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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업계 원격 근무 인력, 남몰래 투잡 넘어 쓰리잡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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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업계 원격 근무 인력, 남몰래 투잡 넘어 쓰리잡까지?
재택 근무 채택률이 증가하자 전일제 일자리 여러 개를 동시에 구하기 수월해졌다. 소득 증가라는 장점이 있지만, 줌 화상회의 일정이 동시에 잡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By MEGAN CARNEGIE, WIRED UK

평일 아침 9시가 되면 아벨(Abel)은 항상 최근, 시카고에 임대한 개인 사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아침을 먹지 않고 오후 2시까지 일에만 몰두한 뒤 컴퓨터 전원을 종료하고 식사한다. 대다수 테크 업계 근무자와 마찬가지로 아벨도 한 직장의 일만 하지 않는다. 아벨은 엔터프라이스 스타트업 4곳의 전일제 재택근무 인력으로 채용되었다. 아벨의 연봉은 68만 달러이다.

아벨은 1년 전, 다른 동료보다 업무 처리 속도와 성과가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여러 기업의 직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35세인 아벨은 “한 곳에서 재택근무를 할 때, 자유 시간이 넉넉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인플레이션 비율 상승세와 매년 급여 인상 수준이 비례하지 않아, 또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인플레이션 부담 우려를 덜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아내와 자녀 세 명을 양육하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돈을 저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벨이 ‘J1’이라고 칭하는 첫 번째 직장은 4년 넘게 재직한 곳이다. 두 번째 일자리와 세 번째 직장은 1년간 근무한 곳이다. 또, 2022년 여름에는 네 번째 일자리까지 구했다. 아벨은 2023년까지 일자리 네 개를 모두 유지하기를 바란다. 아벨은 노트북과 전자 기기를 갖춘 개인 전용 사무실이 있어, 네 가지 일자리를 충분히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벨은 “재택근무로 여러 직장의 전일제 일자리를 동시에 병행하면서 겪는 스트레스 중 하나는 회의이다. 대부분 비동기식 회의 플랫폼 슬랙으로 회의를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와이어드가 이번 기사 취재 도중 인터뷰한 다른 테크 업계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아벨도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가명 사용을 요청했다. 두 직장의 회의 일정이 겹칠 때는 각각 다른 헤드폰을 사용해 두 가지 회의에 동시에 참석한다. 아벨은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하지만, 이제는 회의 두 곳의 정보 맥락을 동시에 파악하면서 한 곳에만 지나치게 집중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아벨은 자신의 이름이 언급될 때 집중하여 듣는다. 만약, 자신을 찾을 때 응답이 느릴 때는 연결 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양해를 구하면 된다. 아벨은 세 직장의 회의 시간이 겹칠 때는 회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매달 4번 월급을 받는 아벨은 테크 업계 하락세와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에도 큰 충격을 받지 않는다. 매달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려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에 응하면서 일자리를 계속 유지한다. 아벨은 “직장 한 곳에서 채용 상태가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 된다. 테크 업계 인력 중 직장 5곳의 전일제 원격 근무를 하는 이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최대 직장 네 곳의 전일제 근무까지 동시에 소화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가정 내 사무 공간에서 홀로 근무하는 시대에 많은 직원이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더 유연한 조건에서 근무할 수 있다. 대면 근무가 어려운 상황에서 양해를 구할 필요 없이 가상 회의와 면접으로 여러 기업의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간혹 겸업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여 여러 직장의 근무를 동시에 병행하기도 한다. 임금 정체와 주거 비용 인상 탓에 지난 10년간 미국 근로자 중 겸업으로 소득을 늘리는 이들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50년 만에 미국 전역의 실업률 최저치를 기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확산세 탓에 과잉 고용 상태가 악화되었다. 2020년 4월, 미국 통계국은 직장 두 곳에 동시에 채용된 미국인이 단 4%였으나 2022년 8월, 100% 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종종 겸업 문제로 사측의 경고 없이 해고되는 등 전일제 근무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는 인재는 거의 없다. 따라서 재택근무로 겸업하는 것이 새로운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테크 업계 인력 다수가 코로나19 이전에도 100% 원격 근무를 채택했다. 그러나 누리꾼 9만 2,300여 명이 모인 레딧 커뮤니티 r/Overemployed에서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겸업하는 요령을 공유하였다. 많은 직원이 사무실 바깥에서 자유롭게 근무한다는 개념에는 반대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 겸업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포함되었다.

마틴(Marten)은 커뮤니티의 디스코드 채널에서 매주 재택근무 시 겸업으로 소득을 늘릴 기회를 돕는 주간 조언 제공 세션을 운영한다. 하지만 자신의 채널 접속자 중 실제로 원격 근무로 겸업하는 이들의 비율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거주 중인 마틴은 “100명 중 모두가 원격 근무 전일제로 여러 직장의 일을 하는 것에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원격 근무로 겸업할 능력이 있는 이들은 20명뿐이며, 이를 행동에 옮기는 이는 단 10명이다”라고 주장했다. 마틴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겸업한다. 마틴은 기업 전략과 계약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수석 경영 컨설턴트로 주간 70시간 근무하면서 매달 15~22만 달러를 번다. 그는 15년째 원격 근무로 겸업하며, 테크 업계 대기업과 금융 업계, 감사 분야의 계약직 근무를 했다.

