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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스타, 치명적인 유럽 폭염 속 구세주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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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스타, 치명적인 유럽 폭염 속 구세주로 주목
낮잠은 선택이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북유럽의 여러 국가가 논란이 된 스페인의 오후 낮잠 시간인 시에스타의 장점을 찾고 있다.
By MORGAN MEAKER, WIRED UK

마드리드 일대 도로는 오후 2시 30분께 40℃에 육박한다. 그리고 호세 안토니오 곤잘레스(José Antonio González)는 7월 16일 오후 2시 30분 경 환경 미화원으로 변신하였다. 60세인 곤잘레스는 유럽에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일할 준비를 하지 못했다. 곤잘레스는 2리터 생수 한 통과 집에서 만든 스프레이어를 들고 다니면서 더위를 식혔다. 모두 곤잘레스의 아들이 스페인 현지 메체 엘 빠이스(El Pais)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곤잘레스는 3시간 동안 교대 근무를 한 뒤 일사병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곤잘레스는 스페인 환경 서비스 업체 우르바세르(Urbaser) 직원이다. 우르바세르는 이미 현장 근무 직원을 폭염 한가운데서 현장 근무에 투입하는 것을 두고 노동 조사단의 경고를 받았다. 우르바세르는 와이어드의 의견 공개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우르바세르 모기업 플래티넘 에퀴티(Platinum Equity) 파트너인 마크 반힐(Mark Barnhill)은 “플래티넘 에퀴티는 2022년 여름 유럽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우르바세르 소속 직원의 가족과 친구, 동료, 그리고 폭염 때문에 사망한 모든 이들의 마음을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공중 보건 연구 기관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Carlos III Health Institute)는 스페인에서만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고온 관련 사망자 수는 총 510명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곤잘레스의 사망은 마드리드 도로 환경 미화 업계의 규정 개선 촉구로 이어졌다. 업계는 마드리드 당국, 노동조합과의 합의에 따라 39℃ 이상일 때는 근무를 금지하며, 오후 2시 30분부터 5시까지 교대 근무를 중단한다. 법무법인 가리구에스(Garrigues) 마드리드 사무실 파트너인 앙헬 올메도 히메네즈(Ángel Olmedo Jiménez) 변호사가 설명한 바와 같이 점심시간에 긴 휴식 시간을 갖는 것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관행은 보통 직장인 사이에서 보편적인 일이었다. 이어, 히메네즈 변호사는 “블루칼라 노동자 사이에서는 점심식사를 위해 2시간~2시간 30분 휴식을 취하는 일은 보편적이지 않다”라고 언급했다.

유럽 일대의 기온이 보통 근무하기 가장 이상적인 기온인 16~24℃보다 훨씬 높은 40℃를 넘어서는 등 폭염의 여파가 이어지자 도로 미화 업계 이외 다른 여러 업계도 근무 시간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폭염 대응책으로 유럽 전역의 근무자는 근무일을 더운 세계에 적합한 조건에 따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부 유럽 근로자 이외에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기온이 선선한 편이었던 국가에서도 요구하는 바이다. 독일 건설 근로 현장 인력은 점심시간을 늘려 근로자가 하루 중 가장 더울 때 근무하지 않도록 요구한다. 또, 네덜란드의 어느 한 정원 관리 시설은 가장 더운 오후 시간 근무를 기피할 방안을 이미 추진 중이다.

그러나 노동자 단체는 근무 시간을 나누어, 근로자가 휴식을 취하고 더 오래 점심시간을 갖거나 낮잠을 자도록 한다. 점심시간의 긴 휴식은 스페인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된 관행이다. 시에스타는 스페인 직원 다수가 하루 중 가장 더운 날 두 시간 동안 쉰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저녁 늦은 시간까지 근무해야 한다. 정부가 2010년, 근무 시간 최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페인 직원 약 30%는 저녁 7시까지 근무하며, 10%는 저녁 9시까지 근무한다.

