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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기원, 생각보다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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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기원, 생각보다 복잡하다
과학계는 고통스러운 연구와 유전학, 영리한 통계를 활용해 우한의 동물 거래 시장에서부터 두 가지 다른 바이러스 기원을 추적했다.
By AMIT KATWALA, WIRED UK

2014년 10월, 바이러스 학자인 에드워드 홈즈(Edward Holmes) 박사는 중국 우한의 화난 해산물 도매시장을 방문했다. 당시 우한은 중국 중부 지역 허베이성 내 인구 1,10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였다. 도매시장은 생물종 전문가가 아니라면, 혼란스러워할 수 있는 곳이었다. 시장에는 익숙하지 않은 생물 모두 생사를 떠나 식용으로 판매하는 점포가 나열되었다. 돼지코오소리와 족제비, 말레이시아산 산미치광이, 흰코사향고양이 등을 가둔 동물장이 넘쳐났다. 홈즈 박사는 시장 남서쪽 구석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조류 위에 쌓인 우리에 가득 나열된 너구리를 판매하는 가판대를 발견했다. 홈즈 박사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촬영했다.

당시 촬영한 사진은 8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 추적이라는 힘겨운 노력을 위한 핵심 증거가 되었다. 물론, 코로나19 발생 초기, 심지어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우한의 시장이 바이러스 확산 중심지라는 의문이 제기되었지만, 정확히 입증하기는 어려웠다. 반면, 생물학 실험실인 우한 바이러스학 연구소(Wuhan Institute of Virology)가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이라는 또 다른 가설이 제기되었다. 해당 가설은 실험실에서 의도적이든 의도치 않았든 유출된 바이러스가 우한 전역을 넘어서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고 주장한다.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은 코로나19 기원설인 실험실 유출설은 동물의 개입을 통해 박쥐의 바이러스가 인체에도 침투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등 비교적 널리 알려진 질병과도 비슷한 연관성이 있다. 코로나19 기원을 정확히 밝혀내는 일은 실험실 유출설 종결과 다음 대유행병 억제 방식 정보 출처 확보라는 측면에서 매우 귀중한 일이다. 캘리포니아주 스크립스 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의 면역학 및 미생물학 교수인 크리스티안 앤더슨(Kristian Andersen)은 “코로나19 기원설을 밝히는 일은 바이러스 확산을 탓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코로나19 대유행병의 기원을 최대한 자세히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지난 20년 동안 앤더슨 교수와 홈즈 박사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수많은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이 대유행병의 중심지를 정확히 지목하려 했다. 바이러스 기원을 밝히려는 과정에는 유전 분석부터 소셜 미디어 스크래핑까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었다. 2022년 7월, 최종 결과를 설명하는 논문 출판 전까지 논문 게재 예고 글이 널리 확산되면서 주목받은 코로나19 기원 확인 연구는 학술적 연구이면서도 탐사 보도 내용에 매우 가깝다.

논문의 흥미로운 첫 번째 요소로 범죄 장면을 언급할 수 있다. 1,10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에서 동물이 인간에게 처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애리조나대학교 생물학자인 마이클 워로비(Michael Worobey) 박사 연구팀은 동물이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처음 옮긴 곳을 찾고자 2021년 여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행한 보고서를 연구 출처로 활용했다. 해당 보고서는 WHO와 중국 과학자팀의 합동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보고서에 포함된 다양한 지도와 표를 교차 인용한 뒤 우한에서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발생한 곳 155곳과 2019년 12월, 많은 시민이 코로나19 때문에 입원한 이들을 확인했다.

대부분 우한 중심부 일대에서 발생했다. 특히, 양쯔강 서쪽 강둑에서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홈즈 박사가 방문한 화난 시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게재 논문의 제1 저자인 워로비 박사는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가장 많은 곳 모두 시장 중심 지역이거나 시장과 매우 가깝다는 특이한 형태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통계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발견된 감염 사례는 다른 곳이 바이러스 기원이라면, 시장 일대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주로 발견되었을 확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한 일대에서 매우 비슷한 질병 양상을 보인 이들을 임의로 선정했을 때, 시장 근처에 거주했을 확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시장에서 근무하거나 장을 본 적이 없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환자는 시장 근처에 거주했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워로비 박사는 “시장 인근 상인과 근로자가 바이러스 확산의 시작이었지만, 지역사회로 확산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러 공급자가 지역 시장을 찾으며, 시장에서 장을 본 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시장과 관련이 없는 지역사회 거주자에게도 바이러스를 옮겼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률이 높다는 사실은 코로나19 전체 기원이 시장이라는 사실을 암시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산 후 확보한 사진 여러 장을 통해 이탈리아나 시애틀 등의 슈퍼 전파자의 바이러스 확산 사례에서도 우한 내 바이러스 감염과 비슷한 양상을 발견할 수 있다. 워로비 박사 연구팀은 WHO가 제공하는 데이터 이외에 코로나19 감염 사례 입증 정보를 보충하고자 중국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 웨이보로 시선을 돌렸다.

