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영리한 검열 방지 툴, 러시아인의 차단된 뉴스 접근 지원
상태바
영리한 검열 방지 툴, 러시아인의 차단된 뉴스 접근 지원
사미즈닷 온라인은 검열되지 않은 도메인 호스팅을 통해 러시아 정부가 금지한 뉴스 웹사이트를 묶어서 제공한다. 그리고 러시아인이 독립 언론의 뉴스를 보도록 지원한다.
By MATT BURGESS, WIRED UK

벨라루스 정보부가 검열 소식을 공식 발표했던 2020년 여름, 라이프스타일 매체 KYKY 웹사이트를 차단하려 했다. 당시 검열로 KYKY 기자와 에디터의 생활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KYKY 국장 사샤 로마노바(Sasha Romanova)가 밝힌 바와 같이 KYKY 관계자 다수가 대규모 단속과 체포 우려 때문에 해외 망명을 떠났다. 2020년 12월, 정보부의 검열로 KYKY 웹사이트가 차단되자 그 여파가 즉각 드러났다. 로마노바는 “차단 전에는 월간 웹사이트 방문자 수가 평균 500만 명이었다”라고 말했다. 차단 후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이후 KYKY는 벨라루스 정부 검열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벨라루스 독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KYKY는 차단되지 않은 신규 도메인을 등록하고, 기사를 출판하기 시작했다. 로마노바는 “KYKY는 다소 어리석은 이름의 도메인을 구매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massandry.net’, ‘netetabletki.rip’과 같은 도메인 명칭 덕분에 벨라루스 독자가 독립 언론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알렉산더 루카센코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를 조롱할 수 있었다.

로마노바는 매주 KYKY가 신규 도메인을 구매하고, 정부가 발견하여 차단할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는 “루카센코 정부는 구시대적인 관료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KYKY가 구매하는 도메인 명칭은 보통 일주일간 정부가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약 2개월간 도메인 명칭을 변경한 뒤 지금은 비싸면서 정부가 발견하기 어려운 신규 도메인 명칭으로 변경하는 일을 반복한다.

하지만 2022년 6월부터 KYKY 독자 상당수가 새로운 검열 방지 툴을 다시 채택했다. 해당 툴은 차단되지 않은 도메인 명칭을 등록하고, 최신 기사를 자동으로 묶어서 송출한다. ‘사미즈닷 온라인(Samizdat Online)’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해당 프로젝트는 차단된 웹사이트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도메인 사용 사실을 기술적으로 감지하지 못하도록 설계되었다.

사미즈닷 온라인 공동 창립자이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기업 창립자인 예브게니 심킨(Yevgeny Simkin)은 러시아를 포함해 억압 정책을 일삼는 국가의 국민이 검열되지 않은 매체와 정보를 접하도록 도울 목적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심킨은 “푸틴의 선동 광고 작전은 차단 정책을 펼치기 위한 유일하게 완벽한 수단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킨은 어린 시절 소련에서 망명했으며, 2022년 2월,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자 사미즈닷 온라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차단된 웹사이트가 DNS 차단을 사용하는 사례가 흔하다. 기본적으로 도메인 명칭 입력만으로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최초로 보도한 바와 같이 사미즈닷 온라인은 뉴스 웹사이트 여러 곳의 기사를 묶어서 신규 도메인으로 송출하는 작업을 한다. 심킨은 “사미즈닷 온라인은 임의로 조합한 것처럼 보이는 도메인을 대규모로 등록한다”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보도 당시 심킨은 사미즈닷 온라인을 SOS-Links라고 칭했다.

사미즈닷 온라인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차단된 웹사이트 12곳 이상의 승인을 받아, 기사를 묶음으로 송출한다. 현재 사미즈닷 온라인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 검열을 우회하여 기사를 묶음으로 송출하는 매체 웹사이트 목록을 나열했다. 사미즈닷 온라인이 묶어서 공유한 기사의 원출처인 매체 웹사이트에서 SOS-Link를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일례로, 사미즈닷 온라인으로 모스크바타임스(The Moscow Times)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도메인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뒤의 나머지 URL은 특수기호와 문자가 길게 나열돼, CSS를 웹사이트에 올바르게 배열해야 한다는 경고와 같이 접속한 웹페이지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역할을 한다. 홈페이지 상단에서 기사를 클릭하면, ‘raul..help/’라는 도메인이 등장한다. (재차 말하자면, 데이터는 암호화된다.) 또다시 같은 기사를 클릭하면, 도메인이 ‘uvsoxmqdcu.net/’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심킨은 사미즈닷 온라인을 실행하는 주요 구성요소는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핵심 구성요소는 말이 되지 않는 도메인 생성 및 저장을 담당하는 주요 서버이다. 두 번째 구성요소는 도메인 등록과 호스팅 역할을 하는 분산화된 서버이다. 심킨은 “임의의 링크 생성에 두 가지 구성요소를 모두 포함한다”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독자는 사미즈닷 온라인 링크를 사용해, 검열을 피할 수 있다. 사미즈닷 온라인이 기사를 공유하는 모든 매체 웹사이트는 공개 웹에서 호스팅된다. VPN이나 토르를 포함한 다른 검열 방지 툴과는 달리 기술적 지식이나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작업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매체의 웹 트래픽이 검열 대상이 된다면, 사미즈닷 온라인으로 다시 연결될 위험성이 있다. (심킨은 사미즈닷 온라인의 링크를 통해 검열된 매체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사용자의 IP 주소를 저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미즈닷 온라인은 IP 주소 해시를 통해 사용자가 사미즈닷 온라인을 통해 접속하는지 확인한다.)

