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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 풍부한 색상을 인질로 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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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 풍부한 색상을 인질로 삼다?
특정 팬톤 컬렉션을 사용하려면, 월간 구독료 15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만약, 구독료를 결제하지 않는다면, 색상이 흑백으로 바뀐다.
By CHRIS STOKEL-WALKER, WIRED UK

팬톤(Pantone)이라는 기업은 1950년대부터 디자이너가 화면으로 본 색상을 실물로 보는 색상과 똑같이 제작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어, 색상 표준화 과정은 어도비 인디자인(Adobe InDesign)으로 제작한 포스터를 야외 대형 광고판에 붙인 인쇄된 포스터와 같은 색상을 표현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팬톤의 색상 표현 결과물도 우수했다. 이제는 2022년 10월 말, 어도비가 모든 것을 어두운 색상으로 변경하기 전까지의 일이 되었다.

작업에 특정 팬톤 색상 컬렉션을 사용하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사용자 평점을 보면, 최근 들어 어도비와 팬톤 간 합의를 하지 못한 결과로 문제가 발생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결과가 궁금한가? 한때 생동감 넘치는 다채로운 색상 표현을 지원하던 어도비가 이제 흑백 색상만 지원하게 되었다.

어도비의 색상 지원 변화는 어도비와 팬톤 사이에서 장기간 이어진 논쟁으로 가장 최근 발생한 변화이다. 2021년 12월, 어도비는 자사 앱에서 팬톤 컬러를 제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팬톤 컬러를 제거하는 이유는 확실하지 않았다. 어도비 소프트웨어의 팬톤을 포함한 비용이 원인이라는 소문이 확산됐다. 당시 팬톤은 어도비가 팬톤의 신규 색상 출시 속도를 맞추지 않고 자사 색상을 이용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스콧 벨스키(Scott Belsky) 어도비 최고 제품 관리자는 “팬톤이 고객에게 직접 사용료를 청구하고자 어도비에 자사 색상을 제거할 것을 요청했다”라는 트윗을 게재했다.

팬톤 색상 지원 중단은 2022년 이른 시점에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어도비가 드디어 팬톤과의 관계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단, 사용자가 팬톤 컬러 북 라이선스 사용료를 매달 15달러 결제하지 않는다면, 팬톤의 색상을 사용할 수 없다. 최근 어도비의 팬톤 색상 컬렉션 유료 전환으로 디자인 전문 업계 종사자 사이에서 SNS에 분노를 표출하는 글이 쏟아졌다. 영국 아티스트 스튜어트 셈플(Stuart Semple)은 “어도비의 팬톤 색상 컬렉션이 유료로 전환되어 매우 화가 난다. 지금까지 20년간 팬톤 색상을 사용하면서 작업물을 제작했다. 어도비 소프트웨어 수트 사용료를 지원받는 것이 다행일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셈플이 근무하는 스튜디오는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Adobe Creative Cloud)의 여러 라이선스를 구매했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개발한 어도비의 디자인 앱 프로그램 세트이다. 어도비는 수십 년 동안 자사 프로그램을 따로 구매해 영원히 사용권을 소유하도록 제공했으나 2012년,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로 자사 앱 여러 개 사용 권한을 한 번에 구독형으로 사용하도록 전환했다. 고객의 다양한 제품 구매 및 시간제한이 있는 콘텐츠 대여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여러 업계 전반에서 관측된 변화의 한 부분에 해당한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와 같은 복수 서비스 구독 모델은 오디오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업계에서 시작된 변화이다.

어도비의 구독형 제품 전환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셈플은 팬톤 색상 컬렉션 유료 전환으로 소득이 넉넉하지 않은 젊은 아티스트가 인쇄된 작업물 제작 시 중요한 풍부한 색상 팔레트를 사용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셈플은 “말 그대로 색상을 인질로 삼은 것이다. 아티스트는 색상 사용료를 별도로 부담하지 않는다면, 작업을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에린 디 레바(Erin Di Leva) 어도비 대변인은 “현재 팬톤 색상 컬렉션 때문에 사용자에게 미칠 피해를 줄일 방안을 모색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안 피케(Iain Pike) 팬톤 제품 및 라이선스 수석 글로벌 총괄은 팬톤이 자사 색상 라이브러리 사용 기업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가격이나 기능, 사용자 경험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팬톤은 자사 색상 컬렉션 사용 기업과 최고의 사용자 경험 생성 방안을 위해 협력한다고 언급했다.

