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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보드 나이트', 유행 최고조 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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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보드 나이트', 유행 최고조 도달
이제 많은 브랜드가 틱톡의 보드 파티에 합류하면서 비슷한 종류의 음식을 잔뜩 차린 누군가의 집에 많은 친구가 모이던 기존의 추세가 사라질 수도 있다.
By AMELIA TAIT, WIRED UK

한 명씩 마주 본 뒤 밝은 미소를 띤 사람 10명이 방 안으로 들어간 뒤 카메라 앞에서 가져온 음식을 보여주려 팔꿈치를 접고 팔뚝을 살짝 구부린다. 첫 번째 손님은 감자와 패스트리 기반 베이지 색상의 간식을 꺼낸다. 그리고 두 번째 손님은 널리 흩어진 칩과 몇 개의 병에 담은 소스를 꺼낸다. 세 번째 손님은 넓은 판지를 들고 있다. 이번에는 피자 조각이 나온다.

네 번째 손님은 윙을, 일곱 번째 손님은 정교하게 정돈한 알록달록한 색상의 사탕을, 아홉 번째 손님은 고기와 치즈가 담긴 채로 가장 눈에 띄는 평평한 판자를 꺼낸다. 바로 21세 틱톡 사용자 라이언 프로핏(Rayann Prophet)의 보드 나이트(board night)이다. 이른바 ‘음식이 담긴 판자 가져오기’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다.

세계가 실패를 직면한 힘겨운 시기에 보드는 수백 년 동안 평평한 판자에 음식을 담아 손님 대접을 하던 이후 창의성이 최고조를 기록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2022년 9월, 음식 블로거 저스틴 도이론(Justine Doiron)이 이른바 ‘버터 보드’를 과시한 뒤 인터넷 접속자 수가 급등했다. 버터 보드는 두껍게 바른 유제품을 나무판자 위에 장식한 음식이다. 버터 보드 콘텐츠는 틱톡 조회수 860만 건을 돌파함과 동시에 뉴욕타임스 보도에도 등장했다. 그와 동시에 의도치 않은 반발을 낳기도 했다. 일례로, 코미디언 첼시 페레티는 트위터에 “버터 보드 콘텐츠는 이제 그만”이라는 트윗을 게재했다. 그러나 버터 보드 이외의 요소 한 가지를 간과했다. 보드는 일시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 원인은 소셜 미디어이다.

‘보드 가져오기’라는 트렌드는 2021년 추석감사절 즈음 틱톡에서 시작했으며, 2022년 들어 인기가 정점에 이르렀다. 보드 가져오기의 전제는 모임 참석자 각자 다른 음식을 담은 음식판을 가져오고, 모두가 나누어 먹는다는 뜻이다. 중요한 점은 보드에 육류 가공식품인 샤퀴트리 종류를 다양하게 담는 기존의 특성을 잃었다는 점이다. 프로핏의 친구 중 한 명은 맥도날드 너겟과 감자튀김을 가득 담은 음식을 가져왔다. 틱톡 보드 나이트 영상으로 조회수 600만 건과 좋아요 120만 건을 기록한 온타리오 지역에 거주하는 어느 한 학생은 “보드 나이트에 등장하는 음식의 종류는 운에 따라 다르다”라고 말했다.

