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쉬 바네지(Akash Banerjee)는 유튜브 채널에 BBC 다큐멘터리 ‘인도: 모디 의문(India: The Modi Question)’을 주제로 이야기한 영상을 올려도 괜찮은지 확신하지 못한다. ‘인도: 모디 의문’은 2002년 인도 서부 지역인 구자라트주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폭동 사태 당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역할을 검증하는 다큐멘터리이자 인도 정부가 인도인의 시청을 계속 막는 다큐멘터리이다. 대학가의 ‘인도: 모디 의문’ 시청이 금지됐다. 어느 한 학생은 당국이 전기를 차단했으며, 인터넷으로 ‘인도: 모디 의문’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인도 정부가 논란이 된 국가 긴급권을 언급한 뒤 해당 다큐멘터리 영상은 트위터와 유튜브에서 사라졌다.
정치 및 외교 문제를 다루는 풍자적 유튜브 채널 ‘데쉬바크트(The Deshbhakt, 애국자)’를 운영 중인 경험이 많은 언론인 바네지는 “국가 긴급권은 주권과 국가 평화 위협이라는 여파로 이어질 매우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이다”라고 설명했다. 모디 정부는 국가 긴급권을 행사하여 20여 년 전 발생한 일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를 금지했다.
유튜브 채널 팔로워를 300만 명 가까이 보유한 바네지는 국가 긴급권 사태 이후 국가의 위험한 상황의 경계를 확신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는 “BBC 다큐멘터리를 주제로 이야기한 영상을 제작했다고 해서 정부의 차단과 국가 긴급권 행사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바네지는 자기 검열을 택하면서 수 주간 인도 정치권의 파장을 자세히 다룬 내용의 콘텐츠 게재를 중단했다.
논란을 다룬 콘텐츠 게재를 거부한 바네지의 태도는 인도 정부의 다각적 인터넷 압박으로 이어진 낙심 효과를 반영한다. 모디 행정부는 지난 몇 년간 자체적으로 온라인 인터넷을 엄격하게 통제할 권력을 새로이 손에 쥐고는 정치적 혼란 사태 도중 당국의 개인 메시지 확인과 암호화 해독, 이동 통신 네트워크 차단 등을 합법화하였다. 인도 정부는 2021년 한 해 동안 100번 이상 인도 전역의 대대적인 인터넷 차단을 시행했다. 지난 10개월 동안 유튜브 채널 200여 개를 금지하고는 거짓 정보 유포나 국가 안보 위협을 그 이유로 언급했다.
또, 인도 정부는 다음 몇 개월간 몇 가지 법안을 추가해 정부 권력을 강화할 확률이 높다. 변호사와 디지털 권리 운동가, 언론인 모두 인도 정부의 권력 강화 목적으로 제정된 법안이 인도 인터넷 환경을 재구성하여 인도 인터넷 사용자 8억 명의 자유 수준과 다원성이 줄어든 공간으로 바꾸려 한다고 말한다. 인도 국경을 넘어선 영역까지 큰 파장을 일으키고, 테크 업계 대기업이 변화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결과와 인터넷 통치 방식을 규범으로 정하면서 인터넷 장악 방식의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
디지털 권리 비영리단체 액세스 나우(Access Now)의 아시아태평양 정책 자문위원인 남라타 마헤쉬와리(Namrata Maheshwari)는 “콘텐츠 검열이든 인터넷 차단이든 정부의 디지털 공간 통제 권한 강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가 통과하고자 하는 법안은 행정부가 단독 권한을 강화할 수도 있는 광범위한 문제의 법률을 발행할 권한을 부여한다.
인도 정부와 테크 업계 대기업의 갈등은 농업법 분쟁에서 시작됐다. 2020년 말과 2021년 초, 농부 수천 명이 델리에서 농업 개혁 발의안 항의 시위를 벌였다. (해당 발의안은 2021년 말에 폐지됐다.) 당시 시위운동은 온라인에도 반영돼, 농부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플랫폼을 사용하는 노동조합 구성원이 지지를 얻기 위한 충격을 가했다. 트위터에서는 인기 글로벌 스타 리한나의 계정을 포함한 인기 SNS 계정이 시위대와의 연대 지지 의사를 표현했다. 당시 트위터 CEO였던 잭 도시(Jack Dorsey)는 인도 농부 지지 의사를 표현한 일부 유명인의 게시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시위 규모가 커지자 인도 정부는 트위터에 정부가 주장하는 거짓 정보 확산 계정 차단을 요청하고, 트위터 계정 수백 개를 비활성화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법적 고지를 발행했다. 트위터는 간혹 인도 정부의 요청에 응했으나 언론 기관과 언론인, 사회 운동가, 정치인 소유 계정 비활성화 요청은 금지했다. 트위터는 공식 블로그에 “트위터는 인도 정부의 언론 기관과 언론인, 사회 운동가, 정치인 소유 계정 비활성화 요청을 수락하는 행위가 인도 법률이 인정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침해라고 확신한다”라고 게재했다.
