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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극우 세력 큐아넌 폭동 중심지 된 네덜란드 마을...음모론에 맞서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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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극우 세력 큐아넌 폭동 중심지 된 네덜란드 마을...음모론에 맞서 싸운다
네덜란드의 가장 악명 높은 음모론자가 보더흐라번 마을의 악마와 같은 소아성애자 관련 거짓 정보를 유포하여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By MORGAN MEAKER, WIRED UK

보더흐라번은 젊은 엄마가 유모차를 끌고 스마트 음식점 앞을 지날 때 길거리에 있는 행인이 서로 인사하고, 어린아이 무리가 자전거 옆을 지나가는 모습이 일상인 부유한 마을이다. 2023년 3월, 보더흐라번에서 유일하게 감지된 이상한 기류가 하나 있다. 바로 지역 묘지 관리인이 주변을 지나는 언론인에게 말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21년, 보더흐라번 마을의 묘지는 타지의 많은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모두 묘지에 안치된 아이를 위해 꽃을 남기고, 분노의 메시지를 남겼다. 네덜란드 총리이자 네덜란드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과 같은 지위에 있는 바이러스 전문가를 포함한 악마와 같은 소아성애자 세력 때문에 아동이 사망했다고 확신하는 이들이다.

보더흐라번 마을을 중심으로 퍼진 음모론은 미국 인터넷 세계를 넘어서 유럽에서 새로 활력을 찾고, 지역 주민의 우려를 악용하여 새로운 대상을 지정하여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 극우 세력 큐아넌(QAnon)의 음모론이 변질되었다. 2022년 12월, 독일에서는 큐아넌의 영향을 받은 쿠데타 세력이 독일 정부 퇴출 음모를 꾸민 혐의로 25명이 체포됐다.

보더흐라번 마을은 새로운 음모론의 중심지가 되자 법원에서 악마를 은폐했다는 근거 없는 비난에 맞서 싸우려 법정에 서게 되었다. 2023년 4월 11일(현지 시각), 헤이그 법원은 네덜란드의 가장 악명 높은 음모론자이자 보더흐라번 마을을 겨냥한 불법 음모론을 조작한 이 중 한 명인 미카 캣(Micha Kat)의 협박 및 선동 혐의를 인정하여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캣의 징역형 선고와 함께 큐아넌에서 파생된 네덜란드 음모론 유포 세력 3명 모두 수감되었다.

캣의 징역형 확정 소식은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대학살로 사망한 아동의 부모 명예훼손죄가 인정된 미국 토크쇼 진행자 알렉스 존스(Alex Jones)의 사건과 비슷하다. 존스는 샌디훅 초등학교의 대규모 총격 사건 자체가 가짜라는 거짓 주장을 펼쳤다. 온라인 혐오 연구 국책 연구소인 전략적 대화 연구소(Institute for Strategic Dialogue) 수석 애널리스트 시아란 오코너(Ciarán O'Connor)는 음모론에 맞서려는 법적 절차 진행이라는 바람이 긍정적 측면에서 파급효과를 낳았다고 분석한다. 오코너는 “대중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위험한 신뢰 체계에 가담한 다른 음모론자도 법의 심판을 받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충격적인 음모론을 퍼뜨리기 전 한번 더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보더흐라번 마을 관련 음모론은 어린 시절 마을에서 악마와 같은 소아성애자 세력을 본 사실을 기억한다고 주장한 후스트 네벨(Joost Knevel)의 주장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각국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거짓 정보 확산 방지 방법을 조언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심리학 교수 샌더 반 더 린덴(Sander van der Linden)은 “네벨은 처음 보더흐라번 마을 의사라고 신분을 암시하며, 사탄과 같은 소아성애자가 존재한 것이 마을의 이야기라고 주장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벨이 명예훼손과 폭탄 위협으로 피소된 혐의가 있는 전직 언론인인 캣, 또 다른 음모론자 부터 라트게베르(Wouter Raatgever)와 손을 잡으면서 마크 루트(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 당시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한 얍 반 디젤(Jaap van Dissel) 네덜란드 보건연구소장도 소아성애자라는 내용으로 음모론이 서서히 바뀌었다.

반 더 린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음모론에 고위급 인사가 포함되면서 보더흐라번 마을의 음모론은 큐아넌의 음모론 확산 형태와 비슷해졌다. 코로나19 당시 봉쇄 조치 반대를 주장할 음모론을 유포한 것을 넘어서 일반 시민도 주목할 정도로 충격적인 대규모 아동 학대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결국, 보더흐라번 마을의 아동 학대 음모론이 널리 확산됐다.

