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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3, 인간의 아카이브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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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3, 인간의 아카이브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인기 온라인 팬픽션 중심지인 웹 3는 사용자가 사망 시 친구에게 자신의 작업물의 신뢰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탈중앙화 웹인 웹 3가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By ELIZABETH MINKEL, WIRED UK

켄지 카펜터(Kenzie Carpenter)의 온라인 친구 XT가 갑자기 사망하자 카펜터는 패니시 넥스트 오브 킨(FNOK, Fannish Next-of-Kin)에서 XT의 작품 첫 번째 관리자로 결정되었다. 카펜터는 “XT를 같은 팬덤으로 구성돼 소규모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 디스코드 서버에서 만났다. 카펜터의 사망 소식은 디스코드 서버 구성원 모두에게 충격이었다”라고 전했다.

FNOK 합의는 인기 팬픽 웹사이트인 아카이브 오브 아워 오운(AO3, Archive of Our Own)의 모든 사용자가 팬 픽션, 팬 아트, 에세이, 영상 등의 작업자가 사망한 뒤 그 작업을 관리할 다른 팬을 지정하도록 했다. 카펜터도 관련 정책을 들어본 적이 있다. 카펜터는 XT의 사망과 FNOK를 사용하는 모든 서버 구성원의 제안에 따라 XT의 생전 작품을 관리하게 되었다.

AO3는 여전히 카펜터의 디지털 생활과는 거리가 먼 영역에 있다. 카펜터는 다른 플랫폼과 XT의 작품 관리 방식을 논의한 적이 없다. 그 부분적인 이유는 같은 생각을 지닌 친구가 고인이 생전에 올린 게시물을 손쉽게 관리하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카펜터는 “AO3와 같은 기능을 지원하는 사이트가 더 많으면서 AO3처럼 고인의 작품을 다른 온라인 친구가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과정을 갖추었다면, 남편이 나의 생전 온라인 게시물을 더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준비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자신의 기기에 접근하고, 자신의 온라인 존재와 관련해 남편을 신뢰해야 남편에게 자신의 생전 온라인 게시물 관리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로그인 정보와 사후 바람과 함께 SNS 유서를 남기는 일이 보편적인 관행이 되었다. 그러나 SNS 유서가 없다면, 직계 가족이나 고인의 법정대리인으로 지정된 이만 종종 고인의 온라인 계정을 관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고인의 SNS 계정 관리 권한을 물려받는다는 사실은 프로필 제거를 의미한다. 대다수 프로필이 사용자를 제외한 다른 이의 계정 접근 권한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일부 SNS 플랫폼은 가족이 아닌 이들이 고인의 프로필을 기억하도록 지원한다.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사망 후 계정 프로필 사진을 변경하거나 추모 게시물을 올리도록 지원하는 유서 접촉 기능을 지정하도록 한다.

온라인으로 구매하거나 얻은 것은 사망 후 물려줄 수 없다. 예를 들어, 스팀과 같은 게임 플랫폼에서 소프트웨어 사용 권한 라이선스를 구매한 뒤 이를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 대다수 플랫폼이 고인이 제작한 콘텐츠와 관련된 사항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대다수 플랫폼이 사용자의 가입과 유지를 위한 사업을 운영하며, 사용자가 창작한 것을 보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 웹사이트의 서비스 약관에는 개인은 플랫폼 사용을 위한 라이선스를 보유하는 동안 콘텐츠 생성 저작권을 갖는다. 사용자가 사망할 때는 다른 형태의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후손이 콘텐츠 저작권을 갖게 된다. 보통 저작권이 인정되는 콘텐츠는 소유권을 떠나 온라인에 유지된다면, 절대로 변경이 없는 상태로 남게 된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예외 사항을 적용하는 플랫폼이 있다면, 바로 트위치이다. 트위치는 스트리머 계정을 운영하는 사용자가 사망하더라도 생전과 같은 지위를 유지하도록 한다. 이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2023년, 웹 최대 콘텐츠 생성 플랫폼인 틱톡은 사후 정책 자체가 없다.

많은 팬이 플랫폼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지만, 상당수 플랫폼의 게시물 관리 권한을 직계 가족에게 물려주는 일이 이상적이지 않다. 팬덤은 팬덤 밖의 생활에서 공유하지 않는 대상을 탐색하는 공간이다. 생물학적 성 정체성과 문화적 성 정체성, 혹은 같은 팬만이 이해할 수 있는 기이한 세계를 예시로 언급할 수 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팬픽션 문화를 적절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팬의 작품을 보존 가치가 없는 대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웹에 오랫동안 존재한 문제이다. 팬이 작성한 여러 잡지를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영구적으로 잃을 수 있다. 팬 집단 위키 팬로어(Fanlore)에 게재된 ‘Fannish Estate Planning’이라는 글이 설명하는 바와 같이 고인이 된 팬의 가족은 종종 고인이 팬덤 활동으로 추구하던 바를 전혀 모르므로 상당수 팬의 작품이 휴지통으로 향하거나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15년 전 AO3 개설 당시 AO3의 많은 크리에이터가 이미 팬덤 친구를 잃은 상태였다. 결국, 팬덤 친구의 팬 작품도 잃게 되었다. AO3 정책 및 악용위원회 공동 회장이자 FNOK 주요 도우미로 활동하는 헤더 스미스(Heather Smith)는 “FNOK는 초기,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 약관을 논의하면서 고인의 작품 관리 방식도 논의했다. 많은 사용자가 사망 후 자신의 작품 관리 방식을 문의했다. AO3의 모기관인 OTW(Organization for Transformative Works)는 크리에이터와 팬 모두에게 이익이 될 만한 정책을 원했다”라고 설명했다.

