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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주민, 내 차 마련할 때지 차량 없는 거리 반대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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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주민, 내 차 마련할 때지 차량 없는 거리 반대 외친다?
도시에서 차량이 사라진다면, 탄소 배출량 감축과 대기 오염 개선, 도로 교통사고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지역 주민이 차량 없는 거리 지정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By ANDREW KERSLEY, WIRED UK

런던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2016년, 영국 전체 인구 1/4에 해당하는 주민 200만여 명이 거주하는 도시 런던은 불법에 해당할 정도로 대기 오염 수치가 매우 높았다. 대기 오염 수치가 높은 지역은 런던 학교 500여 곳에도 오염 문제를 일으켰다. 또한, 대기 오염 때문에 매년 예상 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이가 최대 3만 6,000명에 육박했다. 대기 오염의 주된 오염원은 대중교통이다. 이동하는 시민과 상품이 런던 탄소 배출량 1/4을 차지하며, 나머지 3/4은 도로 교통이 차지한다.

그러나 2016년 이후 런던의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불법에 해당할 정도로 질소 농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수도 94% 감소했다. 질소는 폐 질환 발병 원인이 되는 오염원이기도 하다. 탄소 배출량 감축 원인이 궁금한가? 런던이 지난 몇 년간 거액을 투자해 도시 내 차량 운전자 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런던만 도시 내 차량을 줄이면서 배출량을 감축한 것이 아니다. 오슬로부터 함부르크, 류블랴나, 헬싱키까지 유럽 전 지역의 대도시가 대기 오염과 기후 변화 억제 노력을 펼치려 도로 교통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도로 교통량 감소가 도시 환경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일례로, 유럽 여러 도시 중 가장 먼저 도시 내 도로 교통량을 줄인 류블랴나의 탄소 배출량과 대기 오염 수치 모두 매우 감소하였다. 하지만 차량 없이 이동하는 일은 두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정치인과 도시 계획자 모두 죽음이라는 위협을 직면함과 동시에 악의적인 의도를 지닌 이들의 개인 정보 검색 대상이 된 것은 물론이고, 도시 생활 기반 전체를 재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런던 차량 감소 정책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다. 오염 문제가 심각한 차량과 런던으로 들어오는 차량에 별도의 비용을 청구한다. 주거 지역의 도로 구획 배치를 일방 시스템과 도로 교통 장애물 등과 함께 재구성해야 했다. 또한, 도시 계획 담당자는 철저한 차량 흐름 감시에 나서야 했다. 이른바 교통량이 적은 지역(LTN)을 지정했다. 그리고 지역 주민의 자전거와 대중교통 이용률이 증가했다. 더불어 런던은 코펜하겐과 같이 유럽 다른 대도시에서 노골적으로 차량을 금지하는 지역이 되었으나 전혀 달라진 부분이 없다.

