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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예방 가능한 ‘이 백신’, 소년 생명 구하기는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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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예방 가능한 ‘이 백신’, 소년 생명 구하기는 부족해
HPV 백신을 적정 연령에 접종하도록 관리한다면, 여러 암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가의 많은 소년이 HPV 백신에 접근할 수 없다.
By GRACE BROWNE, WIRED UK

HPV 백신이 의학의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런던 위생 및 열대 의학대학 백신역학 교수 마크 지트(Mark Jit)는 “HPV 백신은 계속 주어지는 선물과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HPV 백신이 암 예방 기능을 지원하는 유일한 백신일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더 나은 백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HPV 백신은 2010년대 중반 개발과 보급이 이루어진 뒤 자궁경부암 발병을 예방하는 놀라운 능력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11년 동안 HPV 백신 미접종자보다 접종자의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87%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젠가 모든 암 질환을 막는 데 뛰어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만 예방하는 것이 아니다. HPV 백신은 두경부암, 질암, 항문암, 음경암 등 여러 암 질환 예방 효과는 물론이고, 생식기 사마귀 예방 효과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백신 자체는 남성과 여성 모두의 암 발병을 예방할 수 있으나 전 세계 국가 2/3는 소년과 성인 남성이 접종할 HPV 백신 공급량이 부족하다. 남성의 HPV 백신 접종량이 부족한 곳에서는 백신 접종 자격이 있는 이들 중 절반이 생명을 구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HPV 백신 접종 효과를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비싼 HPV 백신 보급이 처음 준비되었을 당시 고위험군인 9~14세 소녀를 대상으로 접종 지원을 할 준비가 되었다. 하지만 10년 넘게 HPV 백신 접종 지원을 시작하면서 백신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같은 시기 성별과 상관없이 HPV 백신을 접종하도록 장려하는 광고의 혜택도 누리게 되었다. 배스대학교 수학 생물학자 키트 예이츠(Kit Yates)는 “사회적 정의와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HPV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성이 HPV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면 위험성이 존재하며, HPV 감염 예방 부담을 여성과 남성 모두 짊어지지 않고 여성의 감염 예방 부담만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균일하지 않은 백신 공급은 지난 몇 년간 이어진 백신 보급 범위 확대의 장벽이 되었다. HPV 백신 접종 자격이 있는 집단 범위 확대와 함께 백신 수요가 증가했다. 백신 제조사는 수요를 맞출 수 없었다. 게다가 큰 압박이 있었다. 빈곤국에서는 HPV 백신 접종을 제대로 지원할 수 없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백신 공급량이 다시 급격히 증가했다. 또, 2022년에는 세계 최대 백신 제조국인 인도산 HPV 백신이 출시됐다.

또, 최신 연구를 통해 HPV 백신은 단 한 차례만 접종해도 된다. 즉, 보통 2차례 접종해야 하는 HPV 백신 접종 관리 수준을 절반으로 줄이고, 국가 차원의 백신 보급 과정에서 백신 접종자 수를 두 배 늘리도록 한다. 지트 교수는 “이제 HPV 백신 접종이 필요한 또 다른 인구 집단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해야 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매우 흔한 질병
HPV는 누구나 성적 접촉으로 감염될 수 있다. HPV 보균자 80~90%는 생애에 걸쳐 언젠가는 감염될 수 있다. 보통 피부 간 접촉이 감염 경로가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감염된 적이 없다면, HPV 감염 변수가 있다. 다행히도 대다수 HPV 보균자는 HPV의 영향을 심각한 수준으로 받지 않는다. HPV 보균자라도 평생 어떠한 증상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극소수 보균자에게는 심각한 암 발병 위험성이 있다. HPV 200여 종은 암 발병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HPV는 신체에 잠입하여 자체적으로 개체를 복제하는 세포에 기생한다. 대다수 감염 사례는 확실하지 않으므로 1~2년 이내로 HPV를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간혹 끊임없이 감염되는 HPV 종류는 오랫동안 인체에 존재하면서 정상 세포를 치료하지 않으면 암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정상 세포로 바꾼다.

매년 전 세계 HPV 관련 암 진단 환자 수는 7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대다수 HPV 관련 발암 사례는 매년 사망자 수 약 34만 명을 기록하는 암 질환이자 여성이 가장 흔하게 앓는 암 질환인 자궁경부암 발병 사례이다. 자궁경부암 발병 사례 대부분 HPV가 원인이 된다. 하지만 각종 암 질환 중 1/4 이상은 남성이 보유한 HPV와 관련이 있다.

