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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제약사 “약물 가격, 연구·개발 비용 반영한 것”...연구원 반박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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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제약사 “약물 가격, 연구·개발 비용 반영한 것”...연구원 반박 이어져
새로 공개된 연구 논문 한 편이 연구·개발 지출 비용과 비싼 약물 가격 간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By GRACE BROWNE, WIRED UK

2022년 9월 말, 미국에서 치료법이 없는 신경장애 질환인 루게릭병 신약인 렐리브리오(Relyvrio)를 승인했다. 루게릭병 환자 단체는 크게 기뻐했다.  의약품 규제 당국은 "오랜 시간 기다려온 루게릭병 환자의 승리"라고 설명했다.

다음 날, 렐리브리오 가격이 공개되었다. 1년 치 약물 가격은 15만 8,000달러이다. 보건복지 비용 분석 담당 비영리 단체인 임상 및 경제검토 연구소(Institute for Clinical and Economic Review)가 합리적 금액으로 추산한 9,100~3만 700달러 선보다 훨씬 비싼 금액이다.

그러나 미국 시민 중 비싼 가격에 크게 놀란 이는 없었다. 미국의 의약품 처방 비용은 다른 국가보다 2.5배 더 비싸며, 미국인 네 명 중 한 명은 비싼 의약품값을 부담하기에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 1년치 암 치료 신약 가격 대부분 10만 달러를 넘는다. 2022년 발표된 연구 결과를 통해 신약 가격은 평균 약물 가격보다 20% 더 비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의 의약품 가격 책정 기준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의문투성이이다. 제약사가 비싼 가격을 합리화할 때 자주 언급하는 명분은 훌륭한 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제약사의 주장이 사실일까? 올리비에르 우터스(Olivier Wouters) 런던정치경제대학교 보건 정책 부교수는 "신약 비용이 비싼 이유가 연구, 개발 비용 때문이라는 주장을 종종 들어보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제약 업계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아, 의약품 연구, 개발 비용 데이터를 직접 찾아보았다. 연구, 개발 때문에 신약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우터스 부교수는 직접 의약품 연구, 개발 비용과 신약 가격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2022년 9월, 우터스 부교수 연구팀은 학술지 JAMA에 논문 한 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승인한 약물 60여 종을 조사했다. 모두 연구, 개발 지출 비용과 판매 가격 데이터를 공개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이후 연구, 개발 비용과 판매 가격을 의약품 종류별로 연결했다. 우터스 부교수는 "기본적으로 탐사 언론처럼 연구했다. 모든 영수증 확인 후 제약사의 지출 내역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라고 전했다. 연구, 개발에 지출한 금액이 클수록 의약품 판매 가격이 비싸다면, 연구, 개발 비용과 판매 가격 간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었다.

우터스 부교수는 연구 시 조사한 표본 범위가 좁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다수 제약사가 자사 재무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핵심 요소로 두었기 때문이다. 제약 업계가 우티스 부교수 연구팀의 논문과 같은 결론에 반박하고자 한다면, 제약사가 반박할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

