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EL KHALILI, WIRED UK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분노했다. 암호화폐가 SEC의 분노 대상이 되었다. 2023년 2월 1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SEC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의 협력으로 개발한 스테이블코인 BUSD 발행 문제로 암호화폐 기업 팍소스(Paxo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SEC는 팍소스 소송과 관련하여 자세한 사항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과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설립한 팍소스는 2월 14일(현지 시각), SEC가 BUSD를 복잡한 규정 준수가 필요한 미국 등록이 필요한 증권이라고 의심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주었다. 팍소스는 공식 성명을 통해 BUSD를 증권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뉴욕 금융서비스부의 명령을 준수하여 BUSD 신규 발행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팍소스의 공식 발표는 BUSD 개발 중단으로 이어진다.

팍소스는 BUSD 발행 중단과 관련한 설명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바이낸스 수석 전략 관리자 패트릭 힐만(Patrick Hillmann)은 SEC의 소송이 바이낸스에 미칠 영향과 관련한 의견 공개를 거부하며, “바이낸스는 추가로 발생하는 부당한 피해로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다른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라고만 전했다.

암호화폐 업계가 규제 당국과 갈등을 빚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그러나 팍소스 사건은 다르다. SEC의 소송 이후 이어진 BUSD 발행 중단 발표는 암호화폐 업계에 상당한 우려와 혼란을 일으켰다. 업계에서는 BUSD 발행 반대 판결이나 BUSD 사용이 모든 스테이블코인에 적용될 선례를 남기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중요한 인프라 다수에도 그 영향이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과거, HSBC를 포함한 여러 은행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경제학자 프란시스 코폴라(Frances Coppola)는 “갑자기 공급이 중단되면, 암호화폐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특정 통화에 가치를 고정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경제의 중요한 기둥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보통 1달러로 가치를 고정한다.) 대다수 스테이블코인은 바람직한 가치로 토큰 유통 상태를 고정하는 현금과 채권을 결합한 형태로 지원한다.

과거,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놀 애치슨(Noelle Acheson)은 특히 해외 이동 상황에서 유통이 어려운 현금과는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빠르고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투자자가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면, 그 기회에 뛰어드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이다. 자산 관리 기업 루미다(Lumida) CEO 람 아루와리아(Ram Ahluwalia)는 스테이블코인이 경제 검증 기회를 개방하면서 자금 유입과 생태계 내 유지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SEC는 증권을 다른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이익 기대와 함께 일반 기업에 투자할 자금 규모를 정하는 계약이라고 정의한다. 증권 분류 시 다양한 규제와 공시 요건이 적용된다. 스테이블코인을 일반적으로 증권으로 분류하면, 발행 기관은 SEC에 스테이블코인을 등록하면서 코인 발행 거부 기회를 주어야 한다. 시장에 이미 등장한 스테이블코인 모두 법률 집행 대상이 될 수 있다.

바이낸스 CEO 창펑 자오(Changpeng Zhao)를 포함하여 팍소스 사태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을 직면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현재 스테이블코인이 SEC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가 가치 변동성을 지니지 않고, 합리적인 수익 기대치에 따라 판매하도록 설계할 방법을 두고 답을 찾아 헤매고 있다.
 
애치슨은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관에 맞선 SEC의 행동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SEC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일부 스테이블코인이 증권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밝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애치슨은 SEC가 BUSD 등 국채와 기업 채권 등 기존 증권을 보유한 발행 기관이 지지하는 BUSD와 같은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확장된 범위의 증권에 해당하므로 그에 따른 규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아루와리아는 SEC나 팍소스 중 어느 쪽도 규제의 특성과 관련하여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았으며, 현재 소송 여파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관에는 긍정적인 일이 되기 어려우며, 앞으로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조짐이 될 수도 있다.

팍소스 사태는 2022년 11월,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여파에 따라 SEC가 시작한 법률 집행 대응 중 가장 최근에 보인 행보이다. 2023년 2월, SEC는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Kraken)이 증권 등록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소한 뒤 미국 서비스 하나를 중단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에 앞선 1월, SEC는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Gemini)와 암호화폐 대출 기관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Genesis Global Capital)이 미국 고객에게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소했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SEC의 암호화폐 업계 제재를 두고 오바마 행정부가 시행한 제도의 이름을 따라 ‘운영 중단 2.0(Operation Choke Point 2.0)’이라고 설명한다. 운영 중단 제도는 미국 관료가 은행 기관에 압력을 가해 음란물과 단기 대출 업계 등 바람직하지 않은 업계와 관계를 중단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는 제도이다.

코폴라는 SEC의 의도가 암호화폐 업계 전체가 미국으로 향하도록 유도하면서 미국에서 아예 퇴출하려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SEC는 미국 시민이 암호화폐와 상호작용하지 못하도록 막고자 한다. 다른 국가도 SEC의 행보를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SEC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시도 범위를 확장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애치슨과 코폴라, 아루와리아 모두 SEC가 바이낸스 통제 권한을 얻을 방식으로 팍소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을 의심하며, 전반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향한 적대감을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바이낸스는 지금까지 세계 최대 규모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제한된 범위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로이터가 보도한 바와 같이 미국은 오랫동안 바이낸스가 수월한 자금 세탁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했다고 확신한다.

코폴라는 SEC가 바이낸스의 여러 활동의 기반이 되는 스테이블코인인 BUSD 규제에 나서면서 바이낸스가 미국 달러를 확보할 원천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루와리아도 코폴라의 견해에 동의하며, SEC가 바이낸스의 암호화폐 업계 운영 능력을 없앨 방안을 모색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구심을 품고 있으나 사법 권한이 없는 규제 기관이라면, 손에 쥔 모든 수단을 확실하게 동원하려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항상 법률 집행 기관의 금융 범죄 수사 조력이라는 중심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유지해왔다.

SEC가 팍소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직접 밝힐 때까지 암호화폐 업계는 소송 결과를 기다리면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아루와리아는 “암호화폐 업계는 SEC의 팍소스 소송 이유를 추측할 수밖에 없다”라고 언급했다. SEC가 서클(Circle), 테더(Tether) 등 다른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관까지 규제하려 한다면, 그 여파는 심각해질 것이다. 코폴라는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없다면, 암호화폐 거래 비용이 더 비싸고 위험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 탈중앙화 금융 부문 전체가 무너질 가능성도 예상한다. 코폴라는 “이번 팍소스 사태는 암호화폐 업계 전체를 복잡한 체계 적용 대상으로 둘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Confusion Spirals in Crypto as the US Cracks D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