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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이폰의 조기 고장 문제에 맞서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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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이폰의 조기 고장 문제에 맞서 싸운다
아이폰은 수리가 어려워지면서 수리 비용이 갈수록 더 비싸진다. 이에, 프랑스 검찰은 애플의 계획적 진부화라는 골칫거리 수사에 착수했다.
By MORGAN MEAKER, WIRED UK

매번 아이폰 최신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프랑스 도시 툴루즈의 어느 한 기술자 단체가 제품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최신 아이폰을 3년간 분해한 뒤 기기가 서서히 더 강력하게 보호된 채로 제작된 사실을 확인했다. 오늘날 아이폰은 애플의 인증을 받은 비싼 수리점이 아니라면 누구나 수리하거나 교체할 수 없는 부품이 잔뜩 조립되었다. 프랑스는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툴레즈에서 워크샵을 운영하는 유명 연구 및 교육 단체인 리페어 아카데미(The Repair Academy) CEO 알렉산드레 이삭(Alexandre Isaac)은 애플 공인 인증 수리점 외에는 수리가 어려운 문제가 갈수록 악화된다고 지적했다. 아이폰 최신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리페어 아카데미는 다른 부품이 애플의 특정 기기에만 호환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마더보드에 탑재된 칩만이 특정 기기에만 호환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후 수리 제한 목록이 터치아이디, 페이스아이디로 확장되더니 결국, 배터리와 화면, 카메라까지 확장되었다.

이삭이 주장한 바와 같이 애플은 소비자가 간단한 부품을 수리할 때도 중고 아이폰 구매가보다 더 비싼 가격에 애플의 인증을 받은 기술자에게 수리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제품 수리 대신 제품 사용 중단을 택하도록 유도한다. 리페어 아카데미 애플의 인증을 받은 기술자가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비용이 개인 수리점보다 두 배 더 많다고 추산한다. 이삭은 "많은 소비자가 애플을 매우 환경친화적인 기업으로 생각한다"라며, 애플의 캘리포니아 본사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과 맥북 제작 시 채택한 재활용 알루미늄을 언급했다. 리페어 아카데미는 애플이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친환경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할 증거를 수집해 왔다. 실제로 애플 엔지니어는 아이폰 수리가 더 어려워지도록 제작한다.

이삭이 지난 몇 년간 추적한 문제이다. 이제 파리 검찰이 대응에 나섰다. 5월 15일(현지 시각), 파리 검찰은 애플이 계획적 진부화라는 사업 모델을 추구한 혐의로 공식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계획적 진부화는 의도적으로 제품 수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프랑스 현지 소비자 권리 옹호 단체는 프랑스 경쟁, 소비자 문제 및 부정행위 방지 부서(DGCCRF)에 수사를 위임한 파리 검찰은 애플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애플의 아이폰 수리 제한 사항이 프랑스 법률 위반 사항인지 입증할 것이라고 말한다. 프랑스는 지난 몇 년간 수리권 운동에 앞장서면서 유럽 최초로 수리 용이성 평 등급(repairability scoring system)을 도입했다. 그러나 파리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이번 사건은 애플의 계획적 진부화 관행과 제품 제작 방식에 맞서고자 하는 프랑스의 의지를 확고히 나타낸다.

미국 수리권 옹호 단체 아이픽스잇(iFixit) 지속 가능성 책임자 엘리자베스 체임벌린(Elizabeth Chamberlain)은 "프랑스는 그 어떤 국가도 아직 시행하지 않은 방식으로 수리권 보호를 추진한다. 파리 검찰의 이번 수사 착수 발표는 국가 단위 부품 수리를 통해 계획적 진부화에 맞서는 움직임 중 처음 관측된 사례이다"라고 말했다. 애플은 와이어드의 의견 공개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최근, 애플은 2023 환경 진보 보고서(2023 environmental progress report)를 발행했다.

