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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파의 수면 방해, 어느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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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파의 수면 방해, 어느 정도일까?
야간 기온이 높을수록 잠 들기 어렵다. 열대야가 수면 주기를 방해하면서 휴식의 질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By SABRINA WEISS, WIRED UK

무더운 여름의 단점은 밤에도 매우 덥다는 점이다. 현재 유럽과 북미 여러 지역처럼 야간 기온이 20℃(68°F)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몇 시간 동안 몸을 뒤척이다가 제대로 잠들기 어려워지면서 다음날 멍해진다. 익숙한 이야기인가?

바로 수면과 체온 조절이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37℃ 정도인 체온은 야간에 자연스럽게 하락하여 잠에 들도록 돕는다. 신체 중앙에서 손, 발까지 약 1℃가 분산돼 넓은 표면으로 퍼지면서 특정 혈관으로 체온이 흩어지도록 한다. 멜라토닌은 밤이 되면 뇌 송과선에서 분비돼, 체내 시계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멜라토닌은 손, 발의 혈관을 확장해 신체의 열 방출 속도를 높이고, 잠들도록 돕는다.

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체온 조절이 엉망이 되지 않을 때의 일이다. 성인의 가장 이상적인 침실 온도는 개인 차가 있으나 보통 15~19℃이며, 신체는 이상적인 온도가 되지 않으면 체온 조절을 위해 더 열심히 활동한다. 더운 낮에 이어 밤에도 침실 온도를 효율적으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신체 온도 조절 능력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다면, 잠들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더운 공기가 수면 단계에도 개입한다.

기상, 얕은 잠, 깊은 잠, 렘(REM) 수면이라는 4단계로 구성된 수면 단계를 통한 뇌 순환은 보통 90분간 이루어지며, 매일 밤 총 4~6회 진행된다.

특히, 깊은 잠이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 호흡과 뇌 활동이 느려지면서 뇌가 기억 형성과 강화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상 후에 상쾌함을 느끼도록 한다. 체온에 특히 민감한 수면 단계이기도 하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스위스 바젤대학교 수면과학자인 크리스틴 블룸(Christine Blume) 박사는 "선선한 온도가 깊은 잠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블룸 박사가 설명한 바와 같이 너무 따뜻할 때는 체온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겨, 깊은 수면 단계에 빠져들지 못한다. 블룸 교수는 "깊은 수면 단계가 사라지면, 휴식이 없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침실이 덥다면, 4단계 수면 단계도 방해받을 수 있다. 2020년 발표된 어느 한 논문은 높은 침실 온도가 REM 수면 지속 시간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렘 수면의 정확한 역할을 둘러싼 논쟁이 여전히 펼쳐지고 있으나 지금까지 기억 형성과 새로운 능력 학습, 감정 제어 등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가정한다.

워릭대학교 생화학 의학 부교수인 미셸 밀러(Michelle Miller)는 며칠 동안 수면 부족 상태가 되면,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쳐 짜증과 분노를 느끼기 쉽다고 주장했다. 밀러 부교수는 "열파 발생 시 인지 기능과 신체 기능, 판단력 저하, 감정 기복 등 단기적인 영향이 발생하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운전 예정이거나 경찰, 보건 서비스, 금융, 전문직 등 기계를 더 사용하며,  압박이 심한 직무에 종사하는 이들은 특히 REM 수면의 효과를 더 자세히 인지해야 한다.

주기적인 수면 시간이 성인 기준 평균 수면 시간인 7시간 미만이라면, 심장 질환과 비만, 2형 당뇨 등과도 관련이 있다. 밀러 부교수는 "많은 이들이 평일에 적게 자고, 주말에는 평일에 더 오래 자면서 수면을 보충한다. 그러나 평일과 주말 모두 주기적으로 7시간 숙면할 때와 같은 수준으로 건강과 인지 기능 장점을 100% 보충하지는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와 기온 상승, 잠들기 어려운 밤이라는 문제점 모두 전 세계 많은 인구가 겪는 문제이다. 21세기 초반과 비교했을 때 2022년 야간 온도가 더 높다. 즉, 2010년과 비교했을 때, 2022년 전 세계 인구의 수면 시간이 연평균 44시간 감소했다는 의미이다. 또, 성인 기준 평균 11일 동안 취침 시간이 7시간 미만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기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서 수면 시간이 더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 공개된 어느 한 연구는 수면 추적 손목 밴드를 이용해 68개국 피실험자 4만 7,000명의 수면 시간을 분석한 뒤, 20세기 말보다 연간 수면 시간이 50시간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20세기 말과 2022년 사이에 매년 수면 시간이 6시간 더 감소한 것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야간 수면 시간이 짧아지는 날이 13일 더 추가된 달갑지 않은 결과를 의미한다.

해당 연구 논문을 발표한 연구팀은 수면 주기가 가장 심각하게 망가진 이들의 수면 패턴도 분석했다. 코펜하겐대학교 소셜 데이터 과학 연구소 박사 후보생이자 연구 논문 제1 저자인 켈톤 미노(Kelton Minor)는 "더운 기후 지역 거주자가 야간 온도 상승 시 적응력이 더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 결과도 이와 같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연구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라고 말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야간 온도가 1℃ 상승하면, 가장 더운 지역 거주자는 가장 추운 지역 거주자보다 수면 장애를 겪을 확률이 두 배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2015~2017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석했다.

또한, 기온 1℃ 상승할 때마다 저소득 국가의 노년 여성의 수면 시간이 가장 많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노년 여성 인구 집단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는 인과추론을 훌륭하게 제시하지는 못했으나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몇 가지 결과를 제시할 수 있다. 여성의 신체는 남성 신체보다 저녁에 더 일찍 온도가 감소하면서 수면 준비를 한다. 따라서 여성은 수면 단계에 접어든 뒤 남성보다 더 빨리 더위를 느끼면서 체온이 수면 단계를 방해하는 수준으로 변할 수 있다. 또, 여성은 남성보다 피하지방이 많다. 피하지방은 밤에 체온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어, 멜라토닌 분비량이 감소할 수 있다. 밤 온도가 높을수록 노인의 체온 조절이 더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선풍기와 에어컨이 신체의 열을 방출하거나 실내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빈곤국 국민 대부분 선풍기, 에어컨과 같은 기기 접근성이 낮다. 블룸 박사는 에어컨 사용 문제를 배제하더라도 열대야 속에서도 충분히 숙면할 방법에는 단 한 가지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블룸 박사는 "수면 심리학 관점에서는 어떤 방식이든 체온 온도를 낮추는 것이 합리적인 숙면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얇은 이불을 덮거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자는 방법, 물이 너무 차갑지 않을 때 취침 전 손을 시원하게 만들고 족욕을 하는 것과 같은 간단한 방법도 유용하다. 족욕 물이 너무 차가우면, 신체에서 열을 생성하며 차가운 온도를 보완하기 때문이다.

열을 방출하는 전자 기기를 침실에서 치우고, 커튼과 블라인드를 치고 낮에 창문을 닫는 방법, 침실 수분 유지도 도움이 된다. 블룸 박사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더위 속에서 땀이 흥건한 채로 눕게 돼, 블룸 박사의 말처럼 쾌적한 수면 환경을 갖추기 쉽지 않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How Heat Waves Are Messing Up Your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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