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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담 치료사가 알고보니 인플루언서...도움을 청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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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담 치료사가 알고보니 인플루언서...도움을 청할 수는 없을까?
많은 상담 전문가가 상담실 내 긴 소파 바로 옆에서 틱톡 피드를 촬영한다. 그와 동시에 상담자의 프라이버시와 정신건강 전문직 관련 논쟁이 촉발됐다.
By GRACE BROWNE, WIRED UK

제프 아야스(Jeff Ayars)는 담당 상담 치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담 치료 시간은 제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며, 상담 치료사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는 듯하다. 뉴욕 뉴스 제작자인 아야스는 상담 치료사의 상담에 만족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탓인지 궁금해졌다. 결과적으로 상담 치료사의 온라인 평가는 좋은 편이며, 아야스도 개인적으로 담당 상담 치료사의 자격증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담당 상담 치료사의 틱톡 계정을 발견했다.

아야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순히 5만 명에 이르는 팔로워 수만이 아니었다. 바로 상담 치료사가 개인 틱톡 계정에 올린 영상 피드 자체였다. 아야스의 담당 상담 치료사는 틱톡 인플루언서이다. 상담 치료사가 게재한 짧은 영상은 빠른 의사 결정 방법이나 개인의 감정에 사과할 필요가 없는 이유 등을 설명하면서 많은 사용자를 돕는다. 아야스는 “상담 치료사는 치료 시간 내내 다음 틱톡 게시물만 생각했던 것인가? 상담 치료사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아야스는 상담 치료사가 실제로 자신을 도우려 한 것인지 아니면, SNS 영향력만 쫓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많은 이들의 정신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코로나19 시기에 틱톡에 게재된 정신건강 관련 콘텐츠가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mentalhealth 태그가 포함된 콘텐츠 조회 수는 총 705억 회를 돌파했다. 게다가 틱톡의 폭발적인 인기가 더해져 코로나19 이후 틱톡 사용자 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정신건강 관련 조언을 하는 틱톡 상담 치료사의 팔로워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틱톡을 중심으로 온라인으로 정신건강 관련 조언을 게재하는 상담 치료사가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많은 전문가가 상담자 유지에 난항을 겪었다. 미국 심리학회(APA)는 2021년 10월, 심리학자용 SNS 지침을 처음 발행했다. 영국에서는 2021년 3월, 영국 상담 및 심리 치료 협회(BACP)가 상담 치료 지침을 개정했다.

상담 치료사를 위한 상담 지침은 온라인과 현실 세계를 최대한 분리할 것을 촉구한다. APA는 “심리 치료 전문가는 SNS를 이용한 과거와 현재 환자와의 연락을 피해야 한다. SNS를 이용한 환자와의 접촉이 상담 치료라는 전문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라는 내용을 명시했다. 그러나 아야르는 알고리즘을 통해 상담 치료사의 계정을 빠른 속도로 찾아낼 수 있었다. 만약, 담당 상담 치료사가 틱톡 팔로워 수만 명을 보유했다면, 개인 추천 피드 페이지에서 우연히 상담 치료사의 콘텐츠를 볼 수도 있다. 점심시간에 틱톡 피드를 훑어보던 중 담당 상담 치료사가 배우 한나 몬타나(Hannah Montana)와 춤을 추는 영상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 선을 넘는 행위에 해당하는가? 아야르는 자신의 상담 치료사가 온라인 활동을 하면서 투명성을 갖추지 않은 점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는 “단순히 SNS 인플루언서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안내받지 못한 채로 상담을 받은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상담 치료사가 온라인 콘텐츠를 게재하면서 실제 상담 사례를 콘텐츠 제작 동기로 이용하고자 하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바로 미국에 거주하며, 프라이버시 때문에 이름 전체를 공개하지 않도록 요청한 내담자인 마이클이 겪은 일이다. 마이클은 SNS를 통해 상담 치료사를 찾았다. 특수한 감정 문제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자 했으며, 우연히 구독자 1만 2,000명을 보유한 어느 한 유튜버가 자신의 감정 문제를 특별히 다룬 심리 교육 전문 콘텐츠를 게재한 것을 보았다. 마이클은 상담 치료사가 자신과 같은 문제를 겪는 환자를 치료한다고 생각해, 유튜버이기도 한 상담 치료사를 직접 찾아갔다.

