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RIS STOKEL-WALKER, WIRED UK

극심한 부족 사태 이후 처분이 곤란할 정도로 재고가 넘쳐난다. 지난 2년간 공급 부족 사태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유통 업계의 상품 출하 과정에 난항이 발생하면서 전자 제품 제조사는 컴퓨터 칩 부족 사태를 겪었으며, 슈퍼마켓은 매장 선반에 재고를 채우느라 진땀을 뺐다. 이제 일부 유통 업체가 지난 2년간 발생한 것과는 정반대로 수요가 없는 제품이 넘쳐나는 사태로 애를 먹고 있다.

블룸버그가 보도한 바와 같이 미국 최대 유통 매장 일부 지점에 넘쳐나는 재고 가치는 1년 전보다 26% 증가한 450억 달러에 육박했다. 유통 업계가 코로나19 확산 초창기 재고 부족 사태를 피하려 서둘러 재고를 확보한 뒤 국경 개방과 함께 소비자 제품 지출액 증가가 둔화될 것을 예측하지 못한 탓이다. 이제는 재고 변화와 손실 감소를 위해 타겟과 갭, 월마트 등이 대규모 가격 인하에 의존한다.

지금 당장 상당수 유통 업체가 직면한 문제는 2022년 1분기, 아마존이 직면한 문제와 같다. 코로나19가 창궐할 당시 능숙한 대처가 어려운 예기치 못한 문제를 직면하자 유통 업계는 실제 발생하지 않은 수요 증가 계획을 세웠다. 아마존에는 텅 빈 물류 창고가 넘쳐난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다른 유통 업계는 반대의 문제가 발생했다. 재고가 넘쳐났지만, 제품을 보관하거나 판매할 공간이 부족했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축제 기간에 제 때 도착하지 못한 크리스마스 테마 상품을 쌓아두었다. 그리고 2022년 중으로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봉쇄 조치 시행 기간 내내 인기가 급격히 상승한 대형 TV를 포함한 품목의 인기가 갑자기 하락할 확률이 높다. 한편, 코로나19 초기 전용 제품으로 등장한 무수히 많은 잠옷이 봉쇄 조치 시기에 유행이 된 레저 의상과 함께 대폭 할인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리사 엘람(Lisa Ellram) 마이애미대학교 오하이오주 공급망 관리 특훈 교수는 “코로나19 초창기부터 시작한 문제이다. 유통업계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2020년 2월부터 3월까지 미국 유통 매장 판매율이 전망치보다 9% 더 낮았으며, 한 달 후에는 판매율이 15% 더 하락했다. 그러나 그해 6월, 유통 업계가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한 뒤 계속 판매율 상승세를 기록했다. 엘람 교수는 “상황이 나아지고 소비자 수요를 맞출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소비자가 이동 중 잠깐 매장에 들려 상품을 구매하며, 갑자기 제품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상당수 기업이 놀랄 정도로 이상한 일과 예상치 못한 수요 변화가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수요 변화는 최근 발생한 최악의 공급망 타격과 일치한다. 출하 선박 관련 저서 두 편을 집필한 마크 레빈슨(Marc Levinson) 박사는 “소비자는 소비력이 있으며, 정상적으로 소비할 수 없는 상당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 때문에 상품을 구매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레빈슨 박사는 소파를 구매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 탓에 중국 항구와 세계 무역 선박 12%가 오가는 수에즈 운하가 폐쇄돼, 9개월 동안 배송을 기다려야 했다. 수에즈 운하는 거대한 선박이 이동 경로를 차단했다.

제품 출하 지연과 정상적 상황 마비 탓에 기업은 단순히 갈수록 망가진 제시간에 제품을 공급할 공급망에 의존하기보다는 과잉 구매와 현지 재고 유지를 선택해, 추후 발생할 공급 부족 사태를 피하고자 고군분투했다. 공급망 전체를 재구성하는 데 큰돈을 투자한 기업도 있다. 일례로, 인텔은 오하이오주에 칩 생산 시설을 설립해, 공급망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칩 부족 사태를 완화하고자 200억 달러를 투자했다.

