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덴마크 도시, 공교육 현장에 구글 설치 후 금지
상태바
덴마크 도시, 공교육 현장에 구글 설치 후 금지
어느 한 8세 아동의 유튜브 속 혼란과 이례적인 학부모의 대응이 덴마크 전역에서 테크 업계 대기업의 보편성과 아동 데이터 관리 논란을 촉발했다.
By MORGAN MEAKER, WIRED UK

덴마크 소도시 헬싱외르는 보통 덴마크 현지 뉴스에서 크게 주목받는 지역은 아니다. 지금까지 헬싱외르를 찾는 방문객 대부분 인근 국가인 스웨덴에서 페리를 탑승한 채로 이동하거나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배경이 된 성을 찾아 온 관광객이다. 그러나 2022년 8월, 신학기 시작과 함께 뉴스 제작국 관계자가 헬싱외르를 찾아, 현지 학교의 구글 제품 금지 소식을 취재했다.

구글의 교육용 제품인 크롬북 노트북과 교육용 소프트웨어는 덴마크 교육 체계에서 대대적으로 사용한다. 덴마크 학교 약 50%가 구글 제품을 사용하며, 헬싱외르 지역 일부 학생은 6살이 되면 첫 번째 크롬북을 가진다. 따라서 헬싱외르에서 7월 14일 자로 구글 제품을 금지하자 한 달 뒤 신학기를 맞이한 공교육 현장에 대대적인 혼란이 이어졌다. 일부 지역 아동은 펜과 종이로 직접 글을 작성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손글씨를 읽기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덴마크 데이터 규제 당국은 헬싱외르 지역 공교육 현장에서 구글의 학생 데이터 사용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학생 8,000여 명의 크롬북 사용을 중단했다고 파악했다. 크롬북은 그동안 덴마크 공교육 현장의 일일 교육 수단이 되었다.

공교육 현장의 구글 제품 금지에 따른 혼란이 발생한 때는 2019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8살이었던 지역 아동이 아버지에게 한 가지 문제를 이야기했다. 학생 아버지는 아들의 학우 중 한 명이 자신의 아들 유튜브 계정을 이용해 다른 사용자의 영상에 무례한 댓글을 남겼으며, 아들이 그 후 발생할 문제를 크게 우려했다고 전했다. 학생 아버지도 아들이 희롱으로 처벌받거나 온라인 복수극 대상으로 지목될 것을 우려했다.

학생의 아버지인 예스퍼 그라우가드(Jesper Graugaard)는 처음 사실을 알게 되었을 당시 혼란스러워 했다. 아들의 유튜브 계정을 생성해준 적이 없으며, 학교에서도 아들의 유튜브 계정을 부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라우가드 가족은 그동안 아날로그를 지향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졌다. 그라우가드의 자녀 3명 모두 스마트폰을 소유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라우가드는 아들의 이름과 학교, 학급 정보가 공개된 유튜브 계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자 충격 받고, 즉시 학교에 연락했다. 그라우가드는 교직원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개인 필터 실수라며 문제를 중재하려 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그라우가드의 이례적인 사례를 언급하는 것을 거부했다. 다만, 학교 IT 담당 직원이 학생의 접근이 가능한 구글 서비스를 담당한다고 언급했다.

그라우가드는 학교의 대응에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동안 어떠한 행동주의에도 나선 적이 없었던 그라우가드는 덴마크 공교육 체계와 구글 간 관계의 중대한 문제라고 판단한 부분을 개선하려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2019년 12월, 덴마크 데이터 보호 규제 당국 데이터틸리시넷(Datatilsynet)에 민원을 넣었다. 그 결과, 헬싱외르 지역에서 공교육 현장의 구글 제품 금지를 공식 발표하였다. 이후 그라우가드가 현지 매체, 정치인과 꾸준히 대화한 덕분에 덴마크 사용자의 데이터 보호 방식을 주제로 한 최대 규모의 논의가 이어졌으며, 유럽 공공 부문에서 미국 테크 업계 대기업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계기가 되었다.