인도 정부는 트위터에 계정 비활성화 요청을 보냈던 때와 비슷한 시기인 2021년 2월, 테크 플랫폼 관리 법률인 신규 정보기술법(중간 가이드라인 및 디지털 미디어 윤리 규정)을 발표했다. 2021년 발표된 정보기술법 규정에는 SNS 기업이 인도 거주자 최소 3명을 임원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해당 규정 때문에 정보기술법이 이른바 ‘인질 확보법’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인도 현지 주민이 정부와의 분쟁 발생 시 책임을 지도록 보장하기 때문이다. SNS 플랫폼은 3개월 이내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시 자칫하면 정보 출판 기관이 아닌 중간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지위를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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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SNS 플랫폼 내부 논의 사정에 정통한 어느 한 업계 관계자는 와이어드에 “적어도 인도에서는 대다수 업계가 정부의 3개월이라는 규정 준수 기한에 따라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와이어드의 인터뷰에 응한 업계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가 허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익명을 요청했다.
정보기술법 규정 변화는 매우 근본적인 내용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테크 플랫폼이 규정 준수 문제를 두고 더 오랜 시간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테크 플랫폼 기업의 인도 정보기술법 규정 준수 자문이 충분하지 않았으며, 업계 관계자 중 인도 사업 운영의 근본적 변화를 예상한 이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규정 준수 기한 마감일이 가까워지면서 인도 정부는 법률을 개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인도 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구글과 메타는 서둘러 규정을 준수했으나 트위터는 규정 준수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이에, 인도 정부는 트위터의 서비스 중간 제공 기관 지위를 일시적으로 잃고, 자사 플랫폼에 게재되는 콘텐츠와 관련된 법적 책임을 지도록 했다. 트위터가 인터넷 서비스 중간 제공 기관 지위를 잃은 시점에 트위터 인도 지사장 마니쉬 마헤쉬와리(Manish Maheshwari)가 두 차례 피소됐다. 또, 어느 한 변호사는 트위터가 집단 혐오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인도 IT 장관은 “트위터는 인도에서 사업을 운영하며, 돈을 번다. 인도에서 거둔 매출 실적이 우수하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 법률로만 관리하는 지위를 고수한다면, 용납할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
결국, 트위터는 인도 정부의 규정에 따라 인도 현지 관리자 세 명을 임원으로 채용했다. 인도 정부는 트위터의 중간 서비스 제공 기관이라는 지위가 복원되었다고 밝혔다. 이후 트위터는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 인도 정부의 계정 비활성화 요청 건수가 약 4,000건이라는 사실을 밝힌 투명성 보고서를 공개했다. 2021년 5월, 트위터가 인도 집권 여당인 BJP 소속 정치인의 트윗에 ‘조작된 미디어’라는 라벨을 적용한 뒤 인도 경찰은 트위터 델리 지사와 구르가온 지사를 급습했다.
인도 정부는 메타와의 다툼도 선언했다. 인도 정부는 새로이 법률을 제정해, 당국이 메시지 플랫폼에 메시지를 처음 전송한 이의 신원 정보를 요청할 권한을 부여했다. 왓츠앱의 단대단 암호화 기술과 상반되는 정책이다. 왓츠앱은 해당 법률에 맞서 인도 정부를 제소했다. 해당 사건은 계류된 상태이다.
온라인 출판 기업인 더 와이어(The Wire)와 더 뉴스 미닛(The News Minute), 더 퀸트(The Quint), 음악가 T.M. 크리쉬나(T. M. Krishna) 등 다른 기업과 개인도 2021년 정보기술법에 맞서 탄원서를 제출했다.
SNS 플랫폼은 정보기술법의 다른 조항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그 중 한 가지 규정은 중간 서비스 기업의 24시간 이내 고객 불만 응답 및 15일 이내 문제 해결 의무화 규정이 포함되었다. 또, 해당 규정은 SNS 플랫폼에 문제 보고 후 72시간 이내로 특정 연속 콘텐츠 삭제 의무화를 요청한다. 인도에서는 특정 콘텐츠를 겨냥한 대규모 악성 보고가 흔한 일이다.
바네지는 “1,000여 명이 SNS에서 집단행동을 하면서 항의 메일을 보내는 드문 행동을 한다면, 모든 메일에 답장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 해당 규정이 시행된다면, 소규모 인력이 운영하는 SNS 채널을 중심으로 여러 채널의 파괴가 이어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정보기술법이 일반 SNS 사용자의 권리 신장 및 위험한 콘텐츠, 금융 사기 확산 방지라는 취지로 제정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네지는 정부의 SNS 단속이 미디어 장악력을 재차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확신한다. 지난 몇 년간 온라인 미디어가 확산되면서 유력 언론인이 스스로 독립 언론 기관을 설립했으며, 현재 SNS에서는 국가 단위의 논란 논의가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와이어드의 문의 메일에 답변하지 않았다.