‘사미즈닷’이라는 명칭의 기원은 구소련이며, 사용자가 금지된 매체를 스스로 출판한 뒤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네트워크로 기사를 확산한다. 사미즈닷 온라인 에디터인 안나 트루바초바(Anna Trubachova)는 “소련 시대의 사미즈닷은 꽤 위험했다. 사미즈닷의 인쇄본을 소지한다면, 체포나 벌금, 구금형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모두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의 언론 자유 지수를 의미하는 웹사이트 점수를 차단한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전 세계 180개국을 평가한 벨라루스의 언론의 자유 순위를 세계 153위로, 러시아 순위를 155위로 평가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벨라루스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기 전까지 벨라루스를 “기자에게 가장 위험한 유럽 국가”라고 평가했다. 또한, 러시아에서 징역 선고된 기자는 총 150곳이다. 이반 사프로니(Ivan Safronov)는 최근 22년간 러시아 정부가 징역형을 선고한 기자는 ‘국가 기밀’ 유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가 주장하는 기밀은 이미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러시아 군대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러시아 정부는 온라인 차단 범위를 넓히며, 정부에 반대하는 시민 누구나 단속한다. 비영리단체 액세스 나우(Access Now)의 테크 법률 자문위원인 나탈리아 크라피바(Natalia Krapiva)는 VPN과 익명성 보장 서비스 토르, 러시아 정부의 ‘외국 기관’ 퇴치 작전 모두 맞서 싸워야 할 적을 모두 외국 기관이라고 선언한다. 크라피바는 “현 시점에서 독립 언론 다수, 그리고 주요 매체 중 적어도 한 곳이 차단되었다”라고 전했다.

러시아에서 차단된 웹사이트 분석 결과, 접속 불가능한 웹사이트는 총 60만 곳 이상으로, 2021년 3월부터 2022년 3워띾지 총 848%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언론 규제 기관인 로스콤나조르(Roskomnadzor)와 벨라루스 정보부 모두 와이어드의 검열 관련 문의에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 또, 벨라루스 정보부 공식 웹사이트는 오프라인 상태인 탓에 접속할 수 없다.

크라피바는 사미즈닷 온라인이 VPN, 토르 등 여러 검열 방지 툴과 함께 온라인 검열을 피하는 데 유용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전했다. 과거, 검열을 우회하려 사미즈닷 온라인과 같은 웹사이트 개설 노력이 펼쳐지기도 했다. 크라피바는 “모든 검열 문제를 마법과 같이 한 번에 완벽하게 해결할 수단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다양한 기술 수준을 갖춘 이들이 더 많은 옵션을 보유하는 것도 유용하다.

사미즈닷 온라인이 정식 출시를 준비하는 가운데, 러시아 최대 독립 매체인 메두자(Meduza)도 자체적으로 여러 편의 기사를 묶어서 송출하는 웹사이트 목록 추가를 앞두고 있다. 메두자 CEO 가리나 팀첸코(Galina Timchenko)는 메두자가 사미즈닷 온라인 운영 방식과 기사 묶음 송출 결정 방식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메두자가 2022년 3월 자로 러시아 정부의 검열 대상이 되기 전까지 월간 구독자 수 1,800만 명을 기록했다. 팀첸코는 푸틴 정권의 검열 이후 데스크톱 버전과 모바일 버전 구독자 수가 40% 감소했으며, 메두자 텔레그램 채널과 모바일 앱 구독자 수는 증가했다고 밝혔다.

팀첸코는 “안타깝게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한 달 동안 검열이 실제로 시행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미즈닷 온라인의 시스템이 웹사이트 차단을 우회할 매우 영리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정부가 검열 정책을 펼친다고 해서 메두자가 많은 구독자 수를 확보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러시아 내 구독자 수 증가를 기록했다. 메두자 독자 중에는 VPN이나 기타 기술적 검열 우회 수단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심킨은 사미즈닷 온라인의 장기 목표가 수익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미즈닷 온라인은 중국을 포함하여 검열 정책을 펼치는 다른 국가도 차단 우회 서비스 지원 국가로 추가하고자 한다.

그러나 사미즈닷 온라인이 러시아 검열 수단을 다루는 최초의 서비스가 될 확률이 높다. 심킨은 로스콤나조르가 사미즈닷 온라인 웹사이트와 구축 후 생성한 도메인 모두 차단하기 시작할 확률이 높다고 내다보았다. 이에, 심킨은 로스콤나조르가 사미즈닷 온라인을 차단하기 전, 정부의 검열 징조를 자체적으로 감지하고 새로운 임의 도메인을 등록할 계획이다. 그 전까지 사마즈닷 온라인은 자체 시스템을 널리 확산해, 최대한 정부 검열을 피할 계획이다. 또한 SOS-Links를 텔레그램 채널과 데일리 뉴스레터에 공유할 계획이다. 또한, 홈페이지에 자체 SOS-Link도 생성할 예정이다.

심킨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민이 자국 정부의 행위를 진지하게 의심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미즈닷 온라인을 운영하기 시작한 목표는 바로 러시아인과 벨라루스인이 자국 정부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is Clever Anti-Censorship Tool Lets Russians Read Blocked News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