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드디어 100년 넘게 갈망하던 공중보건 수단을 갖추었다. 바로 말라리아 백신 접종 아동 2/3가 치명적인 질병 발현을 겪지 않도록 보호할 신뢰할 수 있는 말라리아 백신이다.
사실, 전 세계가 이미 알려진 질병인 말라리아 감염 보호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백신 두 가지가 존재한다. 2023년 10월 2일(현지 시각), 세계보건기구(WHO)는 옥스퍼드대학교와 인도 세럼연구소(Serum Institute of India)의 R21/Matrix-M라는 백신 제조 공식을 권고했다. 그에 앞서 연구팀은 R21/Matrix-M 백신의 말라리아 감염 예방 효과가 68~75%라고 발표한 논문 발표 예고 글을 게재했다. (연구 논문은 아직 동료 심사 단계가 진행되지 않았다.) 말라리아 감염 보호 효과 55%를 달성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GSK)의 RTS,S/AS01라는 별도의 백신 배포 3개월 뒤의 일이다. WHO는 2021년 10월, RTS,S/AS01 제조 공식을 승인했다.
RTS,S는 아프리카 대륙 12개국에 배포되기 시작했다. 몇 차례 규제 단계를 거친 뒤 R21 백신은 2024년 중으로 정식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와 함께 열대 지역 국가 아동의 말라리아 생존율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지금까지 말라리아를 불완전한 수준으로 퇴치하는 데 그쳤던 침대 망 설치와 같은 기존 말라리아 감염 예방 수단 채택을 중단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옥스퍼드대학교 제너연구소(Jenner Institute) 수셕 면역학자이자 R21 연구에 참여한 리사 스톡데일(Lisa Stockdale)은 “매년 말라리아 사망자 수가 최고 62만 명에 이른다. 말라리아 퇴치는 여러 국가에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요인이다. 전 세계 인구가 백신 접종을 한다면,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효과가 뛰어난 백신을 제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는 말라리아가 널리 알려진 공중보건의 적이라는 독특한 특성 탓이다. 말라리아는 형태를 변경하는 기생충이 숙주인 질병이다. 모기에 물리면서 인체에 감염된다. 이후 인간의 간으로 전염되어 말라리아 원충 수가 증가한 뒤 순환기관의 적혈구 세포로 이동한다. 각각의 전염 단계에서 다른 형태로 나타나면서 수천 가지에 이르는 다른 단백질을 생성한다. 여러 단계에 걸친 질병 감염은 인체가 스스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감염 보호 능력을 갖추도록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복잡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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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를 연구하는 듀크대학교 의학대학 부교수 겸 전염병 전문의 스티브 테일러(Steve Taylor)는 “백신은 면역체계에 정보를 제공하여 면역체계가 병원체 관련 정보를 익히도록 한다. 바이러스는 팸플릿만큼 많은 정보를 보유했다. 면역체계에 재빨리 바이러스의 본질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박테리아 면역력을 갖추는 것이 바이러스 면역력을 갖추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여 감염을 예방할 백신은 훨씬 적다. 박테리아 면역력 형성 과정은 비문학 서적처럼 복잡하다. 말라리아 기생충은 1,000페이지 분량의 소설책에 비유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R21/Matrix-M와 RTS,S/AS01 백신의 말라리아 면역력 형성 과정은 말라리아 원충이 인체에 침투할 때 정체를 숨기고 개체 수를 늘리기 전 면역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때, 말라리아 원충은 스스로 상대적으로 복잡함이 덜한 말라리아 원충 몇 개를 복제한다. R21/Matrix-M와 RTS,S/AS01 백신 모두 말라리아 유충이 감염 초기 단계에 인체에 나타나는 형태인 포차소체막단백질(circumsporozoite protein, CSP)의 생성된 집합체를 잠시 이용해 면역 체계에 말라리아 원충 정보를 알리고는 질병 감염을 예방하도록 한다.
R21/Matrix-M와 RTS,S/AS01 백신 모두 영아에게 세 차례 접종하고, 1년 뒤 부스터 백신을 한 차례 더 접종하도록 제조되었다. 백신 접종을 마친 아동은 몇 년 동안 말라리아 감염 예방 능력을 갖춘다. 그러나 백신은 평생 면역력을 지원하지 않는다. 기존 백신은 누구나 면역력 지속 기간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 배포되지 않았다. 그리고 신규 백신은 여전히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아동 한 명이 말라리아 감염 면역력을 갖추려면 필요한 백신 접종 횟수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다. 지금까지 3개국 아동 170만 명이 시범 프로그램을 통해 RTS,S 백신을 약 500만 회 접종했다. 이제 RTS,S 백신을 말라리아 백신 접종 주기 세 차례에 걸쳐 1,800만 차례 접종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WHO는 전 세계 아동의 말라리아 감염 면역력을 위해 매년 필요한 R21/Matrix-M와 RTS,S/AS01 백신 접종 수는 4,000만~6,000만 회부터 시작하여 2030년이면 최대 1억 회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다.
