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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항공사, 러시아서 소외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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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항공사, 러시아서 소외돼
수개월간 시행된 국제 사회의 제재 때문에 가장 중요한 항공기 수리 접근이 어려워진 가운데, 항공사에 남은 선택권은 거의 없다.
By CHRIS STOKEL-WALKER, WIRED UK

항공기 등록 부호 YU-APH인 에어버스 A320-232는 2005년 12월 13일, 첫 비행을 시작했다. 이후 항공기는 수백만 마일의 이동 거리를 기록하며, 에어 데칸(Air Deccan), 킹스피셔 항공(Kingfisher Airlines), 빙고 항공(Bingo Airways), 사이팩스 항공(Syphax Airlines) 등의 항공 경로를 운항했다. 그 후 2014년, 동유럽 국가인 세르비아 국적기인 에어 세르비아(Air Serbia)에 인수되었다.

YU-APH는 2022년 5월 25일 오후 10시 37분(현지 시각),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보 국제공항 착륙 당시까지는 8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항공편을 정상 운항했다. 항공편은 베오그라드에서 이륙해, 늦은 밤에 모스크바에 착륙한 뒤 한 시간 이내로 베오그라드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비행기 조종사가 수리가 필요한 항공기 기관 위벽 문제를 보고했다. 항공기의 망가진 부품의 공급사인 노스캐롤라이나 샬롯 소재 기업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Collins Aerospace)가 항공기 정비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 측은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시행된 러시아 제재를 거부 사유로 언급했다. 결국, YU-APH는 모스크바 공항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는 와이어드의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항공기 결함을 정비하고 모스크바를 떠나 베오그라드까지 이동하는 데 6일이 걸렸다. 에어 세르비아도 기관 위벽 부품 문제 교체 혹은 정비 방법 관련 질문과 교체 부품 제조사와 관련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YU-APH는 간신히 결함을 해결했으나 세계적으로 러시아 이착륙, 경유 항공편의 안전 위험성 우려가 커졌다. 러시아 제재 탓에 항공편을 제대로 수리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패트릭 키(Patrick Ky) 유럽연합 항공안전국(Aviation Safety Agency) 이사는 최근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매우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 안전과 관련, 6개월, 혹은 1년 뒤 상황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항공기 업계 컨설팅 기관 어센드 바이 사이리움(Ascend by Cirium)이 공개한 데이터를 통해 5월 말, 러시아 상용화 항공기 876대로, 총 968대를 기록한 2월 말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항공기는 에어버스나 보잉이 제작한 항공기이다. 현재 에어버스와 보잉 모두 제재 준수를 위해 러시아 항공기 부품 공급을 중단한 상태이다. 비잔 바싱(Bijan Vasigh) 엠브리-리들 항공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러시아 항공기는 보잉이나 에어버스에 어떠한 부품도 받을 수 없다. 러시아로 부품이나 기술 지식을 조금이라도 전달하는 행위가 금지되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항공편의 꾸준한 유지, 보수, 교체 작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항공기는 간단하지 않다. 각종 부품이 결합해 승객이 공중에 떠 있도록 유지한다. 게다가 위험성이 높은 항공 이동 특성상 일부 부품은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지상이나 전망대에서 활주로를 본 적이 있다면, 무거운 금속 튜브를 활주로로 옮기기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타이어는 항공기에서 가장 많은 손상이 발생하는 부품이다. 브레이크 작동 시 고무를 연소하며, 바퀴에서 연기가 살짝 배출된다. 그리고 타맥에는 매끄러운 흑색 자국이 남는다. 타이어는 항공기 착륙 120~140회가 주기로 교체해야 한다. 짧은 현지 이동 경로를 오가는 국내선은 하루에 네 차례 운항할 수 있다. 즉, 바퀴를 1~3개월 주기로 교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보잉은 3월 1일 자로 러시아 시장 공급을 중단했다. 에어버스도 다음 날 바로 러시아 시장에 부품 공급을 중단했다. 어센드 바이 사이리움 수석 컨설턴트 맥스 킹슬리 존스(Max Kingsley Jones)는 항공기 바퀴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서 마모한다. 러시아는 항공기 교체 바퀴를 확보할 수 없다. 잠재적인 위험성을 일으키는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마모된 타이어는 가장 먼저 드러나는 부패 징조이다. 항공기는 정기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한 컴퓨터 시스템으로 동력을 공급받으면서 간혹 일부 시스템이 여러 차례의 비행 주기나 일정한 기한에 따라 비활성화와 초기화된다. 항공기 엔진과 보조 전원장치 유닛, 항공기 선실을 통해 압축 공기를 퍼 올리고 항공기를 처음 가동할 때 엔진을 가동하려 동력을 공급하는 전력 발전기 등이 포함되었다. 킹슬리 존스는 “일부 부품은 수명이 제한되었다. 말 그대로 수명이 다하거나 일정 횟수에 걸쳐 운항한 뒤 항공기를 착륙한 상태에서 교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오래되어 망가진 항공기 착륙 운항 관련 편견이 있지만, 러시아 항공기는 세계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상태이다. 러시아 관광 사업 협회(Association of Tour Operators of Russia)가 공개한 러시아 항공기의 평균 수명은 10.5년이다. 경영 컨설팅 기관 올리버 와이만(Oliver Wyman)이 공개한 전 세계 일반 승객 탑승용 항공기 수명은 10.3년이다.