공급망 전반에 걸친 문제는 엘람 교수가 언급한 채울 수 없는 수요 때문에 악화되었다. 기본 상품 공급 생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황을 직면하면, 소비자는 종종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주문한다. 예를 들어, 유통 업체 세 곳에 소파 구매 예약을 하고, 세 업체 중 가장 먼저 배송되는 곳을 확인한다. 이후 나머지 주문 두 건을 취소한다. 엘람 교수는 “제조사는 진정한 수요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짜 신호를 받았다”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의견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제품 출하 기업 쉽밥(ShipBob) 관계자인 엔다 브레슬린(Enda Breslin)은 “유통 기업은 하락세에서 반등을 기록하기를 바라며 재고를 대거 주문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세계가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제한 조치 완화와 함께 유통 기업은 수요와 공급 중 한쪽에서만 상품 지출액을 늘린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은 지난 1년간 2020년 여름과 비슷한 수요 양상에 대비하여 2021년 여름의 재고 부족 사태를 면하려 한 기업에 골칫거리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2022년 여름의 수요 현황이 지난 2년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레빈슨 박사는 “수요 예측 문제는 유통 업계와 제조사 모두 다루고자 하는 문제이다. 많은 기업이 재고 소진 후 소비자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유통 기업의 재고가 처분이 곤란할 정도로 넘쳐난다.

유통 업계의 혼란을 신속하게 해결할 방법은 연례행사와 극심한 부족이라는 순환을 깨는 것이다. 그러나 말만큼 실천이 쉽지는 않다. 경제가 엉망이 되었으며, 소비자의 지출을 예측할 수 없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엘람 교수는 “여러모로 불안정한 상황을 완화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두 가지 극단적인 상황 사이의 변화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수요보다 과도하게 많거나 부족한 주문 흐름이 서서히 느려질 것이다. 기업이 현실의 경제적, 사회적 변화에 따른 과잉 반응을 개선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대적인 실패로 고통을 겪는 세계 경제는 여전히 대거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다.

즉, 코로나19 시기인 지난 2년간 발생한 문제가 과거보다는 훨씬 더 낮은 수준으로 아주 조금, 그리고 오랫동안 반복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브레슬린은 수에즈 운하 폐쇄와 칩 부족 사태가 완벽한 타격이었다면, 이제 전 세계가 직면할 상황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는 “연료 가격이 인상되었다. 인플레이션 비율도 상승했다. 대중은 자유롭게 지출할 금액이 없다. 유통 기업이 상품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라고 설명했다. 급속도로 오래된 제품이 되는 여름 재고는 다음과 같은 난제를 직면했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물류 창고 시장에 현금을 지출해 다음 해까지 재고를 보관하거나 매출 타격을 감수하고 이윤이 매우 적거나 없는 제품을 판매하려 서두른다. 마찬가지로 유통 기업이 원하지는 않지만,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중고 시장으로 재고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TJ 맥스(TJ Maxx) 등 특가 할인 매장으로 재고를 판매해, 헐값에 재고를 판매한다.

제품 구매 방식 때문에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재고 과잉 문제로 겪는 손실이 클 것이다. 소규모 유통 기업은 비교적 더 짧은 생산 기간을 두고 상대적으로 적은 재고를 주문한다. 그러나 대규모 유통 매장이 판매하는 제품 수는 훨씬 더 많다. 결국, 신뢰도가 낮은 정보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할 수밖에 없다.

창고에 쌓아둔 재고가 넘쳐나는 상황을 직면하여 유통 기업이 주문량을 줄일 확률이 높다. 아마도 주문량을 대거 줄여, 결과적으로 공급 부족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그다음에는 주문량을 과도하게 늘리면서 이윤이 줄어드는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브레슬린은 “대규모 유통 기업에는 매우 비합리적인 일이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유통 기업이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World Has Too Much Stu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