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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인도 문화전쟁에 휘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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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인도 문화전쟁에 휘말리다
힌두교 민족주의 세력이 챗GPT가 힌두교 신을 모욕했다고 주장하며, 온라인상에서 분노를 자극했다.
By ARBAB ALI, NADEEM SARWAR, WIRED UK

마헤데쉬 비크람 헤그데(Mahesh Vikram Hegde)의 트위터 계정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찬양하는 트윗을 쉴 새 없이 게재한다. 헤그데가 상단에 고정한 피드는 헤그데가 주장하는 “인도의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은 지도자”의 생일을 기념하는 트윗이다. 헤그데의 트위터 프로필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 계정을 팔로우하여 영광이다”라는 내용과 함께 시작한다.

1월 7일(현지 시각), 헤그데는 챗GPT(ChatGPT) 스크린샷을 게재하며, 18만 5,000명이 넘는 팔로워와 공유했다. 해당 트윗은 인공지능(AI) 기반 챗봇인 챗GPT가 작성한 힌두교 신인 크리슈나(Krishna)와 관련된 농담을 공유한다.

챗GPT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이용해 텍스트 명령어에 따라 자세한 답변을 제공하며, 법률문제부터 노래 가사까지 다양한 질문에 답변한다. 그러나 신앙과 연결된 질문에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도록 훈련을 받아, 예수나 모하메드와 관련된 농담을 작성하라는 명령어에 “유감이지만, 신앙이나 신과 관련된 농담은 전혀 생성할 수 없도록 설계됐다”라고 답변한다. 챗GPT의 한계는 힌두교 신과 관련된 명령어를 입력할 때만 드러나는 문제가 아니다. 헤그데는 “힌두교를 향한 심각한 증오”라는 트윗을 올렸다.

와이어드가 챗GPT에 헤그데의 스크린샷을 올리자 헤그데가 게재한 트윗과 비슷한 답변을 생성했다. 챗GPT 소유 기업인 오픈AI(OpenAI)는 와이어드의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챗GPT의 힌두교 모욕을 주장하는 트윗은 조회 수 40만 건을 넘었다. 동시에 트위터 팔로워 30만 명 이상 보유한 라지브 말호트라(Rajiv Malhotra)를 포함한 힌두교 민족주의 해설자가 부추긴 챗GPT를 향한 분노가 인도 SNS 전반에 걸쳐 확산됐다. 단 며칠 만에 총력을 기울인 음모론으로 이어졌다. 1월 17일(현지 시각), 인도 최대 TV 방송사 지뉴스(Zee News) 앵커 로히트 란잔(Rohit Ranjan)은 황금 시간대에 진행하는 25분짜리 방송에서 챗GPT가 힌두교를 겨냥한 국제사회의 음모론을 대변한다고 주장했다. 란잔은 “챗GPT, 힌두교 반대 사고 중심지”라는 제목과 함께 소식을 전하면서 “챗GPT는 힌두교에 피해를 주도록 설계됐다”라고 말했다.

챗GPT 비판론은 대중이 모디 총리의 인도 내 논란으로 불쾌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도에서는 민족주의 후손이 종교와 정치적 정체성 통합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문화전쟁에 불을 지핀다.

뉴델리 디지털 권리 및 자유 옹호 단체 인터넷 자유 재단(Internet Freedom Foundation) 창립자 겸 변호사인 아파르 굽타(Apar Gupta)는 “인도는 분노 형성 측면에서 매우 민감한 국가이다. 챗GPT의 힌두교 모독 관련 음모론과 같은 사례는 대기업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번 음모론과 같은 분노는 종종 기업이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은 요소가 각종 논란을 일으키는 결과로 이어지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힌두교 민족주의 세력은 지난 10년간 인도 정치계를 장악했다. 우익 대중영합주의 정당 지도자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정부는 종종 종교와 정치 문제를 통합하고는 힌두교 혐오 편견 의혹을 이용해 정부와 모디 총리를 향한 비판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3년 1월, 인도 정부는 비상 지휘권을 들먹이면서 BBC 다큐멘터리 ‘인도: 모디의 의문(India: The Modi Question)’ 배포를 막았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2002년, 모디 총리가 과거 총리직을 수행한 구자라츠주에서 폭동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맡은 역할을 조사한 내용을 다루었다. 당시 폭동 탓에 사망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 대부분 이슬람 신도이다. 트위터와 유튜브 모두 해당 다큐멘터리 영상 삭제 명령을 받았다.

정부의 견해에 힘입은 우익 방송해설자는 재빨리 인도 인구 다수를 차지하는 힌두교 신자가 끊임없이 위협과 차별 대상이 왼 것처럼 설명했다.

정치, 문화 잡지 더 카라반(The Caravan)의 편집 상무국장인 하토시 싱 발(Hartosh Singh Bal)은 “해설자는 어디서나 음모론과 대중의 분노를 확산시키며 활동할 수 있다. 아무리 얼토당토않더라도 구실이 있다면, 집단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정부는 타당하지 않은 주장 확산을 추진하며, 해설자는 주변의 자체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 단순히 논란의 관련성을 유지하고, 확실한 유명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계속 논란을 부추긴다”라고 분석했다.

