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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암호화폐 가치 붕괴, 사실 불가피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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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암호화폐 가치 붕괴, 사실 불가피한 일이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심각한 가치 붕괴 현상은 암호화폐 업계 전체에 문제를 일으킨다.
By GIAN M. VOLPICELLI, WIRED UK

불과 몇 주 전 북런던의 어느 한 멕시코 음식점을 찾았을 때, 몇 안 되는 순간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판단력이 뛰어난 개인 암호화폐 투자자 여러 명이 테라(Terra)와 루나(Luna)의 가치 붕괴를 예측했다. 일부 투자자는 테라의 자체 발행 스테이블코인인 UST에 코웃음을 쳤다. UST는 현금과 담보가 아닌 알고리즘과 게임 이론으로 달러화에 가치를 고정한다. 테라 측은 알고리즘과 게임 이론을 이용하면, 장기적으로 가치 고정 추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개념을 지녔다.

필자가 만난 투자자는 다단계 금융 사기인 UST 프로젝트의 위험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필자가 만난 투자자 중 단 한 명만 UST가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테라의 연대성을 신뢰하며, UST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언젠가 UST의 가치가 1달러 단위를 넘어서 성장하면서 UST 발행 기관인 테라가 UST를 유지함과 동시에 UST를 ‘인플레이션 저항성이 있는 암호화폐 달러’로 변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투자자는 UST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 반대하면서도 UST 프로젝트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지금까지 UST 프로젝트 상황은 가장 말도 안 되는 시기에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대다수 투자자가 UST 상황에서 암울해할 것을 확신할 수 있다. UST는 달러 가치 고정에 실패했으며, 테라 재단이 함께 발행하는 가상자산인 루나는 2022년 5월 초, 82달러 안팎에서 거래되었으나 현재 시세는 0.0001659달러로 폭락했다. (5월 16일 기준 UST는 0.1037달러를 기록했다.) 총 600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UST와 루나에 투자한 상당수 투자자가 보유한 암호화폐가 하루아침에 종잇조각이 되었으며, 더 많은 이들이 서둘러 UST와 루나 매각에 나서고자 할 것이다.

반면, 이번 주에는 비트코인(Bitcoin) 가치가 전일 대비 8% 하락한 2만 7,000달러 선으로 급락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혼란스러운 약세장에 접어들었다. 비트코인 시세 폭락과 함께 대다수 암호화폐도 함께 가치가 급락했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의 가치는 5월 12일(현지 시각), 1달러 미만으로 하락했다.

테라와 함께 투자자 누구나 암호화폐 기업이 제공하는 암호화폐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은 자산을 생성하면서 특정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개념을 지닌 UST 프로젝트의 가치 붕괴 사태가 발생했다. 

소수 암호화폐 강세론자 집단은 금본위제 이후의 시대에 대다수 화폐는 실제로 허상의 수집품일 뿐이라고 반박할 것이다. 그러나 테라 사태의 문제를 지지하는 정부 기관이나 중앙은행, 실제 사용 사례가 없다. 프랭크 무치(Frank Muci) 런던 경제대학원 성장 연구 조합(Growth Lab Research Collaboration) 정책 펠로의 발언과 같이 테라 사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운영하는 것 이외에 사실상 지급 불능을 의미하는 뱅크런(bank run) 사태와 비슷하다.

테라 측은 대중을 향해 UST는 항상 가치가 균일한 수준을 유지하리라는 기대를 받는 스테이블코인의 한 종류이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큰 다른 암호화폐의 편리한 헤지 수단을 생성한다고 홍보했다. 대다수 스테이블코인과 마찬가지로 UST가 약속한 안정적인 가치는 달러화와 스테이블코인 가치를 항상 고정하고자 한다면, 달러 발행량과 같은 수준의 달러나 암호화폐를 포함한 담보를 유지해야 한다는 준비통화로 보장한다. 다만, UST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며, 사실상 가치 유지 수단이 전혀 없다는 차이가 있다. 현실 세계에서부터 가치를 완벽하게 보호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Terra]
[사진=Terra]

UST는 테라 자체 블록체인에서 위성 자산인 루나와 함께 상징적 관계를 지녔다. 루나는 암호화폐 보상 획득에 사용하는 토큰이다. 그동안 UST를 루나로, 혹은 반대로 루나를 UST로 언제든지 변환할 수 있었다. 또, 테라 블록체인의 자체 코드는 항상 테라가 달러를 기준으로 거래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다양한 폭의 루나 시세는 암호화폐 시장 상황을 열심히 관찰하는 알고리즘이 판단했다.

