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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로버섯 가격 인상, 원인은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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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로버섯 가격 인상, 원인은 ‘기후변화’
유럽이 건조해지면서 균류 수확이 급격히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일부 버섯 가격이 급격히 증가했다.
By CHRIS BARANIUK, WIRED UK

투스카니에 가을이 찾아왔다. 송로버섯을 채취하는 프란시스코 벤트로니(Francesco Ventroni)가 번트 오렌지 색상과 호박색 나무 아래 떨어져 발밑에 흩어진 나뭇잎을 향해 걸어간다. 벤트로니와 함께 이동하던 개가 달려간다. 그러나 벤트로니에게는 지리가 익숙한 이탈리아의 작은 골짜기인 투스카니는 예년보다 따뜻하면서 건조하다. 보통 언덕 아래를 따라 흘러내리던 개울가가 잠잠하다.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밟을 때, 서리가 내린 11월이면 어렴풋이 들리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벤트로니가 반습토에서 0.5kg 상당의 송로버섯을 채취한 적이 있어 가장 좋아하는 지점에 다다르자 이전처럼 버섯을 잔뜩 채취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벤토리니는 “개가 직접 앞장서서 이동하다가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나를 한 번 보더니 집에 돌아가자는 신호를 보낸다. 이러한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벤토리니가 완벽하게 훈련된 사냥개와 함께 찾는 송로버섯은 나무와 공생관계에 따라 사는 작고 거친 균류의 자실체이다. 파스타나 계란 위에 올리기 적합하게 자르거나 올리브 오일의 맛을 낼 때 사용하는 송로버섯은 별미이자 고급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여름 유럽 기온 때문에 송로버섯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일부 종류의 가격이 1kg당 1,000유로(약 1,012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송로버섯 채취인의 버섯 채취 요령은 매우 중요하다. 올해 벤토리니는 각종 변수에 맞서 어느 정도 크기가 적당한 송로버섯을 채취했다. 버섯은 1개당 100g이다. 벤토리니는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투스카니 토지에서 습기를 함유한 곳을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기후변화와 가뭄 발생 빈도 증가가 송로버섯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설명한 과학 연구 논문이 게재됐다. 균류는 기본 식량이 아니지만, 논문을 작성한 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가 인간에게 미치는 놀라운 영향과 그 영향이 발생하는 방식 측면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 논문 제1 저자인 브라이언 스타이딩어(Brian Steidinger)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교수는 균류를 연구하면서 최초로 송로버섯을 채취했을 당시 최대한 연구 주제에 가까이 접근하고자 했다. 송로버섯 채취는 일반적으로 송로버섯 냄새를 감지하도록 개를 훈련하고, 송로버섯 위치를 찾도록 한다. 이탈리아 견종인 라고토 로마그놀로가 송로버섯 채취에 가장 적합한 견종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스타이딩어 교수는 송로버섯과 매우 가까운 곳에서는 인간의 후각으로도 송로버섯 냄새를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타이딩어 교수는 “토양 냄새를 맡기 시작하고, 송로버섯을 6개 이상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이딩어 교수 연구팀은 유럽 내 송로버섯을 채취할 수 있는 곳이 앞으로 몇 년간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여름 기온이 확실히 높았던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독일과 스위스 송로버섯 채취 장소 20곳에서 송로버섯 관련 설문조사 1,781건을 진행한 시민 과학자 12명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특히 연구팀이 집중적으로 다룬 송로버섯종은 이른바 ‘썸머 트러플(summer truffle)’, ‘버건디 트러플(Burgundy truffle)’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덩이 버섯(Tuber aestivum)이다. 겉은 검은색 나무껍질처럼 보이며, 내부 색상은 크림색이 섞인 흰색이다.

스타이딩어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가장 주목할 만한 사실은 송로버섯이 덥고 건조한 여름 기후 변화에 반응한다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예상치 못하게 기온이 3℃ 상승할 때 송로버섯 성장 자체가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송로버섯 균은 나무뿌리에서 직접 자라나며, 습도와 영양분을 추가하며 숙주를 제공하는 동시에 나무가 송로버섯과 당분을 나누기 때문에 나무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2022년 날씨 때문에 여러 국가의 송로버섯 가격이 큰 타격을 입었다. 영국 남부 지역이 유독 여름 내내 덥고 건조했다. 이 때문에 9월, 영국 기상청은 역대 가장 무더웠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시켜주었다. 지금까지 2022년은 1976년 이후 가장 건조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와이어드의 인터뷰에 응한 송로버섯 채취인 두 명이 덥고 건조한 여름 날씨 탓에 직접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트러플&머쉬룸 헌터(Truffle & Mushroom Hunter) 웹사이트 관리자인 멜리사 와딩엄(Melissa Waddingham)은 “2022년은 송로버섯을 채취하기 매우 열악한 시기이다. 송로버섯 대부분 올해 기후 악조건 탓에 매우 작다. 또, 병충해 피해도 심하며, 송로버섯 대부분이 그리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와딩엄은 도싯부터 에섹스까지 영국 남부 해안가를 따라 균류를 채취한다. 부드러운 토양이 있어, 송로버섯이 자라기 좋은 알카인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보통 와딩엄은 골프공 크기만한 송로버섯을 채취하지만, 올해 채취한 송로버섯은 대부분 땅콩 크기이다.

