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보자. 이제 인류는 러시아와 인도의 로봇 달 탐사선 착륙 시도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러시아의 루나 25호는 이르면 8월 21일(현지 시각), 달에 착륙하려 시도했으나 추락했다. 루나 25호는 러시아가 소련 붕괴 이후 50여 년 만에 처음 선보인 달 탐사선이다. 그리고 이틀 뒤인 8월 23일(현지 시각), 찬드리안 3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 인도 최초의 탐사선이 되었다. (2019년, 앞서 발사된 찬드리안 2호는 달 착륙에 실패했다.)
루나 25호와 찬드리안 3호 모두 달의 남극 지역 탐사라는 목표로 발사되었다. 달의 남극은 산소나 로켓 연료 공급 목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얼음이 존재하여 국제 사회의 관심도가 커진 지역이다. 달 남극은 추후 달 탐사와 달 기지 설립 시 나아가도록 할 거의 꾸준히 햇빛을 받는 영역인 ‘영원한 빛의 정점(peaks of eternal light)’이라고 알려진 중요한 지점도 포함하였다.
20세기 미국과 구소련 간 우주 탐사 경쟁으로 달 탐사 경쟁이 더 복잡해졌다. 호주국립대학교 캔버라 캠퍼스 우주법률 및 우주 안보 전문가인 카산드라 스티어(Cassandra Steer) 박사는 “이제 인류는 기술적 능력은 물론이고, 정치, 권력을 기반으로 반복되는 달 탐사 경쟁이 펼쳐지는 것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물론, 이번 달 탐사 경쟁은 더 많은 국가와 상업적 우주 기업 여러 곳이 참여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인도는 매우 짧은 시간에 걸쳐 적은 비용으로 러시아를 따라잡았다”라고 말했다.
루나 25호와 찬드리안 3호 모두 달의 표토에 포함된 광물 연구와 얼음이 존재한다는 신호를 스캔할 장비를 포함한 과학 장비를 장착했다. 다리 네 개를 장착한 달 탐사선은 각각 이륙 시 무게 약 3,900파운드에 이르는 소형차와 크기가 비슷하다. 탐사선 무게 대부분 추진제의 무게이다. 루나 25호와 찬드리안 3호 모두 달 궤도에서 착륙한 뒤 지상 100km 위에서 최종 자율주행 착륙을 할 계획으로 준비되었다.
두 탐사선에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달 남극과 가까운 곳에 착륙할 예정이었던 찬드리안 3호는 비크람(Vikram)이라는 탐사선과 프라그얀(Pragyan)이라는 소형 달 탐사 전용 로버(rover)를 장착했다. 비크람과 프라그얀 모두 태양열로 동력을 공급받고, 달의 1일(지구 기준 2주) 동안 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루나 25호는 보그슬랍스키(Boguslavsky) 분화구 근처에 착륙하고는 1년 내내 탐사 활동을 펼칠 계획으로 설계됐다. 루나 25호는 보야저가 장기간 우주 탐사 활동을 펼치도록 도운 원자력과 비슷하게 태양열과 방사성 동위원소 발전기로 동력을 공급받을 예정이었다.
러시아와 인도 당국은 달 탐사 임무 관련 공개 공식 성명을 몇 차례 발표했다. 두 국가의 우주국 모두 와이어드의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연방 우주국인 로스코스모스(Roscosmos) 국장 유리 보리소프(Yury Borisov)는 현지 국영 통신사 타스와의 인터뷰 도중 “루나 25호의 임무는 순수한 평화적 특성이다”라고 말했다. 인도 우주국은 찬드리안 3호가 행성 간 탐사 임무에 필요한 신규 기술 개발 및 입증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을 발행했다.
[사진=NASA]
로스코스모스는 소련의 우주 탐사 계획 전성기 당시 달의 표본을 수집한 뒤 1976년, 지구로 복귀한 루나24호를 염두에 두고, ‘루나 25호’라는 이름을 지정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러시아 우주 개발 계획은 쇠퇴했으며,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영향으로 특히 우주 개발 분야 쇠퇴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후 러시아는 거액의 수익을 기대할 우주선 발사 계약은 물론이고, 2020년대 말로 예정된 유럽우주국의 엑소마스(ExoMars) 탐사 계획 협력 역할 상실 등과 함께 국제 협력 역할을 잃게 되었다. 보리소프 국장은 러시아가 이르면 2028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즉시 국제우주정거장의 뒤를 이을 자체 우주정거장을 두지 않았다.
로스코스모스는 루나 25호 발사 지연으로 차질을 빚었으나 계획을 강행했다. 독립 출판 웹사이트 러시안스페이스웹(RussianSpaceWeb) 개발자이자 출판 담당자인 아나톨리 작(Anatoly Zak)은 “루나 25호는 1990년대 말 이후 개발되었다. 최근 들어 기술적 관점에서 러시아를 거의 전면 고립하는 등 정치적 사건은 루나 25호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후 러시아는 정지 탐사선을 두고 인도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달 탐사 로버와 토양 표본을 보내려는 시도 모두 없다. 러시아의 우주 탐사 계획 현주소이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반면, 인도 우주 탐사 계획인 인도 우주연구소(Indian Space Research Organization, ISRO)는 성공 궤도를 향해 승승장구했다. 인도는 자체 지구 위성을 발사하고, 2022년에 종료된 여정을 위해 화성에 ‘마르스 오비터 미션(Mars Orbiter Mission)’이라는 탐사선을 발사했다. 2019년, 인도는 전 세계 네 번째 반위성 미사일 실험국으로 이름을 올리고, 미국 주도 반위성 미사일 발사 실험 중지에 합류하지 않았다. 반위성 미사일 발사는 지구 궤도를 따라 우주 잔해가 이동할 수 있어 논란이 되었다.