국제 앰네스티 인도 지부 전직 국장이자 기자인 아카르 파텔(Aakar Patel)은 “인도 내 대화는 분노를 유발한다”라며, 문화전쟁에 휘말린 요소에는 어떠한 논리도 없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챗GPT 금지 공식 요구는 없으며, 인도 정부는 챗GPT의 힌두교 모독 논란에 편승하지 않았다. 그러나 힌두교 모독과 같은 정치적 분노에 휘말린 여러 기업이 잠재적 사용자의 불안감을 유발하는 피해를 겪었다.

고객의 반발을 피하고자 이름 전체 공개를 거부한 델리 기업가인 자이드(Zaid)는 “고객 다수는 힌두교 신자이다. 고객 개인이 과학을 얼마나 좋아하거나 증오하는지는 모르지만, 자칫하면 힌두교 신자인 고객을 공격할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닌 논란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온라인 사업에 챗GPT와 같은 요소는 일절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보석 기업 타니쉬크(Tanishq)는 혼혈 가족을 다룬 광고를 공개한 뒤 온라인 시위 집중 대상이 되었다. 과격한 힌두교 신자 단체가 보이콧을 촉구하자 타니쉬크는 문제가 된 광고를 제거했다. 2021년, 의류 및 라이프스타일 기업 파빈디아(Fabindia)는 우르두어 구절을 인용해, 힌두교 축제인 디왈리(Diwali) 의류를 홍보했다. 우르두어는 인도 이슬람교와 파키스탄의 주요 언어이다. 홍보 게재 후 단 몇 시간 만에 ‘#파빈다보이콧(#boycottFabindia)’이 트위터 트렌드 검색어로 등장했다. 결국, 파빈다는 활동을 중단하고 우르두어 홍보 광고를 삭제한 뒤 의류 브랜드 명칭을 바꾸었다.

2021년 5월, 인도 최대 에듀테크 플랫폼 중 한 곳인 우나카데미(Unacademy)는 힌두교 민족주의 단체의 반발을 촉발한 시험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과문을 작성해야 했다. 6개월 뒤 우나카데미의 후원 행사에서 어느 한 학생이 힌두교 서사시인 라마야나(Ramayana)를 바탕으로 촌극을 연기하는 영상이 확산되자 우익 단체가 신성 모독을 주장하며, 우나카데미를 비난했다. 그와 동시에 #힌두교반대세력우나카데미(#AntiHinduUnacademy)가 트위터 트렌드 검색어가 되었다.

2016년, 전자상거래 기업 민트라(Myntra)는 서사 마하바라타(Mahabharata)를 민트라의 브랜드와 결합한 장면을 담은 밈 확산 후 힌두교 문화를 조롱했다는 공격에 시달렸다. 밈과 논란 모두 2021년, 또 한 차례 부활했다. 민트라는 논란이 된 밈 제작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으나 #민트라보이콧(#BoycottMyntra), #민트라삭제(#UninstallMyntra) 모두 트렌드 검색어가 되었다.

복수의 테크 업계 관계자는 인도 내 힌두교 모독 논란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큰 잠재력을 지닌 생성형 AI 실험을 중단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테스트북(Testbook) 이사 라비수탄자니 쿠마르(Raviisutanjani Kumar)는 “AI가 힌두교를 모독했다고 탓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테스트북은 이미 사업에 생성형 AI를 활용 중이다.

그러나 테크 업계 일부 부문에서는 챗GPT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계획을 중단해야 했다. 익명성 보장 조건으로 취재에 응한 시가총액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에듀테크 기업 피직스왈라(PhysicsWallah)의 어느 한 관리자는 적어도 힌두교 모독 논란이 잠잠해질 때까지 챗GPT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챗GPT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챗GPT를 활용한 사업의 잠재적 기회가 크다. 따라서 챗GPT의 힌두교 모독 논란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 뒤 챗GPT를 적용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익명을 요구한 트레이드인디아(TradeIndia)의 어느 한 최고 관리자는 더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택해, 이미 기업 단위 고객을 위한 웹사이트 콘텐츠 작성 시 챗GPT를 대거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비용이 중요하다. 챗GPT가 콘텐츠 작가 인건비 절감과 바람직한 결과물 제공에 도움이 된다면, 논란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굽타는 인도 사업 운영을 원하는 테크 기업이 추후 힌두교 민족주의 세력의 분노를 자극할 만한 논란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힌두교 민족주의 세력의 분노는 정치적 이익으로 이어져 강력한 보수층 및 종교 유권자 집단을 얻게 되며, 정부는 사업 환경을 위해 분노 유발을 한 거짓 발언을 정정할 의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굽타는 “기업은 온라인 보이콧이나 힌두교 민족주의 세력과 우익 세력이 주장하는 각종 의혹을 직면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므로 진지하게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ChatGPT Has Been Sucked Into India’s Culture W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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