2020년 1월과 2월, 웨이보 내 코로나19 앱으로 도움을 청한 이들 대부분 시장 근처에 밀집하지 않았지만, 우한에서 인구 밀도가 비교적 높으면서 노인 거주자 비율이 높은 서쪽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이 많았다. 코로나19가 시장과 관련하여 고립된 질병에서 전 세계에 폭발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자 인구 밀도가 높은 우한 전 지역에 같은 양상이 반복되었다. 그동안 웨이보에 적용된 위치 기반 체크인 데이터 분석 결과, 화난 시장은 대다수 주민이 찾아갈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시장이 바이러스 전염이 시작된 곳이 아니더라도 시장이 핵심 전파 지역이었을 확률이 낮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워로비 박사 연구팀은 코로나19의 다른 확산 방향을 확인하고자 2020년 1월 자로 중국 당국이 폐쇄하기 직전 중국 과학자팀이 시장 근처에서 확보한 면봉 표본으로 연구 자료 출처를 변경했다. 시장 남서쪽 구석 부근에서 채취한 면봉 표본의 양성 반응 비율이 매우 높았다. 시장 남서쪽에서 발견한 가판대 위에서 동물이 들어있던 우리 아래에 있는 장갑 하나를 발견했다. 양성 반응을 보인 면봉 표본 중 5개는 2019년 말, 살아있는 동물을 판매한 가판대 한 곳에서 확보한 표본이다. 바로 홈즈 박사가 2014년, 너구리가 있는 우리 사진을 촬영한 곳이다.

다양한 간접 증거를 겹쳐서 분석한 덕분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기 시작한 곳을 확실히 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동물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된 시점이 또 다른 주요 쟁점이 되었다. 워로비 박사 연구팀의 논문과 함께 연결 지어 볼 수 있는 다른 논문은 코로나19 분자 시계를 이용해, 전염 시점 확인에 나섰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소속 바이러스 학자인 조엘 워티엠(Joel Wertheim) 박사와 해당 논문의 공동 저자는 SARS-CoV-2에서 축적된 바이러스 변이가 꾸준히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시간이 지나면서 바이러스 변이가 계속되었다는 의미이다.

워티엠 박사 연구팀은 동물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된 것이 큰 불운이라고 본다. 이후 며칠, 그리고 몇 개월 동안 잘못된 판단이 계속 이어진 배경이다. 그러나 유전학 데이터로는 다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말, 우한에서 확산된 코로나바이러스 종류는 Lineage A와 Lineage B 두 가지였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소속 연구원인 조나단 페카 연구원과 또 다른 연구 논문의 공동저자는 Lineage A와 Lineage B의 유전자 코드 중 마지막 두 글자만 다르다고 전했다.

페카르 연구원이 과학계에서 일컫는 SARS-CoV-2 계통 발생을 깊이 분석한 결과, 코로나19의 변이 방식을 그동안 잘못 이해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페카르 연구원은 “바이러스 단 하나기 아닌 여러 개가 확산되었다고 설명하는 것이 더 신빙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이제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전학적으로 더 비슷하며, 바이러스 계통 발생 초기에 등장한 Lineage A가 Lineage B 이후 인간에게 전염되었다고 본다. Lineage B는 전 세계 우세 바이러스 종이 되었다. Lineage A와 Lineage B 모두 한동안 계속 확산되었으나 델타와 오미크론 등 전 세계를 휩쓴 다른 변이 바이러스는 Lineage A가 아닌 Lingeage B에서 변이된 바이러스이다.

이제 페카르 연구원은 실제로 별도로 발생한 10여 가지 바이러스가 교차하여 동시에 확산되었다고 생각한다. 초기 인간 숙주를 넘어서 전 세계에 만연한 질병이 된 코로나19에 감염되려면, 모두가 아닌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릴 이에게 전염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페카르 연구원은 “초기 등장한 바이러스 70%는 사라졌다. 따라서 바이러스 두 가지가 확산하려면, 8가지 바이러스가 유입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한 세대에 걸쳐 한 번 겪을 법한 전염병 확산 사례가 단 몇 주 사이에 특정 지역에서 두 번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은 듯하다. 그러나 워티엠 박사는 인간에게 전염될 동물 바이러스가 인간과 매우 가까이 있다는 전염 조건이 갖추어졌다면, 모두 동시에 확산되었다는 사실이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 전염 장벽이 낮아졌다. 앤더슨 교수는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에베레스트산 꼭대기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두 명이 에베레스트산 정복에 성공했다”라고 언급했다.