지금 보드 나이트가 틱톡에서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8년, 인스타그램에서 뷔페처럼 다양한 음식을 가득 차린 테이블이 유행으로 탄생했다. 켄달 제너(Kendall Jenner)와 톰 하디(Tom Hardy) 등 유명인이 접시가 없는 상태로 간식류를 잔뜩 쌓아 둔 테이블을 보는 모습을 담은 피드가 큰 인기를 얻었다. 2020년, 이른바 ‘샤퀴트리 인플루언서(Charcuterie influencers)’가 예술적이면서 시각적으로 관심을 끌 방법으로 음식을 차린 사진과 함께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지난 3개월간 샤퀴트리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서서히 확산된 듯한 트렌드가 이어졌다. 음식을 차려 둘 보드에 접근하기 비교적 쉬우면서 휴대성이 뛰어난 덕분에 틱톡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기 좋기 때문이다. (2021년, Z세대의 틱톡 사용량이 인스타그램의 사용량을 역전했다.) 정적인 테이블과 달리 음식을 잔뜩 차린 보드는 다른 곳으로 들고 이동하면서 바로 보여줄 수 있어, 더 흥미로운 영상을 제작하기 좋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트렌드 분석 기관 더 푸드 피플(The Food People)의 트렌드 심층 분석 사장 쇼코페 헤자지(Shokofeh Hejazi)는 “보드의 인기를 견인한 요소 중 하나는 완벽한 소셜미디어 과시용 음식과 같은 시각적인 관심이다. 셰프처럼 능숙한 요리 솜씨가 없더라도 얼마든지 시각적으로 멋진 음식 이미지를 완성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코로나19 봉쇄 조치 이후 많은 이들이 이전처럼 음식을 나누어 먹는 동시에 스트레스 없는 파티 초대 방식을 모색한 결과, 보드가 가장 이상적인 답으로 보드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헤자지 사장은 “보드는 음식으로 창의성을 발휘할 빈 도화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음식을 배열할 규칙은 없으므로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바로 많은 이들이 파티에 손님을 초대하는 일과 손님으로 참석하는 일 모두 흥미로운 활동으로 즐기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2022년 5월, 토론토에 거주하는 25세 클라이언트 코디네이터인 라벤더 황(Lavender Haung)은 친구 5명을 초대한 보드 나이트를 즐겼다. 빵과 소스, 중국식 BBQ, 스시, 후라이드 치킨 등 다양한 음식을 즐겼다. 황은 “재미있으면서 주최하기 쉽고, 시각적으로 매우 매력적이다. 밤에 몇 시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음식을 천천히 먹을 수 있다”라며, 보드 나이트의 인기가 높은 이유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틱톡에서는 음식 보드 이외에도 ‘칵테일 보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칵테일 보드는 파티에 참석하는 친구 각자 칵테일을 완성하고 모임에 가져온다. (간혹 밤을 주제로 해, 파티 참석자가 가져오는 칵테일 모두 관련성이 있다.) 사실, 보드에 차린 음식이나 주류의 종류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2022년에도 많은 이들이 음식을 차린 보드를 가져오면서 소통한다. 2022년 10월, 보드 룬(The Board Loon)이라는 틱톡 사용자는 수프 보드를 주최했다. 수프 보드에는 수프를 담은 그릇 4개와 빵, 크래커가 등장했다.

물론,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모든 요소와 마찬가지로 보드 나이트가 보이는 것처럼 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2022년 9월, 좋아요 140만 건을 기록한 보드 나이트 틱톡 콘텐츠의 어느 한 댓글은 “참석자 모두 집에서 음식을 담은 보드를 따로 촬영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친구 집에서 나누어 먹은 것인지 알 수 없다”라는 견해를 작성해, 사용자 2만 1,000명의 공감을 얻었다. 프로핏과 황 모두 친구의 보드 모두 실제 보드 나이트를 즐긴 곳에서 나누어 먹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드 나이트라는 유행 자체가 미리 완성한 판을 각자 가져온 것처럼 보인다. 프로핏은 보드 나이트에 참석하는 친구 모두에게 같은 음식을 가져오지 않도록 메모를 남겼으며, 친구 중 한 명은 상점에서 보드를 새로 구매했다.

프로핏은 “사실, 보드 나이트에 모인 일행이 챙겨온 음식을 그 자리에서 다 먹지는 못했다. 남은 음식이 너무 많았다”라고 밝혔다. 프로핏은 누군가가 보드 나이트에 초대한다면, “정성스럽게 차린 음식을 더 많이 준비하고, 간식과 같은 패스트푸드만 잔뜩 차리지 않았으면 한다. 식사로 먹을 만한 음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보드 나이트라는 유행에 지겨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질까? 버터 보드 유행은 각자 다른 음식을 차린 채로 버터 보드를 따라하는 추세 확산을 자극했다. 일례로, ‘벤&제리의 보드(Ben & Jerry’s board)’라는 틱톡 계정은 아이스크림 브랜드 보드 콘텐츠를 공유했으나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틱톡에서 샤퀴트리 보드 유행을 비판하며,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BOARD LORD’라는 글자를 새긴 나무 보드를 판매한 코미디언 제러드 프라이드(Jared Fried)는 “이제 보드 나이트 유행을 멈출 수 없을까? 제발 멈추자! 신성한 일이 아니고, 신이 의도한 바가 아니다”라며, 하소연했다.

여러 브랜드가 보드 나이트와 관련된 모든 유행에 편승하는 일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한편, 할로윈을 주제로 한 charBOOterie 보드의 유행이 곧 다가올 것이다. 나무판자 위에 수프 그릇 4개를 인위적으로 배열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 있을까?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ikTok’s ‘Board Parties’ May Have Reached Their Ap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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