캘리포니아주 자택에서 테크 기업 두 곳의 일을 하는 그렉(Greg)은 연평균 20만 달러를 번다. 그러나 두 직장의 업무 마감 기한을 동시에 지키려 일할 때는 힘들다고 느낀다. 그렉은 업무 일정을 보면서 일부 회의 참석을 거절한다. 그는 “한두 번 거짓말해도 기업에 피해를 주지 않으며, 훌륭한 업무 성과를 달성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두 번째 직장에서 그렉에게 링크드인 게시글 태그를 요청했다. 물론, 그렉의 첫 직장에서 알게 된다면, 탐탁지 않게 여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렉은 “결국, 직장에 인재 채용 근로자의 지나친 연락에 시달려 계정을 비활성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와 같이 두 직장에서 동시에 근무하면서 겸업 사실이 알려질 수도 있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목숨을 걸 정도로 직장에 집착하는 미국의 근무 문화 때문이다. 은퇴할 때까지 어떤 방법으로든 겸업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업무 일정을 조율해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두 번째 직장의 입사 제안과 확고한 경제적 목표로 원격 근무 도중 겸업을 시작한다. 그렉은 대학 등록금 대출 상환과 내 집 마련 비용 확보를 원했으며, 더는 급여가 입금되는 즉시 대출금 상환과 공과금 납부 비용으로 모두 지출할 일이 없다는 점에 만족한다. 아벨은 매달 4차례 입금되는 급여로 주택 자금 대출금을 상환한다. 원격 근무 인력으로 채용된 직장이 두 곳에서 세 곳, 심지어 네 곳으로 늘어나면서 또 다른 일자리를 추가로 구하고자 하는 유혹에 사로잡히기 쉽다. 특히, 소속 커뮤니티에서 원격 근무로 여러 직장의 전일제 근무를 독려할 때는 또 다른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욕구가 들기 쉽다. 그렉은 세 번째 일자리를 찾으면서 조기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아벨은 계속 여러 직장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자녀가 없었다면, 일자리 7개까지 동시에 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원격 근무 인력의 겸업은 문제를 따지기 다소 모호하다. 대다수 고용 계약은 단독으로 체결한다. 계약 조건에는 직원이 근무 시간에는 계약을 체결한 직장의 일에만 몰두한다는 조건이 명시되었으며, 특히 경쟁사와의 근로관계는 분명히 금지한다는 조건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다. 법무법인 CM 머레이 LLP(CM Murray LLP)의 노동법 전문 변호사 베스 헤일(Beth Hale)은 “원격 근무 인력이 근로 계약서에 명시된 근무 시간에 다른 직장의 일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 사항이다. 그러나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을 떠나 두 곳 이상의 기업에 채용돼, 원격 근무로 전일제 근무를 한다는 사실 자체는 기업이 바라는 최고의 이익과는 거리가 멀다. 여러 직장의 전일제 근무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헤일 변호사가 설명한 바와 같이 원격 근무 인력의 겸업은 근로 계약 조건의 중대한 위반 사항 혹은 해고 조건이다. 따라서 사측이 사전 경고 없이 해고할 수도 있다. 헤일 변호사는 “기업은 업무 성과가 훌륭한 직원이 있을 때, 해당 직원이 겸업할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만약, 직원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단독으로 직원의 능력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상황에 따라 겸업 인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인도에서는 고용주가 겸업하는 직원을 공개적으로 맹비난한다. 2022년 8월, 다국적 기업 위프로(Wipro) CEO인 리샤드 프렘지(Rishad Premji)는 원격 근무 인력을 ‘명백한 속임수’라고 칭했으며, 한 달 뒤 경쟁사 일자리와 함께 겸업한 사실이 확인된 직원 300명을 해고했다. 인도의 또 다른 IT 기업 인포시스(Infosys)는 9월 중순, 근무 시간과 그 이후에 겸업한 사실을 확인한 직원과의 근로 계약을 종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교할 만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인도 테크 업계 원격 근무 인력의 겸업이 만연한 일인지, 혹은 기업 지도자가 간접적으로 인식한 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모두가 겸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IT 서비스 및 컨설팅 기업 테크 마힌드라(Tech Mahindra) CEO C.P. 거나미(C.P. Gurnani)는 자사 직원의 겸업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도 식품 배송 스타트업 스위기(Swiggy)는 직원을 위해 근무 시간 이외에 긱 경제 일자리와 임시 계약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원격 근무 겸업 전문가인 마틴은 모든 일에서 성공하려 한다면, 소속 직장의 다른 동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사무실 복귀 요청 전화가 더 증가할 것을 우려한다. 마틴은 “겸업은 기대 가치를 지속적으로 전달한다면, 장기적인 측면에서만 효과가 있을 것이다. 기업이 지속적이면서 장기적인 성과를 얻는다면, 직원의 겸업 사실을 모른 척하거나 괜찮다고 말할 것이다. 여러 직장에 동시에 채용된 겸업 인력은 자신 이외에 모든 이들에게 원치 않는 관심과 정밀 조사 대상이 돼, 스스로 실패로 향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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