그동안 HPV 감염은 여성의 문제라는 인식이 있었다. 다수 학자는 이를 ‘HPV의 여성화’라고 칭했다. HPV의 여성화는 여성이 남녀 성관계의 생식 건강을 책임진다는 생각이 더 깊이 고착화되도록 하면서 여성이 남성에게 HPV를 옮긴다는 낙인을 더했다. 초기 HPV 백신 임상시험은 여성 피실험자만 모집한 상태에서 진행되었으며, 백신 홍보도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과 젊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기존 연구 방식을 분석한 결과를 다룬 결과를 발표한 국제 학술지 란셋(The Lancet)의 어느 한 최신 연구 논문은 남성의 성기 HPV 감염이 얼마나 보편적인가 추산하였다. 여성의 성기 HPV 감염 통계는 널리 확산되었으나 남성의 감염 현황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연구팀은 길에서 임의로 선정한 남성 세 명 중 한 명꼴로 HPV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남성이 HPV를 대거 보유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HPV 보균자인 남성은 물론이고 성관계 상대의 HPV 감염 위험을 유발한다는 의미이다.

또, 남성의 발병 사례가 더 흔한 HPV 관련 암 발병은 진단 사례가 훨씬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경부암 예방 목적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궁경부암 광고와 달리 음경암이나 두경부암, 항문암 정기 검사는 없다. 세 가지 암 모두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진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구강 성관계가 증가한 탓에 감염 사례가 증가한 후두암은 급속히 확산된 전염병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HPV가 원인이 된 두경부암 발병 사례가 가장 만연한 HPV 관련 질병인 자궁경부암 발병 사례보다 더 많다.

소녀만 HPV 백신 접종 지원 대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경제적 주장은 남성이 집단 면역을 통해 HPV 백신을 접종한 여성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면서 백신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는 논리에만 의존한다. 그러나 여성의 HPV 백신 접종으로 남성까지 집단 면역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은 이성애 중심적인 관점에서만 펼친 주장이다. 동성 성교를 한 남성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HPV 백신 접종 운동으로 누릴 수 있는 효과가 훨씬 더 적다. 게다가 HPV 감염 위험성이 더 높다. 물론, 여성이 HPV 백신을 접종한다면, 남성의 HPV 감염률이 감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HPV 감염 예방 초기 모델이 제시한 바와 같이 이성 간 성관계만 고려할 때 감염 효과는 다소 과장된 것이다.

백신 접종 광고 제작
전 세계 보건국은 지금도 여성만 HPV 백신 접종 메시지 전달 대상으로 포함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HPV 백신 접종 일정 권고는 전 세계 소녀 90%가 15세 이전에 백신 접종을 마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제시한다. WHO는 빈곤국과 중간 소득 국가의 여성 집중 백신 접종 광고가 지금도 비용 효율성이 가장 뛰어난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국가는 HPV 백신 접종 관련 연구에 집중하고는 소년도 백신 접종 계획 대상에 포함했다. 호주는 2013년부터 소년도 HPV 백신 접종 대상으로 포함했다. 이후 영국,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아일랜드, 캐나다 등 여러 국가도 호주의 선례를 따랐다.

HPV 백신 보급 목표로 포함된 대상은 HPV 백신 접종 관련 문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HPV 백신 접종률은 불신과 망설임 때문에 증가하지 못했다. HPV 백신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데이터가 공개된 후에도 HPV 백신 부작용 우려가 지금도 백신 접종률이 낮은 주된 원인으로 확인됐다. 2021년 발표된 어느 한 연구 논문은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에 미국 부모 중 약 80%가 안전 문제를 언급하며, 자녀가 HPV 백신 미접종자로 남도록 선택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게다가 백신 접종을 주저하지 않는 부모 사이에서도 HPV 백신 접종 시 HPV 감염 관련 암 발병 위험에서 안전하다는 이유로 추후 자녀가 성관계를 자주 할 가능성을 우려하여 HPV 백신 접종 지원을 주저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PV 백신은 개인이 성적 활동을 하기 전 관리할 때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 따라서 HPV 백신 접종 운동은 보통 11~12세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다수 연구를 통해 HPV 백신이 10대의 성 관련 활동 참여 확률을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발표된 또 다른 연구 논문은 HPV 백신 접종 연령에 해당하는 전 세계 소녀 중 백신 접종을 마치고 면역력을 완벽히 갖춘 소녀의 비율은 15%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HPV 백신 접종을 마친 소년의 비율은 단 4%로 집계됐다.

HPV 백신은 세계 곳곳에 전혀 골고루 보급되지 않았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HPV 백신 접종 진전 상황이 정체되었으나 빈곤국의 백신 접종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WHO의 전 세계 소녀 HPV 백신 접종률 90% 달성이라는 목표를 향한 진전 속도는 둔화되었다. 지트 교수는 WHO가 장기 계획 책임을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트 교수 연구팀은 전 세계의 HPV 백신 접종 전략에는 최근 들어 퇴치에 성공한 두창과 같은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전 세계는 1980년 대규모 백신 제조 노력 이후 최근 들어 공식적으로 대규모 접종이 지원된 두창 바이러스 감염 예방 접종자 수가 충분할 때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퇴치 전략을 펼쳤다.

지트 교수는 “전 세계 인구가 평생 백신 접종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돼야 한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더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백신을 다시 접종할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is Vaccine Protects Against Cancer—but Not Enough Boys Are Getting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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