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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우려 떨치기, ‘마이크로모트’를 떠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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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우려 떨치기, ‘마이크로모트’를 떠올려라
핵전쟁으로 사망할 확률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인 듯하다. 그러나 위험성을 생각할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By MATT REYNOLDS, WIRED UK

취미 때문에 죽음을 맞이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뜨개질과 같은 취미를 즐기면서 생각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다. 그러나 낙하산 점프대에 서 있다면, 매번 낙하를 위해 점프할 때마다 마지막이 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인간은 일부 취미가 대다수 취미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직감으로 알고 있다.

1980년, 로널드 하워드 스탠포드대학교 공학 교수가 취미마다 지닌 위험성의 차이점을 암시할 간단한 방식을 고안해냈다. 하워드 교수는 ‘마이크로모트(micromort)’라는 측정 단위를 생성했다. 1마이크로모트는 사망 확률 100만분의 1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스쿠버 다이버는 한 번 즐길 때마다 위험성이 5마이크로모트이다. 그러나 위험성이 430마이크로모트인 낙하 점프보다는 위험성이 훨씬 적다. 차량으로 230마일(약 370.15km)를 이동할 때, 위험성이 1마이크로모트 증가한다. 그러나 오토바이로 6마일(약 9.66km)를 이동할 때도 위험성이 1마이크로모트이다.

여러 활동의 위험성을 마이크로모트로 추산하는 이유는 인간의 죽음과 관련된 데이터를 훌륭하게 갖추었기 때문이다. 다른 위험 요소는 수치로 변환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핵전쟁으로 사망할 위험성을 예시로 언급해보자. 실제로 평소에 핵전쟁으로 사망할 위험성을 깊이 생각하는 이는 드물지만, 핵전쟁의 사망 위험성이 0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과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핵폭탄 투하 후 한 번에 최대 수십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핵전쟁 발생 확률을 33% 혹은 최대 2배 더 높다고 예측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함께 최근 들어 블라디미르 푸틴의 핵무기 관련 영향력 행사 시도에 따른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또다시 핵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인류의 목전으로 다가온 불편한 상황이 펼쳐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인정하느냐를 떠나 핵전쟁과 관련된 모든 논의에는 “핵전쟁으로 사망할 확률”이라는 똑같이 우려스러운 질문이 등장한다.

마이크로모트가 핵전쟁의 위험성을 논의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개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핵전쟁의 전망이 고통을 주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확률을 이해하는 것이 개인의 삶을 결정하는 데 더 낫다. 더불어 핵전쟁의 마이크로모트가 미래에 핵 갈등을 피할 방식을 암시하기도 한다.

전체 연구 분야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 사건의 확률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펼쳐졌다. 바로 2010년대에 캐나다 학자 필립 테틀록(Philip Tetlock)이 공동 집필한 불확실한 미래 예측과 관련된 영향력이 큰 서적 출판 이후 큰 성공을 거둔 개념이다. 슈퍼 예측이 일반적으로 적용한 핵심 개념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도 미래의 일을 잘 알지 못하지만, 간혹 다양한 주제의 검증 가능한 예측 능력이 이례적으로 뛰어난 이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들을 종종 ‘슈퍼 예측자’라고 칭하며, 각국 정부는 슈퍼 예측자의 전문 예측 능력의 장점을 활용해, 더 현명한 정책 결정을 내리는 것에 갈수록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에 어느 한 슈퍼 예측자 집단은 전쟁이 런던 시민까지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핵전쟁으로 고조될 확률을 계산하려 했다. 대다수 예측자는 미래 사건 예측 정확도가 높았던 기록이 있는 사모츠베티(Samotsvety)라는 집단에 포함되었다. 2020년, 사모츠베티 단체는 세계 최고의 예측 대회에서 우승했다. 대회에서 O-1 미국 비자를 받을 중국 국적자 수와 세계 최상위 테크 기업의 매출 총합을 예측하라는 질문을 받았다. 사모츠베티는 이듬해 개최된 같은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그리고 2022년도 대회는 현재 개최 중이다. 2022년 2월 말, 사모츠베티는 러시아가 2022년 말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다는 예측에 1만 4,000달러를 걸었다. 결국, 예측 내기 상금으로 3만 2,000달러가 넘는 돈을 얻게 되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2022년 3월, 사모츠베티는 한 달 뒤 핵폭발의 여파로 런던 시민이 사망할 확률이라는 중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후 사모츠베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러시아 간 핵전쟁이 발발할 확률과 핵폭탄이 런던으로 투하될 확률 등 더 좁은 범위의 질문 여러 개로 나누었다. 사모츠베티의 구성원 각자 세분화된 각각의 질문에 대한 자체 예측 결과를 작성한 뒤 사모츠베티에 제출하여 그 이유를 논의했다. 이후 답을 재차 변경하면서 예언자 집단에서 인기가 높은 평균 계산 방식을 활용해, 예측 결과의 평균을 제시했다.

