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슬리 로리어(Kelsey Laurier)는 혐오 댓글을 받는 일이 적은 편이다. 로리어는 2021년, 라이프스타일 틱톡 계정을 개설한 뒤 팔로워 약 40만 명을 확보했다. 팔로워 90% 이상은 여성이며, 로리어는 자신의 피드 댓글 창이 평화로운 공간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간혹 분노에 찬 남성이 로리어의 댓글 창에 등장하여 로리어를 “한물간 데다가 비참한 늙은이”라는 공격성 발언을 댓글로 남기는 일이 있다. 로리어가 영상으로 나이를 직접 밝힐 때는 가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 보인다”라는 댓글로 칭찬하는 여성 팔로워의 반응을 접하게 된다.
로리어가 본 나이와 관련된 댓글이 특히 놀라운 이유는 로리어가 29살이기 때문이다.
나이 차별주의는 오래전부터 존재하여 틱톡에서도 발견된다는 사실 자체는 그리 놀랍지 않다. 과거,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73세 챔피언 마가렛 매닝(Margret Manning)은 틱톡 사용 경험과 관련, “틱톡에서는 다른 여성에 매우 놀라울 정도로 집중하여 단순히 나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라는 발언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틱톡은 나이와 관련하여 기존의 부정적 반응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드는 것’의 정의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
2023년 2월 말, 사용자의 모습을 10대 청소년의 얼굴처럼 바꾸는 ‘틴에이지 룩(Teenage Look)’ 필터가 틱톡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필터 이름 그대로 나이가 많은 틱톡 사용자가 자신의 얼굴을 10대와 같은 모습으로 바꾸도록 한다. 조회수 1,580만 회를 돌파한 어느 한 영상에서는 중년으로 보이는 어느 한 여성이 틴에이지 룩 필터로 본 자신의 얼굴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등장한다. 해당 영상의 가장 위에 남은 댓글은 “나이가 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말과 함께 우는 모습의 이모지 세 개를 남겼다. 해당 댓글의 좋아요 수는 3만 건을 넘어섰다.
미국 조지아주에 거주하는 로리어는 “기본적으로 또래나 더 어린 이들 사이에서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이들이 실제로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고 으레 짐작하고는 노인인 것처럼 말하는 추세를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2023년 1월, 로리어는 자신이 직접 본 틱톡 내 만연한 나이 차별주의를 다룬 콘텐츠를 제작했다. 로리어는 해당 영상을 통해 “요즘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인 이들이 20대 후반 혹은 30대인 이들을 보고 ‘늙었다’, ‘한물갔다’ 등과 같은 말을 내뱉는 것이 보편적이다. 매우 화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을 보면 누구든지 “늙었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동안 나이는 비공개 사항이었다.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이전 시대와 달리 틱톡은 광범위한 사용자층을 끌어모으고는 모든 연령의 누리꾼이 유례없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도록 했다.
로리어는 “많은 이들은 자신이 나이가 더 적을 때는 ‘29살이면 늙었다, 30살이면 늙었다’라는 말을 한다. 이들이 가는 곳마다 말하는 바와 특정 사항과 관련하여 느끼는 바를 누구나 볼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사진=Freepik]
2022년 말이 가까워지자 틱톡 사용자 880만여 명이 시청자에게 “배가 아래로 향하거나 옆으로 누워서 자면 안 된다. 그렇지 않다면, 얼굴이 처질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추후 해당 영상의 반응으로 “노화 방지 업계가 자체적으로 속임수를 써서 갈수록 더 젊은 소비자층을 끌어모았다는 점이 절망적이다. 10대 소녀는 자신의 모든 행동이 노안의 원인이 된다는 것에 끊임없이 우려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트윗이 좋아요 수 6,000건을 넘어섰다.
어린 틱톡 사용자가 나이가 드는 것을 그토록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켄트대학교 노화연구원이자 사회학 교수인 줄리아 트위그(Julia Twigg)는 깊이 뿌리내린 사고인데도 불가피한 일처럼 들리도록 주장하여 나이 차별주의를 자연스러운 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동안 대다수 문화권에서 젊음이 강조되었으나 이제는 나이 차별주의를 강조하는 현대 현상도 돌아보아야 한다.
트위그 교수는 “SNS는 인쇄, 출판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나이가 드는 것과 관련한 인식의 문제를 일으킨다. 온라인 세계가 훨씬 더 가혹하면서 적대적인 태도를 공개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이 유일한 차이점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인터넷은 인쇄, 출판 미디어보다 더 가혹한 견해가 대중적으로 드러나도록 한다. 잡지 출판과 편집장의 관점에서 검토할 때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덧붙여 전했다.
『이 의자는 흔들리지 않는다: 연령 차별에 반대하는 선언문(This Chair Rocks: A Manifesto Against Ageism)』의 저자인 애쉬톤 애플화이트(Ashton Applewhite)는 나이 차별주의를 현대 자본주의와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애플화이트는 “만족감으로 돈을 버는 이는 없다”라며, “자연적인 생물학 변화를 비정상적이거나 문제가 있는 행위로 다룬다면, 이를 이용하여 돈을 번다”라고 말했다. 노화 방지 크림이 수백 년 동안 존재했으나 틱톡은 노화 방지 크림과 같은 제품 판매 및 구매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틱톡 샵(TikTok Shop) 덕분에 사용자는 틱톡 안에서 노화 방지 세럼과 컨실러, 산성 물질, 크림, 아이 젤, 라이트 테라피 마스크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인플루언서는 판매 제품의 수익 중 일부 금액을 벌어들이기 때문에 각종 노화 방지 제품을 판매한다.
로리어는 “간혹 20대 중반인 사용자가 노화 방지 마케팅을 하면서 주름 하나라도 생기면 죽을 것처럼 노화 방지 성공을 보장한다. 그러나 12세 아동에게 노화 방지 제품 마케팅을 한다면, 무의식적으로 노화 방지를 받아들이고 노화 방지 마케팅이 한 단계 더 나아가도록 한다”라고 말했다.
한 가지 가능한 해결책으로 노출을 언급할 수 있다. 애플화이트는 “말 그대로 나이가 드는 것과 관련하여 더 많은 정보를 접할 때,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다는 연구 결과 여러 개가 공개되었다”라며, “대부분 비슷한 나이대라는 잘못된 생각을 떨쳐내야 한다”라고 덧붙여 전했다. 이론적으로 틱톡이 도움을 줄 수 있는 해결책이다. 취미 삼아 틱톡에 접속한 이들은 출신 지역이나 나이를 떠나 해시태그의 키워드를 충족할 수 있다.
로리어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틱톡 사용자가 틱톡 접속 시 대화하는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30대 이상인 이들은 ‘나이가 들었다’라는 농담을 그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다’, ‘무릎이 쑤신다’와 같은 농담을 자주 한다. 그 뜻을 잘 알고 있으며, 자비 비하 표현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이와 관련된 자기 비하 표현이 타인이 자신을 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로리어는 다음과 같이 간단한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로리어는 “나이가 많은 이들이 온라인에 더 자주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 사용자에게 20대에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대 이후에 진짜 인생이 시작한다고 알려주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