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5G 세상, ‘이동형 로봇’ 위해 통신시스템 보완해야”
상태바
“5G 세상, ‘이동형 로봇’ 위해 통신시스템 보완해야”
[런칭스페셜] 심현철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인터뷰
KAIST 심현철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국내 5G 통신망의 아쉬운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전형준/KAIST]
KAIST 심현철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국내 5G 통신망의 아쉬운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전형준/KAIST]

“5세대(5G) 이동통신만 자리 잡으면 자율주행차, 드론같은 ‘이동형 로봇’이 당장 현실로 들어올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 전에 꼭 고려해야할 점이 있다. 드론이나 자율주행차를 위한 통신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심현철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의 5G 정책에 대해 자주 쓴소리를 많이 한다. 지금의 5G는 휴대전화 서비스만을 고려할 뿐, 5G가 바꿀 미래에 대해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심 교수는 국내 1세대 ‘드론 전문가’다. 드론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1990년대부터 이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왔다. 서울대 기계과를 졸업한 뒤 미국 UC버클리 기계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국내 대표적인 이동형 로봇 전문가로 꼽힌다.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외계탐사 로봇 등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5G덕분이 미래사회가 올거라고들 한다

“한국의 5G 통신망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서있다. 현재 한국만큼 빠르게, 높은 비율로 국민 대다수에게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미래'에 대비하기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다들 5G라고 하면 대용량 데이터를 짧은 시간안에 보내는 '전송속도'만 이야기한다. 하지만 로봇공학자 입장에서 보면 다른 두 가지 5G의 장점이 더 중요하다. 레이턴시(자극과 반응 사이의 시간)가 엄청나게 짧고, 피어투피어(기기 간 직접 연결)가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책적인 문제로 이런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5G칩셋 제작 단계에서 아예 ‘피어투피어’ 기능을 꺼버리고 있다. 본래는 국제규격으로 지원하는 기능이다.”

- 그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면 어떤 문제가 있나?  

“기계장치끼리 직접 통신을 할 수 없다. 최근 5G의 등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연결형 자율주행차(CAV: Connected Autonomous Vehicle)’를 예로 들어보자. 이 기능이 있으면 CAV의 성능을 한층 높일 수 있다. 5G를 채용한 CAV끼리는 사고 위험이 있을 때 순식간에 차량끼리 직접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현실에선 바로 앞뒤를 달리고 있는 차량끼리도 기지국을 거쳐 통신해야 한다. 자동차에서 기지국, 기지국에서 통신사, 통신사에서 다시 기지국을 또 한 번 거친 다음에야 다른 자동차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이러면 통신지연시간이 엄청나게 짧은 5G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게 된다.”

- 5G가 등장하면 자율주행차가 현실이 될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과 다른가?

“CAV는 일반 자율주행차(AV)의 다음 단계로 볼 수 있다. AV가 먼저 실용화된 다음에 CAV를 고민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고민 없이 ‘5G가 되니까 CAV가 된다. 5G가 되어야만 자율주행차 기술이 완성된다’는 식의 이야기는 견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구글, 우버, 테슬라 등에서 개발한 자율주행차는 현재 가장 성능이 좋은 것들이지만, 대부분 일반 AV로 개발한 종류다. 통신이 되면 더 좋다는 것이지, 이게 없으면 자율주행이 안 될 것처럼 이야기해선 곤란하다. 그러면서도 막상 중요한 피어투피어 기능은 빼 버리고 있다.”
  
- 드론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드론은 통신 없이는 움직이기 어렵다. 넓은 지역을 날아다녀야 하니 피어투피어(직접연결) 보다는 기지국에서 신호를 받아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한국형 5G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드론의 경우도 아쉬운 점은 있다.”

-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나

“드론은 하늘을 날아다닌다. 많은 데이터를 주고받기보다 통신이 원활하게 잘 되고, 응답이 빠르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5G는 장점이 많다. 하지만 기지국에 드론 시스템을 조금만 배려해 주면 실용화하기에 훨씬 더 유리해질 것이다.  

휴대전화 기지국은 사람을 향해 전파를 보내는 게 목적이다. 당연히 안테나도 지상을 향하고 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론은 땅이나 빌딩 등에서 반사돼서 온 전파로 통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위치 정보 등에 오류가 생기고 혼선 가능성도 커진다.”

- 해결책은 없을까

“작아도 좋으니 하늘을 향한 안테나가 필요하다. 기지국을 만들 때 조금만 드론을 신경써 달라는 거다. 5G의 속도를 전부 낼 필요도 없다. 연결지연시간이 짧은 5G의 장점만 살리면 충분하다.

이 주제로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에서 드론을 실제로 운행해 보면서 분석하고 논문을 쓴 적이 있다. 2017년 당시에는 4세대 이동통신(LTE) 기지국으로 실험했지만 결국 하늘로 전파를 직접 보낼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 막상 드론이나 자율주행차가 현실로 들어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눈앞의 작은 것부터 해나가야 한다. 지금 기술로 충분히 가능한 것들부터 바꿔나가야 미래가 변한다. 예를 들어 자동으로 빨간불, 파란불 바꿔주는 인공지능 신호등 같은 것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하나씩 바꿔나갈 수 있다. 외국 가보니 이런 시스템을 설치한 곳은 교통 흐름이 달라진다. 

공장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인간작업 보조형 로봇(협동로봇)도 고려할 만 하다. 요즘 ‘스마트공장’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5G는 로봇간 협업 등의 기능을 설계할 때 다양한 시스템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와이어드 코리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