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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용 유급휴가, 현금 받고 파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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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용 유급휴가, 현금 받고 파시겠습니까?
갈수록 많은 스타트업이 직원에게 미사용 유급휴가를 돈과 맞바꾸도록 유도한다. 돈과 미사용 유급휴가를 맞바꾸는 일은 기업에도 이익이 된다. 하지만 미국 근로자의 휴가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By CAITLIN HARRINGTON, WIRED US

자격 인증을 받은 신임 사회복지사 재본 가르시아(Javon Garcia)는 2020년 말, 시카고 성 소수자 비영리단체 하워드 브라운 헬스(Howard Brown Health)에 입사하면서 가상 치료사라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돌봄을 원하는 시민의 수가 급격히 증가한 반면, 적절한 의료 돌봄 진료를 받으러 갈 만한 시설이 없었던 탓에 가르시아는 휴가가 거의 없었다.

가르시아는 일부 미사용 유급휴가를 현금과 맞바꿀 수 있다는 안내 메일을 받았을 당시 몹시 기뻐했다. 하워드 브라운 헬스는 PTO 익스체인지(PTO Exchange)라는 스타트업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미사용 유급휴가를 현금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마침 가르시아는 공과금 납부 비용을 부담하기 위한 돈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가르시아는 “이럴 수가! 금전적 보상을 받을 완벽한 시기이다”라고 말했다. 가르시아는 즉시 PTO 익스체인지가 지급한 300달러 상당의 현금을 인출해 공과금을 납부했다.

가르시아는 미국 내 갈수록 증가하는 근로자가 제안받은 미사용 유급휴가를 현금으로 지급받는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코로나19 시기 상당수 근로자의 미사용 유급휴가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지난 몇 년간 사측을 도와 직원의 미사용 휴가를 구매하도록 돕는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직원에게는 “그동안 보상으로 받은 유급휴가를 돈으로 받아라”라는 문구로 홍보하였다. PTO 익스체인지와 업계 내 경쟁사 여러 곳은 미사용 유급휴가 현금 보상 제도가 직원 유지 수준을 개선하면서 직원이 퇴사할 때 미사용 유급휴가 비용을 지급하는 기업의 주된 금전적 책임 부담을 덜어준다고 주장한다.

며칠간 사용하지 않은 유급휴가 보상을 위해 지금 당장 현금을 인출한다면, 기업 재정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 직원이 퇴사할 때 미사용 유급휴가 비용을 지급하면, 직원의 임금이 상승한 상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유급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직원에게 무제한 휴가를 대신 지급할 수도 있다. 재정이 쌓이지 않을 때는 미사용 유급휴가에 대해 지급할 비용이 없다.)

그러나 현금으로 미사용 유급휴가를 맞바꾸는 일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한 가지 이유로 미사용 유급휴가를 지급하지 않는 기업 대부분 직원이 휴가 전체를 현금으로 바꾸도록 하지 않는다. 반면, 대다수 미국 근로자가 처음부터 받는 휴가는 상대적으로 적다. 미사용 휴가 시간을 항상 같은 수준의 현금 가치로 책정하는 것도 아니다. 인사관리 기술 추적 애널리스트 조쉬 버신(Josh Bersin)은 “휴가의 목적은 직원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 경력을 쌓는 내내 직원을 유지하거나 장기적으로 더 열심히 근무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일부 창업가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존재했던 현상인 미국 근로자가 모든 유급휴가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미국 여행 협회(US Travel Association)는 2018년, 미국 근로자 50% 이상이 정해진 범위에서 휴가를 떠났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2018년 미국 근로자의 미사용 유급휴가는 총 7억 6,800만 일이었으며, 금전적 가치로 환산한 금액은 660억 달러이다. 미사용 유급휴가를 현금으로 보상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 더 적은 시간을 혜택으로 받는다. 하지만 적어도 직원에게 어느 정도 보상을 즉시 지급할 수 있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많은 직원이 미사용 유급휴가의 금전적 가치를 100% 받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PTO 익스체인지는 기업과 미사용 유급휴가를 현금으로 보상받는 직원의 세금 문제를 피하면서 사업 운영을 유지하고자 현금을 인출하는 직원에게 거래 1건당 서비스 수수료 7.5%를 청구한다. 일부 기업은 추가 비용을 더하며, 간혹 직접 더 비싼 수수료를 추가하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 미사용 유급휴가의 금전적 가치가 증가한 상황도 미사용 유급휴가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제도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2020년, 기업가 비탈 엘라트 레이첼(Veetahl Eilat-Raichel)은 상주 직원이 충분히 휴가를 떠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는 기업 대표의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 따라서 2020년 말, 소버트(Sobert)를 창립했다. 소버트는 인사관리 체계를 연결해, 과거 행동과 시기별 업무량 변동성 등을 바탕으로 직원 한 명당 받아야 할 미사용 유급휴가 비용을 예측한다. 이후 직원에게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미사용 유급휴가를 현금으로 바꿀 기회를 제공한 뒤 기업에는 직원의 유급휴가 보상 비용을 충당할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다.