정보기술법 공개 반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테크 업계 대기업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인도 페이스북 사용자 수는 3억 3,000만 명이며, 인스타그램 사용자 수는 3억 명 이상이다. 트위터 사용자 수는 약 2,500만 명이다. 테크 업계 대기업에는 인도 시장이 거액의 매출을 달성할 중요한 시장이다. 2022년 말 기준 메타의 인도 광고 매출은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인도 정치인은 현지 테크 플랫폼 사용자 규모가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게다가 인도 정부는 과거, 주요 SNS 플랫폼을 금지한 적이 있다. 2020년 6월, 인도 정부는 중국과 국경 지대에서 대치한 뒤 자국 네트워크 기업에 틱톡을 포함한 중국 기업 소유 앱 58개 차단 명령을 내렸다. 당시 인도는 틱톡의 최대 규모 해외 시장이었다.
국제 기술 변호사이자 법무법인 테크레지스(TechLegis) 소속 파트너인 살만 와리스(Salman Waris)는 “인도는 트위터든 메타든 그 어떤 기업도 타격 발생을 원하지 않는 대규모 시장이다. 테크 기업은 인도 정부의 몇 가지 규정에 반대하고자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도 정부에 협력하게 되었으며, 인도 현지와 국제 사회의 표현의 자유 수준을 저하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 확실하다”라고 분석했다.
와리스 변호사는 테크 업계 대기업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타국 정부에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디지털인도법(Digital India Act)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확한 규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다수 언론은 인도 정부가 SNS부터 메타버스,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OTT 플랫폼까지 디지털 세계 전체를 규제하고, 거짓 정보 및 여성과 아동의 온라인 안전 조항을 포함하려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23년, 인도 정부는 디지털인도법의 전신으로 2021년 제정한 정보기술법 조항 추가 발의를 했다. 추가 발의안은 테크 플랫폼에 언론 관계를 다루는 정부 기관인 언론정보부(Press Information Bureau) 산하 사실 검증 부처가 가짜 뉴스라고 간주한 콘텐츠를 삭제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았다. 개정안은 현재 시민 사회의 자문을 받고 있다. 만약, 해당 규정이 시행된다면, 다수 전문가가 예상한 바와 같이 인도 정부가 온라인에 게재할 수 있는 대상을 결정할 권한을 지닌 당국이 될 것이다.
소수 집단과 여성을 겨냥한 혐오 발언이 만연한 인도에서 온라인 공간 규제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타당한 명분이 될 수 있는 규정이다. 인도 정부는 미국 대기업 의존도 증가가 아닌 인도 테크 기업의 성장세를 견인해, 인도 현지 디지털 인프라 상당수를 공급하고자 한다. 그러나 인도 정부의 규제 접근 방식은 다른 동기를 시사한다.
인터넷 자유 재단(Internet Freedom Foundation) 정책 국장 패트릭 와그레(Prateek Waghre)는 “인도 테크 기업 성장과 국가 안보 요소를 함께 적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부작용이나 여파, 법률 초안에 명시된 내용은 당국의 중앙집권화 강화를 암시한다”라고 말했다.
바네지는 인도 내 권력과 영향력을 지닌 정부 기관이 공개 인터넷 공간을 제한할 것이라는 작은 징조와 중대한 징조를 여럿 발견했다.
2023년 1월, 또 다른 파문이 인도 기득권층에 충격을 주었다. 사회 운동 단체 소유 기관인 힌덴버그(Hindenburg)가 업계 재벌 아다니 그룹(Adani Group)의 실태를 다룬 기사를 보도하며, 아디니 그룹이 회계 사기와 주가 조작 범죄를 저질렀다고 기소했다. 이후 아다니 그룹의 시가총액 1,100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 아다니 그룹은 모든 의혹을 부인했으며, 민족주의적 표현을 내세워 힌덴버그의 보도 내용을 인도와 자사 성장 이야기를 겨냥한 ‘계산된 공격’이라고 칭했다. 그리고 며칠 후, 바네지가 힌덴버그 기사 보도 날짜 기준 4개월 전 게재한 아다니 그룹 창립자 과탐 아다니(Gautam Adani)와 관련된 영상이 ‘심각한 신성 모독’이라는 근거로 유튜브에서 공격 대상이 되었다. 이후 사용자 항의가 빗발친 것으로 추정된다.
바네지는 “당시 영상으로 아다니를 석유 재벌이라고 칭했다. 영상은 누구나 접할 수 있었지만, 신성 모독이라는 공격이 이어졌다. 석유 재벌이라는 표현이 신성 모독에 해당하는가? 이를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바네지는 지금도 유튜브 영상을 게재하며, 지금까지 심각한 법적 문제를 직면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네지는 이미 법적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SNS 사용자 누구나 정치 해설 콘텐츠를 게재할 의사가 있는 이들에게 훌륭한 회계사와 훌륭한 변호사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라고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