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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명 유지하는 ‘비밀의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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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명 유지하는 ‘비밀의 유전자’
인간의 유전자 약 1/5이 하는 역할을 아는 이는 없다. 역할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가 발달장애, 암, 신경퇴화 등 각종 질환 치료의 비법을 지닌 것으로 기대된다.
By ROGER HIGHFIELD, WIRED UK

일종의 유전적 데자뷰로 용납할 수 있는 한 가지 요소가 있다.

1990년 시작된 인간 유전체 사업(Human Genome Project)이 최초의 인간 DNA 배열 판독 결과를 공개하고, 10년 뒤인 2000년에 크게 주목받았다. 기본적으로 인간 유전자는 2003년에 완성됐으나 이후 20년이 지나서야 최종 완성된 유전자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인류의 유전학 난제를 모두 풀었다는 뜻은 아니다. 인간 유전체 해석과 유전자 정보 이해도 간의 큰 격차를 다룬 새로운 연구가 발표됐다. 공동 저자가 ‘언놈(Unknome)’이라는 이름으로 칭한 해당 연구 논문이 다룬 인간 유전자 영역 대부분은 여전히 인체 내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다.

연구 논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중요한 정보를 시사한다. 바로 유전자는 단백질이 인체 구조를 형성하도록 지시한다는 사실이다. 정확한 역할이 밝혀지지 않은 단백질 구조 형성을 지시하는 유전자 상당수가 의학 분야에서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더 나아가 발달장애와 암, 신경퇴화 등 여러 질병 치료의 핵심을 지녔을 수도 있다.

연구 논문은 인간이 그동안 알고 있는 바가 거의 없는 유전자의 중요성을 당황스러울 정도로 자세히 설명한다. 논문은 인체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인간 유전자 1/5의 정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추산한다. 한 가지 희소식이 있다면, 논문 저자가 과학계에서 의문의 유전자 연구 시 초점을 맞출 방안도 함께 기술했다는 사실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매튜 프리먼(Matthew Freeman) 옥스퍼드대학교 던 병리학대학 교수는 “이제 풀리지 않은 유전자 수수께끼 해결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을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유전자 지식 격차를 찾아낼 두 가지 수단을 이용했다. 첫 번째 수단은 대거 확보한 기존 유전학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후 다양한 유전자 코드를 비교하고, 비슷한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를 공개하는 것이다.

같은 유전자 코드 비교 후 반복하는 과정은 보전적인 유전자라고 알려졌다. 이 과정을 통해 특정 유전자 정보를 파악하지 못해도 중요하다는 점은 확신할 수 있다. 비슷한 종류로 분류된 유전자는 제한적이면서 같은 유전학 특성으로 다른 유기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프리먼 교수는 “역할을 정확히 밝혀내지 못한 유전자가 중요하다면, 전체 진화 과정을 통틀어 보았을 때 유전자가 잘 보존되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곤충과 인간, 파리, 박테리아, 기타 유전자의 비슷한 유전자 종류를 발견한 뒤 중요한 것이 확실한 유전자의 기능 중 알려진 부분을 분석하고, 중요도를 기준으로 점수를 책정할 수 있다. 유전자 정보 인식 점수가 높다면, 해당 유전자 정보를 확실히 파악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미 수백 가지 유전자로 얻을 수 있는 유전학 정보가 많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기록되었다는 점에서 유전자 중요도 점수 평가 과정을 자동화할 수도 있다. 프리먼 교수는 “점수 평가 이후 보전적인 유전자 중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한 1점 미만으로 책정된 유전자 수를 확인할 수 있다. 놀랍게도 첫 번째 인간 유전체 정보가 완성되고 20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유전자 정보 인식 점수가 1점 미만인 유전자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전했다.

전체적으로 유전자 1만 9,664개 중 인간 유전자 정보 인식 점수 1점 이하인 유전자 수는 1,723개이다.