2020년 창업한 또 다른 스타트업 PTO 지니어스(PTO Genius)는 직원을 번아웃 위험성 예측 알고리즘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며, 휴가를 떠나도록 독려한다. 알고리즘은 장기 근무 시간과 행동 변화를 기준으로 번아웃 위험성을 예측한다. 만약, 직원이 유가를 거부한다면, 미사용 유급휴가를 돈으로 지급하여 기업의 책임 부담을 완화한다. 창립 6주년을 맞이한 스타트업 PTO 익스체인지 공동 창립자인 롭 왈렌(Rob Whalen)은 2022년 들어 미사용 유급휴가 현금 보상 수요가 증가했으며, PTO 익스체인지는 기업 60곳을 고객사로 두면서 직원 20만 명 이상의 미사용 유급휴가를 관리한다.

경영진의 분노 자극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한 버니는 플로리다주 시청사 직원이다. 버니는 매년 유급휴가를 병가와 휴가 시간 모두 합쳐 최대 35시간 사용할 수 있으며, 보통 최대한 미사용 유급휴가 수당을 최대한 받는 편이라고 밝혔다. 버니는 휴가를 거의 가지 않으려 하며, 소규모 인력으로 구성된 소속 부서의 동료가 추가 근무를 하게 될 상황을 피한다. 미사용 유급휴가를 현금과 맞바꾸는 제도를 혜택이라고 본다. 버니는 “노동조합 지위로 보호받지 못할 때, 근로자가 되돌려받을 수 있는 보상이다”라며, 직원이 휴가 권리를 주장하도록 돕는 제도라고 언급했다.

현재 야근과 근로자의 복지를 연구 중인 로니 골든(Lonnie Golden)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미사용 유급휴가에 대한 보상으로 스타트업의 현금 인출을 선택하는 일이 전형적인 미국인의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골든 교수는 서유럽에서는 미사용 유급휴가를 현금과 바꾸는 일을 상상할 수 없다고 언급하며, “서유럽은 업무 외 시간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는 사회적, 조직적 압박이 있다”라고 전했다. 미국은 전 세계 부유 국가 중 유일하게 무급 휴가를 보장한다. 미국 근로자 중 주로 저소득층 근로자 사이에서 네 명당 약 1명은 유급휴가를 받은 적이 없는 이들이다.

일부 직원에게는 유급휴가를 현금과 바꾸는 일이 간단한 거래가 아니다. 미사용 유급휴가 대신 현금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도 없다. 여러 기업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고도로 맞춤 제작돼, 근로자가 유급휴가에 상응하는 현금 가치를 은퇴 저축 자금과 학자금 대출 상환, 자선단체 기부, 여행 비용 부담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부 직원은 다른 이들보다 미사용 유급휴가 보상률이 높다.

그러나 엘라트 레이첼은 다수 직원이 현금을 원한다고 말한다. 엘라트 레이첼은 “대다수 직원이 현금으로 받은 미사용 유급휴가 보상 금액을 가스 사용료나 피자헛 외식 비용으로 부담하고자 한다. 일상 지출 금액 증가에 추가로 도움이 되는 요소이다. PTO 익스체인지의 서비스 사용 경험이 있는 유전학 자문 기업 인폼드DNA(InformedDNA)의 어느 한 전 직원은 미사용 유급휴가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제안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직원은 기업과의 갈등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유급휴가를 추가로 확보한 해당 직원은 친구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호텔에서 시간을 보냈다. 해당 직원은 “몇 시간을 다른 일에 투자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미사용 유급휴가를 현금과 바꾸는 것을 더 선호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직원은 호텔에서 보낸 시간의 가치가 그동안 근무하면서 얻은 휴가의 가치와 같은 수준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PTO 익스체인지의 표준 환산 금액을 고려하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폼드DNA는 와이어드의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기업은 미사용 유급휴가 비용을 청구하려는 직원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엘라트 레이첼은 현금 보상 프로그램을 기업의 대차대조표를 되찾을 방법이라고 본다. 반면, 인사관리 애널리스트 버신은 경기침체 우려 때문에 기업이 생산성에 더 초점을 맞출 것으로 분석했다. 즉, 직원이 모든 휴가를 사용하기를 원한다는 의미이다. 휴식을 제대로 취해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신은 “직원이 휴가를 갈 수 있는 근무 환경이 갖추어진 곳에서 근무하고 싶어 할 것이다. 만약, 미사용 유급휴가를 돈으로 보상하고자 한다면, 돈을 지급할 수 있다. 직원의 휴가를 모두 소진하도록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가르시아는 2022년 7월, 하워드 브라운 헬스를 퇴사했다. 코로나 시대에 2년 가까이 상대적으로 고립된 환경에서 근무한 뒤 번아웃을 겪었기 때문이다. 가르시아는 돈이 필요한 때에 미사용 유급휴가를 현금과 바꿀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휴가였다. 지금은 유럽 여행을 즐기고 있다. 급여는 없지만, 휴식이 훨씬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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