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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거짓 정보 작전, 슬로바키아 피격 사건은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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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거짓 정보 작전, 슬로바키아 피격 사건은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려
X와 텔레그램, 러시아 국영 언론 전반에 걸쳐 협력에 따라 진행되는 듯한 거짓 정보 작전은 우크라이나가 로버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암살 시도를 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
By DAVID GILBERT, MORGAN MEAKER, WIRED US

2024년 5월 15일(현지 시각), 로버트 피초(Robert Fico) 슬로바키아 총리 피격 소식이 속보도 보도되자 러시아 국영 언론사, 지지도가 높은 친러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X(구 트위터) 봇 계정 등이 개시한 광범위한 영역에서 진행된 러시아 거짓 정보 작전으로 우크라이나가 슬로바키아 총리 암살을 시도했다는 거짓 정보를 일제히 유포했다.

피초 총리는 핸들로바(Handlová) 마을에서 정부 회의 후 지지자와의 만남 도중 괴한이 발사한 총알 5발에 맞았다. 온라인에는 어느 한 남성이 피초 총리 앞에서 총을 들고 잔디를 밟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확산되었다. 피초 총리의 수술이 진행된 반스카 비스트리차 병원장인 미리암 라푸니코바(Miriam Lapunikova) 원장은 2024년 5월 17일(현지 시각), 기자단을 향해 “현재 피초 총리는 안정된 상태이지만, 여전히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용의자는 아마추어 시인으로 활동 중이면서 연금을 수령하는 71세 노인으로 밝혀졌다. 페이스북에 게재된 후 로이터 통신이 사실을 검증한 영상 속에서 용의자는 슬로바키아 공영 방송사와 판사를 향한 공격을 반대한다고 외쳤다. 그는 “정부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2024년 5월 16일 아침(현지 시각), 경찰은 용의자를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했다. 피초 총리를 겨냥한 총격 이전까지 유럽에서는 20년 넘게 정치계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암살 시도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 피초 총리 피격 이전 유럽에서 마지막으로 발생한 정치인 피격 사례는 2003년, 베오그라드에서 사망한 조란 잔지치(Zoran Djindjic) 당시 세르비아 총리 암살 시도 사건이었다.

피초 총리 피격 직후 용의자 신원이 공식적으로 공개되기 전에도 러시아 정부가 시행한 조직화 거짓 정보 유포 작전은 러시아 정부가 유럽의 깊은 정치적 분열을 어느 정도까지 악용할 준비가 되었는가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후 세계 각국의 우익 인사는 러시아 정부가 주도한 거짓 정보 유포 작전을 따라 우크라이나의 피격 개입설을 강조한 것은 물론이고, 공격 배후 의혹을 두고 더 노골적인 음모론을 펼치기도 했다. 슬로바키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지만, 분열을 초래한 연속 선거 유세운동으로 슬로바키아 내 우크라이나 반대 정서를 자극한 시점에 거짓 정보가 유포되었다.

러시아 거짓 정보 작전의 핵심 부분에는 인증되지 않은 도플갱어(Doppelganger) 네트워크와 관련성을 지닌 봇 계정도 있다. 도플갱어 네트워크는 피초 총리 피격을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분명하게 보였으나 주장의 신빙성을 더할 증거는 없다. 도플갱어 계정 중 하나는 X에 피격 당시 영상과 함께 “우크라이나 테러 조직이 투입한 남성이 공격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계정은 수년간 거짓 정보 작전을 추적한 익명의 러시아 연구원 단체인 Antibot4Navalny의 조사를 통해 도플갱어 네트워크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정부와 관련성이 있는 도플갱어 거짓 정보 유포 작전은 지난 몇 달간 미국인은 물론이고 유럽인을 거짓 정보 유포 대상으로 삼았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 미국 대학가 내 가자지구 전쟁 항의 시위 사태를 두고 분열의 씨앗을 심는 데 일조했다. 2023년 6월, 프랑스 정부 산하 거짓 정보 퇴치 작전 전담 기관은 도플갱어 네트워크를 두고 러시아가 평화 민주주의 논쟁을 해칠 분열을 구축하는 전략의 일환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도플갱어 네트워크는 국영 언론도 포함된 러시아 거짓 정보 부대가 추진하는 포괄적인 거짓 정보 작전의 일부분이다. 러시아 언론 기관의 피초 총리 피격 사건 대서특필 보도 내용은 피초 총리가 우크라이나 지지를 반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느 한 기사는 해당 국영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우크라이나 원조 비판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권리를 옹호하는 발언 수십 개를 나열한 사실도 강조했다.