학계 관계자는 우티스 부교수 연구팀의 논문이 제시한 결론이 매우 명확한 사실이라고 본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학 윤리 및 보건 정책부 학장인 에제키엘 에마뉴엘(Ezekiel Emanuel) 교수는 의약품 가격 책정을 견인하는 요소를 알고 있다는 부분을 지적했했다. 그는 "얼마나 가격을 올릴 수 있는지, 시장에서 견디는 데 영향을 미칠 요소가 무엇인지 계산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에마뉴엘 교수는 업계의 주장에 반박할 연구와 같은 정확한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의약품 가격이 연구, 개발 가격과 관련성이 있다는 주장이 타당하다고 생각기 쉬울 것이다. 혁신을 도모하고자 하는 위험성이 큰 사업에는 큰돈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게다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기도 한다. 2020년, 우터스 부교수는 JAMA에 신약을 시장에 출시할 때 실제 지출하게 되는 비용 규모를 심층 분석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학계에서 수십 년간 밝히고자 한 부분이기도 하다. 대다수 의약품 출시 비용은 제약 업계가 제공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 의존한 논문 한 편이 제시하였다. 논문에 따르면, 신약 출시 과정에 지출하는 비용은 28억 달러에 이른다. 우터스 부교수는 "의약품 출시 투자 비용 예상치는 일종의 비밀처럼 공개되지 않았다. 의약품 출시 투자 비용 비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라고 언급했다. 우터스 부교수 연구팀은 신약 출시에 지출하게 되는 비용이 13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기존의 통상적인 예상치보다 50% 이상 적은 비용이다. 기본적으로 연구, 개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은 신약 출시 투자 비용과 의약품 판매 가격과 관련성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종종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제약사의 실제 의약품 판매 가격 책정 방식의 이면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일례로, C형 간염 치료 약인 소포스부비르(Sovaldi)는 2013년 출시 당시 12주치 약물 비용을 8만 4,000달러로 책정했다. 2015년, 미국 정부는 18개월간 2만 페이지 분량에 이르는 소포스부비르 소유권을 지닌 제약사 길리어드(Gilead)의 내부 보고서를 검토한 뒤 "길리어드가 자사 의약품의 높은 시장 점유율과 비싼 가격을 가장 오랫동안 보장할 방법으로 판매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책정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본질적으로 의약품 판매 수익을 우선순위로 두었다는 의미이다. 이후 길리어드 측은 "의약품 가격에는 치료 비용도 포함되었다. 환자에게 제공할 때의 이익과 의약품 구매자, 제공 의료 시설, 미국 보건 복지 체계 전체가 C형 간염이라는 만성 질환 치료와 관련된 장기적 비용을 줄인다는 상당한한 가치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국가는 의약품이 제공하는 가치를 감독하는 기구가 의약품 판매 가격을 책정한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국가 보건복지연구소(NICE)가 신약 판매 가격을 책정한다. 책정 과정에는 기존 치료 방식과 비교했을 때, 환자가 신약으로 치료받게 될 때 치료에 소요하는 기간과 비용을 고려한다. 만약, NICE는 국민보건서비스(NHS)에 기존 의약품과 치료법과 비교했을 때 가치가 크지 않은 신약은 추천하지 않는다. 프랑스와 독일 등 일부 국가는 시장의 다른 의약품과 비교했을 때 신약이 제공하는 임상병리학적 장점을 고려하여 제약사와 신약 판매 가격을 협상한다. 

미국의 의약품 판매 가격 책정은 서서히 시작되는 추세이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에 따라 미국 노인의료보험제도인 메디케어(Medicare)는 일부 의약품 가격을 협상할 수 있다. 하지만 에마뉴엘 교수는 실제 의약품 가격 협상이 가격 규제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본다. 그 이유로 법률상 허점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의약품 개발 및 유통 과정의 불평등 해결을 담당하는 비영리 단체 I-MAK(Initiative for Medicines, Access & Knowledge) 창립자 겸 소장인 타히르 아민(Tahir Amin)의 주장에 따르면, 신약 판매 가격 책정 시 제약사가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면, 학계가 의약품 판매 가격을 고려하지 않게 된다.

우터스 부교수는 의약품 판매 가격과 연구, 개발 비용 간의 상관관계를 다룬 자신의 논문이 제약 업계에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연구, 개발 투자 비용을 빌미로 신약 판매 가격을 비싼 가격에 책정하던 기존 관행에 맞설 힘을 지닌 또 다른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터스 부교수는 "이번 연구로 제약 업계의 신약 판매 가격 책정 방식을 모두 이해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신약 판매 가격과 연구, 개발 비용이 항상 상관관계가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비싼 판매 가격을 합리화하는 제약 업계의 주장에 반박할 근거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Big Pharma Says Drug Prices Reflect R&D Cost. Researchers Call 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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