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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던 군중, 치명적인 압사 사고 피해 당사자로 바뀌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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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던 군중, 치명적인 압사 사고 피해 당사자로 바뀌기까지
특정 공간에 군중이 집단으로 몰리거나 무질서한 행동이 없더라도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비극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By AMANDA HOOVER, WIRED US

서울의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인 이태원에서 개최된 핼러윈 축제 현장 참가자 150명 이상이 위험할 정도로 군중이 모인 거리에서 압사 피해를 겪었다. 사실, 많은 참가자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무질서하게 이동하다가 사망한 것이 아니었다. 무질서한 행동이나 사고 현장에 있던 참가자가 서로 마구 짓밟아서 사망한 것도 아니었다. 비좁은 골목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군중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발생한 비극이다.

사고 현장에 군중이 급격히 증가하지 않더라도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작은 움직임과 바깥 가장자리에서 미는 행동이 군중을 통해 강력한 움직임을 보내 힘이 커지면서 도미노처럼 집단으로 넘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군중에 대해 연구한 마틴 아모스(Martin Amos) 노섬브리아대학교 교수는 “어떠한 행동이든 의도적으로 가하지 않아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군중 사이에 섞여 있을 때는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스포츠 행사장과 콘서트장, 나이트클럽 등에서 보고되었다. 그리고 이태원 참사 전 가장 최근에 보고된 사건 중에는 인도네시아 축구장 참사와 2021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개최된 아스트로월드 뮤직 페스티벌(Astroworld music festival)에서 10명이 사망한 사건을 언급할 수 있다. 아모스 교수는 이태원 참사도 비슷한 사건이라고 본다. 아모스 교수는 “많은 이들이 참사가 발생한 현장 한가운데에 있었다.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당국의 대비 부재인 듯하다”라고 진단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압사 사고, 어떻게 발생하는가?
아모스 교수는 관중의 안전한 행동을 가스에 비유했다. 각각의 군중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미립자로 볼 수 있다. 그러나 1m2당 5~6명꼴로 너무 많은 인원을 추가하면, 군중의 이동은 액체와 더 비슷한 상태로 변한다. 아모스 교수는 “군중이 액체라고 보았을 때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군중 개개인은 물리학 법칙에 좌우되는 미립자와 같다”라고 말했다.

군중의 뒤에서 약간 미는 힘을 가하면, 파도와 같은 파급 효과 때문에 힘이 더 강해질 수 있다. 벽이나 울타리, 단단하게 얽힌 군중과 같이 어떠한 방향으로도 갈 수 없도록 장벽에 갇힌 것과 같은 결과로 이어진다. 탈출구가 없다면, 군중이 가하는 압박은 이동 경로 내에서 군중에 섞인 이들이 사망할 수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태원 참사 당시 군중이 붕괴한 일의 발생 원인은 비좁은 골목에서 이동이 방해된 상황과 한 명 이상이 밀도가 높은 군중 사이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아모스 교수는 군중이 갇힌 상태라면, 군중이 가하는 힘이 움직임을 방해하면서 타인이 끌어내지 못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아모스 교수는 결과적으로 군중은 질식사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시 숨을 들이마시면, 주변 사람이 가하는 힘이 너무 큰 탓에 흉부를 팽창하여 신선한 공기를 새로 마실 수 없다. 5명이 한 명을 밀 때, 약 305kg 이상에 해당하는 3,000뉴턴의 힘이 발생해, 인간의 늑골이 망가질 수 있다.

1989년, 잉글랜드 힐스버러 경기장에서 97명이 사망한 압사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생각해볼 수 있다. 군중이 가하는 힘은 강철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 강철 장벽은 4,500뉴턴 이상의 힘을 가해야 무너뜨릴 수 있다. 웨스트플로리다대학교 교수 겸 변호사인 길 프라이드(Gil Fried)는 1993년, 위스콘신 매디슨의 캠프랜드볼 스태디움에서 압사 사고 당시 금속 레일링을 비틀 수 있는 수준의 힘이 가해졌다고 설명했다. 캠프랜드볼 스태디움 참사는 1m2당 1,000파운드가 넘는 힘이 가해진 탓에 발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군중이 잔뜩 몰려들어 압사 위험이 발생한 상황에서 살아남을 권고 지침을 제공한다. CDC가 제시한 방법 중에는 두 발을 멀리 떨어뜨리고 무릎을 앞뒤로 살짝 구부린 채로 손을 올리는 복서 자세를 취하는 방법도 있다. 복서 자세는 군중 속에서 떨어지거나 팔이 짓눌려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몸을 가눌 수 있도록 유지한다. 또 다른 움직임은 군중의 이동 방향과 같은 방향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다. 다수 전문가는 비명을 지르면서 호흡을 낭비하지 않도록 독려한다. 반대로 떨어뜨린 물건을 줍기 위해 몸을 구부리는 행동은 경고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지침 이외에 개인이 군중이 가하는 압력에서 스스로 보호할 방법은 거의 없다. 군중의 바깥 가장 자리에 있는 이들은 종종 자신의 움직임이 무리 속 타인에게 압력을 가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다음 압사 예방하기
혼잡한 콘서트장과 행사장 대부분 주최 측의 사전 계획 덕분에 안전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군중이 복잡하게 모인 현장이 위험해지는 원인은 제대로 된 안전 계획의 부재이다. 이태원 참사 책임은 현지 경찰의 부실 대응에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고가 발생하기 몇 시간 전, 경찰서에서 군중이 혼잡한 상황에서 통제를 요청하는 신고 전화 여러 건을 받았으나 신고 현장에서 군중의 이동을 통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수했다. 한덕수 총리는 경찰 관료에 군중 관리 체계 부재를 지적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책임을 진다. 정부의 절대적인 의무이다”라고 말했다.

아스트로월드 뮤직 페스티벌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자 주최 측은 부적절한 안전과 계획으로 5,000여 명이 다치도록 한 의혹으로 피소됐다. 인도네시아의 어느 한 인권 단체는 경찰이 쏜 최루 가스가 경기장에 있던 관중의 혼란을 일으켜 많은 이들이 유일하게 남아있던 출구로 향하던 중 압사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프라이드 교수가 언급한 바와 같이 군중이 몰려 발생한 사고 해결책 상당수는 사전 예방 대책에 해당한다. 행사 현장에는 군중 통제 전문가와는 다른 숙련된 군중 관리 인원을 충분히 배치해야 한다. 군중 통제는 긴급 상황 발생 시 반응하지만, 군중 관리 인력은 통제 대책을 앞서 계획하고 행사 현장을 관찰한다. 군중 관리자는 확성기나 점수판과 같은 신호를 이용해 행사 참석자의 행동을 지시하기 위해 통제한다. 종종 군중 무리 속 뒷사람이 밀치면, 군중의 중간에 섞여 있거나 장벽의 압력을 받은 이들이 압력을 가하기 시작하면서 부상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군중 전체를 통제할 확실한 지시와 군중의 이동 안내가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주최 측이 분명한 행사에서 행사 현장과 행사 계획을 세운 주최 측은 위험 평가와 현장 관리 모의 훈련, 긴급 상황 대응 계획 마련에 예산을 투자한다. 그러나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는 주최 측 없이 공공장소에서 열렸으며, 경찰은 많은 인파를 관리할 계획을 효과적으로 마련하지 못했다. 프라이드 교수는 “최고의 사고 예방법은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확산을 막기 매우 어렵다”라고 경고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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