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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인구 붕괴 관련 주장,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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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인구 붕괴 관련 주장,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틀렸다
직설적인 발언을 일삼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인류의 가장 큰 위협으로 출산율 감소라고 생각한다. 인구 통계 전문가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다.
By MATT REYNOLDS, WIRED UK

20세기 초반, 프랑스가 저조한 출산율로 국가 존립 위기를 직면했다. 1900년, 프랑스 여성 1명당 평생 출산하는 아기는 평균 3명이었다. 이웃 국가인 독일 여성은 1명당 평균 5명을 출산하였다. 프랑스 인구는 수십 년 동안 4,000만 명 수준을 확실히 유지했다. 같은 시기 다른 유럽 국가의 인구는 증가했다. 1912년, 미국 기자 월터 웨일(Walter Weyl)은 “프랑스의 낮은 출산율은 프랑스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전 세계 어느 곳을 보더라도 프랑스만큼 출산율이 심각할 정도로 낮은 곳은 찾아볼 수 없다”라고 작성했다.

프랑스 사회는 서둘러 출산율 위기를 막을 행동에 나섰다. 출산 장려 단체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했으며, 1916년에는 프랑스 국회의원 절반이 출산율 증가 목표를 추진할 로비 단체에 소속되었다. 매년 자녀 수 9명 이상인 프랑스 부모 90쌍을 대상으로 상금 2만 5,000프랑을 지급했다. 낙태와 피임 제한 법률이 통과되었으며, 대가족 어머니는 자녀 수를 기준으로 메달을 받았다.

그러나 어떠한 노력도 프랑스의 출산율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1937년 1월, 폴 레노(Paul Reynaud) 전 프랑스 장관은 “프랑스 인구는 4,100만 명, 독일 인구는 6,700만 명, 이탈리아 인구는 4,300만 명이다. 인구수를 고려하면, 프랑스가 이웃 국가보다 뒤처진다”라고 한탄했다. 물론, 르노 전 장관이 한탄할 만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르노 장관의 한탄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후 수십 년이 지나자 베이비 붐과 대규모 이민의 영향으로 프랑스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다. 전쟁 후 인구 급증 현상이 서서히 줄어들었으나 그 후에도 프랑스는 유럽연합 회원국 중 출산율 1위를 유지했다. 과거, 심각하게 우려한 인구 붕괴 현상이 다시 발생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인구 감소 우려가 절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인구 감소 현상을 우려하는 이들 중 가장 유명한 인물로 일론 머스크를 언급할 수 있다. 머스크는 출산율 정체 현상이 특정 국가의 위기는 물론이고, 지구 전체의 존립 위기라고 생각한다. 머스크는 2019년, AI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미래를 가정한다면, 세계는 20년 후면 인구 붕괴 위기를 직면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인구 붕괴는 머스크의 머릿속에 확고히 자리잡은 문제이다. 머스크는 2022년, “저출산율이 원인이 된 인구 붕괴 현상은 시민사회에 지구 온난화보다 훨씬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 기억해야 할 문제이다”라는 트윗을 게재했다.

다수 인구 통계 전문가가 일론 머스크의 발언을 기억하지만, 절망적인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 빈 인구 통계 연구소(Vienna Institute of Demography)의 토마스 소보트카(Tomas Sobotka) 연구원은 “전 세계 인구 80억 명과 세계를 고려하면, 현재 인구 붕괴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심지어 인구 붕괴 현상이 발생할 조짐도 없다”라고 말했다.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해도 2100년이면, 전 세계 인구는 88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 국제연합기구(UN)에서 대대적으로 동의한 2100년 예상 인구수 104억 명보다는 훨씬 적은 수치이지만, 오늘날 전 세계 인구 80억 명보다는 많다. 대다수 인구 예측 결과는 21세기 중반에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뒤 증가율이 둔화되거나 서서히 감소할 것이라고 본다. UN 인구 집계 및 전망 부처 총괄 관리자 패트릭 저랜드(Patrick Gerland)는 “인구 증가 이후 증가율 둔화 혹은 서서히 이루어지는 감소 추세를 인구 붕괴 위기라고 주장하는 일은 너무 극단적인 주장”이라고 전했다.