데이터 보호 규제 당국의 IT 보안 전문가 알란 프랭크(Allan Frank)는 데이터 보호 규제 당국이 헬싱외르 지역의 구글 학교 제품 사용 전 전면적인 위험 평가를 단 한 차례도 시행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유럽 개인정보 보호(GDPR) 규정에 따라 학교용 제품 사용 전 위험 평가는 필수이다. 바로 구글 제품 금지가 시행된 부분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학기를 앞두고 구글 제품 사용 금지로 혼란에 빠진 공교육 현장은 9월 8일, 2개월간 구글 제품 금지 적용 보류 기간을 얻었다. 그와 동시에 헬싱외르 당국은 구글과 추후 상황을 논의하였다.

프랭크는 구글에 GDPR의 규정에 따른 제품 수정을 요청하는 것은 헬싱외르 당국의 몫이라고 전했다. 헬싱외르 시 청사는 와이어드의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글은 헬싱외르 시 청사가 직접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 북유럽 교육 사업부 사장 알렉산드라 아티아넨(Alexandra Ahtiainen)은 “헬싱외르 시 청사와 요청 사항과 제품의 기술 조건 설정 개선 노력을 위해 협력하면서 유럽의 다른 공교육 현장과 함께 구글 제품 위험성 평가와 사용을 위한 최고의 관행을 공유한다”라고 답변했다. 협상이 실패하면서 구글 제품 사용 금지가 재시행된다면, 헬싱외르 이외에 덴마크 전역에서 구글 제품을 금지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45개 시 청사에서 데이터틸리시넷에 연락해, 구글 제품 관련 우려 사항을 이야기했다.

그라우가드가 공교육 현장의 구글 제품 문제를 알리기 시작했을 때, 구글 제품만 우려한 것은 아니다. 그는 “아이가 공교육 현장에 있을 때, 부모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나는 평범한 아이 아버지이다.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는 못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는 구글이 덴마크 공교육 현장에 개입한 것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구글을 공교육 현장에서 퇴출하고자 한다. 그라우가드는 “아동의 모든 학교 활동이 워크스페이스를 통해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학생이 기계에 작성한 모든 기록을 구글로 전송한다는 의미이다. 한 세대 전체가 구글에 접근 권한을 준 셈이다”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라우가드가 강조한 주된 문제는 학생의 구글 데이터 사용 방식이나 공유 기관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디지털 권리 단체 IT 폴 덴마크(IT Pol Denmark) 의장인 예스퍼 룬드(Jesper Lund)는 “구글은 항상 맞춤 광고에 학생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으며, 외부 기관에 데이터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글이 사용자 데이터를 자사 서비스 개선이나 인공지능(AI) 훈련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덴마크와 스웨덴을 가르는 외레순드 해협(Øresund strait)과 가까운 헬싱외르 중심지에 설립된 붉은 벽돌 건물에는 바이미드텐 학교가 있다. 학교 전체에는 불확실한 분위기가 있어, 2개월간의 구글 제품 금지 이후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바이미드텐 학교 교장 앤더스 코스가드 페데르센(Anders Korsgaard Pedersen)은 교사는 모든 디지털 교과 과정 계획을 폐기하고, 창고에 폐기된 기존 교과서를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수 주간 학생은 펜과 종이를 사용해야 하며, IT 담당 교직원이 비활성화한 학생의 크롬북은 무용지물로 집 안에 방치된다.

페데르센 교장은 구글 제품 금지가 덴마크 전역의 모든 학교의 딜레마로 이어지며, 공교육 현장은 GDPR 규정을 준수할 만한 자원이나 전문 지식이 없다고 생각한다. 페데르센 교장은 “반면, 학교는 학생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거, 컨설턴트로 근무하여 구글의 데이터 동의 사항이 100% 투명성을 갖추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그리고 덴마크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받아들인 바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페데르센 교장은 제 기능을 하는 21세기 학교를 운영하고자 한다. 이에, “덴마크 공교육 현장은 그동안 크롬북에 너무 많은 것을 의존했다”라고 언급했다.

