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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에 등장한 ‘핑크’ 파인애플, 그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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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에 등장한 ‘핑크’ 파인애플, 그 정체는?
식품 과학자팀이 귤과 담배 DNA를 이용하여 익숙한 과일의 맛도 더하고, 인스타그램에 게재할 만큼 아름다운 모습으로 완성했다. 와이어드팀은 독자가 핑크 파인애플의 정체를 자세히 알아볼 일이 없도록 직접 그 정체를 파헤쳤다.
By EMILY MULLIN, WIRED US

필자는 최근, 거주 지역인 피츠버그 지역에 있는 슈퍼마켓 체인인 자이언트 이글(Giant Eagle)에 간 뒤 과일 코너에서 새로운 과일을 발견했다. 바로 분홍색과 짙은 황록색의 조합으로 구성된 박스에 포장된 파인애플이었다. 진열대 앞에 게재된 사진 속 파인애플 단면은 장밋빛 색상이었다. “정글의 보석”이라는 문구로 슈퍼마켓에서 홍보한 과일의 정체는 미국 식품 대기업 델몬트에서 내놓은 핑크글로우 파인애플(Pinkglow pineapple)이다. 가격은 평범한 노란색 파인애플보다 2배 이상 더 비싼 9.99달러이다.

필자는 핑크글로우 파인애플을 장바구니에 담고 스마트폰을 꺼내 함께 식사를 즐길 친구와 파인애플 사진을 공유했다. 필자는 파인애플 색상이 유전자 변형으로 완성된 색상이라고 언급했다. 파인애플이 담긴 박스에 “생명공학을 통해 생산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제품”이라는 라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공유한 사진을 본 친구들 중 아무도 유전자 변형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슈퍼볼 파티에 핑크 파인애플을 내놓자 파티에 참석한 친구들 모두 색상을 보고 놀라면서 연신 감탄하다가 이내 파인애플을 먹기 시작했다. 핑크 파인애플은 평범한 파인애플보다 과즙이 풍부하면서 신맛이 덜했다. 또한, 핑크 파인애플은 파인애플의 상징과도 같은 왕관 형태의 껍질이 잘린 모습이라는 차이점도 있었다. 핑크글로우 파인애플로 콜럼버스의 미 대륙 발견 전 멕시코에서 파인애플 껍질로 만든 발효 음료인 수제 테파체(tepache)를 만든 친구도 있었다.

미국 슈퍼마켓에서 오렌지 콜리플라워와 흰색 딸기가 흔한 시대에 노란색이 아닌 파인애플은 독특한 존재인 듯하다. 핑크 파인애플이 이제서야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많은 색상 중 분홍색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핑크 파인애플을 보자마자 친구와 사진을 공유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프레쉬 델몬트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 겸 연구개발 및 농업서비스 전무 한스 소터(Hans Sauter)에게 위의 내용을 질문하자 소터는 핑크 파인애플의 간략한 역사를 설명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필자와 마찬가지로 파인애플이 항상 달콤하면서도 태양 빛을 띠는 과일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이전의 파인애플은 지금의 파인애플과 맛과 색상 모두 달랐다. 과거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던 파인애플의 모습은 초록색 껍질에 옅은 노란색 과육이 있었으며, 단맛보다는 신맛이 더 강했다. 신선한 파인애플 구매는 일종의 도박이었다. 소터 전무는 “1990년대에는 파인애플의 겉모습만 보고 익은 파인애플인지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당시 소비자는 주로 통조림에 담긴 파인애플을 소비했다. 통조림에 담긴 파인애플을 보고 구매 후 먹을 과일을 신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통조림에 담긴 파인애플에 설탕을 첨가하면서 단맛을 더하고, 맛과 색상이 더 일정한 상품을 완성했다.
 