하지만 마이클은 두 차례 상담 치료 후 상담 치료사가 공개한 콘텐츠에는 여러 내담자가 밝히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내용을 포함한 영상을 게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마이클은 “나의 사례를 타인의 동기 부여에 이용한다고 생각했다. 다음 상담 치료를 받으러 갈 때까지 유튜브 콘텐츠 게재 내용을 두 번 생각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마이클은 자신의 이야기를 포함한 콘텐츠를 게재한 것을 두고 직접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첫 상담 시작 후 6개월 뒤 상담을 그만두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상담 치료사는 온라인으로 상담 치료라는 업무를 공개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마주하기도 한다. 2022년 8월, 자격증을 보유한 상담사이자 틱톡 사용자인 샤브리 라울스(Shabree Rawls)는 미혼 남성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기사 반응을 담은 영상을 게재하며, 미혼 남성의 상담 치료를 권유했다. 해당 영상은 널리 확산됐으며, 라울스는 영상을 게재한 주에 퇴사했다. 또 다른 상담 치료사인 일레인 글랜스(Ilene Glance)는 틱톡에 내담자의 트라우마 불평과 관련한 불만을 이야기한 영상을 게재한 뒤 집단 반발 대상이 되었다. 해당 영상은 후유증과 관련된 상세 정보를 타인의 동의 없이 과도하게 공유하였다. 글랜스는 부정적인 댓글과 항의 전화, 개인 상담 세션 리뷰 악평 등이 이어지자 틱톡 계정을 삭제했다.

맨체스터대학교 상담 심리학자인 엘라 화이트(Ella White)는 SNS 윤리가 자신의 교육 대상이 될 때를 기다렸다. 그러나 지금까지 SNS 윤리 교육이 진행된 적은 없다. 이에, 화이트는 직접 SNS 윤리를 연구하고, 박사 학위 논문을 이용해 다른 상담 치료사를 대상으로 SNS 사용 태도를 주제로 인터뷰했다.

화이트는 현재 상담 치료사 지침이 SNS 윤리를 다룰 만큼 포괄적이지 않고, 상담사 개인의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많은 탓에 부적절한 SNS 사용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침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급격히 변하는 중국 정부와의 관련성 의혹이 제기된 SNS 사용 관행에도 적합하지 않다. 화이트는 “현재의 지침처럼 모호하지 않으면서도 규칙이라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구체적이지 않은 지침 확립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와 같은 지침은 머지않아 구시대적인 지침이 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지나치게 엄격한 지침을 두게 되면, 자칫하면 상담 치료사가 SNS 사용 자체를 우려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상담 치료사가 온라인에서 경계 탐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일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상담 치료라는 전문 직업의 새로운 요구이며, 이에 대한 지침은 여전히 새로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담 치료사의 SNS 사용을 다룬 지침은 명시적인 규칙이 아닌 단순한 지침일 뿐이므로 준수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이 따르지는 않는다.

화이트는 더 나은 지침 내용과 접근성 향상 방식을 연구 중이다. 화이트는 SNS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 상담 치료사의 유형 설명 포함과 SNS로 접하게 될 문제 인식 향상, 각각의 상황에 따른 대응 방법 등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지침을 마련하는 이들이 실제 심리 상담 전문가와 더 오래 대화하면서 SNS 사용 경험과 SNS 사용 우려 및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그렇다면, 많은 상담 치료사가 SNS 사용 지침을 더 철저하게 준수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틱톡 계정 @TherapyJeff로 더 널리 알려진 상담 치료사 겸 인플루언서인 제프 귄터(Jeff Guenther)의 사례를 언급할 수 있다. 포틀랜드에 거주하는 전문 상담사인 귄터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진 18개월 동안 정신건강 관련 주제가 실제 트렌드가 되었다고 말한다. 귄터는 정신건강과 관련된 부정적인 낙인 퇴치 열정과 콘텐츠 제작을 결합한 것이 흥미로울 것으로 판단하여 2021년 9월, 틱톡 콘텐츠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귄터가 처음 게재한 영상 3개는 지나치게 재미에 치중하여 이상해 보였지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후 네 번째로 게재한 영상인 ‘상담 치료사에게 지금 당장 해야 할 5가지 질문’이라는 내용의 콘텐츠가 널리 확산됐다.