도싯에서 송로버섯을 채취하는 사샤 도리(Sasha Dorey)는 라고토 로마그놀로 두 마리를 데리고 친구가 관리하는 과수원에서 송로버섯을 채취한다. 도리의 수확도 와딩엄의 채취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도리는 “15년간 송로버섯을 채취했다. 올해만큼 송로버섯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다른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스타이딩어 교수의 논문은 북아프리카부터 영국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자라는 버건디 트러플종을 살펴보면서 유럽 내 일부 서식지에서 기온 상승으로 버건디 트러플의 성장이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스타이딩어 교수는 “한 가지 버섯종의 성장 형태는 사실, 가장 취약한 버섯종의 성장 형태를 나타낸다. 요리에 관심도가 높으면서 송로버섯이 주로 자라는 국가인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는 송로버섯 채취 중심지이다. 따라서 오래된 송로버섯 생산지에서도 기후변화로 송로버섯 채취 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단순히 기후변화가 더 극적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할 만한 단순히 외진 지역에서만 기후변화의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버건디 트러플 연구는 일부 전문가의 관심을 받았다. 송로버섯 재배 기업 미코르히잘 시스템(Mycorrhizal Systems) 소장인 폴 토마스(Paul Thomas)는 “버건디 트러플이 기후변화의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 결과가 놀랍다”라고 말했다.

토마스 소장은 2022년 유럽 기온이 이미 시장에서 관측된 송로버섯 가격 급등과 지닌 관계에 주목한 연구팀의 연구 방식을 극찬했다. 그는 “현재 버건디 트러플 가격은 1kg당 1,000유로 안팎으로, 예년보다 비싸다”라고 말했다.

송로버섯의 플랜테이션 재배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건조한 여름의 영향을 받는 수준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토마스 국장은 2022년, 웨일스와 아일랜드에서 처음으로 송로버섯이 자랐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폭염의 영향이 더 심한 곳에서 송로버섯 재배 시 영양분과 안정적인 물 공급을 통해 인위적으로 재배했다. 가뭄이 송로버섯 재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일례로, 지중해에서는 오랫동안 송로버섯을 인위적으로 재배할 수 있지만, 2022년에는 송로버섯 채취가 쉽거나 판매 가격이 저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토마스 국장은 “지중해 일대의 물 비축량이 줄어들고 있어, 관개 능력도 덩달아 감소하는 추세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국가에서는 송로버섯 재배가 확산되는 추세이다. 2020년 연구 모델은 특정 기후 조건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체코 내 송로버섯 재배에 적합한 지역 확장 예상 모델을 제시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의 수석 저자인 토마스 세즈카(Tomáš Čejka)에 따르면, 체코공화국의 상업용 송로버섯 재배 산업 확립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균과 송로버섯 플랜테이션 관리 지식이 제한적인 탓이다.

스타이딩어 교수는 기후변화 때문에 인구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은 시기에 송로버섯 재배를 우려하는 것이 거만한 일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송로버섯 재배의 상관관계는 인간이 항상 누릴 수 있다고 가정한 무언가를 나타낸다. 기후라는 혜택이나 안전함 모두 실제로 민감하면서도 취약한 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벤토리니는 숲을 계속 주목한다. 관광객에게 송로버섯 채취 체험을 제공하면서 돈을 벌기도 하지만, 송로버섯 재배량이 급격히 감소한다면, 송로버섯 채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계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이딩어 교수의 친구 중 농업계에 종사하는 친구 몇 명은 부패한 송로버섯으로 토양에 영양분을 공급하라고 조언했다. 토양에 균류 미생물 입자를 퍼뜨려 새로이 송로버섯이 자라도록 하기 위한 시도이다. 그러나 스타이딩어 교수는 부패한 송로버섯으로 영양분을 공급해도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이어, “이제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라며, 송로버섯이 화창하면서 습한 기후에서 가장 잘 자란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열과 햇빛, 물 모두 적당량 공급하는 것이 송로버섯 성장의 핵심이다. 벤토리니는 송로버섯 재배 시 열과 햇빛, 물 공급량 모두 균형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열과 햇빛, 물 공급 부분에서 송로버섯 재배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언급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ruffles Are Becoming Even More Expensive. Blame Climate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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