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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후 우울증, 극복은 이렇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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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후 우울증, 극복은 이렇게 하라
최애 비디오 게임 정복을 축하한다. 이제 공허감을 느낄 때가 되었다.
By NATALIE SCHRIEFER, WIRED US

필자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Breath of the Wild)’을 마지막 단계까지 끝낸 뒤 ‘이것’이 발생했다. 몇 주 동안 옵션 퀘스트를 확인하고 코록(Korok) 씨앗을 모은 뒤 주요 무기를 업그레이드하는 등의 임무를 중단한 뒤 마침내 칼라마티 개넌(Calamity Ganon)을 이겼다. 그 후 필자는 빠른 속도로 공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게임을 재실행하고 개넌을 다시 볼 수 있는데도 공허함을 느꼈다. 게임 속에서 탐험을 이어갈 수 있으며, 마스터 모드에서 새로운 파일을 시작하고 한계를 넘어설 수 있어도 공허함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젤다의 전설 다른 시리즈로 게임을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게임 마스터 이후의 우울증 증상이다.

게임을 마스터한 뒤 우울증을 느끼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다. 많은 이들이 이를 북라이엇(Book Riot)의 클레어 바넷(Clare Barnett) 기자의 표현대로 “책에 묘사된 가상 세계를 계속 떠올리게 되는 독서 숙취와 같다”라고 말한다. 예술계와 여가 분야 학술 연구에서는 이를 ‘시리즈 종료 후 우울감(PSD)’이라고 말한다. 2019년, 영국 연구팀은 연구 논문을 발표하며, PSD를 “누군가가 집중하여 소비한 영화나 화면 사의 작품이 종료된 후 오래 이어지는 우울감”이라고 정의했다. 게임 부문에서는 이를 ‘게임 후 우울감’이라고 칭한다. 어번 딕셔너리(Urban Dictionary)에서 “게임 후 우울감 때문에 한동안 게임을 실행하지 않았다”라는 예문을 찾아볼 수 있다. 필자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게임을 완전 정복한 뒤에 느낀 감정과 같다.

이름 자체는 다르지만, 세 가지 현상 모두 이른바 준사회적 애착(parasocial attachment)이라는 현상에서 파생되었다. 필자의 사례에서는 게임 자체가 허구이며, 게임이 현실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플레이어가 게임 속 캐릭터와 가상 세계를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면서 관계를 형성한 것처럼 느끼는 일방적 애착 관계가 있다.

뉴욕주립대학교 엠파이어 스테이트 컬리지의 심리학 교수 게일 S. 스티버(Gayle S. Stever)는 일방적인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 이유는 인간의 뇌가 현실의 상호작용과 허구의 상호작용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게임 속 캐릭터와 세계 모두 허구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게임을 실행하면서 시간을 보내며 어떠한 형태로든 캐릭터, 가상 세계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게임을 모두 끝내고 서사가 종료되면, 애착 관계를 잃게 된다. 결국, 준사회적 애착에 슬픔을 느끼게 된다.

광범위한 대중문화에서 베티 화이트(Betty White)를 통해 준사회적 애착의 좋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최근 100번째 생일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화이트는 많은 추모객이 화이트의 배우 경력과 동물을 사랑한 일, 1950년대 인종차별을 강력히 반대한 생전의 모습에 찬사를 보내는 등 사망 이후 높이 평가받았다. 여러 신문사와 SNS 플랫폼에는 대부분 실제로 본 적이 없지만, 생전 알고 지냈던 것처럼 화이트의 생전 모습을 이야기하는 글이 넘쳐났다.

스티버 교수는 화이트를 실제로 알고 지낸 것처럼 느낀다는 점이 준사회적 애착의 형성이라고 말한다. 많은 대중이 준사회적 애착 때문에 화이트의 죽음에 슬픔을 느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유명 인사나 가상 캐릭터, 가상 세계 등과의 준사회적 애착관계는 편안함이나 안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무엇이든 형성한다. 파괴와 괴물, 녹슨 칼날이 넘쳐나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즐기면서 편안함을 얻는다는 점이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티버 교수는 “인간은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젤다의 전설 속 가상 세계를 알게 되면서 가상 세계가 플레이어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때, 가상 세계나 가상 세계를 사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실제로 어떠한 방식으로든 편안함을 느껴야 한다.  여기서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와 같은 좀비 게임의 인기가 매우 높지만, 대다수 플레이어가 생활할 가상 세계로 선택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이 친숙함을 통해 편안함을 느끼고자 하는 바람은 영아기부터 시작한다. 어머니나 친숙한 이들의 얼굴을 볼 때, 식량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으며 안전하다고 느낀다. 이후 친숙함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본능은 계속 존재하며, 인간은 계속 애착 관계를 형성한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애착 관계를 잃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스티버 교수는 “애착 관계를 잃게 된다면, 편안함도 사라진다”라고 언급했다.

