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의 인출 서비스 전체가 중단되기 1시간 3분 전, 팻 펠란(Pat Phelan)은 자신이 운영 중인 기업의 자산을 마지막으로 전액 인출하였다. 펠란이 운영하는 미용의학 스타트업 시수 클리닉(Sisu Clinic)은 캘리포니아에 본거지를 둔 실리콘밸리은행에 준비 자금 다수를 예치했다. 펠란이 인터넷으로 실리콘밸리은행의 붕괴 위기 소식을 접했을 때, 결과적으로 실리콘밸리은행의 붕괴를 초래한 디지털 뱅크런에 합류했다.
펠란은 “시수 클리닉 최고 재무 관리자에게 기업 자산을 인출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라며, 아일랜드 은행 계좌로 실리콘밸리은행 예치 자금 이체가 완료되는 것을 확인하려 밤새 기다렸다고 덧붙여 전했다. 그는 “26시간 동안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때문에 걱정했다”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은행 붕괴 이후 주말 내내 긴장감이 감돌자 영국과 미국 규제 당국은 예금주 보호에 개입하면서 2008년 금융 위기 사태 이후 미국 대형 은행의 실패로 극적인 여파가 발생할 상황을 막으려 나섰다.
그러나 유럽 테크 업계의 복수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은행 사태의 위기에 따른 분노가 서서히 다가올 것을 경고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이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다른 은행 기관이 제공할 수 없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은행은 은행 기관이자 네트워크 연결 커뮤니티이기도 하며, 벤처캐피털 기업 역할도 일부 수행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실리콘밸리은행이 주요 투자사가 되었다. 실리콘밸리은행은 2024년까지 아일랜드 테크 기업과 생명공학 스타트업에 5억 달러 이상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네덜란드에서는 현지 기업 자금 추가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유럽 테크 부문은 이미 자금 부족과 손실 규모 증가, 정리해고 칼바람 확산의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때문에 암울한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정부 지원 투자 기업인 인베스트 NL(Invest NL) CEO 링크 존네벨트(Rinke Zonneveld)는 “지난 며칠간 발생한 상황은 특히 대규모 투자 라운드를 중심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대규모 자금 투자 지원 기관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재차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 테크 스타트업은 미국 자본에 의존했다”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뱅크는 여러 계열사와 지사를 통해 유럽 테크 부문에 깊이 자리 잡았다. 은행 기관 운영 라이선스가 없는 실리콘밸리은행 덴마크 지사는 네트워크 서비스에 주력한다. 독일 지사는 기업 예금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은행의 유럽 계열사 및 지사의 핵심은 2012년 설립된 영국 법인이. 실리콘밸리은행 영국 법인은 자금 지원, 대출 서비스, 계좌 제공 등으로 유럽연합 전역의 스타트업을 도왔다. 3월 10일(현지 시각), 잉글랜드은행은 실리콘밸리은행의 재정 부족 사태가 임박했다고 선언했다. 이후 HSBC가 실리콘밸리은행 영국 법인을 1파운드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은행의 다수 고객사가 실리콘밸리은행에 의존한 정확한 이유는 기존 대출 기관이 테크 업계의 특수한 요구 사항을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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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포괄성 벤처 기업 에이다 벤처스(Ada Ventures) 파트너 체크 워너(Check Warner)는 실리콘밸리은행은 테크 기업이 비정상적인 재무 구조를 갖추어도 계좌를 개설하도록 지원했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 은행은 영국 테크 부문의 다각화를 시도하려 여러 행사와 기관을 후원하기도 했다. 워너는 “실리콘밸리은행은 단순한 은행 기관 이상의 역할을 했다. 영국에서 창업한 기업이 실리콘밸리은행과 같은 역할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테크 업계의 요구를 충족할 영국 기관이 없었던 상황에서 실리콘밸리은행이 테크 업계를 훌륭하게 지원했다”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위기는 미국의 장기 채권에 잘못 투자하면서 시작되었다. 금리 인상은 채권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예금주가 은행 재정을 우려하기 시작하면서 예치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은 테크 업계 전체가 직면한 과제가 되었다. 결국, 복수 테크 기업이 지난 10년간 활용한 저렴한 대출 서비스에 의존하여 지원 자금이 감소했다.