케임브리지 분자생물학 연구소 연구원이자 논문 공동 저자인 션 먼로(Sean Munro) 박사는 “같은 방식으로 보았을 때 연구팀이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가장 널리 알려진 유전자 상위 10개는 가장 널리 알려진 유전자이다. 안심할 수 있는 결과이다”라며, “유전자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분석했으며, 이미 수천 편에 이르는 연구 논문이 각각의 유전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본적으로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유전자 수를 파악하고자 가장 널리 알려진 유기체인 황색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 유전자 전체를 이용하여 한 가지 이상의 연구를 진행했다. 황색초파리는 100년 넘게 인간의 유전자 연구 대상이 되었다. 비용 부담 없이 손쉽게 번식이 가능하고 수명 주기가 짧다는 특징이 있으며, 번식 능력이 뛰어나기도 해 다양한 방식으로 유전적 변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을 이용해 인간 유전자와 황색초파리 유전자 중 똑같이 정보 인식 점수가 낮은 유전자 300여 개로 연구 범위를 좁혔다. 프리먼 교수는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유전자 약 1/4은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유전자 손상을 일으키면, 황색초파리가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유전자의 정확한 기능을 아는 이는 없다. 나머지 25%는 황색초파리의 표현 변화 원인이 되었다. 여러 방식으로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표현 변화 원인이 되는 유전자는 번식, 발달, 운동 능력, 단백질 제어, 스트레스 회복 능력 등과 관련이 있다. 프리먼 교수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기본 유전자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라고 밝혔다. 지금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유전자가 인간의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알려진 정보가 없는 유전자 정보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었다. 연구팀은 이를 다른 연구팀이 새로운 생물학 정보를 발견할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다음 단계는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의문의 유전자와 의문의 단백질 데이터를 건네는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케임브리지 인근 지역 소재 유럽 생물정보학 연구소(European Bioinformatics Institute) 연구원 알렉스 베이트만(Alex Bateman)이 언급한 바와 같이 구글 소유 AI 기업 딥마인드(DeepMind)의 알파폴드(AlphaFold)는 의문의 단백질의 역할을 파악할 중요한 심층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알파폴드는 정보가 파악되지 않은 단백질과 다른 단백질과의 상호작용 방식을 보여준다. 대규모 복잡한 분자 구조 이미지를 생성하는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이용하여 파악할 수 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머신러닝으로 효모 내 단백질 역할을 찾아낼 체계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언놈은 유전자 정보를 더 자세히 이해할수록 줄어들 생물학 데이터베이스라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베이트만 박사는 지난 10년간 일정 수준 이상 밝혀지지 않은 인간 단백체가 40%에서 20%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프리먼 교수는 현재 연구 진행 과정을 보면, 모든 인간 단백질 코드 유전자의 기능 연구는 5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한다.

그동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유전자가 많다는 사실은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부분만 파악한 가로등 효과(streetlight effect)를 반영한다. 혹은 수색의 원리라고 칭하기도 한다. 프리먼 교수와 먼로 박사는 인간 유전자 정보 상당수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사실을 두고 그동안 연구한 영역으로 향한 생물학 연구 선입견이라고 칭했다.

프리먼 교수가 칭하는 알려진 바가 없는 영역보다는 비교적 널리 알려진 연구 자금 지원을 받는 연구원에게서도 가로등 효과를 발견할 수 있다. 먼로 박사는 가로등 효과를 언급하며, 데이터베이스가 중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데이터베이스가 그동안 파악된 수준이 매우 낮은 분야 연구를 피하는 학계의 경제학적 문제에 맞서 싸우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먼로 박사는 “학계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고 기존 데이터베이스로 연구 대상을 선택할 수 있어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존재할 수도 있다. 언놈 연구 논문은 단백질과 관련된 유전자에 초점을 맞추었다. 지난 20년간 유전학 분야에서 밝혀지지 않은 여러 영역이 RNA 코드를 숨기기도 했다. RNA는 다른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자 물질 조각이자 정상 발달과 신체 기능을 제어하는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 인간 유전체에 내재된 수수께끼 중 유독 밝혀지지 않은 정보가 많은 영역이 존재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유전자의 의문을 풀기 위해 진행해야 할 연구가 산적해 있다. 프리먼 교수는 의문의 유전자 연구가 다른 연구팀의 유전학계의 미지의 영역 연구를 독려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프리먼 교수는 “새로운 생물학 영역을 진정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유전자 정보가 넘쳐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Mystery Genes That Are Keeping You 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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