사모츠베티는 2022년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 사이에 핵무기 투하로 타격을 받을 확률이 0.01%라는 예측 결과를 제시했다. 4주 동안 개인 단위로 예측하기 전, 런던에 핵무기가 투하돼 사망자가 발생할 위험성이 약 24마이크로모트라고 예측했다. 다시 말해, 런던 거주 시 오토바이로 144마일을 주행할 때의 위험성이 행글라이딩의 사망 위험성보다 3배 더 높다는 의미이다. 청년층의 일상적 요인에 따른 사망 위험성은 평균 1마이크로모트 안팎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젊은 런던 시민이 갑자기 사망할 위섬성을 두 배 가까이 높였다.

그러나 마이크로모트는 의사 결정을 정확하게 안내하지 않는다. 불확실성 수치화 연구소(Quantified Uncertainty Research Institute) 소속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사모츠베티 회원 누뇨 셈페레(Nuño Sempere)는 “핵전쟁이라는 변수를 더하면, 개인 시간의 가치를 훨씬 더 낮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모두 런던에 거주 중이라면, 가족과 친구가 런던을 떠나도록 설득하기 위한 마이크로모트 위험성 수치가 매우 높을 것이다. 만약, 전쟁과 같은 위험에서 생존하려 대비한다면, 종말 이후의 세계에 높은 가치를 평가한다면, 런던을 떠나기로 결정할 기준이 낮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일부 런던 시민은 전쟁 고조 위험성과 런던을 떠날 위험성을 비교한 뒤 실제로 런던을 떠나는 것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위험 및 증거 소통 윈튼 연구소장 데이비드 슈피겔할터(David Spiegelhalter)는 핵 공격 위험성이라는 질문을 더 작은 단위의 질문 여러 개로 나눈 것을 좋아했다. 슈피겔할터 소장은 “심각한 문제를 다루는 이들을 도울 훌륭한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사모츠베티 구성원은 예측 결과를 얻으려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은 물론이고, 과거의 일도 고려했다. 슈피겔할터의 예측자 중 러시아인인 미샤 야구딘(Misha Yagudin)은 러시아 최상위층이 푸틴의 핵무기 동원 전망에 대한 반응을 고려하여 예측 결과를 강조했다.

2022년 10월, 사모츠베티가 예측 결과를 새로이 게재했다. 10월 3일(현지 시각) 자로 게재한 블로그 게시글을 통해 런던이 추후 3개월 동안 핵무기로 타격을 받을 확률이 0.02%라고 발표했다. 사모츠베티의 기존 예측 방식이 1개월 예측 결과만 제시했다는 점에서 마이크로모트를 기준으로 예측 결과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다만, 셈페레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1~3개월 동안 런던 시민이 핵무기 때문에 사망할 위험성은 약 40마이크로모트라고 추산한다. 다른 슈퍼 예측자도 핵전쟁의 위험성을 자체적으로 계산했다. 런던 응용 예측 스위프트 센터(Swift Centre for Applied Forecasting)는 2023년 4월 30일 이전까지 유럽 지역 중 어느 한 곳에서 핵무기 피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9.3%라고 예측했다. 크라우드소스 예측 플랫폼 메타큘러스(Metaculus)는 2023년, 우크라이나에 핵폭탄이 투하될 위험성은 4.1%라고 예측했다.