스티버 교수는 타인과의 소통이 제한된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현재 상황이 준사회적 애착과 더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는 사회적 격차 해소를 위한 TV 시청, 독서, 비디오 게임 시간 증가를 의미한다. 스티버 교수가 2020년 발행된 저서 『진화심리학자의 현자(The Sage Handbook of Evolutionary Psychology)』를 통해 설명한 바와 같이 코로나 시대의 준사회적 애착 관계는 현실과 심리적 근접한 애착 관계를 형성할 사물이나 사람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만큼 효과적으로 인간에게 안전하면서 위협 요소가 없다고 느끼도록 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디어는 인간관계를 대체하지 않지만, 인간관계 대체 성공과 가까운 효과를 줄 수 있다. 이는 코로나 시대 봉쇄 조치 시행기에 인간이 사회적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일부 전문가는 준사회적 애착을 심리적 비정상 상태로 간주하면서 건강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티버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준사회적 애착이 비정상적이면서도 건강하지 않은 일이라는 의견에 반대한다. 정상적이고, 누구나 경험하는 합리적인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마자 지킥(Maja Djikic)도 비슷한 맥락에서 숙취라는 개념을 인용했다. 토론토대학교 로트만경영대학원 자기개발 연구소 소장이자 부교수인 지킥은 북라이어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장편의 도서 숙취는 독자가 여전히 “책에서 제시한 개인의 현실 세계와 관련된 문제를 깊이 생각하면서 극복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개인의 전환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극복 방법
게임 종료 후 우울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한 가지 극복 방법이라고 볼 수 있지만, 게임 후 우울감을 느낄 때 해야 할 일을 아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스티버 교수는 게임 종료 후의 우울증 극복 과정에서 다른 슬픔의 사례를 유심히 본다. 

스티버 교수는 “상실감을 느낄 때마다 다른 관계를 통해 편안함을 찾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친구나 가족을 향해 우울감을 느낄 때와 준사회적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우울감을 느낄 때, 다른 관계로 편안함을 찾고자 한다. 스티버 교수는 게임이든 다른 세계든 삶 속에서 누군가와의 관계를 연결하면서 상실감을 느끼든 누군가와 관계를 형성해 외로움과 단절이라는 감정을 줄이는 것을 추천한다.

또, 엔터테인먼트 격차 해소를 위해 다른 관계 형성을 모색하는 행동도 제시했다. 시트콤 더 오피스(The Office)나 더 골든 걸스(The Golden Girls), 프렌즈(Friends)와 같이 가장 좋아하는 TV 쇼를 시청하거나 시청 목록에서 새로 시청할 작품을 찾기 시작할 수 있다.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거나 과거의 가장 좋아한 게임이나 TV 쇼를 다시 즐기는 것도 좋다. 무엇이든 편안함을 주는 요소를 고수하고, 언젠가는 공허함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아직 즐겨 하던 게임을 포기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억지로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른 난이도나 명령, 다른 결말(가능하다면)을 얻을 수 있도록 같은 게임을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 필자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다시 실행했을 때는 우울감이 사라지는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Hyrule Warriors: Age of Calamity)’와 같이 다른 게임을 실행했다. 이후 필자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 같은 가상 세계와 캐릭터를 접하게 되었다. 물론, 두 시리즈 간 약간의 차이점은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두 가지 시리즈가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느꼈다.

다른 방법으로도 우울감을 퇴치할 수 있다. 2021년, 더 게이머의 스테파니 마이너(Stephanie Minor) 기자는 팬덤을 상실감을 극복하는 동시에 타인과의 관계 형성 수단으로 제시했다. 마이너는 대규모 커뮤니티에 참여하면서 좋아하는 게임을 더 오래 즐기는 것이 우울감 퇴치에 좋다고 설명했다.

관심사에 따라 팬덤 참여는 온라인 포럼이나 디스코드 서버, 서브레딧 참여, 아카이브 오브 아워 오운(Archive of Our Own), 팬픽션.net(Fanfiction.net)과 같은 사이트 접속 후 팬 픽션 작성 혹은 읽기, 데비안트아트(DeviantArt)와 같은 웹사이트에서 팬아트 그리기, 게임 테마 패널이나 회의, 코스플레이 등이 함께 진행되는 컨벤션 참여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만약, 현재 흥미로운 이벤트를 찾을 수 없다면, 직접 자체 이벤트를 개설하여 운영하는 것도 괜찮다.

다만, 게임이 완전히 끝났을 때 간혹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있다. 슬픔을 느껴도 괜찮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낄 필요가 있다.

물론, 슬픔은 정신적 고통을 낳는다. 우울감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우울감은 훌륭한 게임의 미학이다. 훌륭한 게임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끝낸 뒤 우울감을 느끼도록 하면서 많은 플레이어의 마음을 빼앗는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게임 세계를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How to Cope With Post-Game Dep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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