2021년 봄, 아무 근거 없이 아동이 학대 후 살해되었다고 믿고 동정심을 표현한 다른 지역 주민 수십 명이 보더흐라번 마을을 찾아 도로에서 지역 묘지까지 길게 늘어진 길을 따라 꽃을 두었다. 아동 묘지에는 “영웅들의 영웅, 후스트 네벨과 악마와 같은 아동 학대범의 피해자를 위해 꽃을 둔다”라는 메시지가 작성되었으나 이후 사라졌다. 마을 묘지를 방문한 이들은 #반디젤아동학대중단(#StopVanDissel)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메시지를 남겼다.

아이다 브롬버그(Ida Bromberg)는 보더흐라번 마을에 있는 아버지의 묘지에 많은 이들이 테디베어 옷을 남긴 뒤 느낀 감정을 이야기하며, “화가 났다. 음모론을 맹신하는 제정신이 아닌 이들이 아버지의 묘지를 찾아 아동학대에 분노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사실에 화가 났다”라고 밝혔다.

보더흐라번 마을 음모론은 네덜란드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반 디젤은 캣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레드 필 저널(Red Pill Journal)에 자택 주소가 유출되자 24시간 내내 보안 인력을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10월, 어느 한 남성이 레드 필 저널의 텔레그램 그룹인 디 바타프스 리퍼블릭(De Bataafse Republiek)에 루트 총리 암살 계획을 게재한 뒤 총리 암살 음모를 꾸민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디 파타프스 리퍼블릭은 텔레그램에서 사라졌다.

2022년 5월, 보더흐라번 마을은 마을 전체에 피해를 준 음모론을 멈추려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되었다. 당시 시장이었던 크리스티안 반 더 캄프(Christiaan van der Kamp)는 보더흐라번 마을이 음모론 때문에 관심을 받게 된 상황이 폭력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 매체 AD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 이른바 ‘소아성애자 사냥’ 도중 어느 한 남성이 아른험 지역에서 구타를 당하다 사망했다”라며, 보더흐라번 마을에서도 같은 비극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캣은 2021년 7월, 거주지인 북아일랜드에서 체포돼, 이듬해 네덜란드로 송환되었다. 스페인에 거주하던 네벨은 2021년 8월, 네덜란드로 송환돼 폭력 조장 혐의를 받았다. 2022년 6월, 네벨은 징역 15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과거, 자전거를 타던 중 반 디젤을 향해 ‘아동 학대범’이라고 외친 모습을 담은 영상을 게재한 라트게베르는 2022년 6월,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보더흐러번 마을은 캣과 네벨, 라트게베르가 이용하던 플랫폼에도 법적 대응을 했다. 2022년 9월, 보더흐라번은 트위터도 제소했다. 트위터가 보더흐라번 마을 음모론 흔적을 없애려는 노력을 펼치지 않아 음모론 확산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더흐라번 마을 주민은 사실에 기반한 시의 적극적인 대응 덕분에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브롬버그는 “이제 음모론 때문에 겪은 불편한 일이 모두 끝났다고 생각한다”라며, 더는 음모론 유포 책임이 있는 이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모차를 끌며 번화가를 지나던 마을 주민 마논 본 아그몬드(Manon von Agmond)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마을 주민 렘코 즈완(Remco Zwaan)은 마을을 중심으로 퍼진 음모론을 친구와 이야기하는 재미있는 일처럼 생각한다. 이름 전체 공개를 거부한 마을에 2년간 거주한 주민 스테파니(Stefanie)는 “음모론을 믿던 이들 모두 마을을 떠났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보더흐라번 마을에 피해를 준 음모론은 점차 사라졌을 수도 있으나 모두가 네덜란드 전역에서 음모론이 사라졌다고 확신하지는 않는다. 암스테르담대학교 디지털 미디어 문화 부교수 다니엘 드 지위(Daniël de Zeeuw)는 “큐아넌은 전반적으로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널리 확산된 세력이다”라며, 큐아넌을 유독 여러 국가의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이 탁월한 초월적인 음모론 신화 속 단체라고 언급했다. 드 지위 교수는 네덜란드에서 큐아넌이 보통 음식과 행복 등 일상 게시물을 올리는 새로운 시대의 대체 하위문화 지지자와 긴밀한 관계를 찾았다고 말한다. 이어, “일종의 밈과 비슷하다. 큐아넌의 음모론은 지역적 맥락에 따라 사용하고 변경할 수 있는 템플릿과 같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A Small Town Became the Center of a QAnon Storm. It’s Fighting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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