UN은 2022년부터 2050년까지 인구가 감소할 유일한 지역으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지목했다. 두 지역 이외의 인구 전망은 전혀 다르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빈곤 국가 일대의 2050년 예상 인구수는 12억 명을 기록한 2022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21억 명이다. 같은 시기 인도 인구는 2억 5,000만 명을 기록하면서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수 1위 국가라는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저랜드는 “현재와 단기적 미래 모두 고려하면, 전 세계 대다수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 추세를 걱정할 일이 없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장기적 미래 전망은 어떨까? 일본은 이미 인구 감소 현상을 기록했으며, 전 세계 출산율이 가장 낮다. 일본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는 평균 1.3명이다. 일정한 인구수를 유지하려면, 이민자 유입을 배제하고 기대 수명이 꾸준히 같은 수준이라고 가정했을 때 일본 여성 한 명당 평균 2.1명을 출산해야 한다. 만약, 장기간 여성 1인당 출산 아동 수가 2.1명 이하를 기록한다면, 일본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이미 인구 감소 현상이 관측됐다. 일본 인구수는 2010년, 1억 2,810만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10년 뒤 1억 2,580만 명으로 감소했다.

오스트리아 빈 인근 지역 소재 국제 응용시스템 분석 연구소(IIASA) 인구 통계학자인 사미르 KC(Samir KC)는 앞으로 100년 동안 전 세계 출산율이 대체 가능한 수준 미만을 유지할 때의 상황을 연구했다. 전 세계 여성 1인당 출산하는 아기 수가 UN이 추산한 2100년 출산율인 평균 1.84명 미만이라면, 2100년 전 세계 인구는 104억 명을 기록하다가 2500년에는 19억 7,000만 명으로, 3000년에는 2억 2,7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이다. 소보트카 연구원은 와이어드에 보낸 메일을 통해 “인구 붕괴 현상이라기보다는 서서히 진행되는 인구 감소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100년 단위로 전 세계 인구 변화를 예측했다. 오늘날 전 세계 인구 붕괴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는 일은 1000년도에 2000년이 되었을 때, 컴퓨터 시스템의 달력 데이터 보관 오류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것과 같다.

인구 증가 경로가 바뀔 수 있는 앞으로 1000년간 어떤 일이 발생할까? 핵전쟁, 팬데믹, 신생 종교와 가족 선호 현상, 인류의 다른 행성 정복, 인간 수명 급증 등 모두 상상할 수 있다. 힐러리 그리브스(Hilary Greaves) 옥스퍼드대학교 철학 교수는 지구 인구수를 최대한 늘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인류의 멸종 위험성을 모두 피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000년 후는 매우 먼 미래이다. 현재 인구 추세가 1000년 뒤에도 똑같이 이어질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큰 실수이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소수 노령 인구 집단의 기쁨
인류 역사는 오랜 시간 서서히 발전하였다. 기원전 1만 년경부터 서기 1700년 사이 연간 전 세계 인구 증가율은 단 0.04%였다. 선사시대에는 인구수가 수천 명으로 급격히 줄어든 시기도 있었다. 농업 도입과 도시 등장 이후에도 전염병과 기근이 발생하면서 인구 증감 변동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19세기, 극도로 느린 인구 증가율이라는 추세가 번복되었다. 유년기에 생존하여 성인이 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덕분이다. 1803년, 10억 명이었던 전 세계 인구가 20억 명으로 두 배 증가하기까지 124년이 걸렸다. 그리고 인구수가 30억 명을 넘어서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3년이었다. 이후 150억 명으로 급격히 증가한 뒤 120억 명으로 감소하였다. 20세기 말에는 출산과 급격한 인구 증가 현상이 평범한 일이었다.