바이러스가 재빨리 확산세를 이어가도록 재빨리 교차했을 확률은 다음의 두 가지 이유에서 매우 중요하다. 첫 번째는 다양한 바이러스 유입 사실로 코로나19 실험실 유출론이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음모론과 마찬가지로 실험실 유출론 자체도 같은 결론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바뀔 수는 있다. 두 번째는 다른 곳에서 감염된 이가 시장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유입했다는 가능성을 배제한다. 페카르 연구원은 “그동안 다른 전염병의 기원을 둘러싼 몇 가지 가짜 시나리오의 타당성이 사라지게 된 과정과 같다. 한 가지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다른 바이러스 유입 사례가 등장할 때까지 1~2주간의 간격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내내 중국이 코로나19 기원을 불분명하게 가리려는 주장이 정확한 사실 발견을 악화했다. 정치적 갈등을 촉발해, 일각에서는 실험실 유출론이 매우 신빙성이 있다고 잘못 이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중국 당국이 실수를 범한 동시에 바이러스 확산 관련 정보 접근을 방해했다는 사실이 분명하지만, 중국 과학자팀이 수집한 데이터만이 사실일 확률이 높은 코로나19 기원 상세 분석 결과를 보유했다. 지금까지 언급한 여러 편의 논문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SARS-CoV-2가 2019년 11월 말에 처음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의사가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발견하는 데 단 몇 주가 걸렸을 것이다. 2014년, 에볼라 확산 사실을 발견하는 데 몇 달이 걸리고, 지카바이러스 감염 사례를 발견하는 데 1년 6개월이 걸린 것과는 비교된다. 워로비 박사는 “인류 역사상 등장한 다른 대유행병과 비교했을 때, 코로나19 초기 사진은 유례없는 관점을 제시한다. 과거 대유행병과는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화난 시장 남서쪽에서 발견한 것과 일치하는 바이러스 확산 사례를 제시하는 환경 표본 데이터도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2019년 11월 18일경 첫 번째 환자의 바이러스 표본 유전 검사 결과로 Lineage B 유입 이후 몇 주 뒤 Lineage A가 인간에게 전염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상황을 알 수 있는 표본은 없다.

연구팀은 2019년 말, 시장에서 판매된 동물 종류와 코로나바이러스 숙주로 의심할 수 있는 동물종을 알고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코로나19 기원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프란시스 크릭 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 소속 바이러스 학자인 조나단 스토예(Jonathan Stoye) 박사는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 표본이 없다. 많은 연구팀이 코로나19 기원을 찾는 과정에서 확보하고자 하는 바이다. 만약,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 표본을 확보한다면, 시장에서 판매되기 전 해당 동물이 있었던 사육장과 해당 사육장 인부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도 추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판매 전 동물이 있었던 사육장 인부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확률은 낮은 듯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이 시장까지 가게 된 배경을 다룬 몇 가지 가설이 제기되었다. 우한은 허베이성에 있다. 서쪽에 관박쥐가 서식하는 동굴이 있다. 동굴은 시장에서 판매한 너구리와 사향고양이 사육장과 가깝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박쥐가 식용으로 기르는 동물이 있는 사육장에서 확산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다. 박쥐가 대변을 보면, 바이러스 입자가 육지 동물에게 전염되면서 사육장에서 유례없는 수준의 바이러스 대확산세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후 사육장 인부도 바이러스를 접하지만, 인간의 바이러스 전염이 이어질 정도로 인구 밀도가 높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서 잠잠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2019년 11월, 바이러스 감염 동물 중 일부를 화난 해산물 도매시장으로 옮기고, 시장 남서쪽 가판대에서 판매했을 것이다. 이후 바이러스는 최소 8주간 인간에게 노출되었을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 사례 대부분 타인의 전염 사례가 없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두 가지가 인간에게 전염되면서 인간 간 바이러스 확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에 간 적이 있는 주민 수십 명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성 폐렴을 앓기 시작한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 한 마리 이상이 죽었다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시장으로 운반된 후 육류로 판매되거나 2020년 초반, 중국 정부가 가축 업계 단속 차원에서 시행한 대규모 도살로 이미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의 과정을 따라 바이러스 기원을 추적할 수도 있다. 화난 시장 남서쪽 한쪽의 가판대의 공급망을 추적하여 해당 가판대에 오른 동물을 사육한 곳을 찾는 것이다. 도축 과정에서부터 연구를 시작해, 사육장의 동물을 매장한 곳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동물을 묻은 곳을 파고 동물 DNA 배열 과정을 거쳐 SARS-CoV-2와 거의 일치하는 코로나바이러스 표본을 찾을 수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의 끈기와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다음 대유행병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다. 워로비 박사는 “시장에서 판매한 동물 사육장을 추적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코로나19 기원을 추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자세히 연구할 것이다. 모든 하나의 점을 연결하듯이 코로나19 기원을 밝혀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Origins of Covid-19 Are More Complicated Than Once Thou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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