[사진=Del Monte® Pinkglow™ X]
[사진=Del Monte® Pinkglow™ X]

1996년, 델몬트는 ‘델몬트 골드 엑스트라 스위트(Del Monte Gold Extra Sweet)’를 출시했다. 당시 시장에 출시된 파인애플보다 비교적 노란색 과육이 많고, 산도가 적은 파인애플이었다. 이후 파인애플 매출이 치솟고, 소비자의 파인애플 맛에 대한 기대가 영구적으로 바뀌었다. 델몬트가 출시한 골드 파인애플의 인기는 과일 식품 경쟁사인 돌(Dole)이 자체 개발 변종 파인애플을 출시하면서 전 세계 파인애플 논쟁으로 이어졌다. 델몬트는 돌이 자사의 델몬트 골드 엑스트라 스위트 개발 공식을 도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양사의 법정 다툼은 법원의 중재로 끝났다.
 
“핑크 파인애플은 소셜 식품이다. 타인은 보유하지 않은 것을 널리 뽐내면서 타인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식품이기도 하다.”

소터 전무는 델몬트가 골드 파인애플의 성공과 함께 소비자에게 파인애플의 매력을 더할 새로운 파인애플 생산 방법을 모색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파인애플 재배 진행 과정은 느린 속도로 진행된다. 파인애플 하나가 완벽하게 익을 때까지 최소 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델몬트는 골드 파인애플 출시 전 파인애플을 소비자가 바라는 특징을 갖춘 다른 요소와 품종간교배를 하는 과정에 30년을 투자했다. 소터 전무는 새로운 파인애플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30년 이상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조건을 고려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2005년, 유전자 변형으로 전략을 변경하게 되었다.

소터 전무는 당시 델몬트는 자체적으로 핑크 파인애플을 생산할 준비를 하지 않았으나 다수 소비자가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과일에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아사이볼과 석류주스를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식품으로 언급할 수 있다.) 파인애플은 항산화물질 함유량이 높은 붉은 빛이 강한 분홍색 색소인 리코펜(lycopene)을 자연스럽게 노란색 색소인 베타카로틴(beta-carotene)으로 변환할 수 있다. (리코펜은 토마토와 수박의 색상을 부여하는 색소이기도 하다.) 색상 변화 과정을 막는다면, 분홍색 과육과 함께 항산화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델몬트는 파인애플 전담 연구팀을 꾸려 분홍색 과육을 살리면서 항산화 수준이 높은 파인애플을 개발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연구팀은 파인애플 유전자 세 가지를 변경했다. 연구팀은 파인애플에 귤의 DNA를 주입하여 리코펜 함량을 높였다. 또, RNA 분자 간섭으로 파인애플 자체 리코펜 색상 전환 효소를 제거했다. RNA 간섭 과정은 파인애플의 산도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RNA 간섭은 유전자 변형 북극 사과의 갈변 현상을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델몬트는 특정 제초제 저항성을 부여하는 담배 유전자를 추가했다. 그러나 델몬트 관계자는 연구팀이 담배 유전자를 주입한 것은 단순히 다른 유전자 변형 효과를 확인할 목적이었을 뿐, 제초제를 생성 목적으로 이용할 계획은 없었다고 밝혔다.