런던 남부 지역 램버스 위원회 위원장인 클레어 홀랜드(Claire Holland)는 “교통 감소 수준은 획기적인 변화를 기록했다. 교통량은 하루 내내 감소하였다”라고 말했다. 램버스는 2020년, LTN 제도 시행 전보다 일일 차량 이동량이 2만 5,000대 감소했다. 일일 차량 이동량 감소 추세는 코로나19 여파 적응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반대로 같은 시기 자전거 이동량이 40% 증가했으며, 보행자와 스쿠터 탑승자 비율도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가장 훌륭한 성과를 거두는 전략은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접근방식으로 보인다. 먼 거리를 직접 운전할 때보다 버스나 자전거 사용할 때의 긍정적인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웨스트민스터대학교 대중교통 교수이자 액티브 트래블 아카데미(Active Travel Academy) 국장인 레이첼 알드레드(Rachel Aldred)는 “복잡한 도시 지역에서는 버스가 차량 정체 속에서 꼼짝 못하는 상황이라면, 버스의 유용성을 향상할 수 없다. 버스 사용량을 늘리면서 도로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긍정적 특성이나 부정적 특성 하나만 강조하는 것보다는 두 가지 특성을 적절하게 혼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학술 증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배출량 감축 방안을 모색하는 여러 국가에는 차량 배출량 감축이 확실한 목표이다. 차량은 한 국가의 탄소 발자국 중 차지하는 비율이 높으며, 유럽연합 전체 배출량 중 1/5을 차지한다. 물론, 도시 내 승용차 운전이 한 국가의 차량 사용량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에서 차량 운전 시 단거리 이동이 가장 분명한 낭비 요소 중 하나이다. 이 때문에 여러 대도시가 시민의 차량 운전 횟수를 줄이기 위한 의견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램버스 지역 주민 중 자가용 차량 소유자 비율이 40% 미만을 기록하는 등 다수 도시 주민이 이미 자가용 차량 없이 생활하며, 여러 도시가 다른 곳보다 더 나은 대중 교통수단 대안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교통 감소 프로그램은 대기 오염과 탄소 배출량 감축 이외에도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오슬로와 헬싱키 등 일부 대도시는 차량 감소 정책 덕분에 1년 내내 도로 교통사고 관련 사망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심지어 주차 공간 수요가 감소한 덕분에 여러 도시의 고질적인 주택 부족 문제 완화에도 도움이 되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그러나 도시의 차량 통행 종료나 감소를 위한 정책이 효과적인 만큼 전체적으로 대대적인 반대 여론을 직면했다. 2017년, 오슬로가 도시 중심지의 차량 통행금지 계획을 발의하자 ‘차량 운전자의 접근을 막는 베를린 장벽’이라는 낙인과 함께 대중의 반발이 빗발쳤다. 결국, 해당 계획은 상대적으로 적은 범위의 변화로 구성되어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낮은 제도로 약화되었다. 변경된 정책 계획은 차량 주차 공간 제거, 자전거 도로 마련을 통한 차량 수 감소 등이다.

런던에서도 LTN 제도 도입 후 대대적인 반발이 이어졌다. 런던 동부 해크니 지역에서는 어느 한 시 위원과 가족이 LTN 제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살해 위협을 받았다. 차량 진입 방지용 말뚝은 주기적으로 낙서되었다. 그와 동시에 LTN 제도 지지 세력은 사회적 청소 혐의로 비난받았다. 차량이 적은 지역의 주택 가격이 인상해, 주택 가격이 낮은 지역만 보호 조치가 없는 도로가 방치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홀랜드 위원장은 “LTN 제도 시행 찬반 논란이 서로 겁을 주는 형태로 변질되었다. LTN 제도와 관련된 나의 발언은 두 차례 트위터에 게재되었다. 해당 게시글에는 제도 시행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이들이 내 거주지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간접적인 위협도 포함되었다”라고 말했다.

차량 없는 도시 정책의 일부 반응은 도시, 그리고 더 나아가 시민의 삶이 차량을 중심으로 얼마나 설계되었는지 제시하는 증거이다. 미국 시내 50~60%는 전용 주차 공간을 보유했다. 영국 내 전용 주차 공간을 보유한 대도시 시내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끊임없는 차량 흐름 접근이 이루어지는 도로 설계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대다수 도시 계획의 주요 우려 사항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런던 등 대도시 외곽 지역의 이미 구성된 교외 주택이 대거 확산되었다. 모든 외곽 지역에는 자체 주행 도로와 도로 접근 지역이 다양하다.