일부 아동은 다른 아동보다 크롬북이 없을 때 더 뛰어난 적응력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페데르센 교장은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데이터 보호 관련 문제를 항의한 학부모 단 한 명도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구글 제품 금지 이후 학부모의 불만을 접수했다. 대부분 앱라이터(AppWriter) 등 크롬북 수단에 의존한 난독증 아동의 부모가 제기한 항의이다.

다수 덴마크 학부모는 구글 제품 사용 금지에 혼란스러워 한다. 그러나 모두가 혼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구글 제품 대신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사용하는 덴마크 도시 하슬레우 지역 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 4명을 둔 부모 얀 그로네만(Jan Gronemann)은 “구글 제품 사용 금지가 확대되기를 바란다. 많은 학생이 공교육 현장에서 본질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다국적 기업에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건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와이어드의 인터뷰에 응한 다수 덴마크 데이터 프라이버시 운동가와 지역 사업가와 마찬가지로 그로네만도 구글이 아동, 청소년의 온라인 행동을 이용해 성인이 되었을 때 광고나 정치 등과 같은 목적으로 온라인 행동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코펜하겐 프라이버시 에듀 테크 스타트업 리른(Lirrn) 창립자이자 전직 디즈니 컨설턴트인 오미노 가데지(Omino Gardezi)는 “개인의 우편 번호와 경제적 수준, 생일 정보를 알게 된다면, 아마존에서 디즈니, 월마트, 타겟 등의 서비스에 접근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아는가? 매우 많은 부분을 예측한다”라고 말했다.

헬싱외르에서 시작된 구글 제품 금지 문제는 유럽 전역에서 유럽인의 데이터가 미국 테크 기업의 손에 넘어갔을 때 발생할 일을 논의하는 계기를 촉발하였다. 유럽 법원은 여러 차례 유럽인의 데이터를 미국 기업에 건넬 때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 등 정보 기관의 도청에 동원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는 지금까지 유럽에서 미국으로 전송된 데이터 관련 우려에 집중했다. 2022년 7월, 아일랜드 데이터 보호 규제 당국은 유럽인의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하는 일을 막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으로 유럽 사용자의 데이터를 미국에 전송한다면, 유럽 사업 운영 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협을 받았다.

헬싱외르 사례는 구글이 해외로 일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사실과 유럽 당국이 합의로 고려하지 않은 미래의 정부 기관이 유럽인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 덴마크 국책연구소인 데이터 윤리 유럽연합(Data Ethics EU) 공동 창립자 페닐 트랜버그(Pernille Tranberg)는 “트럼프가 다음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트랜버그는 그동안 덴마크 공교육 현장에 넥스트클라우드(Nextcloud) 등 유럽에서 제작한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앞으로 수년간 사용하도록 설득했다. 구글은 정부 공개 요청의 엄격한 표준을 갖추었다고 주장하며, 적절한 때에는 표준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아티아넨 부사장은 “구글은 유럽과 미국의 프라이버시 보호 및 데이터 흐름을 위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지지한다. 모두 인터넷이 제 기능을 하고, 학생이 매일 의존하는 데이터 서비스에 접근하기 위한 기본 요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헬싱외르의 바이미드텐 학교 교사는 유럽과 미국 간 데이터 흐름을 고려하지 않는다. 대신, 11월 5일 자로 발표될 구글 제품 금지 사건 최종 결정 이후 구글 서비스 기능 사용 여부를 궁금해한다. 페데르센 교장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페데르센 교장은 구글 서비스 관련 각종 우려 속에서도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자 한다. 그는 “구글이 덴마크 아동 데이터 중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는가? 바로 분명하게 밝혀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아동 데이터를 다국적 기업에 판매한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A Danish City Built Google Into Its Schools—Then Banned It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