킹슬리 존스는 “러시아 항공 정비 능력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의 항공 정비 능력은 매우 우수한 편이다. 자체 항공기 제조 업계도 갖추었으며, 항공기 유지 능력도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항공사는 공식 여분 부품이 부족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대체 방안을 찾아야 한다. 4월과 5월, 러시아 당국은 국제 규범 영역을 넘어서 항공기 운영 서비스 제공 기업 범위를 넓혔다. 킹슬리 존스는 “러시아 항공기 모두 매우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전체 상황 중 알려지지 않은 범위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제조사가 생산한 서드파티 부품으로 망가진 부품을 교체할 수 있다. 다른 국가에서도 택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항공사에 대다수 항공기를 대여하는 항공기 리스 기업이 눈살을 찌푸리는 부분이다. (러시아는 2023년까지 카잔에 부품 제조 공장을 설립해, 공급 격차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싱 교수는 “2~3개월 후에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러시아 항공기 모두 이륙하지 못하거나 공식 승인이나 허가받지 못한 부품을 적용한 채로 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어센드 바이 사이리움은 코로나19 탓에 발생한 전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와 함께 러시아 제재는 러시아 국제 항공 교통 상당 부분이 운영 중단 상태가 되었다고 전했다. 어센드 바이 사이리움이 6월 10일(현지 시각) 추적한 국제 항공편 수는 179대로, 493대를 기록한 2020년 1월 3일보다 대폭 감소했다. 그 주된 이유는 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항공기 약 70%는 운항을 요청한 기업에 임대하고, 러시아 항공사에 다시 요청하기 때문이다. 아에로플로트 항공기가 다른 유럽 국가에 착륙한다면, 항공기가 압수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국제선 운항을 중단하더라도 러시아 국내선 운항은 꾸준히 유지된다. 어센드 바이 사이리움은 6월 10일, 러시아 국내선 운항 항공편 456대를 추적했다. 그중 30대는 2년 6개월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도 항공기 운항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부품은 도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볼로디미르 비로카치(Volodymyr Bilotkach) 싱가포르 기술 연구소(Singapore Institute of Technology) 항공 교통 관리 부교수는 “대다수 러시아 항공기 운항사는 이미 보유한 다른 항공기의 부품을 사용한다”라고 설명했다. 항공기 운항사 자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곳저곳으로 비행하는 항공기 안전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영원히 국제 사회에서 소외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러시아 제재가 완화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러시아가 불법으로 고립시킨 상태이지만, 현재 러시아 상공을 운항하는 항공기가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이전과 같은 경로로 이동하고자 할 것이다. 다른 항공기의 임시 부품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비로카치 부교수는 “모든 부품은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 부품 제조사는 특정 여분 부품을 설치할 항공기를 모두 알고 있다. 부품 교체 정보와 항공기 정보를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항공기 수리에 필요한 서류 기록 작업도 유지되지 않을 듯하다. 바싱 교수는 “항공기에 제대로 된 유지보수 기록이 없다면, 항공기는 전혀 가치가 없는 상태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와이어드의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 중 러시아 항공기 운항에 서둘러 개입한다고 밝힌 이들은 없었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비로카치 부교수는 러시아 항공기 관리 작업 개입을 30여 년 전, 소련 붕괴 이후 항공기 안전 기록이 훨씬 개선된 채로 전 세계에서 운항하는 러시아 항공기에 탑승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위키피디아를 검색하면, 소련 항공기 추락 사고 페이지가 별도로 마련되었다”라고 언급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In Russia, Western Planes Are Falling A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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