2022년, 유럽 테크 업계의 가치가 4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 그와 동시에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 기업인 클라나(Klarna)를 포함한 일부 기업의 시가총액은 85% 이상 감소했다. 2023년에는 현지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유럽 테크 업계 대기업의 전초기지에서도 정리해고 사태가 계속되면서 암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23년 2월, 구글은 아일랜드 사업부 일자리 200개를 줄인다고 공식 발표했다.
워너는 “테크 업계 전체가 고통을 겪고 있다. 전반적으로 2023년은 훨씬 더 장기적인 여파가 이어질 것이다. 테크 기업이 확보할 자금은 훨씬 더 줄어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실리콘밸리은행 사태에 따른 악영향에 맞서 유럽 주요 은행 기관이 실리콘밸리은행이 제공하던 틈새 서비스를 제공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국책연구소 브뤼겔(Bruegel) 경제학 수석 연구원이자 벨기에 루뱅가톨릭학교 교수인 라인힐드 보겔러스(Reinhilde Veugelers)는 “실리콘밸리은행은 독보적인 존재이다. 스타트업 대출을 제공할 수 있는 은행은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유럽 은행은 실리콘밸리은행의 빈자리를 대체할 훌륭한 기관이 아니다. 위험성을 크게 반대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보겔러스 교수는 은행이 위험을 감수할 의사가 있더라도 실리콘밸리은행처럼 스타트업 생태계를 깊이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보겔러스 교수는 “단순히 풍부한 자원보다 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벤처 캐피털 시장 전체와 충분히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기업 실사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모든 능력을 갖춘 은행이 있다면, 이미 테크 스타트업 대상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HSBC는 와이어드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덴마크 클라우드 기업 킵잇(KeepIt) 공동 창립자이자 공동 CEO인 프레데릭 슈보(Frederik Schouboe)는 실리콘밸리은행이 다른 은행은 감당하지 않을 위험성을 감수할 준비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2022년, 킵잇은 실리콘밸리은행 영국 법인을 통해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 방식인 부채 자금 수당으로 2,250만 달러를 확보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이 2019년, 코펜하겐 지사를 설립했으나 코펜하겐 지사는 금융 서비스 운영 허가를 받지 않았다. 슈보는 “주류 은행 기관은 구독 사업이 부족하다면, 궁극적으로 은행을 운영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은행 기관이 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기에는 규제 환경이 너무 엄격하다”라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은 과거, 유럽 사업 운영 방식으로 극찬받았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은행에 의존하던 유럽 테크 업계 관계자는 이제 실리콘밸리은행의 붕괴가 다른 은행에도 같은 방식으로 테크 업계에 자금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빈 투자 기업 베니오네어 캐피털(Venionaire Capital) 창립자 겸 관리 파트너인 버트홀드 바우레크 칼릭(Berthold Baurek-Karlic)은 실리콘밸리은행의 스타트업 부문 자금 지원 모델이 아닌 자금 지원 관행이 실패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실리콘밸리은행은 위험 관리 부문에서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금리가 인상한다면, 은행의 파산으로 이어질 방식으로 위험 관리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바우레크 칼릭은 유럽 스타트업이 벤처 부채 거래 제공을 비롯해 실리콘밸리은행이 그동안 감수한 고위험 투자로 이익을 누렸다고 확신한다. 실리콘밸리은행 미국 본사와 영국 법인 모두 은행 체계에 치명적이라고 보지 않으며,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 위험성은 제한되었다고 주장한다. 바우레크 칼릭은 실리콘밸리은행 사태가 다른 은행 기관에 미칠 위험성이 제한되었다는 주장이 사실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테크 부문 생태계에는 매우 중요한 체계였다”라고 지적한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