근무 시간 분리 반대 운동 협회인 타임 유즈 바르셀로나(Time Use Barcelona)의 조직자인 마르타 훈케(Marta Junqué)는 스페인의 일반 근무 시간은 여전히 2010년과 같은 흐름을 따른다고 말하며, 스페인인은 보통 오전 9시부터 근무하여 점심시간에 2~3시간 휴식을 취한 뒤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근무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리고 뜨거운 열을 피하려 세운 계획이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훈케는 “스페인의 점심시간이 2시간 이상인 이유는 프랑코 독재 시절, 많은 시민이 생계를 위해 오전과 오후, 두 가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지난 몇 년간 스페인의 긴 휴식 시간이 사업 운영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 아니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2016년,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 전 총리는 시에스타를 폐지하며 대다수 이웃 국가와 비슷한 근무 시간을 적용하려 했다. 게다가 시에스타가 일과 삶의 균형 유지에 이상적이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훈케는 “스페인 근로자는 보통 12~14시간 동안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낸다. 실제 근무 시간은 8시간이며,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다. 그러나 대다수 직장인은 근무지와 집이 멀기 때문에 점심 휴식 시간 도중 집에 갈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벨기에와 독일 노동조합은 긴 점심시간 휴식이 폭염 속 근로자의 안전 유지를 보장한다고 확신한다. 브뤼셀 비영리 단체 유럽 노동조합(European Trade Union) 부대표인 클레이스 미카엘 스탈(Claes-Mikael Stahl)은 기온이 24℃ 이상일 때, 근로자의 일사병 위험성과 무기력함에 따른 산업재해 발생 위험성 모두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유럽 노동조합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단일한 최대 기온 근무 제한 조건 지정 법률 도입을 요구한다.

지금 당장 유럽연합 전역에 제공하는 조언의 차이가 크다. 몬테네그로의 야외 근무 제한 온도 기준은 36℃, 슬로베니아는 28℃, 벨기에는 18℃이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근무 제한 최고 온도 기준이 없다.

스탈은 “많은 근로자가 야외에서 근무하는 이유는 그동안 야외 근무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고 기온을 기록한 시점에는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근무 제한 온도 상한 법률을 도입한다면, 기업이 근무 시간을 변경할 것이다. 스탈은 “남부 유럽의 폭염 지속 시간이 길어진다면, 시에스타가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시에스타가 여러 세대의 지혜를 반영한 관습이며,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독일 노동조합은 더위가 절정에 이를 때 건설 근로 현장 인력의 근무를 피하도록 점심시간 연장을 지지한다. 건설 및 농업, 환경 업계 노동조합(IG BAU) 관계자 카슈타인 브루크하트(Carsten Burckhardt)는 공식 성명을 통해 “기후변화 여파가 발생했다. 그리고 앞으로 수년간 폭염 일수가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점심시간 연장이 필요하다. 스페인에서는 이를 시에스타라고 칭한다”라고 말했다. 기온이 지나치게 높을 때, 건설 현장 인력은 피부 손상 이외에도 일사병 노출 위험성이 커진다. 게다가 뜨거운 자재를 다루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붕 타일의 온도는 태양에 노출되었을 때, 최고 80℃에 이를 수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인간심리학 교수 라스 니보(Lars Nybo)는 근무 시간 변경은 근로자가 폭염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니보 교수가 이탈리아 농업 근로자의 근무 시간 변화 연구를 통해 확인한 바이다.

그러나 니보 교수는 시에스타를 적용할 때, 스페인에서 이미 드러난 것과 같은 단점도 발생할 수 있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니보 교수는 “시에스타는 심리적 관점에서 완벽하다. 그러나 실질적인 환경에서는 매일 2~3시간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끝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니보 교수와 마찬가지로 하루를 더 일찍 시작하고 업무를 마감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보는 훈케는 “근무 시간 분리의 보편화가 해결책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만약, 북부 유럽 국가에서 스페인의 시에스타와 같은 근무 시간을 적용한다면, 점심시간 연장이 사회 다른 부분에 가져올 다음과 같은 문제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공교육 현장의 수업 시간과 근무 시간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상점 영업 시작 시간도 앞당겨야 하는가? 그리고 점심시간 연장 시 근로자 임금을 인상해야 하는가?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How Siestas Might Help Europe Survive Deadly Heat Wa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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