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번들(Disney Bundle)로 무엇이든 즐길 수 있다. 픽사(Pixar) 영화가 질리는가? 최신 마블 영화를 보아라. 마블 영화도 질리는가? 그렇다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한 편 보면 된다. 다양한 동물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가 따분한가? 그렇다면, 이제 ESPN의 야구 중계를 볼 수 있다. 그래도 만족하지 않는가? 혹시 도박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2023년 8월 초, 1995년부터 디즈니의 소유가 된 ESPN이 온라인 도박 브랜드인 ‘ESPN 베트(ESPN Bet)’를 출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근, 논란이 된 뉴욕 대중문화 웹사이트 바스툴 스포츠(Barstool Sports) 소유자 데이브 포트노이(Dave Portnoy)와의 관계를 종료한 PENN 엔터테인먼트가 ESPN에 10년간 20억 달러를 지급하면서 2023년 가을 중으로 출시될 베팅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그 대가로 ESPN은 도박 산업과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한다.
디즈니는 외부 기업으로 베팅 서비스를 넘겼다. ESPN이 아닌 PENN이 도박 서비스를 관리한다. 그러나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2018년 5월, 미국 대법원이 프로 및 아마추어 스포츠 보호법(Professional and Amateur Sports Protection Act)을 번복하고, 미국 여러 주에서 스포츠 베팅을 합법화하자 디즈니는 그 어느 때보다 도박 산업과 복잡하게 얽혔다.
디즈니 CEO 밥 아이거(Bob Iger)의 행보가 흥미롭다. 2023년, 아이거는 장기적으로 도박 산업에 발을 들이는 것에 비교적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도박 산업과 관계를 형성할 때 디즈니의 가족 친화적 가치관을 해치게 될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디즈니가 도박에 수월하게 발을 들이도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이거의 의견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스포츠 전문 법무법인 하이트너 리걸(Heitner Legal) 창립자 대런 하이트너(Darren Heitner)는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큰돈을 잃을 위험성이 크다면, 디즈니가 스포츠 도박 플랫폼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디즈니가 크루즈 선박에서 카지노를 금지하고, 플로리다주에서 도박 기득권 확장에 맞서 싸운 것도 같은 이유이다. 하지만 밥 차펙(Bob Chapek) 디즈니 전 CEO가 운영하던 시절 ESPN과 스포츠 베팅의 결합은 놓치기에는 너무 완벽한 산업이었다. 2019년 출시된 ESPN의 스포츠 베팅 프로그램인 데일리 웨거(The Daily Wager)의 시청률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드래프트킹스(DraftKings), 판듀엘(FanDuel)등 PENN의 경쟁 프로그램은 미국 스포츠 베팅 산업 시장 점유율 70%를 장악하고, 주로 ESPN에서 광고하였다. 스포츠 베팅 투자 포트폴리오인 아메리칸 어필리에이트(American Affiliate) CEO 크리스 그로브(Chris Grove)는 “ESPN의 경험이 디즈니의 스포츠 베팅 부문을 지원했다. ESPN 브랜드가 스포츠 도박 분야에 더 깊이 발을 들이면서 직접 열정을 보이는 것과 관계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디즈니의 방향성 전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ESPN]
ESPN 스포츠 베팅 부사장 마이크 모리슨(Mike Morrison)은 “ESPN에는 ESPN 베트 출시가 스포츠 베팅 사업 과정의 다음 단계이자 많은 팬이 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베팅은 국제적 관심도가 커지면서 고유한 스토리텔링 잠재성을 부여한다. 그와 동시에 가장 높은 수준의 스포츠 참여도와 직접 관련되었다”라며, “스포츠 산업 모든 관계자에게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며, 앞으로 ESPN 베트가 더 성장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SPN 베트 출시는 자사 스포츠 산업을 케이블 TV라는 오래된 세계에서 그리 새롭지 않은 스트리밍 시대로 전환하고자 하는 디즈니의 장기 계획에 얽혀 있다. (ESPN+는 2018년 출시되어 MLB와 NHL 실시간 중계를 제공하지만, NBA와 NFL 경기 중계는 제공하지 않으면서 구독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NBA와 NFL 중계는 ESPN TV 구독 서비스로만 볼 수 있다.) 2017년, 블룸버그는 한때 디즈니의 매출 상승 효자 사업이었던 ESPN의 매출 하락세가 시작된 과정을 추적했다. ESPN의 하락세는 유선 TV 사용자가 대거 감소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 재구성을 이어간 스트리밍과 SNS의 상승 탓으로 확인됐다. 그와 동시에 스포츠 중계권 비용은 급등했다.