『차량 없는 도시(Carfree Cities)』의 저자이자 도시 차량 사용 중단 운동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J.H.크로포드(J. H. Crawford)는 “미국 일반 시민에게 차량 없는 도로 정책을 제안한다면, ‘주민이 소유한 차량을 없앤다면, 차라리 죽음을 선택할 것’이라는 답변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체 수단을 일절 마련하지 않고 하루아침에 도시에서 차량을 없앤다면, 대부분 죽음을 택한다고 말할 정도로 강력한 반대 의견을 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승용차를 대체할 올바른 수단이 도시 교통 이동량 감소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도시 내 차량을 줄이려는 시도는 무엇이 되었든 세부적인 계획부터 설계한다면 더 나을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superblock) 프로그램은 그리드 시스템 구축 지역 내 9개 블록을 지정하고, 그 이외 범위에서의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 그와 동시에 차량 속도 제한도 줄이면서 도로 위 주차 및 정차를 제거한다. 슈퍼블록 프로그램은 차량 감소 계획의 모든 단계에 거주자의 행동으로 구성되었다. 슈퍼블록 프로그램의 시행 초기 지표는 지역 주민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어, 일부 지역의 질산화탄소 대기 오염 수치가 25% 감소한 사실을 시사했다. 또한, 매년 교통사고 때문에 예상 수명보다 빨리 사망하는 이의 수도 667명 감소하고, 예산 약 17억 유로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계획 설계 측면을 이야기하자면, 접근성을 둘러싼 의문점도 존재한다. 긴급 출동 차량이 진입하거나 중소기업이 사람이나 상품 배송을 기다릴 때, 최후의 결정적인 거리가 있다. (실제 최종 목적지 도착까지 운반하는 운송 수단을 의미한다.) 교통량을 줄이고자 한다면, 긴급 차량의 보행 영역 접근성 허용이나 LTN 제도 시행 영역의 교통 단속에 사용하는 자동 차량 번호 인식 기술을 이용한 긴급 차량의 카메라 확인 면제 등 대안이 필요하다. (홀랜드 의장이 설명한 바와 같이 현재 램버스 지역에서 채택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 주민에게 전혀 다른 도시 배경 구상을 설득하기 어렵다. LTN 제도 시행과 같이 차량 사용 생활 방식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LTN 제도 시행 관련 최신 설문 조사 결과는 지역 주민의 제도 지지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알드레드 국장은 “LTN 제도와 같은 정책을 직접 접하는 사례가 증가할수록 도시 내 차량 통제와 같은 정책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만약, 자동차를 사용할 수 없다는 생각을 바꾼다면, 차량이 없더라도 점차 더 많은 활동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차량이 단순한 차량 역할만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다. 차량은 부와 독립성, 성공의 상징으로 문화, 소비와 혼합되었으며, 미래의 성공 달성 동기이기도 하다.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는 “26세를 넘긴 어느 한 남성이 버스에 탑승할 때, 실패했다고 느낀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크로포드는 “도시 내 차량이 지나치게 증가하게 된 원인이다. 모두가 부유층은 직접 승용차를 운전한다고 생각하며, 똑같이 자가용을 소유하기를 원한다”라고 주장했다.

차량 소유 여부를 둘러싼 성공과 부의 분류 기준은 차량 감소 제도 반대가 종종 극단적인 형태로 전개돼, 문화 전쟁으로 이전될 수 있는 이유이다. 홀랜드 위원장은 LTN 제도 제안 이후 직접 위협을 받았을 당시 문화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인지했다. 그러나 차량 감소의 어려움은 차량 없는 도시 지역과 관련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구성하기도 한다. 도시가 차량 감소나 제거 계획을 결정하면,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갈 확률이 드물다는 사실이다. 필자와 차량 감소 제도를 주제로 대화한 이들 중 단 한 명도 최근의 보행화 규모나 주어진 시간에 효과가 발생한 뒤 번복된 교통량 감소 제도를 단 하나도 지목하지 못했다.

1970년대의 코펜하겐을 포함해 차량 감소 제도에 앞장선 대도시 다수가 오늘날 세계에서 거주하기 가장 좋은 도시 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런던의 차량 감소 계획 실험과 대대적으로 인기를 얻지 못한 LTN 제도 시행 후에도 교통량 감소 지역 130곳 중 100곳은 교통 감소 추세를 유지했다.

크로포드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도시 중심 지역에서 차량 사용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정책을 채택한 뒤 해당 정책이 지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1, 2년 뒤 주민은 ‘지금까지 시행한 정책 중 가장 훌륭한 정책’이라고 평가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People Hate the Idea of Car-Free Cities—Until They Live in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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