현재 모스퀴릭스(Mosquirix)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RTS,S 백신을 제조한 GSK는 인도 제약 회사 바랏 바이오테크(Bharat Biotech)로 옮겨 백신 제조 시설을 늘리고자 한다. 모스퀴릭스 백신 제조 협력사인 인도 세럼연구소는 모스퀴릭스를 생산한다면, WHO가 새로이 권고한 R21 백신은 총 1억 회 접종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WHO의 백신 사전 자격 승인이 필요하다. 사전 자격 승인은 백신을 구매하는 비영리 단체와 국가 규제 당국을 대상으로 신약의 안전성과 효과를 알려주는 평가에 해당한다. 사전 자격 승인 평가 결과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2024년 백신 배포를 목표로 조만간 사전 자격 승인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 자격 승인 시점에는 매우 신중한 전략이 시작될 것이다. 저소득 국가의 백신 접근성을 보장하는 규제 기관과 비영리 단체가 충분한 백신 생산 능력을 모방하여 제조사가 초기 코로나19 백신의 빈곤국에 전달되도록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쟁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백신이 가장 필요한 국가에서는 백신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추려 할 것이다.
최근 들어 미국 내 말라리아 감염 사례가 급증했다. 그러나 시장에 새로운 백신 제조 공식을 전달하고, 아프리카 백신 제조사 액셀러레이터 운영 작업을 시작하려 1억 5,500만 달러를 초기에 투자한 백신 동맹(Vaccine Alliance)인 가비(Gavi) 최고 프로그램 책임자인 오렐리아 응우옌(Aurélia Nguyen)은 “부유한 선진국 시장에는 말라리아 백신이 없다. 현재 존재하는 말라리아 백신 공급사 두 곳을 최적화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정학적 백신 생산 지역 측면의 다양성을 포함하여 다양한 제조사 기지를 설립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다수 전문가는 말라리아 백신이 배포된다고 해서 많은 국가가 오랫동안 고수한 말라리아 통제 수단인 살충제 사용, 침대 망 설치, 저렴한 말라리아 예방 약물 복용 보장 등과 같은 방식을 중단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2000년부터 국가 기관이 계속 기존 말라리아 예방 수단을 홍보한 덕분에 말라리아 감염률이 줄어들었으나 최근 들어 감염률 감소세가 정체되었다. 말라리아 백신의 필요성이 시급한 이유이다. 그러나 지금은 백신을 기존 말라리아 감염 예방 수단을 대체할 수단으로 고려할 수 없다.
비영리단체 RBM 말라리아 퇴치 협력 단체(RBM Partnership to End Malaria) CEO이자 전문의인 마이클 아데쿤레 찰스(Michael Adekunle Charles)는 “백신은 5세 이하 아동의 말라리아 면역력 형성에 주력하므로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백신이 100% 면역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말라리아 감염 예방을 실제로 지원하고자 한다면, 다른 예방 수단과 백신을 함께 사용하여 최대한의 효과를 얻도록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백신 보급 시 다른 질병 예방 공중 보건 캠페인과 같은 문제를 직면할 수 있다. 바로 외딴 지역을 대상으로 한 백신 보급과 안전 온도 유지, 의료진과 부모의 적극적인 말라리아 백신 접종 지원이다. 그러나 가장 큰 장벽은 전 세계 공중 보건 문제에서 늘 겪는 문제인 비용 문제이다. 복지 단체, 선진국 등의 기부 열풍 유지가 홍역, 소아마비 등 다년간의 백신 접종 캠페인의 오랜 난제가 되었다.
말라리아 백신 지원 단체는 백신이 인도주의적 명분만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례도 형성하기를 바란다. 일부 저소득 국가에서는 말라리아 방역 의상이 보건 복지 비용의 40%를 차지한다. 연간 전 세계 백신 생산 비용은 약 120억 달러로 추산된다. 그러나 찰스는 “현재 말라리아 예방 자금 지원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다”라며, “현재 말라리아 예방에 필요한 자금 50%를 보유했다. 연간 36억 달러가 부족하다. 모기는 계속 진화하므로 인간이 앞서 말라리아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모기가 계속 인간의 말라리아 대응 능력을 넘어서 말라리아를 퍼뜨릴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