러시아투데이(Russia Today) 수석 에디터 마가리타 시모니안(Margarita Simonyan)은 한술 더 떠서 개인 텔레그램 채널에서 피초 총리 피격을 두고 우크라이나를 비판했다. 시모니안은 개인 채널에 “슬로바키아 총리가 부상을 당했다. 슬로바키아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신나치주의가 기승을 부리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슬로바키아 총리 공격이 개시된 과정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거짓 정보 작전 추적 기업 로지컬리(Logically)는 러시아어 메시지를 작성한 친러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100개 이상을 평가한 뒤 모두 러시아를 지지한 피초 총리의 태도가 암살 시도 동기였다는 주장을 펼치는 동시에 서양 언론에서는 피초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피습을 합리화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독자 120만 명을 보유한 군사 블로거 미카일 즈빈추크(Mikhail Zvinchuk)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은 피초 총리 공격에서 우크라이나의 흔적이 등장할 확률이 높다는 주장을 게재했다. 해당 게시글은 조회 수 30만 회를 돌파했다. 마리아 자카로바(Maria Zakharova)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의 공식 텔레그램 채널은 피초 총리가 러시아의 친구로 유명한 인물이라는 글이 게재되었다.

카일 월터(Kyle Walter) 로지컬리 연구국장은 와이어드에 “러시아어 채널과 러시아 거짓 정보 작전 모두 피초 총리 암살 시도를 이용하여 서양이 친러 정치인을 겨냥한 폭력을 지지한다는 새로운 주장을 유포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도미니카 하주(Dominika Hajdu) 국책연구소 글로브섹(Globsec) 정치국장은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 참석하며, 피초 총리 암살 시도를 우크라이나와 연결하여 게재한 X 게시글 대부분 슬로바키아어가 아닌 영어로 게재된 점에 주목했다. 하주 국장은 “암살 시도 후 SNS에서 암살 시도가 우크라이나나 러시아와 연결되었다고 주장하는 게시글 중 슬로바키아어로 게재된 글은 단 한 건도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게시글이 영어로 게재된 점은 슬로바키아인이 아닌 세계 여러 국가의 대중을 거짓 정보 유포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피초 총리에서는 오스트리아와 우라이나 사이에 국경을 맞댄 영토가 작은 유럽연합 회원국인 슬로바키아 내에서 논란이 있는 인물이다. 친러 인사로 알려진 59세 피초 총리는 2023년 10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철회를 촉구하면서 성 소수자 혼인을 절대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유세운동 이후 3선에 성공했다. 피초 총리의 스메르-SD(Smer–SD)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자 슬로바키아의 부패방지 기관을 폐쇄했으며, 시민 권리 단체 단속과 언론의 자유 제한으로 비난을 받았다.

소나 무지카로바(Sona Muzikarova)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 중부유럽 및 동유럽 전문 수석 펠로는 “현 정부 지지자의 일반적인 특징은 주로 시골 지역 주민이면서 보통 고령 유권자인 데다가 경제적 성공으로 전환하는 상황에 별다른 감흥이 없는 이들이다”라며, “현 정부 지지자의 반대 세력은 주로 진보주의 성향이 강하면서 깨어 있는 편이면서 유럽연합과 서양 세계를 지지하는 도시 지역 출신 유권자이다”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이 강할수록 2018년, 잔 쿠치악(Ján Kuciak) 기자와 그의 약혼녀 마르티나 쿠스니로바(Martina Kušnírová) 살인 사건을 계기로 발생한 대규모 시위 이후 사임하면서 마지막 임기가 끝난 피초 총리의 업적에 만족하지 않는다. 쿠치악 기자는 정부 부패 관련 기사를 보도했던 인물이다.