핵무기 동원이라는 재앙이 발생할 확률 계산은 불쾌한 일이라고 느낄 수 있다. 마치 인간의 고통 규모를 스프레드시트로 축소하는 것과 같다. 슈피겔할터 소장은 “많은 이들이 핵무기 사망 위험성 예측을 달가워하지 않은 이유는 예상할 수 없는 요소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그리고 미래에 핵전쟁이 발발하지 못하도록 막고자 한다면, 예상할 수 없는 일에 직면하는 일 자체는 피할 수 없다. 옥스퍼드대학교 인류 미래 연구소 소속 위험 연구원 앤더스 샌드버그(Anders Sandberg)는 “핵전쟁이 발발할 확률은 대부분이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핵폭탄 폭발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면, 일부 위험성을 없앨 확률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핵무기 관련 사고 사례를 살펴보자. 1981년, 미국 국방성은 핵무기와 관련된 사고 32건이 알려졌다고 집계했다. 1958년 3월, 비무장 핵무기를 장착한 B-47 폭탄이 실수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투하됐다. 일부 시민의 자택 정원에서 폭발한 뒤 자택이 파괴했다. 또한, 지름 50피트 상당의 분화구가 폭파됐다. 당시 폭탄에는 핵 물질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4년이 지나자 핵폭탄 2대가 우연히 노스캐롤라이나주 골드스보로(Goldsboro) 상공을 이동하다가 떨어졌다. 당시 핵폭탄의 위력은 히로시마 원자 폭탄으로 투하된 핵무기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기 중 하나가 산산조각이 났고, 우라늄을 포함한 농지가 침수돼, 절대 회복하지 못했다. 다른 폭탄은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우발적인 폭발로 무장 장치 중 하나를 제외한 모든 장치를 통과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미국은 새로운 안전장치를 무기에 추가했다. 소련도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독려했다.

과거의 핵무기 사고 기록은 실제 공격으로 재앙이 발생할 위험성을 최소화할 방법 중 하나를 제시한다. 바로 우발적으로 폭발할 위험성이 훨씬 적은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미래 상황에 과거의 사고와 같은 생각을 약간 적용해, 위험성이 높은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사모츠베티는 우크라이나에 전술 무기가 투하될 확률을 예측한다. 바로 런던 시민이 핵무기를 동원한 공격 때문에 사망할 위험성이 10배 더 증가하는 요소이다. 이때는 런던을 떠나는 것이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판단하기 시작할 수 있다. 스위프트 센터 측은 일련의 단계로 예측 과정을 나누고, 우크라이나 군대가 탈환할 러시아 점령 지역에 따라 핵무기 대치 상황이 발생할 위험성의 차이를 조사했다. 대다수 예측가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동원한다면, 우크라이나가 마리우폴을 탈환하기 전의 일일 것으로 보았다. 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일부 지역 점령 전까지 핵무기를 동원하지 않는다면, 추후 핵무기를 동원할 확률이 낮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여러 세분화된 요소에 따라 예측한다면, 위험 감소 노력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순간을 알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직후 샌드버그 연구원의 친구 중에는 실제로 런던을 떠나야 하는지 물어본 이들이 있다. 샌드버그 연구원은 전쟁 확산 전개 양상에 대한 생각을 제시하는 간단한 모델을 생성했다. 당시 샌드버그 연구원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저항할 확률을 암울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런던에도 핵무기 피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극도로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샌드버그 연구원이 확인한 확산 결과 중 우려하는 결과는 전쟁 긴장 상태 고조이다. 샌드버그 연구원은 “전쟁 긴장 상태가 고조되면, 위험성이 매우 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언급하지만, 협상 타결이나 러시아 지도부의 변화, 핵심 동맹국의 러시아 압박 행사 등 여전히 미래에 긴장 상태가 완화될 기회도 많다고 덧붙였다. 지금 당장 핵전쟁 우려가 현실이 될 확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러나 핵전쟁 발발 위험성이 매우 낮더라도 핵전쟁 이후 파괴 위험성 매우 높다.

샌드버그 연구원은 인간이 극도로 큰 비극의 매우 작은 위험성을 직면했을 때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금 당장 많은 이들이 매우 암울해할 것이다. 잘못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자 할 것이다. 실제로 인간은 위험성 극복에 유용한 단계를 원한다. 심지어 이웃에 대해 알아가는 것과 같은 유용한 단계와 같은 사소한 단계까지 원한다”라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있는 것이 좋다. 절대다수의 상황과 같이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더라도 이웃을 알게 되는 것 자체는 좋은 생각이다. 다음 위기에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Worried About Nuclear War? Consider the Microm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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