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저탄소 소고기, 실제로 존재할까?
상태바
저탄소 소고기, 실제로 존재할까?
미국 농무부는 농민이 판매하는 육류 식품을 ‘저탄소’ 식품으로 홍보하기 쉽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모두가 미국 농무부의 계획을 달가워하는 것은 아니다.
By MATT REYNOLDS, WIRED UK

소고기 조각을 표현할 방법은 많다. 미국 식료품점의 육류 코너를 천천히 걷다 보면 앵거스, 무항생제, 무호르몬, 목초 사육, 채식 사료 사육 등 소비자가 저녁 식사로 육류를 고르도록 상세한 설명을 담은 다양한 육류 설명 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명 라벨을 보면 ‘저탄소’라는 다소 당황스러운 설명을 볼 수 있다.

2021년 11월, 미국 농무부는 육류 가공 업체가 이전보다 더 수월한 방식으로 판매하고자 하는 육류 식품을 저탄소 육류로 홍보할 기회를 제공하는 인증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가축을 사육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이 업계 표준보다 10% 더 적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육류 가공 업체는 민간 기업인 로 카본 비프(Low Carbon Beef)가 운영하는 인증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미국 농무부가 육류 대상 저탄소 인증 프로그램을 승인한 것인 이번 인증 프로그램이 처음이며, 결과적으로 제조사가 경쟁사보다 환경 친화성이 우수한 식품을 가공하기 더 쉬워질 전망이다. 과거 목장을 운영했던 로 카본 비프 창립자 콜린 빌(Colin Beal)은 “육류 코너 통로를 이동하면, 특정 햄버거의 재료로 들어간 소고기의 배출량이 다른 햄버거보다 더 많은가 확인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빌은 일부 영세 가공업체가 로 카본 비프의 인증 프로그램을 통과했다. 그러나 저탄소 육류 라벨 신청은 별도로 미국 농무부의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농무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저탄소 육류 라벨 신청한 기업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는 저탄소 소고기와 같은 라벨 탓에 소비자가 가축의 기후변화 영향을 대대적으로 잘못 이해할 것을 우려한다. 소고기는 식품 중 탄소 발자국이 가장 크다. 2018년, 기후 과학자 조셉 푸어(Joseph Poore)와 토마스 네메섹(Thomas Nemecek)은 가장 보편적인 식품 40종을 가공하는 과정을 포함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소고기의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았다. 단백질 1g당 소고기의 탄소 배출량은 가금류의 9배, 돼지고기의 6배, 콩의 25배로 집계됐다. 푸어와 네메섹의 분석 결과, 단백질 1g당 소고기의 탄소 배출량은 탄소 배출량 2위로 드러난 양고기보다 2배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대학교 환경과학자인 매튜 헤이엑(Matthew Hayek)은 저탄소 라벨이 부착된 소고기의 탄소 배출량은 실제 많은 고객이 접할 수 있는 대체 식품보다 탄소 배출량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엑은 “라벨의 핵심은 소비자와의 정확한 소통이다”라고 언급했다. 저탄소 라벨은 소비자가 당장 접할 수 있는 어떠한 식품보다도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러나 대다수 저탄소 소고기의 탄소 배출량이 대다수 대체 식품의 배출량보다 더 적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일각에서는 저탄소 소고기 테스트 설정 환경에 의문을 제기한다. 저탄소 인증을 원하는 가공 업체는 가축 사육 과정 상세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로 카본 비프는 인증 프로그램 신청 기업이 제출한 데이터를 이용해 가축의 탄생부터 도축 과정 전체에 걸친 탄소 배출량을 추산한다. 만약, 평가 결과 배출량이 로 카본 비프의 벤치마크보다 10% 이상 더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인증을 받는다. 육류 가공 업체는 로 카본 비프의 인증 결과를 이용해 저탄소 육류 라벨 홍보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을 위해 농무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농무부는 비슷한 인증 프로그램을 활용해 육류 라벨의 표현 상당수를 규제한다.