로드아일랜드대학교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웨일(David Weil) 박사는 “인간의 사고는 인구 증가 현상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보도록 발전했다”라고 주장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웨일 박사의 주장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국가가 부유해지면서 고학력 여성이 증가함에 따라 출산율이 감소했다. 출산율이 높은 국가가 저출산 국가로 전환할 때는 보통 생산 가능 연령 인구가 많으면서 부양률이 비교적 낮은 현상을 기록한다. 이른바 ‘인구배당효과’를 한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20세기 후반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한 경제 국가의 주된 저출산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인구배당효과가 끝날 것이다. 웨일 박사는 “언젠가는 인구배당효과가 끝나면서 이전과 같은 추세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인구가 서서히 감소한다고 해서 경제적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주장을 덧붙였다. 그는 영유아 인구 감소와 노인 인구 증가 현상의 영향으로 생산 가능 연령 인구 집단 의존도가 조금씩 고르게 분열되며, 인구가 줄어든 국가는 혁신 향상의 장점을 접할 것으로 예측한다. 웨일 박사는 “앞으로 100여 년간 인도나 중국, 나이지리아의 인구 증가 추세의 활기가 더해져, 유럽 인구 감소가 인구 정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인구 감소 현상을 축복할 일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노르웨이 출산 보건 센터(Norwegian Centre for Fertility and Health)의 베가드 스키베크(Vegard Skirbekk) 연구원이 주장하는 바이다. 스키베크 연구원은 자신이 집필한 신간 서적 『감소하고 번영하라! 전 세게 출산율 변화와 아동 인구 감소의 장점(Decline and Prosper! Changing Global Birth Rates and the Advantages of Fewer Children)』을 통해 저출산 국가가 거주하기 더 좋은 곳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국가의 출생 인구로 대체할 수 있는 수준 이하로 출산율이 감소할 때, 인간은 비교적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0년간 미국 농업 종사자 인구 비율이 급격히 감소했으나 인구 1인당 생산량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생산 가능 연령이 줄어들 때,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부의 재분배 정책을 올바르게 펼친다면, 인구 감소는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다.

자국민의 출산 호소하는 각국 정부
다수 국가 정부가 인구 감소를 낙관적인 신호로 보지 않는다. 2022년이면 중국 인구가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가족 규모 제한의 영향으로 추후 수십 년 동안 감소할 수 있다. 현재 중국 중앙정부는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부 도시는 부모에게 둘째 혹은 셋째 자녀 출산 시 현금 수당을 지급한다. 더 저렴한 요양 시설을 건설하거나 대가족 주택 임대료를 인하 정책을 펼치는 도시도 있다.

출산 장려 정책이 인구 감소라는 전조를 완벽하게 뒤집을 확률은 낮다. 1996년 이후 일본 정부는 가족 규모 확대를 유도할 수많은 정책을 펼쳤으나 소가족 선호 현상이 확고하게 남아있다. 사미르 KC 연구원은 상해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학생에게 평생 낳고자 하는 자녀 수를 물어본다. 2022년, 최초로 출산 계획이 없다고 말한 학생이 등장했다.

스키베크 연구원은 단순히 자녀가 없는 이들에게 출산을 장려하기보다는 사회 차원에서 광범위한 생활 방식 변경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탄탄한 사회 복지 네트워크와 성 평등을 갖춘 국가의 출산율이 더 높다. 북유럽 여성이 남유럽 여성보다 아이를 더 많이 낳는 이유이다. 자녀를 원하더라도 가족 규모를 축소하는 이유 중 하나로 비싼 주거 비용을 언급할 수 있다. 사회의 공정성과 평등 수준을 갖춘 정책을 채택한 국가는 출산율을 높이면서 자녀가 없는 인구에게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처럼 이민 제한 수준이 높은 국가는 노동력이 부족한 지역에 정착하도록 하면서 인구 문제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민은 전 세계 단위에서 인구 문제를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이민이 자국민의 높은 출산율보다 국가 소득에 더 크게 기여했다. 사실, 오늘날 인구 감소율이 가장 높은 곳은 아시아가 아닌 동유럽이다. 현재 UN은 동유럽에서 타국으로 이민하는 인구의 증가와 저출산율 문제가 더해져, 불가리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세르비아 인구가 1/5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

머스크의 인구 붕괴 우려를 견인한 한 가지 요소로 머스크가 성장한 시대와 매우 다른 세계 전망을 거부하는 것이다. 2050년까지 증가한 인구 중 50%는 콩고민주공화국과 에티오피아, 이집트,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필리핀, 탄자니아 단 8개국의 높은 출산율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또, 2050년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 인구의 16%로,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다. 일부 국가는 인구 고령화 현상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반대로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는 국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50년에도 세계 인구는 정점에 달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의 1900년대 저출산율 우려가 오늘날 인류 사회에 남기는 교훈이 있다면,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는 출산율을 걱정하기보다는 현명한 변화를 선보이는 것이 더 낫다는 사실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lon Musk Is Totally Wrong About Population Colla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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