FNOK의 고인 게시물 관리 조건은 명확하지만, 사용자 수백만 명 중 플랫폼 단 한 곳에서만 활동하는 이는 소수이다. 스미스는 “사용자가 FNOK의 SNS 유서 준비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신뢰할 수 있는 사후 디지털 게시물 및 계정 관리자를 지정하고 사후 고인의 계정 비활성화 가능성을 막는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사용자 다수가 사후 작품 및 계정 관리자를 전혀 지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여 전했다.

스미스는 고인의 게시물 관리 문의가 급격히 증가한 2020년, FNOK에 합류하면서 사후 온라인 콘텐츠를 관리할 이를 지정했다. 스미스는 “코로나19가 SNS 유서를 모든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한 듯하다. 개인적으로 사후 온라인 콘텐츠 및 계정 관리를 담당할 이를 지정하기 위한 논의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됐다. 모두 최소 1년에 한 번씩 사후 온라인 콘텐츠 및 계정 관리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온라인에서 나의 존재를 신뢰할 수 있는 이가 관리할 것이라는 사실에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FNOK 합의는 AO3 사용자의 창작 콘텐츠를 사용자가 개인적으로 관리할 여러 방법 중 하나이다. 약 50만 개에 이르는 웹사이트에 게재된 사용자 콘텐츠 1,000만 개 이상이 관리자가 없는 상태가 됐다. 많은 콘텐츠가 온라인에 남아있으면서도 콘텐츠 관리 계정은 비활성화되었다. 콘텐츠 관리자 상실은 접속 장애가 발생하는 링크와 버려진 프로필로 가득 찬 웹에서 만연한 일이다. 그리고 관리자가 없는 콘텐츠를 아카이브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한다. 고인의 콘텐츠 관리는 개인보다 오래 존재하도록 구성된 플랫폼을 공동체가 형성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디지털 플랫폼이 갈수록 안전하지 않다는 걱정과는 상반된다. 속도가 느리면서 종종 트위터가 고인의 콘텐츠 관리 확장을 거부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은 웹 초기 시대에 뒤처졌다는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온라인으로 관계를 형성하면서 사용자가 개인 창작 콘텐츠를 게재하는 플랫폼이 일시적으로만 존재하며, 기업이나 갑부 개인의 변덕에 따라 고인의 콘텐츠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는 인식을 주었다.

카펜터는 AO3에서 XT의 생전 콘텐츠를 관리하면서 고인의 콘텐츠 관리가 자신의 남은 디지털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느낀다. 카펜터는 “워드프레스를 개발한 소프트웨어 개발사 오토매틱(Automattic)이 갑자기 텀블러에 올린 게시물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뒤 하루아침에 텀블러 콘텐츠를 삭제하여 11년간의 온라인 활동이 버튼 클릭 한 번으로 삭제될 수 있다는 사실이 계속 끔찍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작성한 글과 사진 앨범, 친구가 보낸 편지, 스크랩북, 추억 기념 앨범 모두 집에 화재가 발생하여 잃게 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웹의 세대 구축이 진행되는 가운데, 탈중앙화와 커뮤니티가 구축하고 소유한 공간을 지지하는 이들이 AO3의 고인 콘텐츠 관리와 같은 방식을 따라 할 것이다. 메타버스에 자신의 디지털 미래를 작성한 이들은 재빨리 돈을 벌 방법 참여를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메타버스에서 고인의 콘텐츠 및 계정 관리를 팬의 콘텐츠 작성과 공유, FNOK로 사후 콘텐츠 관리 권한 부여 모두 무료로 이루어지는 등 상업성이 전혀 없는 AO3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AO3의 기능과 이더리움 공동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과 같은 이들이 제시하는 의견 사이에 평행한 부분이 있다. 부테린은 분산 장부를 단순히 금전 거래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웹에서의 신뢰할 수 있는 관계와 경험을 구축해 일종의 디지털 신분증 역할을 하도록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AO3에서는 FNOK와 같은 소규모 관계 연결이 동료 간 신뢰를 표현할 수단이 되며, 관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알고 지내던 고인의 계정이 비활성화되지 않고, 온라인에서 함께 형성하는 공간이 사망 후에도 오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약속한다.

현재 20대 중반인 카펜터에게 FNOK 합의가 일반적으로 일시적이라고 정의되는 웹에서 기이한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물어보았다. 이에, 카펜터는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임의의 장소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낙서를 남겨왔다. FNOK 합의로 사후 개인 콘텐츠와 계정을 관리할 이를 지정하는 것이 영구성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개인의 온라인 존재 전체를 잃는 것과 관련하여 영구성 이상의 존재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What Web3 Can Learn From Archive of Our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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