체인 Le Revers de la Médaille 구성원 앙투안 드 클러크(Antoine de Clerck)는 “적대적 건축물을 이용하여 노숙자를 쫓아내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지만, 유독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더 심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숙인 수용 시설과 불법 점유 공간, 빈민가 형성 추세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숙인이 점유하던 공간을 없애려면, 장기적인 해결 대책을 찾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노숙자가 잠을 자던 곳에 설치된 피크닉 테이블을 설치한 사례 등 파리시가 이전에도 적대적 건축물을 설치한 적이 있지만, 거대한 레고 형태 블록을 적대적 건축물로 설치한 사례는 다른 사례보다 더 논란이 된다. 올림픽이 소외 계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인 전직 축구선수인 줄스 보이코프(Jules Boykoff) 교수는 “거대한 레고 형태 블록을 설치하여 노숙자를 쫓아낸 사례는 처음 접한다. 보통 적대적 건축물은 노숙자를 쫓아낼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미묘한 방식으로 설치된다. 누워있기 불편한 곡선 형태의 버스 벤치가 대표적인 예시이다”라고 설명했다.

보이코프 교수는 거대한 블록이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등 다른 올림픽 개최지에서도 발견된 적대적 건축물 설치의 비교적 포괄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올림픽 개최지에서 노숙자의 쉼터를 없애면서 소외 집단을 쫓아내는 행위는 기자, 작가, 올림픽 관광객 등이 현지 빈곤층의 현실을 마주하지 않도록 하는 작업의 일환이다”라고 전했다.

노숙자 가족의 주거 상태 청원을 돕는 새미 제마운(Samy Djemaoun) 변호사는 파리에서 쫓겨난 노숙자는 프랑스 남부 지역으로 도착해 3주간 대체 수용 시설에서 지낸다고 전했다. 제마운 변호사는 대체 수용 시설 거주나 임시 수용 자격이 없는 이들은 결국 길거리를 배회하게 된다고 전했다. 프랑스 내무부와 오베르빌리에시장 모두 와이어드의 의견 공개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제마운 변호사는 “도시 정화로 노숙인을 다른 도시로 이송하는 정책은 올림픽 개최 목적으로 확립되었다. 국가가 노숙자를 파리시 외 다른 도시의 긴급 주거 시설로 보낸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유럽 노숙자 문제 전문 비영리 단체인 페안차(FEANTSA)는 유럽 전역에서는 15년 사이 노숙자 인구가 두 배 이상 증가한 9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노숙자 인구가 증가한 15년간 사회 운동가 집단은 #HomesNotSpikes, #SoyonsHumains 등 해시태그로 노숙자가 잠을 청할 만한 리옹의 1인용 벤치, 출입구에 설치된 콘크리트 보호 기둥 등의 사례를 기록하면서 적대적 건축물 반대 운동을 꾸준히 진행했다. 적대적 건축물을 논의하는 r/HostileArchitecture 서브레딧에는 적대적 건축물에 분노한 사회 구성원 14만 7,000명이 접속했다.

페안차 정책 관리자 마리아 호세 알다나스(María José Aldanas)는 “노숙 문제를 종결하고자 한다면, 노숙자 모두 특정 장소를 떠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주거 공간에 들어가도록 할 정책에 투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적대적 건축물이 비교적 더 탈이상주의적인 문제로 드러났다.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일부 도시에는 노숙자가 특정 장소에서 눈을 붙이도록 보호 기둥이나 대형 화분 등을 활용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에밀리 로하라(Emily Rauhala) 기자가 X에 공유한 워싱턴DC의 약국 체인 CVS 지점 밖에서 대기한 경험이 온라인 공간에 널리 확산되었다. 로하라 기자는 주변 감시 카메라가 자신을 노숙자가 아닌 행인으로 인식했다는 음성이 들렸다고 전했다.

CVS 대변인 에이미 티볼트(Amy Thibault)는 와이어드의 문의에 CVS는 휴스턴, 댈러스, 시카고, 피닉스, 샌디에이고 등에서 라이브뷰 테크놀로지(LiveView Technologies)라는 기업이 개발한 감시 카메라 기술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라이브뷰 테크놀로지스 최고 기술 책임자 스티브 린제이(Steve Lindsey)는 카메라는 확성기로 자동 음성 안내를 전달하거나 주기적으로 빛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의심스러운 활동 탐지 사실을 알린다고 설명했다.

CVS 외에도 2028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감시 카메라 기술을 배치한 기업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보이코프 교수는 “4년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올림픽 개막 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2024년 파리시에서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노숙자를 쫓아낸 일을 살펴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Olympics' Hostile Architecture Is a Preview of What's to 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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