직렬화(serialization)라고도 칭하는 부품 수리는 스마트폰의 시리얼 번호를 제품 내부 부품의 시리얼 번호와 연결해, 스마트폰의 화면이나 배터리, 센서 등 교체 부품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한다. 체임벌린은 "아이폰 수리와 관련하여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사례는 작동 중인 아이폰 두 대의 화면 두 개를 교체하려 할 때"라며, 시리얼 번호가 다를 때나 아이폰이 화면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경고 메시지를 대거 받게 될 때는 교체한 부품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체임벌린은 애플의 계획적 진부화 관행은 개인 수리점이 폐점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애플 공식 인증 수리점의 기술자만 수리를 마치기 위해 필요한 시리얼 번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소비자 문제가 아닌 환경 문제이기도 하다. 벨기에 전자 폐기물 연구 비영리 단체인 WEEE 포럼(WEEE Forum)은 2022년 한 해 동안 폐기된 모바일 기기가 53억 대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론상 직렬화는 프랑스의 2021년도 폐기물 방지법에 따라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프랑스 캠페인 단체 계획적 진부화(HOP) 국장 래티샤 바소(Laetitia Vasseur)는 "폐기물 방지법은 기기 제조사가 수리점을 차별하지 않고 고객의 제품 수리를 허용한다"라고 지적했다. HOP는 2022년 12월, 애플의 수리권 문제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를 계기로 파리 검찰이 수사에 나서게 되었다. 이어, 바소 국장은 "애플이 프랑스 소비자에게 아이폰을 판매하고자 한다면, 프랑스법을 따라야 한다. 프랑스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과징금을 부과받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애플은 이전에도 프랑스에서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 2017년, 배터리 파문 이후 프랑스 당국은 소비자에게 구형 기기의 성능 저하를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징금 2,500유로(2,700만 달러)를 부과했다. 당시 과징금 부과는 HOP의 소송 이후 선고되었으며, 전 세계로 파급 효과가 이어졌다. 9개월 뒤 미국 34개 주의 소송 사건으로 애플은 구형 아이폰 성능 저하로 미국에서 과징금 1억 1,300만 달러를 선고받았다. 애플은 지금도 배터리 성능 저하 파문의 여파에 맞서 싸우는 중이다. 2023년 5월, 애플은 영국 중재 기관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배터리 결함을 숨긴 혐의로 제기된 20억 달러 규모의 집단 소송 기각을 촉구했다.

수사 진행은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수리권 운동은 실제 중요한 순간을 맞이했다. 2021년, 영국은 기기 제조사를 상대로 소비자가 구할 수 있는 부품을 추가로 준비할 것을 촉구했다. 2022년, 독일 바이에른주는 기기를 폐기하지 않고 수리하는 모든 소비자에게 바우처 200유로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바이에른주의 바우처는 1년 전, 튀링겐주에서 마련한 정책을 따라 시행한 것이다. 2023년, 유럽연합도 기기 제조사를 대상으로 판매 제품 수리를 10년간 보장하도록 강행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체임벌린이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50개 주 중 46개 주는 소비자 제품을 적용 대상으로 둔 일종의 수리권 법안을 도입했다. 체임벌린은 미네소타주에서 최근 발의되어 통과 직전인 수리권 법안이 미국에서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 중 가장 적용 범위가 넓으면서도 강력한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수리권 보장 측면에서는 프랑스가 제법 앞서있다. 2021년, 폐기물 방지법 도입 후 스마트폰 제조사 여러 곳이 국가 수리 용이성 지수(national repairability index)에 따라 기기의 수리 난이도 점수를 평가해야 한다. 프랑스 환경부는 수리 용이성 평가 기준을 마련했으나 점수는 자체적으로 평가한다. 애플은 자사 제품의 수리 용이성 점수를 10점 만점 기준 6~7점으로 책정한다.

바소 국장은 파리 검찰이 프랑스 당국의 결정을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고, 소송을 다룬 2017년 배터리 성능 저하 사태 이후 이루어진 계획적 진부화 단속 성공 사례를 반복하기를 바란다. 다만, 이번에는 과징금 이상의 더 강력한 조처를 원한다. 바소 국장은 "더 나아가 애플이 자체 수리만 지원하던 상황을 더는 이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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