인도 우주 탐사 계획 관련 논평을 게재한 카네기 국제평화기금(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애널리스트 벤자민 실버스타인(Benjamin Silverstein)은 찬드리안 3호 발사에 앞서 찬드리안 3호는 인도 국가 명성에도 중요한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실버스타인은 “달 탐사선 발사와 착륙까지 모두 성공한 국가는 극소수이다. 찬드리안 3호는 우주 탐사 역량을 지닌 강국에서 우주 탐사 시 협력국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국가로 인도의 지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인도 우주국 모두 자체 우주 연구로 더 많은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러시아는 2027년 중으로 다음 달 탐사선인 루나 26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2028년 혹은 2029년 중으로 대형 달 탐사선인 루나 27호를, 달 표본 채취 후 지구 복귀 임무까지 수행할 달 탐사선 루나 28호를 2030년 이후 발사할 예정이다. 작은 한 가지 탐사 계획은 공식 일정을 2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는 다음 단계에서 일본우주국과 달 극지방 탐사 로버(Lupex) 발사를 협력할 예정이다. Lupex는 이르면 2026년 발사돼, 달 남극 인근 영역의 물 저장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금까지 다년간 달 주변 영역을 적극적으로 탐사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제 협력 연구 기관, 상용화 연구소는 첫 번째 달 탐사선인 아르테미스(Artemis)를 발사했다. 2022년 말, 무인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1호가 발사됐다. NASA는 2024년 중으로 유인 달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2026년에는 1972년 발사된 아폴로 17호 이후 최초로 인간을 달 표면으로 보낼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미국은 달 기지와 루나 게이트웨이(Lunar Gateway) 우주 정거장을 포함한 곳에서 달에 영구 정착할 준비를 하고 있다.
NASA는 상용화 우주 탐사 기업에도 투자했다. 대표적으로 2024년 말, NASA의 바이퍼(Viper) 로버를 달 남극 인근에 전달하도록 설계된 애스트로보틱(Astrobotic)의 그리핀 탐사선을 언급할 수 있다. 그에 앞선 2023년 말, 애스트로보틱은 ULA(United Launch Alliance)의 벌칸 켄타우르(Vulcan Centaur) 로켓 비행 시 소형 우주선 착륙을 시도할 계획이다. 미국은 달 탐사 및 달 자원 사용 지침인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을 고안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모호했던 체인지(Change)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2007년, 달 궤도 선회 우주선 발사를 시작으로 이듬해 다른 달 궤도 선회 우주선과 탐사선을 발사했다. 이후 2019년, 달 탐사 로버를 발사했다. 체인지가 발사한 우주선 5대는 2020년, 지구로 달 표본을 무사히 전달했다. 중국의 체인지 프로그램으로 발사하고자 하는 또 다른 표본 전송 임무를 수행할 6번째 탐사선은 2024년 중으로, 7번째 탐사선은 2026년 발사될 예정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2030년, 달 남극에 건설 예정인 자국의 국제 달연구소(International Lunar Research Station)를 두고 달에 영구 정착하고자 한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 10년간 달 탐사 분야를 장악한 사실은 다른 국가에서 달 탐사 노력을 펼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2023년 4월, 일본의 아이스페이스(Ispace) 탐사선과 2019년, 물곰이라고도 칭하는 타디그레이드를 포함한 채로 발사한 이스라엘의 베레시트(Beresheet) 탐사선 등 여러 차례 추진된 달 착륙 시도가 실패했다. 인도 찬드리안 2호도 2019년 말, 달 착륙 목적으로 발사되었으나 추락했다.
여러 국가가 달의 주요 지점을 선점하려는 이유를 여럿 제시할 수 있다.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에 따라 어떠한 국가도 달 영역을 소유할 수 없으나 아르테미스 협정 내용상 ‘안전지대’라는 약간의 허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달에 발사대나 장비, 기반 시설을 설치한다면, 다른 이들이 안전 이익을 위해 해당 지점에서 거리를 두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나 기업이 효과적으로 중요한 지점 선점을 주장하도록 하는 부분이다.
세속적인 지정학적 요인이 달 탐사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달의 주요 영역을 선점하는 국가와 협력 관계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국은 베네수엘라, 아랍에미리트, 파키스탄과 함께 러시아를 자국의 달 연구소로 초청했다. 인도는 미국과 어느 정도 협력한다. 2023년 6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백악관을 찾았을 당시 인도는 아르테미스 협정 27번째 가입국이 되었다.
인도와 러시아는 달 탐사선 착륙으로 우주 경쟁에서 크게 도약할 입지를 다지고자 했다. 이제 양국의 다음 달 탐사 계획을 지켜보아야 할 때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