알고리즘의 가치 판단은 암호화폐 시장의 비효율성을 이용해 금전 거래 이익을 얻고자 하는 차익 거래자와 투자자의 작업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UST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가정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UST 매도 시 UST 가치 1달러 아래로 하락한다는 위협이 발생한다면, 영리한 차익 거래자가 대거 UST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후 UST로 테라 블록체인에서 루나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UST 가격 상승세를 이끌 것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

만약, 지금과는 반대로 UST 가치가 1달러를 넘어선다면, 많은 투자자가 루나 토큰을 이용해, 테라 블록체인에서 1달러 가치를 지닌 UST를 매수하고는 재판매하면서 UST 가격을 낮출 것이다. 영리한 구조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활용한 적이 없으며, 효과가 없는 수단이다. 무치는 “끝없이 움직이는 기계와 같다. 투자자는 비용 부담 없이 거래 이익을 얻을 방법을 알아내고자 한다. 암호화폐 가치 유지를 위한 동력과 투자자를 끌어들일 요소, 시장 가치를 유지할 지렛대가 잇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이와 같은 원리로 가치를 형성한다”라고 설명했다.

라이언 클레멘츠(Ryan Clements) 캘거리대학교 기업법 및 규제 전문 부교수는 2021년, 『실패하도록 개발된 자산(Built to Fail)』이라는 제목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을 전문적으로 다룬 논문을 통해 UST와 같은 암호화폐의 가치 유지 원리 문제를 지적했다. 클레멘츠 부교수는 논문을 통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요가 있을 때만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수요가 없다면, 투자자에게 약속한 모든 혜택은 전혀 없다”라고 설명했다. 클레멘츠 부교수는 “UST는 처음부터 절대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지 않았으며, 완벽한 담보도 전혀 없었다. 끊임없이 테라 생태계 내 다양한 UST 활용 사례에 대한 관심도가 충분하다는 추측에 의존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다수 암호화폐 투자자가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CoinGecko) 공동 창립자 바비 옹(Bobby Ong)은 UST의 가치 붕괴 사태를 ‘조지 소로스(George Soros)와 같은 공격’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지 소로스와 같은 공격은 헝가리 출신 자선가이자 재력가인 조지 소로스가 1992년, 영국 파운드화 공매도를 통해 가치 폭락 사태를 유발한 것을 의미한다. 이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5월 9일(현지 시각) 시작돼 이틀 뒤 걷잡을 수 없는 재앙과 같이 확산된 UST의 가치 붕괴는 시장에 수십억 달러 상당의 UST를 갑자기 매도하면서 달러화 가치 고정 실패를 일으켰다고 설명할 수 있다. 혹은 UST가 단순히 지속 가능성이 없었던 탓에 투기 심리 변화 즉시 언제든지 가치 붕괴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암호화폐 업계 일부 인사가 자산 관리 기업 블랙락(BlackRock)과 헤지펀드 기업 시타델(Citadel)이 UST 가치 붕괴 공격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2021년, 시타델은 이미 이른바 게임스탑(GameStop) 사태 당시 또 다른 가치 폭락 사태와 함께 주가 조작 문제를 일으킨 악의적인 세력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게임스탑 사태 당시 개인 투자자 수백만 명이 도산 위기를 직면한 게임 기업인 게임스탑의 기반이 의문스러운 상황에서도 주식을 집단으로 매수했다. 기존 금융 기관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이례적인 사례이다. 일부 시장 관측통은 자산 가치가 단순히 기업 전망이 아닌 집단의 허상, 역투자 행동주의, 허무주의에 따라 결정되는 밈 경제 상승세에 극찬했다. (어느 한 레딧 사용자는 “게임 스탑 주가가 200달러 이상을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개인의 가치 체계를 기준으로 스스로 판단할 문제이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레딧은 게임스탑 사태의 개인 투자자 집단의 반란이 처음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테라의 상승세와 폭락은 오랫동안 이어진 기이한 경제의 최종 사태이다. 루나와 UST 가치가 절대로 회복세를 기록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NFT 거품 폭발이나 높은 가치를 기록한 밈 주식 혹은 도지코인과 시바이누 등 개를 상징으로 한 밈 토큰 가치 폭락 등 다른 웹 3.0 하락세와 같은 상황을 따를 수도 있다.

그러나 테라 사태 문제를 단순히 역설주의와 헛된 꿈으로만 보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 지난 6개월 사이에 발생한 테라 생태계 인기 폭락은 손쉽게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제도 탓에 발생했다. 옹은 “UST 수요가 높았던 이유는 연 이율 20%를 약속한 테라 블록체인의 앵커(Anchor) 프로토콜 덕분이다”라고 언급했다. 투자자는 UST를 구매하고, 보유한 UST를 가상자산을 예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앵커 프로토콜에 고정하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급등하는 마법과 같은 이익을 기대했다. 그러나 옹은 테라가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익을 약속하면서 발행을 시작했으나 이제는 가치 붕괴 위험성이 심각한 다른 여러 암호화폐 프로젝트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의 전형적인 사례가 되었다는 점을 더 큰 우려 사항으로 지적했다. 

다단계 금융 사기 문제는 너무 분명하다. 아무것도 없는 대상에 돈을 투자하고 아무것도 없는 프로토콜에 자산을 예치하면서 20% 상당의 높은 이자를 기대하는 것이다. 결국, 투자자가 얻는 것은 아무 가치가 없는 존재의 20% 이익일 뿐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erra’s Crypto Meltdown Was Inevi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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