현재 팔로워 240만 명이 귄터의 영상을 본다. 바이든 행정부는 귄터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새로운 경제 계획을 팔로워에게 설명할 것을 요청했으며, 이후 귄터는 책 한 권을 출판했다. 귄터는 SNS에서 주목을 받고, 길거리에서 많은 이들이 알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현재 귄터의 소득 절반은 온라인 활동 수익이다. 귄터는 ‘최애 내담자’라는 글이 작성된 티셔츠를 포함한 여러 상품도 판매한다.

귄터와 다른 상담 치료사 여러 명이 제작한 콘텐츠는 내담자 개인의 이력과 감정적 필요에 따른 맞춤형 상담을 제공해야 한다는 기존 상담 치료사의 정의를 거부한다. 대신, 전반적인 주제를 다룬다. 많은 팔로워가 귄터의 콘텐츠에 애정을 표현한 가운데, 귄터의 영상은 모두에게 적합한 조언이라는 평가와 반대로 해로운 긍정성의 경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귄터는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는 존재가 아니다. 지나치게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감정적 요구를 지지할 이가 없는 상황에서 성장하는 것이다”라는 조언을 했다. 그러나 많은 사용자가 이를 두고 나르시시스트나 학대 행위를 일삼는 이에게 나쁜 행동의 변명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귄터의 영상을 본 이가 실제 문제가 되는 부분을 두고 타인이나 외부 요인을 탓한다고 느낀다면 어떨까?

귄터는 “그동안 제작한 콘텐츠 다수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호하기 때문에 모든 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조언이다. 영상 분량은 30~60초이다. 따라서 일부 누리꾼은 콘텐츠를 본 뒤 자신에게 적합한 조언과 적합하지 않은 조언을 알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귄터는 다른 플랫폼에서도 콘텐츠 시청자를 충분히 유지할 정도로 팔로워를 확보한 뒤 틱톡 활동을 중단했다. 역설적이게도 새로 사용한 플랫폼이 귄터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귄터는 “그동안 좋아했어야 하는 일과 콘텐츠 조회 수에 대한 기이한 중독이 생겼다. SNS 콘텐츠 제작이 독이 되었다고 느낀다”라고 밝혔다.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대다수 누리꾼이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정신건강 조언을 찾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신적 지지는 일반적인 일이며, 상담사의 자격을 신뢰하는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상담 비용 부담이나 상담 치료사 부족 문제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상담 치료사가 필요하다. 간혹 SNS가 정신건강 도움을 청할 유일한 경로가 될 수도 있다. 상담 치료사 겸 인플루언서가 증거를 기반으로 기본 도구를 제공하면서 사용자 스스로 정신건강을 극복하도록 도울 수 있다면, 유익할 것이다. APA와 BACP 지침 모두 SNS를 사용하는 상담 치료사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면서 관련 주제 논의를 정상화한다는 점에 주목한 이유이다. 심리학자 라켈 마틴(Raquel Martin)은 버즈피드 뉴스 인터뷰를 통해 SNS 사용을 자신의 책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귄터는 SNS 콘텐츠가 정신건강 치료 필요성과 치료 기피 간 격차를 채울 비밀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귄터는 “누구나 우울감을 느끼고, 힘든 시기를 겪는다. 정신건강 문제를 극복할 가장 좋은 방법은 치료를 받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담 치료사 겸 인플루언서가 존재한다. 상담 치료사 겸 인플루언서는 상담 치료 세계의 장벽을 허물고 누구나 상담 치료를 접하도록 한다. 다만, 대다수 콘텐츠의 개인의 상황에 따른 미묘한 차이 부재와 내담자와 전문 상담 치료사 간의 모호한 경계는 상담 치료 분야에서 성급하게 다루는 문제를 낳는다. 내담자는 담당 상담 치료사의 틱톡 콘텐츠를 원할 수도 있고, 반대로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SNS와 상담실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추세이므로 언제든지 우연히 담당 상담 치료사의 틱톡 콘텐츠를 발견할 것을 준비하라.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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