로 카본 비프는 인증을 받고자 한다면, 도축된 육류 1kg당 이산화탄소 26.3kg 미만 수준인 육류보다 배출량 10% 이상 적어야 한다. 이는 메탄 등 다른 가스가 온난화 여파에 차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로 카본 비프의 평가 방법이 실제 탄소 배출량과는 약간 거리가 먼 듯하다. 2019년 공개된 미국 내 가공 육류 연구를 통해 소고기의 탄소 배출량은 도축된 가축 1kg당 평균 21.3kg 수준으로 확인됐다.

캐나다 농업 및 농식품부의 가축 영양소 전문가 카렌 부치민(Karen Beauchemin)도 빌의 벤치마크 표준이 실제 평균 배출량보다 조금 더 높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의 도축된 고기 1kg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kg이다. 벤치마크 기준이 높을수록 가공 업체가 로 카본 비프의 인증 조건을 자동으로 찾을 방법이 더 다양해질 것을 의미한다. 빌의 10%라는 저탄소 인증 표준은 실제 가축 탄소 배출량을 추가로 줄일 방안을 모색하는 많은 가공 기업의 인증 통과 기준을 낮출 것이다.

빌은 저탄소 인증 기준을 로 카본 비프의 자체 소유 모델을 기반으로 계산해, 가공 기업 간의 배출량 비교 정확도를 보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빌은 “로 카본 비프는 2022년 중으로 자체 모델 외부 동료 검토를 완료하고는 탄소 배출량 계산 결과의 최신 표준 및 과학적 정확성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펼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치민은 목장에서 가축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소의 배출량 중 소가 사료를 소화하면서 트림을 할 때 생성되는 메탄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메탄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첨가물을 먹이는 것을 한 가지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육류 식품용으로 사육하는 가축의 체중을 효율적으로 늘리면서 소고기 가공량을 늘리는 것이다. 로 카본 비프 인증 프로그램은 거름 관리, 비료 사용, 각각의 목장의 탄소 격리량 등을 포함해 소고기 가공량을 총 20가지 데이터 포인트와 함께 고려한다. 소가 풀을 뜯어 먹은 뒤 특정 작물을 심는 등 목장이 회복하도록 하면서 토양의 탄소 격리량을 늘릴 수 있다. 부치민은 “기존 계산 방법보다 10% 적은 배출량을 달성할 수 있으며, 실제로 많은 농가가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앞으로 탄소 배출량을 더 감축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빌은 주요 육류 식품 포장 기업 여러 곳과 로 카본 비프의 인증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방안을 두고 협상 중이며, 인증 프로그램의 심사 단계를 추가해 가공 업체가 탄소 배출량을 훨씬 더 낮은 수준으로 인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빌은 저탄소 소고기 인증이 유기농 소고기 대비 가격 측면에서 더 큰 매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농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전역에 유통된 소고기 67% 이상은 기존 가공 과정을 거쳤다. 빌은 “저탄소 소고기 인증은 단순한 틈새시장보다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다. 현재는 유기농 소고기와 비슷한 환경 영향을 미칠 초기 단계에 있다”라고 말했다.

옥스퍼드대학교 환경 변화 연구소 소속 연구원인 타라 가넷(Tara Garnett)은 저탄소 소고기 인증은 동물 복지에도 연쇄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육류 1kg당 가축 관련 배출량이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미국 소의 가축 사육장 내 사육 시간이 매우 길기 때문이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소의 수명이 더 짧다는 사실은 1kg당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동물의 삶의 기준을 전혀 개선하지는 못한다. 헤이엑은 1kg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계산한다면, 육류 가공량이 많은 가축 농가에 더 큰 이익이 되면서 결과적으로 해당 목장의 배출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소고기 가공 시 배출량을 줄일 방법이 있다. 바로 소고기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다. 미국인의 연간 소고가 섭취량은 평균 37kg으로, 영국 평균 섭취량보다 2배 더 많다. 기후 과학자는 식단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소고기 섭취량 감축이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2109년, 지속 가능한 건강한 식단을 광범위하게 연구한 EAT-Lancet 보고서 저자 모두 1주일당 육류 섭취량이 98g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맥도널드의 쿼터 파운더의 육류 함량보다 적은 수준이다. 미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 3.7%로, 농업의 전체 배출량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결과적으로 가넷은 저탄소 인증이 소고기 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식단을 변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Is There Really Such a Thing as Low-Carbon Beef?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