무지카로바 연구원은 “피초 총리는 민주주의 절차를 받아들였으나 여전히 피초 총리와 같은 인물이 슬로바키아 정부를 다시 이끄는 것에 큰 불만을 품는 유권자 집단도 많다”라고 전했다.

하주 국장은 정치적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는 슬로바키아 내 연속으로 예정된 선거 유세 일정 때문에 악화되었다고 전했다. 2023년 10월 슬로바키아 의회 선거 후 2024년 4월,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거짓 정보가 중요한 특징이 되었다. 의회 선거에서 피초 총리에 맞선 후보는 오디오 딥페이크 공격 대상이 되었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SNS와 친러 성향을 지닌 웹사이트에서 거짓 정보가 확산되었다. 하주 국장은 “정치 유세 운동이 계속 이어지면서 논쟁이 과열되고, 혐오가 확산되었다”라고 전했다. 이제 슬로바키아에서는 2024년 6월 초로 예정된 유럽연합 선거에 앞서 또 다른 정치 유세 운동이 진행 중이다.

슬로바키아 내 피초 총리 우호 세력은 암살 시도를 정치적 동기에 따른 공격이라고 칭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공격의 원흉을 진보 성향의 언론 탓으로 돌렸다. 마투시 슈타이 에슈토크(Matúš Šutaj-Eštok) 내무장관은 암살 시도 용의자가 최근 대통령 선거 이후 과격해진 단독범이라고 설명했다. 슈타이 에슈토크 장관은 용의자가 경찰 조사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공급 중단 결정은 물론이고 특수 검찰 사무실 폐지, 국영 서비스 방송사 개혁 등 피초 총리의 정책과 관련한 정치적 동기로 암살 시도를 했다고 진술한 점에도 주목했다.

각종 음모 세력이 음모 서사를 유포하고자 용의자의 암살 시도 동기에 편승했으며, 이내 러시아 거짓 정보 유포 작전을 넘어선 범위에서도 거짓 정보가 확산되었다.

인지도가 높고, X의 유료 구독 서비스로 인증되어 직접 게재한 콘텐츠로 수익화할 수 있는 계정 다수는 즉시 총격과 관련하여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으며, 대부분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마구 유포했다. 다수 계정이 피초 총리 총격이 피초 총리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견해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존 스콧-레일톤(John Scott-Railton) 시티즌랩(Citizen Lab) 수석 연구원은 X에 “트위터는 피초 총리 피격과 관련된 쓸모없는 거짓 정보의 늪이 되었다. 피초 총리의 이름을 검색하면, 검색 결과 최상단에서 주로 모순되는 음모론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사실 검증이 되고, 타당한 근거를 함께 제공하는 정보를 찾는 행운이 오기를 바란다”라고 게재했다.

피초 총리가 세계보건기구(WHO)와 WHO의 코로나19 정책 강경 비판론자라는 점에서 백신 음모론 세력과 관련 텔레그램 채널은 코로나19 백신 반대 입장이 총격 피해 원인이라는 서사를 서둘러 유포했다. 음모론자 집단의 X 계정은 피초 총리의 총격 피해를 두고 유대인과 미국 중앙정보국(CIA), 이슬람 신자 등 다양한 세력을 탓했다.

피초 총리가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다수 연구원은 유럽에서 정치인을 겨냥한 공격이 흔한 일이 되는 추세라는 점에 주목했다. 미란 니치(Milan Nič) 독일외교관계위원회(German Council of Foreign Relations) 중부유럽 및 동유럽 전문 연구원은 “정치인을 겨냥한 공격은 슬로바키아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4년 5월, 독일 집권 여당인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 의원 두 명을 겨냥한 별도의 공격이 발생했다. 독일 경찰은 극우 정당인 AFD 소속 정치인 두 명도 공격을 당해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도날드 투스크(Donald Tusk) 폴란드 총리는 X를 통해 피초 총리 피격 이후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니치 연구원은 “좌절감과 분노가 쌓이고, SNS에서 강조되는 시대에 상황은 갈수록 혼란스러워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Russian Disinfo Campaign Blames Ukraine for Shooting of Slovakia’s Prime Mini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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