오늘날 ESPN은 미국 가구 약 7,000만여 곳을 구독자로 보유했다. 10년 전보다 3,000만 가구가 적은 편이며, 디즈니는 ESPN의 지분 매각 방안을 탐색 중이다. 아이거는 분배나 콘텐츠의 도움을 받아 ESPN 지분을 판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스트리밍 업계 거물급 기업인 디즈니는 수익성과 비용 절감, 가격 인상, 구독자의 패스워드 공유 관행 단속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ESPN 베트가 더 확실한 매출 창출을 위한 도박이라고 보았다. 미국 34개 주가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했다. 또, 2018년 미국 대법원 판결 이후 미국인이 스포츠 도박에 건 돈은 총 2,450억 달러로 집계됐다. 2022년 기준 미국 내 스포츠 도박 산업 매출은 총 42억 9,000만 달러를 기록한 전년도 대비 75% 급증한 75억 달러이다.
모리슨 부사장은 “특히, 스포츠 베팅을 합법화하는 지역이 증가하면서 ESPN 베트는 ESPN 브랜드와 고객층 확장, 팬 참여도 증가를 위한 새로운 기회와 관련이 있다. 스포츠 베팅은 스포츠 팬의 전반적인 경험에서 매우 보편적인 대상이 되었다. ESPN 베트의 이상향은 ESPN의 스포츠 베팅 서비스 제공 임무와 같다”라고 설명했다.
아이거는 2023년 2분기 실적 발표 현장에서 ESPN 베트가 젊은 세대를 끌어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SPN의 도박 산업 진출은 영국 스카이베트(Sky Bet)의 행보를 반복한다. 스카이베트는 현재 스카이스포츠 중계가 등장하면서 같은 해설진이 등장하는 광고와 함께 현재 경기 당일 광고의 간단한 부분이 되었다. 영국에서는 스포츠 도박 규제 완화가 스포츠 도박 산업의 패권을 향한 길을 형성했으나 스마트폰 사용률 증가도 스포츠 베팅의 모습을 바꾸면서 SNS 게시글 게재처럼 베팅 참여가 쉬운 일이 되었다.
미국도 영국 스카이베트와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루트거스대학교 도박연구소 소장 리아 노어(Lia Nower)는 조만간 ESPN 베트의 일부분이 될 엔터테인먼트와 도박 산업 간 마찰 없는 앱 기반 포털은 갈수록 더 많은 젊은 도박 참여자를 끌어모을 것으로 예상한다. 노어 소장은 “스포츠 베팅은 아동, 청소년 등 젊은 세대일수록 매우 매력적이라고 느낀다”라고 언급했다.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식은 죽 먹기가 된 경기 중 베팅도 문제성 도박과의 관련성이 더 크다는 사실도 언급할 수 있다. 이에, 노어 소장은 “젊은 세대는 경기 중 베팅에 참여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위험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구단을 향한 충성도와 동료의 압박, 짜릿함 모색이 결합하면서 많은 팬이 충동적으로 무차별적인 도박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뉴저지주 스포츠 베팅 참여자 분석 데이터를 통해 젊은 세대의 도박 참여율 증가 추세가 입증되었다. 전미 문제도박협의회(National Council for Problem Gambling)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전역 성인의 문제성 도박 위험성이 50%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영국과 달리 미국에는 문제서 도박 예방 조처가 매우 적으며, 도박 중독은 자율 배제 책임으로 돌린다.
최근 몇 년간 다수 전문가는 스포츠와 비디오 게임 산업 전반의 갈수록 통제 불가능한 수익화 전략의 사회적 여파를 경고했다. 미국 스포츠 산업도 큰 차이가 없다. 데이터 기반 전략과 광고가 포화된 전략에 오랫동안 자주 중계를 중단하면서 경기 중 도박 참여 방식을 제공하는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음이 입증되었다. 그리고 ESPN과 베트라는 표현을 결합하면서 어느 순간에는 스포츠 베팅 산업이 급속도로 확장할 다음 단계가 펼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어 소장은 다른 측면에서 볼 때 ESPN 베트가 ESPN, 그리고 디즈니에도 스포츠와 도박이라는 개념을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한 것과 같다고 말한다. 노어 소장은 “ESPN 베트는 어느 정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