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MS의 클라우드 게이밍 향한 꿈, 좌절되다
상태바
MS의 클라우드 게이밍 향한 꿈, 좌절되다
영국 반독점 규제 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가 690억 달러에 ‘콜 오브 듀티’ 개발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려던 계획에 철퇴를 가했다.
By MORGAN MEAKER, CHRIS STOKEL-WALKER, WIRED UK

옥스퍼드 서커스에 설립된 마이크로소프트의 런던 플래그십 매장에는 실물 크기보다 큰 울퉁불퉁한 차량이 있다. 2000년, 헤일로(Halo) 제작사인 번지(Bungie)를 인수를 기념하는 상징이다. 2021년,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베데스다(Bethesda)’ 유통사이자 ‘엘더 스크롤(The Elder Scrolls)’ 제작사인 제니맥스(ZeniMax)를 750억 달러에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니맥스 인수를 종료하고 1년 만에 게임 업계의 가장 귀중한 지식 재산권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등을 보유한 게임 기업인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의 690억 달러 인수 제안이라는 더 야심 찬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테크 업계 최대 규모의 인수 제안 금액이자 단순히 엑스박스(Xbox) 서비스의 전환을 도울 타이틀 구매라는 점에서만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 사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용자가 기기 단 한 대에만 연결하지 않도록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클라우드에 게이밍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임계 넷플릭스’가 되고자 콘솔 게임에서 나아갈 계획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의 과거 발언과 같이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산업을 넘어선 가상 세계 진출을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정보대학원 교수 스티븐 웨버(Steven Weber)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게임 실행을 지원한 기술은 프로세스 엔지니어가 가상 원유 시설에 가서 파이프를 돌리고는 다른 레버를 이동한 뒤 지켜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게이밍에 득이 되는 일은 메타버스에도 득이 된다”라고 말했다.

4월 26일(현지 시각), 런던 규제 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반대했다. 시장 경쟁을 감독 기구인 영국 시장경쟁청(CMA)은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에서 지나친 장악력을 갖게 돼,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의 미래를 바꾸어 혁신 저하와 영국 게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게임 종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반대를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모두 CMA의 결정에 항소할 계획이다.

CMA의 판결은 반독점 사건과 관련하여 이례적이다. CMA의 판단은 합병이 이제 성장하기 시작한 단계에 있는 업계 전체에 의미하는 바를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연구 기업 옴디아(Omdia)의 조사 결과,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의 2022년 매출은 51억 달러, 기존 콘솔 게임 매출은 약 350억 달러로 집계됐다. 그러나 CMA는 클라우드 게이밍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마이크로소프트의 규모와 시장에서 지닌 힘이 처음부터 막강한 권력으로 경쟁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모든 타이틀 게임을 자사 플랫폼에 제공하는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을 저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Activision blizzard]
[사진=Activision blizzard]

마이크로소프트는 CMA의 결정 직후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콜 오브 듀티’를 비롯한 거물급 타이틀 게임의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만으로 사용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며, 다른 소규모 클라우드 게이밍 기업 여러 곳과도 게임 유통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설명하려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콜 오브 듀티’를 최대 규모 경쟁사인 소니와 닌텐도에도 제공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그러나 소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약속한 조건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부 관측통은 CMA의 결정을 반기며, 그동안 규제 당국이 테크 기업의 인수를 통한 지나친 권력 확장을 용인했다고 주장한다. 국책 연구소 오픈마켓(Open Markets) 유럽 책임자인 맥스 본 턴(Max von Thun)은 “10년 넘게 법률 집행이 필요한 수준보다 적은 수준으로 집행됐다”라며,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스타그램 허용 결정을 언급했다. 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분류 방식이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스타그램 인수 당시와 같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기업을 상대로 변화할 수 없는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혹은 당연하지만, 마이크로소프를 포함한다면, CMA에 판결에 어려움을 겪어, CMA가 클라우드 게이밍 산업의 구조 형성 방식을 잘못 이해했다고 할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는 공식 성명을 통해 “CMA의 결정은 경쟁 우려와 기술 혁신 저하 우려, 영국 투자 감소 등 실용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또, 스미스 사장은 “CMA의 결정은 시장과 관련된 클라우드 기술의 실제 작동 방식 이해의 결함을 바탕으로 한다”라고 비판했다.