핑크글로우 파인애플 홈페이지 공식 웹사이트에는 유전자 변형 정보가 언급되지 않았다. 소터 전무도 필자의 유전자 변형 과학과 관련된 질문은 빠르게 넘겼다. 필자는 핑크글로우 파인애플 개발 공식 관련 특허 출원서미국 식품의약청에 제출된 서류를 바탕으로 유전자 변형 상세 과정을 확인했다. (핑크글로우 파인애플은 폐기물을 줄일 의도로 왕관 모양의 파인애플 꼭지를 자른 채로 판매된다. 파인애플 꼭지 제거가 델몬트의 지식재산권과 높은 수익성을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유전자변형사회 연구소 수석 연구 펠로인 크리스 커밍스(Chris Cummings) 연구원은 공식 웹사이트에 유전자 변형 정보가 없는 것이 의도적인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커밍스 연구원은 “핑크글로우 파인애플이라는 특정 제품으로 어느 정도 마케팅 차별화 전략을 펼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델몬트는 초기에 핑크글로우를 SNS 이전 시대에 항산화 과일의 대표 주자로 홍보하는 것을 바랐으나 시대에 따라 파인애플 광고 전략을 변경했다. 델몬트 측은 핑크글로우 파인애플의 건강 이점을 일절 주장하지 않는 대신 인스타그램에 공유할 만한 모습을 홍보한다. 핑크글로우 공식 웹사이트에는 “많은 소비자가 추구하는 핑크 파인애플 사진으로 친구와 팔로워의 부러움을 살 수 있다”라는 문구가 작성되었다. 웹사이트에서는 럼주에 적신 핑크글로우 쇼트케이크 조리법과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지 않은 수제 핑크글로우 아이스크림 조리법, 핑크글로우 파인애플 코코넛 크럼바 조리법을 찾아볼 수 있다. 델몬트는 2020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핑크글로우 파인애플을 “맛있는 디저트와 함께 축제 파티 칵테일 제공하고자 하는 주인에게 완벽한 과일이자 앞으로 모든 것을 보유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필자가 슈퍼마켓에서 핑크 파인애플을 장바구니에 바로 넣은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36세 밀레니얼 세대 여성인 필자에게 확실히 홍보 전략이 성공적이었다.

커밍스 연구원은 “핑크 파인애플은 소셜 식품이다. 타인은 보유하지 않은 것을 널리 뽐내면서 타인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식품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델몬트의 마케팅 전략이 효과가 있는 듯하다. 프레쉬 델몬트 프로듀스는 2024년 2월, 실적 발표 현장에서 핑크 파인애플 수요가 높았으며, 2023년도 매출이 1년 사이 약 2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델몬트는 핑크글로우 파인애플 이외에도 최근, 델몬트 골드 엑스트라 스위트보다 단맛이 더 강한 허니글로우(Honeyglow) 파인애플과 허니글로우 파인애플의 초소형 버전인 프리셔스 허니글로우(Precious Honeyglow) 파인애플, 델몬트의 삼림 면적 때문에 외부 기업의 탄소중립 인증을 받은 델몬트 제로(Del Monte Zero) 파인애플도 출시했다. 2024년에는 핑크 파인애플 출시 범위를 넓히고자 한다. 또한, 중국 시장에서는 붉은색 껍질과 노란색 과육을 특징으로 한 럭비글로우(Rubyglow) 파인애플을 출시했다.

국제 신선 농산물 협회(International Fresh Produce Association) 최고 전략 책임자 로렌 스콧(Lauren Scott)은 “소비자는 혁신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스콧은 핑크글로우 파인애플을 파인애플의 관심도 형성 사례로 본다. 또, 핑크글로우 파인애플이 2011년 당시 솜사탕과 비슷한 맛으로 큰 인기를 얻은 코튼캔디 포도(Cotton Candy grape)와 비슷하다고 본다.

핑크글로우 파인애플이 인기를 유지한다면, 소비자의 유전자 변형 작물 인식 전환의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유전자 변형 옥수수와 콩은 소비자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점이 되는 제초제에 더 강한 작물 재배 목적으로 생성되었다. 반면, 핑크 파인애플의 주된 유전자 변형 목적은 재미와 아름다움이다. 코트니 웨버(Courtney Weber) 코넬대학교 원예학 교수는 “유전자 변형 식품의 경각심이 서서히 줄어드는 듯하다”라고 전했다.

핑크 파인애플 생산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명공학 개입 수준이 더 증가할 수도 있는 소비자가 미래 식품 체계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식품에 해당할 수도 있다. 보니 에스테스(Vonnie Estes) 국제 신선 농수산 협회 부사장은 “핑크 파인애플과 같은 식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좋아한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유전자 변형 식품이 등장하게 되어 기쁘다”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핑크 파인애플처럼 흥미를 목적으로 한 유전자 변형 식품을 세계 변화에 적응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진정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미래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건조해지고,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한 질병과 병충해가 가득한 세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만족스럽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WTF Is With the Pink Pineapples at the Grocery 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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