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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상황, 악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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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상황, 악화되고 있다
러시아 군대가 체르노빌 일대를 장악하자 1986년, 최악의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By RAMIN SKIBBA, WIRED US

2022년 2월 말, 러시아 군대가 과거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원자력 유출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일대와 현재 가동 중인 유럽 최대 규모 원자력 발전소인 자포리지야 일대를 장악했다. 이 때문에 전쟁 지역 한가운데에 핵 발전소가 포함돼, 핵 위험 우려가 제기됐다.

2000년, 체르노빌의 마지막 핵 원자로 가동 중단 이후 핵폐기물 보관 시설과 오염 수준이 심각한 물질을 보관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3월 9일(현지 시각),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백업 디젤 발전기에 단 이틀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연료만 남자 상황이 악화됐다. 기술 전문가와 시설 보호 전문가 210명은 휴일 없이 교대 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 평화로운 핵에너지 사용과 핵무기 확산 방지 지원 기관인 국제연합(UN)의 국제 원자력 기구(IAEA)는 3월 8일 자로 체르노빌 방사능 관리 체계와의 연락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관계자가 전력을 복구할 수 있으나 많은 전문가는 체르노빌이 또다시 원자력 유출 사고 재앙 발생 지역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참여과학자연대(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세계 안보 과학자이자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야기(Fukushima: The Story of a Nuclear Disaster)』의 저자인 에드 리만(Ed Lyman)은 “장기간 전력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 하는 일은 확실히 우려할 만한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체르노빌의 일부 핵폐기물은 건조 통으로 옮기지만, 여전히 냉각 과정을 거쳐야 할 핵연료봉이 매우 많다. 현재 체르노빌의 가장 심각한 위험 요소이다. 리만은 “펌프 냉각에 필요한 전력이 없다면, 연료 보관 시설이 가열된다”라고 설명했다. 물이 서서히 증발하거나 끓게 되면서 핵연료봉이 노출돼 방사능이 누출된다.

체르노빌의 신규 안전 덮개(New Safe Confinement) 구조에도 전력이 필요하다. 이는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4호 원자로 사고 당시 손상된 원자로 잔여물을 감싼 콘크리트 석관 주변에 건설된 시설이다. 덮개 구조의 환풍 시스템은 발전소 내부의 핵연료가 누출돼 더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기 위해 가동해야만 한다. 영국 셰필드대학교 핵 물질 분해 전문가인 클레어 코크힐(Claire Corkhill)은 트위터 게시글과 와이어드에 보낸 메일을 통해 전력이 없다면, 15억 유로를 투자한 폐기 프로그램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고 며칠 사이에 마쳐야 했을 피난길에 오르지 못해 체르노빌을 떠날 수 없는 주민을 우려한다. 몬트레이의 미들버리 국제 연구 기관(Middlebur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소속 상주 과학자이자 핵 물리학자인 페렌스 달노키 베레스(Ferenc Dalnoki-Veress)는 “체르노빌에 남아있는 빈곤층과 시설 관리 직원의 안전이 우려스럽다. 또, 정신적으로 발전소를 모두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상황인지도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직원을 교전 지역을 비행하는 스트레스를 받아 수면 장애를 겪는 전투기 조종사와 같다고 비유했다. 이어,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로 고통받는 전투기 조종사가 운항하는 항공기에는 탑승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모든 전문가가 현재 체르노빌의 원자력 발전소 위험 수준에 대해 똑같은 견해를 지닌 것은 아니다. 리만은 냉각 시스템이 필요한 수준으로 가동되지 않는다면, 원자력 발전소 사고 위기 발생 전 약 2주간 대비할 시간이 있다고 주장한다. 달노키 베레스는 위험 수준이 심각해지는 데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측한다. 3월 9일(현지 시각),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Rafael Mariano Grossi) IAEA 사무총장은 IAEA 언론 보도를 통해 “전력이 부족하다면, 체르노빌의 방사능 유출 안전 관리 상황이 더 악화되는 문제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라고 발표했으나 트위터를 통해 “현재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위험 요인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드미트로 쿠레바(Dmitro Kuleba)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 시스템 전력량이 제한적인 상황 때문에 방사성 물질 누출 위험이 임박했다는 트윗을 게재했다.

리만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 평가 정도를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의도는 좋지만, 매우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수준의 거짓 발언을 이용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라며, 핵 위기 발생 위험성에 이목을 집중시키고자 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과거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견딘 고통과 오랫동안 오염된 시설을 관리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을 전쟁 중단 전략으로 채택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리만은 러시아 군대가 IAEA의 핵 안전 및 안보 법률 규정을 위반한 사실도 이야기했다. 러시아 군대가 위반한 규정은 원자력 발전소 관리 시설의 온전한 기능 유지와 시설 관리 직원이 압박을 느끼지 않고 안전한 상황에서 관리 임무를 다할 필요성 지원, 그리드 전력 공급량 유지 등이다. 리만은 2006년, 체르노빌의 원자력 발전소 폭발 현장을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당시 표준 방사능 제어 검문소를 지나 인체의 핵 오염 수준이나 방사성 물질 확산 방지 의상을 착용해야 했다. 그러나 리만은 러시아 군대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내 위험한 영역을 무자비하게 드나들 수 있다고 전했다.

원자력 발전 시설 공격은 러시아 군대의 유일한 무차별 공격 개시 방법이 아니다. 3월 4일(현지 시각), 러시아 군대의 공습 때문에 자포리지야 발전소 반경 바깥의 훈련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 현재 가동 시설 두 곳이 가동 중단되었다. 그리고 IAEA는 하르키우 물리기술 발전소(Kharkiv Institute of Physics and Technology)의 원자력 연구 시설과 미국 에너지부 아르곤국립연구소와 협력하여 개발한 중성자 생성 액셀레이터에도 러시아군의 공격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시카고대학교 물리학자이자 전직 불렛인 오브 아토믹 사이언티스트(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소속 과학안보위원장이었던 밥 로스너(Bob Rosner)는 “러시아는 매우 무차별적인 공격을 개시한다. 원자력 발전소는 물론이고, 핵 연구소와 중성자 생성을 위해 설계된 액셀레이터 단지까지 공격한다”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미사일과 전투기 비행을 동원한 우크라이나 공습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원자력 발전소 사고 위험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달노키 베레스는 미국 에너지부 연구팀이 핵 원자로가 전투기 충돌 사고를 견딜 수 있는지 연구했다고 밝혔다. 핵 원자로가 사고를 견딜 수 없다는 결론이 발표됐다. 미사일 발사 속도가 더 빠르며, 목표물 관통 정확도가 높아졌다. 연료 공급 시설 영향의 피해 수준은 매우 심각하며,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확산될 위험성이 있다. 이 때문에 달노키 베레스가 주장한 바와 같이 원자력 발전 시설 근처에서의 전투 금지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협상 중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 달노키 베레스는 “전 세계 핵 원자로 그 어느 곳도 미사일 공습을 견딜 수 없다. 원자력 발전 시설 근처 전투를 금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깊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이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Situation at Chernobyl Is Deteriora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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