테크 플랫폼을 연구한 적이 있는 주스트 리에트벨드(Joost Rietveld)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수는 클라우드 게이밍이 구분된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리에트벨트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클라우드 게이밍을 이용하는 기업이 많다. 클라우드 게이밍을 이용하는 기업이 서로 활발한 경쟁을 펼치는지, 마이크로소프트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수가 실현될 때 소비자 전체의 피해가 동일한가 확실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수는 이미 일본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유럽연합은 인수를 검토 중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2년 8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막으려 소송을 제기했다. 테크 업계 내 일부 관계자는 CMA의 결정을 일종의 권력 행사라고 본다.

영국 정부가 CMA에 경쟁법 위반 기업을 대상으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권한을 부여한다는 발표 직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반대 결정이 발표됐다. 또, CMA의 발표에 앞서 소비자 보호와 영국 테크 분야의 경쟁력 강화 담당 부서인 ‘디지털 마케팅 부서(Digital Markets Unit)’도 새로이 출범했다. 법무법인 맥팔레인스(Macfarlanes) 파트너 리차드 페퍼(Richard Pepper)는 “CMA는 유독 브렉시트 이후를 기점으로 지난 몇 년간 전 세계 시장 경쟁 법률 집행 당국으로 유명해졌다. CMA는 날이 갈수록 기업 인수, 합병 문제를 엄격하게 제어했다. 하지만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수 반대는 CMA가 지금까지 반대한 인수 중 가장 규모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CMA의 인수 반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게이밍 사업 종료를 의미하지 않지만, 사업 계획 추진 속도를 늦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 업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맨체스터메트로폴리탄대학교 부교수 대니얼 제임스 조셉(Daniel James Joseph)이 언급한 바와 같이 지난 몇 년간 게임 업계 대기업 여러 곳이 종종 인수를 성장 전략으로 채택했다. 조셉 교수는 “기업 인수 동향 데이터를 보면, 거의 매년 대기업이 사업 규모를 더 키우려 인수한다는 징조를 확인할 수 있다. 인수는 오늘날 혁신이 아닌 업계 성장 전략의 대명사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기업은 지금도 성장할 수 있으나 쉽지는 않다. 옥스퍼드대학교 사이드경영대학원 경영의 실제 수석 연구원 알렉스 콘녹(Alex Connock)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게이밍 산업 야망은 CMA의 인수 반대 결정이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더라도 시장 확장 방식은 많다. 소규모 게임 출판사 인수를 예시로 언급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서서히 규모를 확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클라우드 게이밍 사업 진출은 단순히 자사 엔터테인먼트 사업 구축을 위한 것이 아니다. 클라우드 인프라는 기업 규모 확장이 중요한 사업이다. 기업은 계속 규모를 확장해야 한다. 클라우드에 게임과 같이 데이터양이 많은 서비스를 포함하여 자체 서비스를 보유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icrosoft Azure)를 통해 이미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의 대기업이 되었다. 영국 커뮤니케이션 규제 당국이 2023년 4월 자로 발표한 보고서 기준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애저의 시장 점유율은 총합 60~70%이다. 웨버 교수는 크라우드 게이밍 사업 추진이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 형성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다고 본다. 웨버 교수는 “수요가 많을수록 사업이 개선될 수 있다. 클라우드 게이밍은 이미 존재하며,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의 훨씬 더 큰 원천이 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Microsoft’s Cloud Gaming Dreams Are Falling Apart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