『소유권 종료(The End of Ownership)』의 공동 저자인 애론 퍼자노스키(Aaron Perzanowski)는 미시간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지식 재산권과 개인 소유권을 연구한다. 퍼자노스키는 어도비와 팬톤의 갈등이 상품을 서비스로 전환할 때 소비자 소유권이 서서히 침해되면서 주로 무책임한 기업의 변덕에 휘둘리게 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분석했다. 이어, 팬톤이 강조할 수 있는 개인의 색상이나 팬톤이 부분적으로 관련된 색상 라이브러리 지식 재산권은 없다고 덧붙였다. 퍼자노스키는 “각각의 색상은 저작권 보호 대사이 아니다. 따라서 어도비와 팬톤의 갈등에서 특정 색상의 상표권 제한을 적용할 수 없다”라고 진단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셈플의 분노는 디자인 전문 분야 종사자가 표출하는 전형적인 분노이다. 독일 디자이너 겸 개발자인 로라 소피아 헤이만(Laura Sofia Heimann)은 “팬톤과 어도비는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헤이만은 사용자의 팬톤 색상 사용 권한을 제한하려는 어도비의 계획을 역설계했다. 헤이만의 아이디어는 많은 디자이너와 사용자가 사용 권한 제한을 번복하려 시도할 법한 경로가 될 수 있다.

헤이만은 2022년 10월 마지막 주말 내내 어도비의 소프트웨어가 팬톤 색상 팔레트를 인식하는 방법을 자세히 조사하였다. 헤이만은 어도비가 팬톤 색상 무엇이든 특정 시점에 파일에 적용될 때마다 인식할 방법을 적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어도비가 팬톤 색상을 적용한 사실을 감지할 때마다 색상을 흑백으로 다시 변경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헤이만은 파일에 사용한 색상에서 팬톤 색상을 제거한 뒤 흑백으로 바뀌지 않도록 다시 저장하는 방식으로 팬톤 색상 제한을 우회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파일 색상에서 팬톤 색상을 제거하려면, 팬톤이 제공하지 않은 기존 색상으로 변환해야 한다. 헤이만은 “팬톤이 미리 조정한 색상 충실도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파일의 팬톤 색상을 일반 색상으로 변경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팬톤 색상을 사용하던 이들 대부분 전 세계 프린터가 팬톤 프로필을 이용하여 색상 표현을 표준화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팬톤 색상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셈플은 “화면을 자주 인쇄한다. 프린터의 신뢰할 수 있는 참고 색상을 활용해 협업 시 동료와 같은 색상을 사용하도록 확인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 팬톤 색상 사용 제한을 대체할 해결책은 없다. 팬톤 색상이 업계 표준이기 때문이다. 셈플은 페이스북 로고에 적용된 파란색의 코드 번호를 언급하며, “먼 훗날 극동 지방에 제조사를 하나 설립하고, ‘파란색은 660c로’라고 말하는 것처럼 내가 정한 색상을 업계에서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바로 업계 표준 색사이 필요한 이유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셈플은 팬톤의 색상 라이브러리 사용을 아예 피할 방법이 있는지 찾고자 한다. 10월 28일(현지 시각), 팬톤의 색상을 따라 하여 플러그인으로 어도비 소프트웨어에 설치할 수 있는 1,280가지 색상 컬렉션인 프리톤(Freetone)을 배포했다. 셈플은 직접 운영 중인 온라인 스토어에서 팬톤 색상과 1대 1 대체가 가능한 색상은 아니지만, 팬톤 색상과 거의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의 팬톤 색상과 가장 비슷한 대안이라는 설명을 제공했다. 프리톤은 출시 4일 만에 다운로드 횟수 2만 2,000건을 돌파했다. 셈플은 이를 두고 많은 사용자가 팬톤 색상 접근 권한을 잃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도비 소프트웨어의 팬톤 색상 사용 권한 제한이 누구의 책임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헤이만은 “협상을 위해 팬톤에 추가로 압박을 가하려는 것 같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디 레바 어도비 대변인은 유료 전환으로 팬톤 색상 사용을 제한한 이유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퍼자노스키는 “많은 사용자가 일상에서 의존하던 제품과 서비스는 실제로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개인의 소유권이 없다. 어도비, 애플, 테슬라 등 소프트웨어 코드와 라이선스 조건, 법적 위협으로 사용자의 제품 및 서비스 사용 방식을 두고 권한을 행사하는 여러 기업과 관련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도비의 팬톤 색상 사용 유료 전환은 팬톤에 압박을 추가로 가하면서 사용자의 편의성과 사용 경험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헤이만은 “디자이너로서 모든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다른 기업과 부서에는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을 전달하면서 디자인 작업의 장벽을 추가하게 되었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이번 문제는 팬톤이 처음부터 시도하면서 피하려 한 장벽을 형성한다고 지적했다. 바로 최종 디자인 작업물을 점검하기 위해 인쇄 기업을 직접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다.

헤이만은 어도비가 팬톤 색상 사용 권한을 유료로 전환한 상황을 적당히 비난해야 한다는 견해도 전했다. 그는 “어도비는 색상 전환 버튼을 손쉽게 추가할 수 있다”라며, 파일에서 이동하면서 삭제한 여러 색상을 가리켰다. 이어, “어도비가 사용자의 불편함을 예방할 행동은 일절 취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어도비가 색상 변환 버튼을 추가하지 않은 이유는 팬톤을 향한 대중적 분노 여론을 형성해, 협상 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도비와 팬톤이 갈등에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도 전했다. 그는 “어도비와 팬톤이 협상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양사의 갈등 때문에 사용자의 작업 파일이 바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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